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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진리와실천
대송신역삼장성교서 본문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敎序)
태종(太宗) 신공성덕(神功聖德) 문무황제(文武皇帝) 지음
위대하도다!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미혹한 중생들을 교화하여 이끌어 불성[宗性]을 드날리시는구나! 그 넓고 넓은 말씀은 뛰어난 선비[英彦]라도 그 뜻을 궁구할 수 없으며,
정미롭고 오묘한 설명은 어리석은 이가 어찌 그 근원의 의리(義理)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윽하고 참된 공이어서 측량할 수 없고,
만 가지 형상을 포괄한다.
비유하자면 끝없이 모은 법망(法網)의 기강(紀綱 : 기율과 법강)이 한계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펼친 것과 같으니,
4생(生 : 胎⋅卵⋅濕⋅化)을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내고자 3장(藏)의 비밀한 말을 번역하였구나.
하늘과 땅의 변화는 음양(陰陽)에 있으며,
해와 달이 차거나 이지러짐은 춥고 더움에 있다는 큰 법칙을 말하고,
모든 선악을 설한 것은 항하의 모래알에 비할 만하니,
중생[含識]의 만 가지 진실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만일에 상법(像法)1)을 살핀다면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나 6정(情)2)을 여읨과 같으니,
이로써 천겁을 지나도록 오래 남는다 하여도 어찌 수미산을 겨자에 거둘 수 있으리오.
여래께서는 가이없으매 두루 넓으시며,
달마(達磨)는 서쪽에서 법을 가져와 동토(東土 : 中國)에 전하여 묘한 이치를 널리 선양하니,
가리키는 데에 따르면 저 보리의 언덕에 돌아가리라.
애욕의 강에 빠져 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중생들은 오탁악취(五濁惡趣)에 나아가고,
3업(業)에 빠지다가 도중에 세간에 드리운 궁구하기 어려운 도(道)로써 사심 없이 영원토록 편안하리라.
설산(雪山)의 패엽(貝葉)에 만약 은대(銀臺)3)의 빛이 비추인다면 세월의 연라(煙蘿)가 일어나 향기로운 세계가 스스로 아득하고 높고 높아 헤아리기 어려우며,
아득하고 아득하여 이름붙이기 어려우니라.
그 까닭에 10성(聖 : 十地位의 보살)의 덕을 바탕으로 하여 3현(賢 : 十住,
十行,
十迴向)에 힘입어 도에 나아간다고 하니,
건원(乹元 : 하늘의 이치)을 일으켜 온갖 오묘함이 생기는구나.
태역(太易)4)이 모두 뒤섞이고,
형류(形類)가 규착(竅鑿)5)하여 어두움과 밝음이 끊어지면 그것은 몽매함을 도와 여는 것이 아니다.
서역 법사 천식재(天息災)6) 등은 언제나 4인(忍)7)을 지니고 일찍 3승(乘)을 깨달아 패엽(貝葉)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의 명성을 잇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거듭 펼치고자 게송을 창(昌)할 때에 문장에서 5성(聲)8)을 윤택하게 하고 풍률(風律)에서 4시(始)9)를 드날렸다.
당당(堂堂)하게 용납하여 거두고,
고요하게 빛나는 꽃이 과거 오랜 시간[曠劫]의 어두움을 파내어 거듭 현묘한 법문[玄門]을 밝히고 궤범을 환히 드러내니,
두루 한 광명과 오묘한 법의 청정한 세계에서 소리를 높여 유정(有情)을 이익되게 하고,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는 데에 장애를 이룸이 없었다.
모든 병들고 수척하며 어두운 자들을 구제하며,
자비는 크고 넓어서 만물을 적시며,
부드럽게 탐욕의 잘못을 굴복시키고 어리석은 이들을 가르쳐서 소승성문을 펼치니,
그 의론(儀論)에 합하였다.
대승의 바른 가르침으로 그 성품을 세우고 신령스러운 깨달음을 머금고 복을 입게 하였다.
장교(藏敎)가 빠졌으나 거듭 환화(幻化)와 미도(迷途)10)와 화택(火宅)의 깊은 비유를 일으켰다.
비록 그 가르침을 시설하여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착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무량하여 잠겨 이르는 악업이 이와 더불어서 연을 따라 모두 떨어진다.
사부대중(四部大衆)을 조어(調御)하여 시방에 행을 쌓게 하니,
금륜(金輪)에서 꽃비가 내리게 하고,
옥관(玉關 : 문빗장,
궁문)에서 항사(恒沙)를 보호하여 유정(有頂 : 色究竟天)의 바람도 무너뜨릴 수 없고,
끝없는 바닷물로도 떠다니게 할 수 없다.
맑고 고요하며 담연(湛然)하고 원명(圓明)하며 청정한 지혜는 성품이 공하여 물들지 않으며,
망상에서 해탈하는 인연인지라,
심전(心田)에서 번뇌를 여의고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느니라.
짐(朕)이 박학하지 못하고 불교 경전[釋典]에 어두운데 어찌 서문에 감당할 수 있어서 이로써 오는 자에게 보일 수 있으랴.
마치 미세한 반딧불이나 횃불을 밝은 태양에 비교하는 것과 같으며,
아주 작은 좀벌레가 바다를 헤아리려 하나 심연(深淵) 끝까지 다할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어제(御製)
높고 밝은 하늘[高明: 天]이 태동하여 해와 달과 별을 나누니 비로소 차례가 세워졌고,
실어 기르는 땅[厚載: 地]이 처음으로 온갖 존재의 물상을 정하니 여기에 단서가 생겨났다.
이어 맑음과 혼탁[淸濁]의 바탕이 이미 드러났고,
선함과 악함[善惡]의 원천이 바로 나타났다.
그런 뒤 문물(文物)로 그 교리를 확립하고,
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해야만,
이로운 공이 똑같이 알맞은 이치에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像法]가 서국(西國: 인도를 말함)에서 건너오자,
진리[眞諦]가 중국으로 흘러들었다.
무한 세월[千古]을 꿰뚫은 진실한 이치는 다할 길이 없으며,
무변 천하[九圍: 九州]를 싸안은 오묘한 문은 찾을 곳이 없다.
허망한 생각을 말한다면 5온(蘊)이 다 비었으며,
참다운 용모[眞容]로 나타내면 한 상호의 백호(白毫)도 원만하다.
그러니 크고 넓은 교리를 어찌 기술할 수 있으랴.
삼가 태종 신공 성덕 문무황제(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를 뵈니,
두루 원만한 법의 성품으로 어진 자비를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 무리를 교화하니 수많은 나라가 한 곳으로 모여들었으며,
온 백성은 긴 수명을 누리는 인덕(仁德)의 고향으로 향했다.
불교의 정법을 숭상하니 온 세상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
만백성은 더없이 풍요로운 경계에서 삶을 누렸다.
존엄하고 드넓은 경전을 보고 난 뒤 방편을 베풀어 고해(苦海)에 빠져 허덕이는 이를 건졌으며,
방대하고 끝없는 법계를 알고 난 뒤 정진을 행하여 게으름으로 방일하는 이를 거둬들였다.
이에 크고 그윽한 집을 택하여 저 참다운 글을 대조하고,
천축(天竺)의 고승에게 패다(貝多)1)에 쓰인 부처님의 말씀을 번역하도록 명하였다.
그러자 상관(象管)의 붓은 바뀌어 귀중한 글자[金字]로 변해졌고,
소중한 책[珠編]은 또다시 옥돌의 상자에 넣어졌으니,
용궁(龍宮)의 거룩한 문장은 오직 영축산의 필추(苾芻: 比丘)로부터 새로워졌을 뿐이다.
이로 인해서 3승(乘)이 다 함께 꿰뚫으니,
4제(諦)가 똑같이 원만하고,
고공(苦空)의 진정한 말씀을 다 모았으니,
심오한 비밀 내용이 밝혀졌다.
상(相)은 저마다 참다운 모양[實相]을 찬양하고,
공(空)은 저마다 참다운 공[盡空]을 논설한다.
화엄(華嚴)의 도리와 알맞은 자취요,
금상(金像)의 교리와 똑같은 법칙이다.
이를 모두 우러러 탄복하노라.
짐은 뒤를 이어 말하리라.
큰 사업은 황실의 계획이 항상 정성스럽게 어루만지고,
수많은 백성이 매양 조심스럽게 지켜 받든다.
선대의 훈육이 불교 경전의 잘못에 이르러서 탐구함이 더욱 정밀하고 자상하였으나,
어찌 번역해 놓은 경전을 샅샅이 찾아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
서역승(西域僧) 법현(法賢)2)이 간절하게 소를 올리고 부지런히 뜻을 알려서 선대 황제로 하여금 크게 진실한 교화를 열게 하고,
높이 부처님의 뜻을 전하게 하였다.
그래서 이전의 왕대에 실추된 경전을 다시 일으키고,
깨침의 바른 길에 무너진 기강을 새롭게 떨쳤다.
자연조화[天造]의 공용(功庸)3)을 표시하여 성인전문(聖人典文: 聖文)의 저작(著作: 述作)을 넓히려고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잇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부왕이 세상을 떠나면서부터 호를 추증(追贈)하느라 쉴 틈이 없었으니,
어찌 정사 외에 마음 쓸 틈이 있었겠는가.
이제 자리를 이어받는 일이 이미 끝나서 심오한 경지를 생각할 여가가 생겼다.
비록 어려서 자애로운 가르침을 받들었으나,
사리에 통하는 재능이 모자람은 어쩔 수 없으니,
어찌 불법 바다의 나루 언덕을 다할 수 있으랴.
불교의 깊은 경지에 나아가지 못했으므로 대강 큰 뜻을 펴서 백성의 마음에 돌리노라.
발자국에 고인 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파도를 헤아릴 수 없으니,
대 마디의 작은 관이 어찌 널따란 하늘의 그림자인들 알 수 있으랴.
부족하나마 짧은 머리말을 지어서 거룩한 공을 기록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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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법 시대 이후 교설과 수행만이 있는 시대를 가리킨다.
2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 등의 6근이 모두 정식(情識)을 갖추므로 6정(情)이라 한다.
3 ① 관문(官門)의 이름.
② 신선이 사는 곳.
4 ① 우주 혼성(混成) 이전을 이른다.
② 천지의 변동.
5 이목구비(耳目口鼻)의 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다.
남해의 임금 숙(儵)과 북해의 임금 홀(忽)이 중앙의 임금인 혼돈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혼돈에게 없던 일곱 구멍을 하루에 한 개씩 뚫어 주자 혼돈이 죽어 버렸다는 착파혼돈(鑿破渾沌)이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6 ?~1000.
북인도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의 승려로서 원래는 중인도 나란타국(那爛陁國)의 밀림사(密林寺)에서 거주하였으나,
송나라 태종(太宗) 태평흥국(太平興國) 5년(980) 2월에 시호와 함께 변경(汴京)에 와서 황제를 배알하고 자의(紫衣)를 하사받았으며,
칙령으로 범협을 열람하고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의 서쪽 역경원(譯經院)에서 역경에 종사하였다.
7 『사익범천소문경(思益梵天所問經)』에서 설하는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의 네 가지 인(忍)을 말한다.
8 중국 고전(古傳)의 다섯 종류의 음조(音調).
또는 5음(音)ㆍ5조자(調子)라고도 하며,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를 말한다.
9 ① 풍(風)⋅소아(小雅)⋅대아(大雅)⋅송(頌)을 말한다.
② 풍⋅소아⋅대아⋅송의 첫 장(章)인 관저(關雎)⋅녹명(鹿鳴)⋅문왕(文王)⋅청묘(淸廟)를 말한다.
10 미혹한 경계로서 3계(界) 6도(道)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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