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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장자녀암제차사자후요의경
K0514V014P0048b01L
불설장자녀암제차사자후요의경
(佛說長者女菴提遮師子吼了義經)
실역인명(失譯人名)
김철수 번역
○ 암제차(菴提遮) 여인이 부처님을 만나는 인연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한량없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함께 계셨으며,
보살마하살의 무리도 함께 있었다.
그때 사위성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20여리 떨어진 곳에 장제(長堤)라고 하는 한 촌락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바사이가(婆私膩迦)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학문이 넓고 박식하였으며,
내전(內典)1)을 깊이 믿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경하여 받들었다.
그때 바라문은 대회(大會)를 베풀고 싶어서 기원(祇洹)에 이르러 부처님과 승가(僧伽)를 초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청을 받아들이셨고,
바라문은 집으로 돌아갔다.
또 약속한 때가 되자 부처님과 대중들은 그 마을로 찾아가 바라문의 집에 이르렀다.
그때 장자는 부처님을 바라보고 마음이 뛸 듯이 기뻐서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여 곧 모든 권속들을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 각각 부처님께 예를 올려 공경하고 머물렀다.
그 바라문에게는 다 큰 딸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이 암제차(菴提遮)였다.
전에 다른 사람에게 시집갔는데 잠시 친정에 와 있었다.
부모를 잘 모시고 보살폈으며,
용모가 단정하였고 도량이 넓어서 마음씀이 부드럽고 겸손하였다.
속이 툭 트여서 부부간에 잘 화합하였고,
친족들을 잘 모시고 부양했으며,
지아비를 금계(禁戒)를 지키듯 섬겼으니,
그 태도가 비할 데가 없어 보통 여성들을 넘어섰다.
부모와 권속 모두가 나와 부처님을 뵈었으나 오로지 이 여인만이 집안에 홀로 머물러 있었다.
그 여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가 그 말미암는 바를 헤아릴 수 없었으므로 이름을 암제차라 한 것이었다.
그때 여래께서는 곧 장자에게 딸이 하나 있으며,
집 안에 있으면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음을 아셨고,
또한 그녀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까닭도 아셨다.
만일 그녀가 밖으로 나오면 대중들이나 모든 천상이나 인간에게 한량없는 이로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고,
부처님께서 곧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권속은 빠짐없이 다 밖으로 나왔는가?”
그 바라문은 손을 모아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이 딸아이가 나오지 않은 상황을 부끄럽게 여겨서 침묵한 채 답하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이내 말씀하셨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공양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때 바라문은 곧 부처님의 말씀을 받들어 공양을 베풀었다.
대중들과 그 장자의 권속들이 모두 점심을 마쳤으나,
오직 이 여인만이 그때까지도 음식을 먹지 못했다.
그때 여래께서는 발우 안에 일부러 음식을 남기셨다가 한 화녀(化女:변화시켜 낸 여인)를 보내 이 남은 음식을 가져다 그 집 안에 있던 여인 암제차에게 주셨다.
그때 화녀가 게송으로 알렸다.
이 음식은 여래께서 남기신 것으로
위없이 뛰어나신 분께서 주셨습니다.
제가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받드니
원컨대 어진 이여, 청정한 것을 받으소서.
암제차 여인이 곧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오, 대자대비시여
제가 집 안에 있는 줄 아시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보내주시니
곧 우러러 성스러운 분의 뜻을 알겠습니다.
다시 게송으로 그 화녀에게 답하여 말했다.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대성(大聖)께서 행하시는 바를 생각하였다네.
일찍이 그대와 더불어 다름이 없으니
무슨 일인들 청정하지 않겠는가.
그 화녀는 암제차가 말한 게송을 듣고 나서 곧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암제차는 마음으로 게송을 염송(念誦)하였다.
나의 지아비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원컨대 나타나시어 뛰어난 분을 뵙고
내 마음이 깨끗함을 아셨으면 좋으련만
속히 오시어 함께 법문을 들을 수 있었으면
그때 암제차의 깨끗한 마음의 힘 때문에 그 남편이 마음을 따라 그곳에 이르렀다.
암제차는 그 남편을 보자 마음이 기뻐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했다.
아아,
대승존(大勝尊)께서
지금 저의 소원을 들어 주셨으니
작은 계(戒)를 깨뜨림을 사양하지 않겠지만
함께 법문을 듣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암제차가 게송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나서,
곧 다시 게송으로 꾸짖어 말하였다.
아아,
그대는 크게 어리석도다
자신의 합당함을 잘 모르는구나.
수고롭게도 대성께서 남은 음식을 보내 주셨으니
계를 지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때 암제차는 그녀의 남편을 따라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각자 부처님과 모든 대중들에게 예를 올리고 공경히 서있었다.
암제차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제가 생각하건대
대자비로 시방세계를 구호(救護)하시는 분께서
비밀장(秘密藏)을 열어 베푸시고자
저에게 청정한 남은 음식을 주셨습니다.
대성(大聖)은 너무 만나기 어렵고
세간 사람들 마음에는 의문이 있으니
누가 법을 여쭈어
중생들 보리의 터전을 일으키겠습니까?
○ 암제차와 색신을 떠난 부처님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어떤 여인이기에 갑자기 여기에 왔으며,
또 이와 같은 법을 설하고 게를 말하여 부처님께서 남기신 음식을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장자의 딸이다.”
사리불이 다시 여쭈었다.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인연으로 여기에 왔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이 집 안에 있었다.
비록 부모님이나 권속들이 있었지만 그 지아비가 없었으므로 스스로 경계하고 공경하여 지아비의 인연을 따랐기 때문에 부모를 따라 가볍게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다.”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여인은 어떤 선한 인연 때문에 이 장자의 집에 태어났으며,
그 용모가 이와 같습니까?
또한 어떤 인연 때문에 이와 같은 장부와 금약(禁約)을 맺어 이렇듯 자기 마음대로 부처님과 성중들을 뵐 수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곧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직접 물어보아라.”
이에 사리불이 그녀에 물었다.
“당신은 어떤 인연 때문에 이 장자의 집안에 태어났으며,
또한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은 사람을 지아비로 얻어 금계(禁戒)를 맺고 이렇듯 자기 뜻대로 부처님과 성중(聖衆)들을 뵙지 못하는 것입니까?”
암제차가 게송으로 답하였다.
저는 악한 일을 짓지 않아
이 장자의 집안에 태어났고
또한 여인의 모습에 집착하지 않아
이 청정한 지아비를 얻었습니다.
저는 집 안에 있으면서도
자재한 경지라고 여겼으니
이 분위(分位)2)를 넘은 적이 없으므로
대성(大聖)께서 아시고 저에게 남은 음식을 주셨습니다.
아아, 이제 대덕(大德)께서는
그 진실된 까닭을 알지 못하고
실오라기만큼도 등에 지고 넘지 못하니
그러고도 대자재인이라 할 수 있는지요.
저는 비록 집 안에 있었어도
대성존(大聖尊)께서 마치 눈앞에 계신 것 같았는데
그대는 아라한이라 불리며
항상 따라다니면서도 보지 못하니
대성께서는 색신(色身)도 아니시고
또한 색신의 모습을 떠난 것도 아닌데
성문들은 파순(波旬)을 보고
큰 힘을 지닌 이라 일컫습니다.
아아, 지금 대덕께서는
성인의 작은 방편만을 따라
본원적인 까닭을 모르고
저에 대해 전도된 견해를 내시는군요.
그때 사리불은 침묵하여 말을 그치고 스스로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말하길 ‘이 사람은 어떤 여인이기에,
그 변재(辯才)가 이와 같아 내가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곧 사리불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문답(問答)에서 물러나 다른 마음을 내지 말도록 하라.
이 여인은 이미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말씀하신 바를 만났으니,
이 법약(法藥)에 대해 의심하지 말아라.”
● 태어남[生]과 태어나지 않음[不生]
그때 문수사리가 암제차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태어남과 죽음의 뜻을 압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위신력이 있기 때문에 압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만약 안다면 태어남이란 어떤 것입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태어남[生] 이란,
태어나지 않음[不生] 을 태어나는 것으로써 뜻을 삼습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어떻게 태어나지 않음을 태어나는 것이 뜻이 됩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만약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네 가지 연(緣)이 결국 일찍이 스스로 화합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 합당한 바에 따라 말한다면 태어남의 뜻이 됩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만약 지ㆍ수ㆍ화ㆍ풍이 결국 스스로 화합하는 바가 없다는 것을 태어남의 뜻이라고 한다면,
마땅히 태어남의 상(相)도 없을 것이니,
무엇을 가지고 뜻을 삼겠습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비록 태어나는 곳에 있더라도 태어남이 없다면 이것이 바른 태어남이므로 그런 뜻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 죽음[死]과 죽지 않음[不死] 문수사리가 다시 물었다.
“죽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죽음[死] 이란 죽지 않음[不死] 을 죽는 것으로써 뜻을 삼습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어떻게 죽지 않음을 죽는 것으로써 죽음의 뜻을 삼습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만약 지ㆍ수ㆍ화ㆍ풍이 결국 스스로 흩어지는 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 합당한 바에 따라 말한다면,
이것이 죽음의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만약 지ㆍ수ㆍ화ㆍ풍이 결국 스스로 흩어지지 않는다면,
곧 죽음의 상(相)도 없을 것인데,
무엇을 가지고 뜻을 삼겠습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비록 죽는 곳에 있더라도 그 마음이 없어지지 않으면 이것이 바른 죽음이므로 그런 뜻이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 항상[常]과 생멸(生滅)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항상[常] 이란 어떤 뜻입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모든 법이 결국 생하였다가 멸하고 변하고 바뀌어 정해진 것이 없음이 마치 허깨비와 같은 모습임을 분명히 알고 그 합당한 바에 따라 말한다면,
이것이 항상의 뜻입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만약 모든 법이 결국 생멸(生滅)하여 정해진 것이 없음이 마치 허깨비와 같은 모습인 줄 아는 것이라면 이것은 곧 무상(無常)이라는 뜻인데,
어떻게 항상의 뜻이라 할 수 있습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모든 법은 생하였다 해도 스스로 생한 것이 아니고,
멸했다고 해도 스스로 멸한 것이 아니며,
나아가 변하여 바뀌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변하여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의 뜻이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 무상(無常)과 불생불멸(不生不滅)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무상(無常)은 어떤 뜻입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만일 모든 법이 결국 불생불멸(不生不滅)임을 알고 이와 같은 모습에 따라 그 합당함을 말한다면,
이것이 무상의 뜻입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만일 모든 법이 결국 불생불멸임을 안다면 곧 이것은 항상의 뜻인데,
어째서 무상의 뜻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단지 모든 법은 자재하게 변하고 바뀌어서 정해진 모습이 없으므로 스스로 따를 수 없으니,
이와 같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무상의 뜻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공(空)과 공하지 않음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공(空)은 어떤 뜻입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만약 모든 법의 모습이 일찍이 스스로 공하지 않고 무너짐이 없어 지금 존재하고,
공하지 않으면서 공하고,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공의 뜻이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공하지 않으면서 공하고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한다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니,
어떻게 공의 뜻이라 할 수 있습니까?”
암제차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아아,
훌륭한 대덕이여
참된 공[眞空] 의 뜻을 모르십니까?
색(色)에는 자상(自相)이 없으니
어찌 공과 같지 않을 수 있습니까?
공이 만약 저절로 공함이 있다면
색(色)을 포용할 수 없을 것이지만
공은 스스로 공하지 않기 때문에
온갖 색이 이를 따라 생겨납니다.
● 생(生)과 머묾[留]과 생멸심 그때 문수사리가 다시 물었다.
“자못 생(生)이 불생(不生)의 모습[相] 임을 명백하게 안다면 생(生)은 머무는[留] 것입니까?”
암제차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비록 그 힘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분명하게 알더라도 생(生)이 머문다는 것은 옳습니다.”
문수사리가 또다시 물었다.
“자못 무지하여 생의 성품[性] 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결국 생은 머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암제차가 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일 생의 성품을 알지 못한다면 비록 조복함을 바탕으로 약간의 편안한 곳을 얻더라도,
그 불안한 상(相)을 항상 다스려야 하며,
만약 생의 성품을 알 수 있다면 비록 불안한 곳에 있더라도 길(吉)한 상이 항상 앞에 나타납니다.
만약 이와 같이 알지 못하면 비록 갖가지 뛰어난 변재와 담설(談說)을 갖추고 전적(典籍)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더라도 이는 곧 생멸심(生滅心)이며,
저 실상(實相)에 관한 긴밀하고 중요한 말을 하더라도 소경이 색을 구별하는 것과 같으니,
다른 사람의 말에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ㆍ흑색이라고 말은 하지만 스스로는 색의 바른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지금 모든 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지금 생하여도
생한 것은 죽게 되니,
죽는다면 그 사람에게는 곧 생사의 뜻이 없는 것입니다.
상(常)과 무상(無常)에 묶여 있는 경우도 이와 같습니다.
마땅히 알아야만 하니,
대덕이시여,
공(空) 또한 스스로 공할 수 없는 까닭에 공의 뜻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암제차가 말한 내용은 진실하여 틀림이 없으니,
태양이 차가워질 수 있고 달이 뜨거워질 수 있다하더라도 이 암제차가 말한 것은 바뀔 수 없다.”
● 남녀상 분별을 떠남 그때 사리불이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의 지혜와 말솜씨가 이와 같아서 부처님께서도 칭찬하실 정도이고,
우리들 성문으로서는 미칠 바가 아닌데,
어찌하여 이런 여인의 모습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까?”
그녀가 답하여 말했다.
“제가 대덕께 묻고자 하니 곧 생각 나는 대로 저에게 대답해 주십시오.
대덕이시여,
대덕께서는 지금 현재 남성이십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저는 비록 겉모습은 남성이지만 마음은 남성이 아닙니다.”
그녀가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저도 그와 같습니다.
대덕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비록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여성이 아닙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현재 지아비에게 잡혀 매여 있으니,
어떻게 그와 같을 수 있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스스로 자기가 한 말을 믿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 자신이 한 말을 어찌 스스로 믿지 않겠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만일 스스로 믿으신다면,
대덕이시여,
앞서 저에게 ‘나의 모습은 남성이지만 마음은 남성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곧 마음과 모습[色] 에 두 가지 쓰임이 있는 것입니다.
만일 대덕께서 이런 말을 스스로 믿으신다면 저에 대해서 지아비가 있다는 그릇된 견해를 내지 않았을 것이니,
대덕께서 스스로 남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에 대해 여성이라는 상(相)을 내게 되고,
저를 여인의 모습으로 여겼기 때문에 대덕의 마음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자기는 남성이고 저 사람은 여성이라는 견해를 일으킨다면,
법에 대해 진실한 믿음을 낼 수 없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제가 당신에 대해서 감히 나쁜 생각을 냈겠습니까?”
그녀가 대답하였다.
“다만 세존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니,
감히 이것을 진실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까?
만약 진실로 나쁜 생각을 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저에게 ‘당신은 지금 현재 지아비에게 잡혀 매인 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은 어디로부터 온 것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제가 익힌 것을 여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니,
진실한 마음이 아닙니다.”
그녀가 물었다.
“대덕이시여,
제가 지금 물을 것이니,
생각나는 대로 저에게 대답해 주십시오.
대덕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남녀에 대한 차별적인 모습을 여의었다고 하셨습니다.
대덕이시여,
모습[色] 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마음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는 것입니까?”
사리불이 침묵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암제차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마음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면
끝내 견해를 내지 않아야 할 것인데
누가 여인이라는 생각을 지어
모습에 대해 깨끗하지 못한 생각을 일으켰습니까?
만일 모습을 오래 전에 여의었다고 한다면
법이 본래 스스로 있지 않으니
끝내 물듦이 없었을 텐데
무엇으로 악한 생각을 짓는 것입니까?
아, 지금 대덕께서는
헛되이 배워서 알지 못하므로
자신은 남성이고 저는 여성이라 하시니
어찌 허망한 생각으로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대중 앞에서 뉘우치시고
법에 대해 의심을 내지 마십시오.
제가 앞에서 한 말은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호지(護持)한 것입니다.
암제차가 게송을 마치자 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과 천(天)과 인간 천여 명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얻었다.
5천의 무리가 있었으니,
그 가운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은 자들과 법안(法眼)을 얻은 자들과 또한 마음의 해탈[心解脫] 을 얻은 자들이 있었다.
저 수많은 성문 무리 가운데 불법(佛法)을 신행함에 있어 스스로 부끄럽다고 여기는 이들이 한없이 많았다.
● 암제차 여인의 과거생과 사자후요의경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평범한 여인이 아니다.
이미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을 뵈었고,
항상 이와 같은 『사자후요의경(師子吼了義經)』을 설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다.
나도 이 여인과 더불어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을 모셨으니,
이 여인도 오래지 않아 마땅히 정각을 이룰 것이다.
이 많은 무리 가운데서 이 여인이 말한 법의 요체에 대해 진실한 믿음을 내는 이들은 모두 이미 오래 전에 이 여인이 법을 말한 것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 곧 바른 믿음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사자후요의경」을 진실되게 받아서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이 장자의 딸 암제차가 말한 『사자후요의문답경』의 문장을 받아 지니도록 하라.
다음으로 그대에게 부촉(付囑)하니,
그대는 마땅히 잘 받아 지녀야 한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다 받아 지니겠습니다.”
그때 대중들은 암제차 여인이 말한 법문을 듣고 나서 마음이 매우 기뻐서 뛰어오를 듯한 즐거움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며,
각기 스스로 설한 것과 같이 수행하였다.
------- 1 불교의 전적(典籍)을 말하며,
불교 이외의 서적을 외전(外典)이라고 한다.
2 사물에 따라 나눠진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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