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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빛깔

진리와 가치를 고루고루 2017. 10. 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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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빛깔


벽화이야기(2)

이미희기자/불교신문 






불교에서는 

옛부터 일반 민중들이나 

초심자들이 불교의 교리를 이해하는 우회적인 도구로 

조각이나 회화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담은 

성스러운 경전의 내용을 

그림이나 조각을 통해 눈으로 직접 봄으로써 

자연스러운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인도에서는 일찍부터 

사원의 벽화에 

본생도나 불전도 같은 설화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다. 


이것은 

사원의 내부를 장엄하게 해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뜻도 있지만 

오히려 본생도가 불전도에 대한 내용들을 

일반 민중들에게나 초심자들에게 

압축적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석가모니의 위대성을 알리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가장 중시하는 불화 가운데 

후불탱화 또는 후불벽화 같은 것은 

어느 의미에서 

본존불의 성격도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본존상의 조각을 장엄해주는 뜻이 더 강하다. 


이럴 경우 장엄하다는 것은 

단순히 꾸민다는 뜻보다는 

종교적인 신성함을 조성한다는(嚴) 뜻이 더 강하다. 


장엄화의 대표적인 경우는 

천정이나 기둥벽면에 그린 

좁은 의미의 단청이나 벽화 등이다. 


단청은 

불전의 내부나 

외부를 장엄하여 

종교적인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한 것이다. 


그 내용은 

도안적인 무늬의 그림이 대부분이지만 


비천상(飛天象), 서조(瑞鳥), 서수(瑞獸)등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부처님을 찬탄해주거나 

법회에 모인 대중들을 축복해준다는 

다른 뜻도 포함되어 있다. 



벽화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부를 제외하고는 

단순한 단청은 거의 없으며 

따라서 순전히 장엄적인 그림은 

거의 없다. 



그러나 

벽면에는 

대개 교화용의 그림이 많은데 

이때의 교화용은 

장엄적인 뜻이 많아서 

일종의 장엄화(莊嚴畵)로도 볼 수 있다. 



2천5백여년의 역사를 가진 불교는 

오랜 세월, 

그리고 국가와 국가를 넘어 

수많은 설화를 낳았다. 


그것은 

신앙에 관한 이야기,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 

교리에 관한 이야기, 

고승들의 행적 등에 관한 이야기 등 

매우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그려져서, 

그 종류와 수에 있어 

정리가 곤란할 정도로 방대하다. 




사원의 벽에 그려진 벽화는 

이렇게 전해오는 설화 중에서 

특히 중요하고 교훈이 되는 이야기들이 

선별적으로 선택되어 벽화로 그려졌다. 




우선 일반적 기준에서 

분류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벽화는 



석가모니 일대기, 

부모은중경, 

지장보살과 지옥, 

팔상도에서 파생된 벽화, 

심우도, 



벽화에 나오는 동물, 

십이지신, 

관세음보살, 

호법신장과 천인, 

성문과 보살, 

고승과 선사, 

불교설화, 

우리나라에 불교가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벽화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 심우도(尋牛圖)


벽화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알려진 것이 일명 심우도이다. 


이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심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데 비유하고 있다. 


통상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선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 

10단계로 도해한다. 



먼저 자기의 본심을 찾아 나서는 단계인 심우(尋牛), 

소는 못보고 소의 발자취만 발견하는 견적(見跡), 

소를 발견하는 견우(見牛), 

야생의 소를 잡는 득우(得牛), 

소를 길들이는 목우(牧牛), 

소를 타고 무위의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 

소가 달아날 염려가 없어서 

소마저 잊고 안심하는 망우존인(忘牛存人), 

사람도 소도 모두 본래의 공(空)임을 깨닫는 인우구망(人牛俱忘), 

꽃은 붉고 버들은 푸른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깨닫는 반본환원(返本還源),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입전수수(入廛垂手) 등으로 형상화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심우도는 

그 회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에서 뿌리 깊이 내려오고 있는 

선화와 그 맥이 닿아있다. 



심우도는 또한 상징과 은유, 

직설과 우회를 통해 

스토리 자체를 

서사적 구조를 도입, 

탁월하게 도해함으로써 

그 절묘함이 더욱 돋보인다. 


또한 선화가 가진 압축과 

상징의 경지를 단 한 컷의 그림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선화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 부처님 이야기



부처님은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 나를 여래라고 불러라. 

나는 이제 여래가 되었다.” 



부처님은 

또한 8 가지 바른길과 

거룩한 진리인 4성제를 설했다. 

이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 바로 초전법륜이다. 



이 벽화는 

부처님이 5 비구를 앞에 두고 있는 

3각구도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일대기를 그린 다른 벽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벽화 역시 특별한 묘사나 상징성보다는 

전해 내려오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초전이라는 상징성이 가져다주는 

종교적 장엄성과 신성함 속에 깃든 

부처님의 위대함이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벽화는 

아주 다양한 내용과 소재로 

그려지고 있다. 



먼저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료를 살리기 위한『황금빛 사슴이야기』, 

한귀절의 시를 얻기 위한『설산동자 이야기』,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시는『초전법륜』, 

꺼지지 않는 공덕의 광명『가난한 여인의 등불』,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불경의 시초』, 

4문에서 만난 사람들『사문유관』, 

성을 넘어 출가하다『유성출가』, 

여섯 해를 눈 덮인 산에서 고행하는『설산수도』, 

전생의『본생담』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부처님의 모습을 담아낸 벽화는 

시공을 초월한 상징적인 모습으로 오늘날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벽화들은 

이것을 아주 설명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벽화들은 

그 서사적 구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여타의 서술이 배제된 

단순한 형식으로 처리되었다. 


그것은 

부처님의 위대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선사의 이야기



선의 정신을 담은 

선사들의 깨침과 전법의 이야기는 선화의 훌륭한 소재로서 

그 시대의 화승이나 화공들에 의해 

많이 그려졌다. 


선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불교가 

그 시대의 집권 엘리트로서 

사회 문화적 이데올로기를 

좌지우지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달마에서 

혜가, 

그리고 혜능에 이르는 선의 불꽃, 

한퇴지․백낙천 등 선의 향기를 좇아 불문에 귀의했던 거사들과의 이야기는 

잘 짜여진 한편의 단편소설처럼 극적이기도 하다. 


백낙천과 도림선사 

이야기 한 토막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백낙천은 

도림선사를 찾아 그의 도력을 시험해 볼 생각으로 

선사가 머물고 있는 사찰을 찾아갔다. 


마침 선사는 노송 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고 있었다. 


백낙천은 물었다. 


“선사의 거처가 너무 위험한 것 아니요?” 


이 말을 들은 

선사는 

“자네가 더 위험하네.” 



이에 백낙천은 

“나는 벼슬이 이미 자사에 올라 

강산을 진압하고 

또 이렇게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도대체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이요.” 




선사는 곧바로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는 

교만한 마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백낙천은 

이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제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법문을 한 구절 들려 주십시오.”



대부분 선사들의 이야기는 

선의 가르침을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회화성을 지닌 명작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뛰어난 작품들이 너무 많다. 




도림선사와 백낙천의 선문답의 명장면을 

벽화화한 이 작품은 

세속의 명리에 초탈한 

깨달은 자의 경책을 담아내고 있다. 



노송 위에 

앉아 있는 도림선사, 

그리고 세속의 명리로 가득찬 백낙천의 시선이 주는 긴장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백낙천의 불문에의 귀의는 

노송을 통해 

또다른 경계로 들어설 수 있는 징검다리임을 일깨우고 있다. 




이 명장면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으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여 

인격화하지 않으면 


교만과 번뇌만 더할 뿐 

진리의 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게 해준다. 


선사들의 이야기들 중 가장 많이 벽화화 되는 것이 

중국 선종사의 초조로 잘 알려진 

달마대사의 전법과 

그 제자들의 전법의 과정을 묘사한 것들이다. 



『갈대잎을 타고 강을 건너다』의 달마대사 이야기, 

『팔을 잘라 도를 구하다』의 혜가대사 이야기, 

『나뭇꾼의 깨달음』의 혜능대사 이야기, 

『벌이 창문을 뚫으려 하듯』의 신찬선사 이야기 등 

다양한 형태로 다뤄지고 있다. 





선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들은 

선사들의 불꽃같은 구도열정과 

전법의 긴장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수작들이 대부분이다. 




벽화 하나 하나에 담긴 선의 상징성들은 

아직껏 선의 정신들을 

그대로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진리와 구도의 열정을 담아낸 선사들을 그려낸 벽화속에 

숨겨진 비밀은 

바로 ‘지금 이 그림을 보는 이들이여 

깨침의 길에 한 발짝 들어서라는 

강렬한 메시지와 같은 것이다. 




“비구들이여 많은 사람들의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 

전교의 길을 떠나라.”고 하신 

부처님의 전교선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선언적 명제다. 



이러한 부처님의 전교정신은 

지난 역사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펼쳐져왔다. 




이를테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시나 그림, 음악, 연극과 같은 예술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이 

일찍부터 시도되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사원의 벽화다. 


곧 우리 선조들은 

오랜 세월동안 부처님의 이야기며 

갖가지 교훈들을 

사원의 벽에다 그림을 그려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활용해 온 것이다. 




신라 솔거의 노송도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도 색채나 그림기법에서 

그 찬란한 솜씨를 잃지 않고 있는 

무위사의 벽화들은 

시공을 뛰어넘어 

지금도 보는 이로 하여금 

생생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명작들이다. 


이와 같은 낡고 보잘 것 없는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오히려 사변적이고 현학적인 교리나 

공허하고 난삽하기만한 언설 백마디보다도 

더 그윽하고 심오한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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