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짓는자와 받는자.
● 7. 원행지(遠行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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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구자국삼장 구마라집 한역
6. 현전지(現前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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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화자재천왕은
그 권속들과 함께
온갖 보물을 내리니
어지러이 휘날리는 구름 같았다.
노래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금강장보살을 찬탄하기를
“장하여라.
금강장이여,
시원스럽게 해설하였네.”
천만억의 천녀들은
허공 위에서
천상의 음악과 노래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그녀들 모두 말하기를
“부처님의 하신 말씀은
미묘하기 한량이 없어
온갖 번뇌를 멸할 수 있네.
모든 법의 본성은 공하여
털끝만큼의 모양도 없고
공하여 분별이 없기가
마치 저 허공과 같네.
가거나 머무는 상이 없고
또한 희론(戱論)도 없으며
본래부터 언제나 청정하고
여여하여 분별이 없네.
만일 어떤 사람이 있어
모든 법의 성품을 통달한다면
그는 있음과 없음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리.
오직 대비(大悲)의 마음으로
중생을 제도하기만 원하나니
이를 불자라 하고
부처님의 설하신 법에서 태어났네.
항상 보시를 행하여
중생들을 이롭게 하나니
본래부터 착하고 깨끗하지만
계율을 지켜 마음을 더 굳게 하네.
법에는 해침이 없음을 알지마는
그러나 인욕을 행하고
법의 성품이 떠나는 것임을 알지마는
그러나 정진을 행하네.
번뇌를 이미 멸했지마는
그러나 선정에 잘 들며
법의 공함을 알았지마는
그래도 모든 법을 잘 가려 택하네.
적멸의 지혜가 많다 하지만
그래도 세간을 이롭게 하려고
모든 악을 잘 멸하니
그를 일러 대인(大人)이라 하네.”
이와 같이 모든 천녀들은
백천 가지 묘한 음성으로
찬탄하고 노래한 뒤에
다 묵묵히 부처님을 보았네.
그러자 해탈월보살은
금강장보살에게 청하기를
“그러면 어떤 상모(相貌)로
제6지(地)를 이룰 수 있는가” 하였네.
● 현전지에 들어가는 10가지 평등한 법
금장장보살은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이 이미 제5지의 행을 구족하고 제6지에 들어가려 하면
열 가지 평등한 법이라야 제6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성품이 없기 때문에 ...
둘째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
셋째는 남이 없기 때문에 ...
넷째는 멸함이 없기 때문에 ...
다섯째는 본래 청정하기 때문에 ...
여섯째는 희론이 없기 때문에 ...
일곱째는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기 때문에 ...
여덟째는 떠나기 때문에 ...
아홉째는 요술... 꿈... 그림자... 메아리... 물 속의 달... 거울 속의 형상... 불꽃... 허깨비이기 때문에 ...
열째는 있음과 없음이 둘이 아니기 때문에
일체 법이 평등합니다.
여러 불자여,
보살은 5지를 구족한 뒤에는 이 열 가지 평등한 법으로 6지에 잘 들어갑니다.
● 순인(順忍)의 성취
여러 불자여,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이 일체 법을 관찰하고 잘 참고 수순하여 6지를 얻으면
무생법인이 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마음은 이미 밝고 예리해져 순인(順忍)을 성취합니다.
● 생멸상의 12 인연 순관
이 보살은 모든 법의 이와 같은 상을 관찰하고는
대비(大悲)를 으뜸으로 하여 그것을 증장시켜 구족하고서
다시 훌륭한 관으로
세간의 생멸하는 상을 관찰합니다.
때문에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간의 모든 것이 생을 받는 것은 다 나에 탐착하기 때문이다.
만일 나를 떠나면 태어날 곳이 없을 것이다.
범부들은 어리석음에 눈이 멀어
나를 탐착하여 항상 즐겨 유(有)를 구하고
삿된 생각을 따르며 사악하고 허망한 도를 행하면서
세 가지 행,
즉 죄행과 복행과 부동행(不動行)을 익혀 일으키며
이 행 때문에 뜨거운 마음의 종자를 일으키고
유루(有漏)와 유취(有取)의 마음 때문에 나고 죽는 몸을 일으킨다.
이른바 업이 땅이 되고 식(識)이 종자가 되며
무명이 그것을 덮고 애욕의 물이 적시며
나라는 마음이 물을 대어 갖가지 견해를 증장시키고 명색의 싹을 틔운다.
명색으로 인하여 모든 감각기관이 나고
모든 감각기관이 합해져서는 접촉[觸] 이 생기며,
접촉에서 수(受)가 생기고,
수를 즐기기 때문에 갈애(渴愛)가 생기며,
갈애가 증장하기 때문에 4취(取)가 있고,
4취를 반연하기 때문에 업을 일으키며,
유(有)에서 5음의 몸을 일으키나니 이것을 생이라 하고,
5음의 쇠변(衰變)을 늙음이라 하며
쇠변해서 멸하는 것을 죽음이라 하고
노사(老死)의 인연으로 근심과 슬픔과 고뇌가 있어서
온갖 고통의 더미를 쌓아 올리게 된다.
이 12인연(因緣)은 모으는 이가 없는데 저절로 모이며,
흩는 이가 없는데 저절로 흩어지며
인연이 모이면 유(有)요 인연이 흩어지면 무(無)인 것이다.’
보살은 이와 같이 제6지에서 12인연을 순관(順觀)합니다.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여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명이 마음을 덮는데 이 무명의 업과(業果)를 행이라 하며,
행에 의하여 첫 식(識)이 있고,
식과 함께 4취음(取陰)이 있으며,
취음에 의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이 성취되어 6입(入)이 있으며,
모든 근행(根行)의 티끌 때문에 식이 있고,
이것이 화합함으로 부터 유루의 촉(觸)이 생기며,
촉과 함께 생긴 수(受)가 있고,
수를 탐애하는 것을 애착[愛] 이라 하며,
애착이 증장하는 것을 취(取)라 하며,
취에서 유류의 업을 일으키고,
유류의 업에 5음(陰)이라는 과보가 있으니 그것을 이름하여 생이라 하고,
5음이 낡아가는 것을 늙음이라 하며,
5음의 무너짐을 죽음이라 하고,
죽어 이별할 때 어리석은 사람이 탐착하여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우비(憂悲)라 하며,
소리를 내어 우는 5식(識)을 고(苦)라 하고,
의식을 우(憂)라 하며,
우고(憂苦)가 더욱 많아지는 것을 뇌(惱)라 하나니,
이와 같이 다만 큰 고통의 나무와 큰 고통의 무더기를 낼 뿐이다.
그러나 이런 12인연의 고통의 무더기는
나도 없고 내 것도 없으며 지은 자도 없고 짓게 하는 자도 없다.’
● 작자(作者)와 작사(作事; 일)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짓는 자가 있으면 곧 짓는 일이 있고
만일 짓는 자가 없으면 곧 짓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제일의(第一義) 가운데에는 짓는 자도 없고 짓는 일도 없다.’
● 3계허망 단시심작(三界虛妄,但是心作)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삼계는 허망하여 다만 이 마음이 짓는 것이니,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12인연도 다 마음에 의한 것이다.’
왜냐 하면 일을 따라 욕심이 생기는데
이 마음이 곧 식(識)이요 일은 곧 행이니,
행이 마음을 속이기 때문에 그것을 무명이라 하고
식이 의지하는 곳을 명색이라 하며,
입(入)으로 탐심을 내는 것을 6입이라 하고,
3사(事)가 화합하여 촉이 있으며,
촉과 함께 생기는 것을 수(受)라 하고,
수에 탐착하는 것을 갈애(渴愛)라 하며,
갈애를 버리지 않는 것을 취(取)라 하고,
이것이 화합하기 때문에 유(有)라 하며,
이 유가 다시 유를 내어 상속하는 것을 생(生)이라 하고,
생이 변숙(變熟)하는 것을 노(老)라 하며,
노가 무너지는 것을 사(死)라 합니다.
● 12 인연의 2 종 작(作)
이 중 무명에는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인연에 대한 어리석음이요
둘째는 그 때문에 모든 행의 인을 내는 것입니다.
행 중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오는 세상의 과보를 내고,
둘째는 식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식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유(有)를 상속하게 하고,
둘째는 명색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명색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서로 도와 이루고,
둘째는 6입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6입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6진(塵)을 반연하고,
둘째는 촉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촉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반연하는 것에 잘 접촉하고,
둘째는 수(受)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수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밉고 사랑스러운 일을 깨닫고,
둘째는 애(愛)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애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물들여지는 것에 탐심을 내고,
둘째는 취(取)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취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번뇌를 늘리고,
둘째는 유(有)의 인(因)이 되는 것입니다.
유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다른 길에서 나고,
둘째는 생(生)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생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5음을 잘 일으키고,
둘째는 노(老)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노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모든 근을 낡게 하고,
둘째는 사(死)의 인이 되는 것입니다.
사에도 두 가지 지음이 있으니,
첫째는 5음의 몸을 파괴하고,
둘째는 지혜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상속해 끊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 무명이 행을 반연한다는 것은
무명이 행을 끊이지 않게 하여 행을 도와 이루기 때문이요,
행이 식을 반연한다는 것은
식을 끊이지 않게 하여 식을 도와 이루기 때문이며,
식이 명색을 반연한다는 것은
명색을 끊이지 않게 하여 명색을 도와 이루기 때문이요,
나아가 생이 노ㆍ사와 우ㆍ비ㆍ고ㆍ뇌를 반연한다는 것은
생이 끊이지 않고 상속하도록 도와 이루기 때문입니다.
무명이 멸하면 그 때문에 모든 행이 멸하며,
나아가 노ㆍ사와 우ㆍ비ㆍ고ㆍ뇌도 이와 같습니다.
이 가운데 만일 무명이 없으면
모든 행도 없으며
인이 멸하면 과도 멸하나니 다른 분(分)도 이와 같습니다.
● 12인연과 번뇌-업-고
이 중에서 무명과 애와 취,이 3분(分)은 번뇌의 길을 끊지 않고
행과 유는 업의 길을 끊지 않으며
다른 인연분은 고의 길을 끊지 않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상속하여 끊이지 않기 때문에 3도가 끊이지 않으며,
이 3도는 나와 내 것을 떠나지 않으므로 생멸이 있는 것이니
그것은 두 대나무가 기대어 있는 것과 같아서 견고하지 않으면서 견고한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 3세양중인과
무명과 인연하는 모든 행은 과거 세상의 일이요,
식과 명색과 6입과 촉과 수는 현재의 일이며,
애와 취와 유와 생과 노와 사는 미래의 일이니 여기에 삼세가 다 있습니다.
무명이 멸하기 때문에 모든 행이 멸하는 것을 상속함을 끊는다 말하는 것입니다.
● 12 인연과 3고(행고, 고고, 괴고)
12인연을 3고(苦)라 하는데,
무명과 행과 식과 명색과 6입을 행고(行苦)라 하고
촉과 수를 고고(苦苦)라 하며,
애와 취와 유와 노사와 우비 그리고 고뇌를 괴고(壞苦)라 합니다.
무명이 멸하기 때문에 모든 행이 멸하며,
내지 생ㆍ노ㆍ사가 멸하나니
이것을 3고(苦)의 이어짐을 끊는다 말하는 것입니다.
무명으로 인해 모든 행이 생기는데 다른 것도 이와 같으며,
무명이 멸하면 모든 행이 멸하나니
모든 행의 체성(體性)이 공이기 때문이니 다른 것도 이와 같습니다.
무명의 인연으로 모든 행이 결박을 낸다고 말하나니 다른 것도 이와 같습니다.
무명이 멸하기 때문에 모든 행이 멸하여 결박을 멸한다고 말하는데
다른 것도 이와 같습니다.
● 역순의 12 인연관찰
무명이 모든 행을 반연한다는 것은 무소유관(無所有觀)을 수순한다는 말이요,
무명이 멸하면 모든 행이 멸한다는 것은 진관(盡觀)을 수순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역순(逆順)의 열 가지로 12인연법을 관찰하나니,
이른바 인연분의 차례는 몸과 마음에 포섭되어 스스로 법을 도와 이루어
서로 여의지 않고 3도(道)의 행을 따르나니,
과거와 미래를 분별하기 때문이요
3고(苦)의 차별 때문이며
인연을 따라 생멸의 결박을 일으키기 때문이요
무소유관(無所有觀)과 진관(盡觀) 때문입니다.
● 12 인연과 3 해탈문
그때에 보살은 12인연을 따라
내가 없고
중생이 없으며
수명이 없고
사람이 없으며
성품이 공하여 짓는 자와 짓게 하는 자도 없으며
주인과 소속된 대중[屬衆] 이 없고 인연이 없음을 관찰합니다.
이렇게 관찰할 때 공해탈문(空解脫門)이 앞에 나타나고
이것을 멸하여 다른 것도 상속되지 않기 때문에 무상해탈문(無相解脫門)이 앞에 나타나며
이 두 가지를 알고는 다시 생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대비심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은 제외하고) 무원(無願)해탈문이 앞에 나타납니다.
보살은 이 3해탈문을 닦아
그와 나라는 상을 떠나고
짓는 자와 받는 자의 상을 떠나며
있다 없다는 상을 떠납니다.
자비심이 더욱 증장하고 자비심이 많아지기 때문에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여
원만하지 못한 보리를 돕는 법을 원만하게 하려고,
보살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위는 화합하기 때문에 늘어나고 흩어지면 멸한다.
모든 인연이 갖추어지기 때문에 늘어나고 갖추어지지 않으면 멸한다.
나는 지금 유위법에 허물이 많음을 알기 때문에 화합하는 인연을 갖추지 않는다.
또한 유위법을 끝까지 멸하지 말아야 하나니
그것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다.’
여러 불자여,
보살이 이와 같이 유위법이란 허물이 많고 성품이 없으며
견고한 상을 떠나고 생멸이 없음을 알아서 큰 자비심과 화합하여 중생을 버리지 않는다면
곧 장애가 없어지고 반야바라밀의 광명이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지혜를 얻어 구족히 닦고 모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인연을 취하고 유위법과는 함께 있지 않으면서,
유위법성의 적멸한 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 머물지 않나니
그것은 최상의 보리분을 구족하기 위해서입니다.
● 공삼매문의 종류
보살은 현전지(現前地)에 머물면서
쾌공(快空)삼매와
성공(性空)삼매와
제일의공삼매와
제일공삼매와
대공(大空)삼매와
합공(合空)삼매와
생공(生空)삼매와
여실불분별공(如實不分別空)삼매와
섭공(攝空)삼매와
이불리공(離不離空)삼매를 얻는데,
이런 만 가지 공삼매문이 앞에 나타나고
무상ㆍ무원삼매도 이와 같습니다.
●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순
이 보살은 현전지에 있으면서
뜻이 굳은 마음과 결정하는 마음ㆍ묘한 마음ㆍ깊은 마음ㆍ변하지 않는 마음ㆍ버리지 않는 마음ㆍ
넓은 마음ㆍ끝없는 마음ㆍ지혜를 즐기는 마음ㆍ지혜와 방편이 화합한 마음 등
이런 마음이 더욱 증장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수순합니다.
일체 외도의 논사(論師)는 결국 그를 넘어뜨릴 수 없습니다.
그는 지혜의 자리에 들어가 성문과 벽지불을 결정코 부처님의 지혜로 전향하게 할 때
모든 악마 및 번뇌가 그를 막지 못합니다.
그는 보살의 지혜의 밝음 가운데 안주하면서
공ㆍ무상ㆍ무원의 해탈문을 잘 닦고
오로지 지혜와 방편으로 보리를 돕는 법을 행합니다.
● 부처님 공양과 선근
이 보살은 현전지에 머물면서 수백 수천 부처님,
내지 여러 백천만억 부처님을 뵈옵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며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으로 부처님을 친근하고
부처님에게서 법을 들으며 법을 듣고는 여실히 지혜의 광명을 따르기 때문에
그 말대로 행하여 부처님을 기쁘게 합니다.
이 사람은 모든 부처님의 법장을 더욱 잘 알고
나아가 백억겁 동안 쌓은 온갖 선근이 더욱 묘하고 밝고 깨끗해집니다.
여러 불자여,
비유하면 진금을 유리로 갈면 그 빛이 더욱 훌륭해지는 것처럼
이 자리에 머무는 보살도 지혜와 방편 때문에 선근이 더욱 훌륭해져서 밝고 깨끗하고 적멸하여
다른 자리는 결코 미치지 못합니다.
여러 불자여,
또 비유하면 달이 밝아 중생들의 몸을 청정하게 하고
네 가지 바람이 불어도 그것을 막지 못하는 것처럼
보살이 이 자리에 머물면 선근이 더욱 훌륭해져서 무량한 중생의 번뇌의 불을 잘 끄고
네 가지 악마도 그를 파괴하지 못합니다.
● 현전지와 선화자재천왕
불자여,
이것이 보살의 현전지인데 보살이 이 자리에 머물면
많이는 선화자재천왕(善化自在天王)이 되어
지혜가 예리하여 일체의 증상만(增上慢)을 파괴하므로
성문들이 아무리 어려운 질문을 하여도 그 지혜는 다함이 없습니다.
● 현전지와 사섭법
그리고 그가 하는 일로서
보시거나 유화한 말이거나 이익이거나 동사거나
다 부처님 생각을 떠나지 않고
법을 생각하며 보살 동료를 생각하며 내지 일체종지의 생각을 떠나지 않습니다.
● 현전지 보살의 발원
그리고 항상 발원하기를,
‘나는 일체 중생의 으뜸이 되고 존귀함이 되며
나아가 일체 중생이 의지하는 사람이 되리라’고 합니다.
이 보살이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고자 하면 잠깐 사이에 10만억 삼매를 얻으며,
내지 10만억 보살의 권속을 보이고 만약 원력대로 한다면
이 수보다 많아 여러 백천만억겁에도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때 금강장보살은 이 뜻을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 현전지 게송
○ 현전지에 들어가는 10가지 평등한 법
보살은 이미 다섯째 자리를
구족히 행하여
모든 법은 성품이 없고
상이 없고 생멸이 없으며
본래 항상 청정하여
어떤 희론도 없음을 안다.
이런 지혜를 닦고 모아
여섯째 자리에 들어간다.
모든 법은 항상 모습을 떠나고
취하지도 버리지도 않으며
성품이 공하기가 요술과 같고
둘을 떠나 분별이 없다.
만일 이와 같은
미묘한 이치를 따르면
마음에 거스림이 없어
여섯째 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 생멸상 관찰
이순(利順)한 인(忍)에 머물러서
지혜의 힘을 얻기 때문에
일체 세간의
생멸의 상을 관찰한다.
이 모든 세간이 다
어리석음에서 나옴을 아나니
만일 어리석음의 어둠이 멸하면
곧 모든 세간은 없어진다네.
인연의 법을 보고 가리어
제일의제를 수순하면서도
인연 과보의 지음과
거짓 이름을 파괴하지 않는다.
○ 짓는자와 받는자.
여실히 짓는 자도 없고
또한 받는 자도 없거니
이와 같이 유위의 법은
구름처럼 진실됨이 없음을 본다.
○ 12 인연과 제일의제
진제의 뜻을 모르는 것
그것을 일러 무명이라 하는데
이 때문에 생각이 생기고
몸과 입의 행이 과보 받는다.
행으로부터 식이 있고
거기서 명색이 생기나니
이렇게 세간이 생기고
생사의 고통더미에 이른다.
○ 12인연과 마음
이 삼계가 다만
마음에 의해 있음을 알고
12인연이 다
한 마음 속에 있음을 안다.
이와 같이 생사도
다만 마음에서부터 나오나니
만일 마음이 멸하게 되면
생사 또한 곧 멸한다.
무명은 두 가지를 짓는데
그것은 어리석음과 업이며
그리하여 노사에 이르러서는
5음을 다 부수고 흩어 버린다.
이 일로 말미암아
고뇌를 갖추어 내나니
이 일이 만일 다하면
고뇌도 또한 다한다.
만일 무명이 구족하면
상속해 끊이지 않고
인연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상속도 또한 끊어진다.
○ 12 인연과 번뇌-업-고
무명과 애(愛)와 취(取)
이것은 곧 번뇌의 길이요
행(行)과 유(有)는 업의 길이며
그 외 다 고(苦)의 길이다.
어리석음에서 6입까지를
행고(行苦)라 하며
촉과 수(受)는 고고(苦苦)요
그 이외는 다 괴고(壞苦)다.
이 3고(苦)의 상속을 멸하면
다시는 나가 있을 수 없다.
○ 12 인연과 3세양중인과
무명과 모든 행은
과거의 세상이요
식(識)과 수(受)는
현재의 세상이며
애에서 생까지의 고뇌는
미래의 세상이다.
그러므로 무명이 멸하면
고뇌가 있을 수 없다.
어리석음이 인연에서 생기나니
그리하여 모든 결박 생겨 난다.
인연이 멸하면
모든 결박도 멸한다.
인(因)으로부터 과(果)가 생기나니
인이 멸하면 과도 멸한다.
○ 12 인연과 공
이렇게 모든 법을 관찰하면
제 성품이 다 공일세.
만일 무명을 따르면
곧 세간이 나오고
만일 무명을 거스르면
유(有)가 끊어진다.
이것으로부터 저것이 있으니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이렇게 열 가지의
깊고 깊은 인연법을 관찰한다.
인연이 상속함을 관찰하니
과거ㆍ미래ㆍ현재가
다 한마음을 떠나지 않는데
분별하므로 세 길이 있다.
세 가지 고관(苦觀)으로부터
나고 멸하는 법이
있는 바 없어 다 없어지면
역순관(逆順觀)을 행할 수 있게 된다.
○ 12 인연과 3 해탈문
보살은 이와 같이
12인연법에 들어가서는
그것은 공하여 요술과 같고
꿈과 같고 그림자 같고
불꽃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며
허망하여 짓는 자도 없고
또한 받는 자도 없는데
다만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는 것임을 안다.
이와 같이 인연을 관찰하고
지혜로운 이가 닦는 것도 공이라
인연이 없으면 상도 없나니
이 두 가지 다 거짓임을 안다.
저 일체의 갖가지 사물[有]
거기엔 아무것도 바라는 바가 없으나
다만 크게 슬퍼하는 마음으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제도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이 모든 대사(大士)는
해탈의 문을 닦아 익히고
자비로운 마음이라서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을 즐거워한다.
저 모든 유위법은
화합하여 있는 것임을 알고
곧 모든 공정(空定)을 얻나니
무상(無相)ㆍ무원(無願)도 또한 그렇다.
그 지혜는 더욱 늘어나
훌륭한 순인(順忍)에 들어가서
저 모든 보살의
무위(無爲)의 지혜의 해탈을 얻는다.
○ 현전지 보살의 선근공덕
이와 같이 모든 선근이
더욱 밝고 깨끗하고 예리해
무량한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부처님의 칭찬 받는다.
언제나 부처님 계신 곳에서
출가하여 불도를 배우고
모든 불법의 창고에 이르러
선근이 더욱더 증장한다.
마치 저 유리 보배로
진금을 갈아 빛내면
그 빛이 더욱 청정해지는 것처럼
그 비유도 이와 같나니.
마치 저 허공의
보름달 빛이 청정할 때
네 가지 바람에 불어도
그 빛을 막지 못하는 것과 같다.
보살의 지혜 광명은
모든 번뇌의 열기를 끄고
네 가지 악마도 이를 막지 못하나니
그 비유도 이와 같도다.
보살이 이 자리에 머물면
많이는 선화왕(善化王) 되어
모든 근(根)이 다 예리하여
능히 증상만을 부순다.
그가 짓는 바 모든 선업은
모든 지혜를 수순하므로
성문들의 어려운 질문으로도
그것을 다하지 못한다.
이 불자가 만일
부지런히 정근하면
백천억 수의 모든
삼매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백천억 수의
시방의 부처님도 볼 수 있나니
마치 봄이 청명할 때에
햇빛 역시 밝고 깨끗한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여섯째 자리는
깊고 묘하여 알기 어려워
성문은 이를 깨닫지 못한다.
대사는 이렇게 해설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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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원행지(遠行地)
그때 모든 하늘 무리는
저 허공에서
향과 꽃과 보배를 내려
구름처럼 부처님께 흩었다.
기뻐 뛰며 묘한 음성으로
모두 찬탄해 말하기를
“장하여라.
금강장이여,
제일의제를 잘 아는구나.
...
“부처님은 가장 적멸해
악을 선으로 잘 만들고
저 일체 세간 사람
모두의 공경을 받네.
저 세간을 초월해 있으면서
세간의 법을 잘 보이고
몸이 실상과 같음을 알아
갖가지 몸을 나타내 보이네.
비록 모든 말로써
적멸의 법을 연설하시나
말에는 음성의 모습
없음을 잘 아시네.
백천의 국토를 돌아다니고
아주 훌륭한 것으로 부처님께 공양하며
몸과 불국토를 알아
상을 버린 지혜가 자재하네.
비록 중생을 교화한다 해도
그와 나라는 생각이 없고
큰 공덕을 널리 모으나
거기에 집착을 일으키지 않네.
견해로 상을 취하기 때문에
3독의 불이 세상을 태우나니
일체의 상을 취하지 않고
자비심으로 정진을 일으키네.”
...
그때 해탈월보살은
금강장에게 말하기를
“대중이 다 청정하나니
일곱째 자리를 설명하시라” 하네.
● 제 7 원행지에 드는 10묘행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여러 불자여,
보살이 이미 제6지를 구족하고 제7지에 들어가고자 하면
방편과 지혜를 따라
열 가지 묘한 행을 일으켜야 합니다.
무엇이 그 열 가지인가.
이 보살은 공ㆍ무상ㆍ무원을 잘 닦고
자비심으로 중생들 속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따라 모든 부처님에 대한 공양을 버리지 않고 항상 공지(空智)의 문을 즐겨 생각하고,
복과 덕의 양식을 두루 닦으며
삼계를 멀리 떠나되 삼계를 잘 장엄하고
번뇌의 불꽃을 완전히 멸했으면서도 중생을 위해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불꽃 법을 일으키며,
모든 법이 요술과 같고 꿈과 같으며 그림자와 같고 메아리와 같으며 허깨비와 같고 물 속의 달과 같으며 거울 속의 영상과 같은 둘이 아닌 상(相)에 수순하여
갖가지 번뇌와 없어지지 않는 업보에 대해 분별을 일으킵니다.
일체의 불국토는 허공과 같이 공하고 모든 국토는 다 상을 떠난 것임을 알면서도 불국토를 깨끗이 하는 행을 일으키고,
또 일체 부처님의 법신은 몸이 없으면서도 색신의 32상과 80종호를 일으켜 스스로 장엄함을 알며,
부처님의 음성은 상을 말할 수 없음을 알고 여래의 음성은 본래 적멸한 상임을 믿고 이해하면서도 일체 중생을 따라 갖가지 장엄한 음성을 일으키고,
모든 부처님은 한 찰나 사이에 삼세의 일을 통달하여 갖가지 상과 갖가지 때와 갖가지 겁을 알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면서도 중생들 마음의 신해(信解)를 따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 불자여,
이것이 지혜와 방편을 따라 열 가지 오묘한 행을 낸다는 것이니,
보살이 6지의 행을 구족한 뒤에 이 오묘한 행을 닦으면
7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 불자여,
이와 같은 지혜와 방편이 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7지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입니다.
● 원행지 보살이 들어가는 무량함
이 보살은 7지에 머무르면서
무량한 중생의 성품에 들어가고,
무량한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하는 법에 들어가며,
무량한 세간의 성품에 들어가고,
모든 부처님의 무량한 청정 국토에 들어가며,
무량한 모든 법의 차별에 들어가고,
최상의 도를 얻는 무량한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며,
무량한 모든 겁의 셈[算數] 에 들어가고,
무량한 부처님이 통달한 삼세에 들어가며 무량한 중생의 신락(信樂)의 차별에 들어가고,
무량한 부처님의 각기 다른 색신에 들어가며,
무량한 부처님과 중생들의 지행(志行)과 모든 근기의 차별에 들어가고,
무량한 부처님이 음성과 말로 중생을 기쁘게 하는 데에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과 무량한 중생의 마음과 마음이 행하는 바의 차별에 들어가고,
무량한 부처님이 지혜를 따르는 행에 들어가며,
무량한 성문승이 신해(信解)함을 보임에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무량한 도를 설명하는 인연으로 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신해하게 하는 데 들어가고,
무량한 벽지불이 이룬 지혜에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매우 깊은 무량한 지혜로 하신 말씀에 들어가고,
모든 보살이 행하는 무량한 도에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승을 모아 이룬 무량한 일에 중생들로 하여금 들어가게 하는 데에 들어갑니다.
모든 보살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모든 부처 세존께서는 무량 무변한 큰 세력이 있으니
이것은 몇몇 백천만억겁 동안의 셈으로써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모든 세력을 내가 다 모으리라.
그러나 억지로 피차를 분별하여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요
분별하지 않고 상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보살은 이런 지혜로 잘 생각하여 항상 큰 방편과 슬기를 닦아 익히어
불도의 지혜 가운데 안주하게 하나니 움직이지 않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항상 중생을 제도하는 갖가지 도를 일으키고자 하면
아무런 장애 없이 올 때에도 일으키고 갈 때도 일으키며 앉거나 눕거나 서거나 등
능히 다 도를 일으켜 중생을 제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음개(陰蓋)를 떠나 모든 위의(威儀)에 머무르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떠나지 않습니다.
● 원행지보살의 10바라밀
이 보살은 생각생각에 보살의 10바라밀과 보살의 10지(地)를 구족합니다.
왜냐 하면,
이 보살은 생각생각에 대비심을 으뜸으로 삼아 일체 불법을 수습(修習)하고
그것을 다 여래의 지혜에 회향하기 때문입니다.
10바라밀이란,
보살이 불도를 구하여 닦는 선근을 다 일체 중생에게 주나니 이것은 단바라밀(檀波羅蜜)이요,
일체 번뇌의 열기를 잘 멸하나니 이것은 시라(尸羅)바라밀이며,
자비를 으뜸으로 삼아 일체 중생을 해치지 않나니 이것은 찬제(羼提)바라밀이요,
더울 훌륭한 선근을 구하면서 만족할 줄 모르나니 이것은 비리야(毘利耶)바라밀이며,
도를 닦을 때는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항상 일체지로 향하나니 이것은 선정(禪定)바라밀이요,
모든 법이 과거와 미래에 나지 않는 문을 인증하나니 이것은 반야(般若)바라밀이며,
무량한 지혜의 문을 잘 일으키나니 이것이 방편(方便)바라밀이요,
더욱 훌륭한 지혜를 기약하나니 이것이 원(願)바라밀이며
일체의 외도와 뭇 악마가 막지 못하나니 이것이 역(力)바라밀이요,
일체 법상을 여실히 이루나니 이것은 혜(智)바라밀이다.
이와 같이 생각생각에 10바라밀을 구족하는 것입니다.
이 보살이 10바라밀을 구족할 때는
생각생각에 또 4섭법(攝法)과 37보리분법과 3해탈문 등도 구족하는데,
요약해 말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돕는 모든 법을 생각생각에 다 구족하는 것입니다.”
● 원행지보살의 조보리법(助菩提法; 보리를 돕는 법) 구족
그때 해탈월보살이 금강장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보살은 다만 7지에서만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합니까?
아니면 모든 자리에서도 구족합니까?”
금강장보살은 말하였다.
“불자여,
10지에서 다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는데,
다만 제7지가 가장 훌륭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모든 보살은 이 7지에서 공덕과 행이 구족하여 지혜와 신통의 도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초지에서는 발원하여 일체 불법을 반연하기 때문에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고,
제2지에서는 마음의 더러운 때를 제거하기 때문에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며,
제3지에서는 원이 더욱 증장하여 법의 밝음을 얻기 때문에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고,
제4지에서는 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고,
제5지에서는 세간의 법을 따라 행하기 때문에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고,
제6지에서는 매우 깊은 법문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며,
제7지에서는 일체 불법을 일으키기 때문에 보리를 돕는 법을 구족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여러 불자여,
보살은 이 자리에서는 모든 지혜로 얻은 도를 얻나니 이 힘 때문에 제8지에서는 저절로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두 개의 삼천대천세계에서
하나는 결정코 청정하고 하나는 결정코 더러우면
이 중간을 지나가기가 어려운 것이나,
다만 큰 정진의 힘과 큰 신통의 힘과 큰 원의 힘이 있으면 지나갈 수 있는 것처럼
여러 불자여,
보살도 이와 같아서 여러 가지 도를 행할 때는 지나가기 어려운 것이나
다만 큰 원의 힘과 큰 지혜의 힘과 큰 방편의 힘이 있으면 지나갈 수 있습니다.”
● 보살행의 정행(淨行)과 초월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보살의 제7지는 정행(淨行)입니까, 구행(垢行)입니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첫째 환희지부터의 보살행은 다 번뇌의 죄업을 떠난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회향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따라 행하는 행은 정행이라 하지
구행이라 하지 않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전륜성왕이 큰 보배 코끼리를 타고 천하에 노닐 때
빈궁하고 고통 받는 자가 있는 줄을 알지만
그러한 허물이 왕에게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왕이 사람의 몸을 면한 것은 아닙니다.
만일 왕의 몸을 버리어 범세천에 나서 범천궁에 살고
천 세계를 유행하며 범왕의 위력을 보인다면
그 때에야 사람의 몸을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초지로부터 모든 바라밀승에 있으면서
일체 중생의 마음이 행하는 일과 번뇌의 때[垢] 를 알지만
그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나니
선도(善道)를 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초월한 것은 아닙니다.
만일 보살이 닦는 모든 공덕의 행도(行道)를 버리고 7지에서 8지로 들어간다면
그 때는 보살의 청정한 수레를 타고 일체 세간의 모든 번뇌를 다 알면서
그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으며
또한 그것으로부터 초월하였다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불자여,
보살이 이 7지에 머무르면 대체로 탐욕 등 모든 번뇌를 초월했다 하고
중생이 이 7지에 머무르면 번뇌가 있다고도 말할 수 없고 번뇌가 없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 번뇌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번뇌가 있다고 말할 수 없고
여래의 지혜를 탐해서 구하나 그 원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번뇌가 없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이 7지에 머무르면
매우 깨끗한 신업과 매우 깨끗한 구업과 매우 깨끗한 의업을 성취합니다.
이 보살의 모든 불선업은
모든 부처님이 그 번뇌의 더러움을 따르는 것을 꾸중하시기 때문에
이런 업을 다 초월할 수 있고,
모든 선업은 부처님이 칭찬을 하시는 것이므로 항상 행합니다.
또 세간의 경서와 기예에 대해서는 5지에서 말한 것처럼 저절로 얻어지므로
삼천대천세계에서 가장 희유하여 대사(大師)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래와 8지에 들어간 보살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중생이라도 그 깊은 마음과 묘한 행을 짝하진 못합니다.
이 보살이 가진 선정과 신통과 해탈과 삼매는
비록 그 과보를 생(生)하게 하진 못했으나 뜻을 따라 자재합니다.
보살은 이 원행지에 머무르면서
찰나찰나에 방편과 지혜의 힘을 구족히 닦아 모으고
또 도를 돕는 모든 법을 더욱 훌륭하게 구족합니다.
그리고 이 원행지에 머무르면서 잘 선택하는 보살의 삼매와 뜻을 잘 생각하는 삼매와
뜻을 더하는 삼매와
뜻의 창고를 분별하는 삼매와
여실히 법을 가리는 삼매와
견고한 뿌리가 안주하는 삼매와
신통의 문을 아는 삼매와
법성의 삼매와 여래 이익의 삼매와
갖가지 뜻 창고의 삼매와
생사와 열반으로 향하지 않는 삼매에 잘 들어갑니다.
이와 같이 백만의 보살 삼매를 구족하고 이 자리를 잘 다스립니다.
이 보살은 이 삼매를 얻고 지혜와 방편이 아주 청정하고 대비의 힘을 깊이 얻었기 때문에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를 지나
부처님의 지혜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라 합니다.
이 보살이 이 자리에 머무를 때는 무량한 신업을 상(相)이 없이 행하고,
무량한 구업을 상이 없이 행하며,
무량한 의업을 상이 없이 행합니다.
이 보살은 청정한 행으로 인하여 무생법인을 밝게 비춥니다.”
● 실행력(實行力)과 지혜에 의한 원행지 보살의 2 승 초월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만일 보살이 초지에 머무를 때도
무량한 신업과 무량한 구업과 무량한 의업이
이미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를 지났다고 할 수 있습니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큰 법을 반연하기 때문에 지날 수 있다지만
그것은 실행의 힘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7지는 실행의 힘이기 때문에
일체 성문과 벽지불이 파괴하지 못합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왕가에 태어나면
그는 모든 문무백관보다 훌륭합니다.
왜냐 하면 존귀한 힘 때문이니,
몸이 장대하고 지혜가 이루어지면
진실로 그들보다 훌륭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불자여,
보살은 처음 발심했을 때
이미 일체 성문과 벽지불보다 뛰어났으니,
그것은 큰 원을 내고 깊은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이었으나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서는 스스로의 지혜 힘 때문에 뛰어납니다.
여러 불자여,
보살은 이 7지에 머무르면서 매우 깊은 ‘멀리 떠나 없는 행’을 얻지만
몸과 입과 뜻의 업이 더욱 훌륭한 법을 구하기 위해 그것을 버리지 않으니,
이 더욱 훌륭한 마음 때문에 실제를 행하면서도 실제를 증득하지 않습니다.”
● 적멸에 들어감과 증득하지 않음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은 어느 자리[地] 에서부터 적멸에 잘 들어갑니까?”
금강장이 말하였다.
“보살은 6지에서부터 적멸에 잘 들어가고,
7지에서부터는 생각생각에 적멸에 잘 들어가면서 적멸을 증득하지 않나니,
이것을 보살이 불가사의한 신ㆍ구ㆍ의업을 성취하여
실제를 행하면서 실제를 증득하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큰 바다에 나아갈 때
법을 잘 행하면 물의 형상을 잘 알아서 물에 의한 환난을 당하지 않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도 이 7지에 머무르면서
모든 바라밀의 배를 타고 실제를 잘 행하되 실제를 증득하지 않습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큰 원력 때문에,
지혜의 힘을 얻기 때문에,
선정과 지혜로부터 큰 방편의 힘을 내기 때문에
비록 열반을 깊이 사랑하되 몸으로 생사를 나타내고,
권속들에게 둘러싸였더라도 마음은 항상 멀리 떠나 있으며,
원력으로 삼계에 태어나지만 세상 법에 오염되지 않고,
마음은 항상 고요하면서도 방편의 힘 때문에 항상 불꽃이 왕성하며 불이 붙지만 타지 않고,
부처님의 지혜를 따라 행하면서도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에 들어가며,
부처님의 법장(法藏)에 이르렀으면서도 악마의 경계에 나타내고,
4마(魔)의 길을 지났으면서도 악마의 행을 행하며,
외도의 행을 나타내나 깊은 마음으로 불법을 버리지 않고,
그 몸을 일체 세간에 나타내 보이되 마음은 항상 출세간법에 있으며,
그 모든 장엄한 일은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乾闥婆)ㆍ
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의 인비인(人非人)과
4천왕ㆍ석제환인ㆍ범천왕 등보다 훌륭하면서도
법을 즐기고 법을 사랑하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 부처님 공양과 선근공덕
보살은 이런 지혜를 성취하고 이 원행지(遠行地)에 머무르면서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만나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면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등으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불법을 호지합니다.
그리고 모든 성문ㆍ벽지불의 지혜로운 질문도 그를 깨뜨릴 수 없습니다.
이 보살은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법인(法忍)이 더욱 청정해지고,
이 보살은 무량 백천만억 나유타겁에 선근이 더욱 훌륭하고 청정해집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진금을 정제(精製)하고 사이사이에 훌륭한 보물로 장식하면
더욱 밝고 훌륭해져 다른 보배가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불자여,
보살도 이와 같아서 이 원행지에 머무르면
모든 선근이 방편과 지혜에서 생겨 더욱 밝고 깨끗해져서
그를 깨뜨릴 수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햇빛은 모든 별과 달빛이 미칠 수 없고 염부제 안의 모든 진흙물을 다 말리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아서 원행지에 머물면 선근이 더욱 훌륭해져
일체 성문과 벽지불이 미칠 수 없으며
또 중생들 번뇌의 더러운 진흙을 다 말립니다.
여러 불자여,
이것이 보살의 제7 원행지라 합니다.
● 원행지보살과 타화자재천왕
보살이 이 자리에 머무르면 많이는 타화자재천왕이 되어
모든 근(根)이 세차고 예리하여 중생들의 도를 깨치는 인연을 잘 일으키며
그가 짓는 선업으로서 보시거나 애어거나 이익이거나 동사거나
다 부처님 생각을 떠나지 않고 법 생각을 떠나지 않으며
모든 보살 동료의 생각을 떠나지 않고,
내지 일체 종지를 구족할 생각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언제 일체 중생 중에서 으뜸이 되고 높은 이가 되며,
내지 일체 중생이 의지하는 사람이 될까?’
이 보살이 만일 이렇게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고자 하면
잠깐 사이에 백천만억 나유타의 삼매를 얻고,
나아가 백천만억 나유타 보살의 권속을 보일 수 있습니다.
보살이 만일 그 원력대로 자재하게 나타내 보인다면
이 수보다 많아 백천만억 나유타겁 동안에도 다 셀 수 없을 것입니다.”
그때 금강장보살은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깊은 지혜와 고요한 마음으로
제6지를 구족하고는
한꺼번에 방편과 지혜를 내어
제7지에 들어간다.
공ㆍ무상ㆍ무원을 행하면서
자비스런 마음을 닦고
부처님의 평등한 법을 따르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다.
지혜로 공을 관하면서도
복을 닦음에 만족함 없고
그런 뒤에 제7의
원행지에 잘 들어간다.
삼계를 잘 장엄하나
마음은 멀리 떠남을 즐기고
마음은 항상 적멸하나
번뇌를 잘 멸한다.
행과 공이 둘이 아닌 법이라
요술과 같고 꿈과 같으나
자비스런 마음을 행하여
제7지에 들어가게 된다.
일체의 국토가 공하여
허공과 같다고 보면서도
모든 청정한 불토를
그래도 잘 장엄한다.
부처님 몸이 법상과 같아
상이 없는 줄을 잘 알면서도
32상과 80종호의
모든 상호를 잘 기른다.
비록 모든 부처님의
말로 할 수 없는 상을 알면서도
부처님의 음성을 장엄하나니
세상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모든 부처님은 한 생각에
도를 이룸을 알면서도
때와 겁의 수를 보이어
모든 중생들을 인도한다.
이와 같이 법을 알면
곧 법의 밝음을 얻나니
이와 같은 보살은
제7지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 머물면 한량이 없는
중생들의 행을 다 볼 수 있고
또 모든 부처님의 세력이
한량이 없는 줄도 안다.
세간과 겁의 수와 법성이
한량없음을 알고
또 저 중생들의
즐거워하는 것도 다 안다.
3승의 법이
모두 무량하니
나는 마땅히 교화하여
중생을 모두 성취시키리라고 말할 줄 아네.
이와 같은 생각으로
방편과 지혜를 화합하여
4위의(威儀) 중에서
항상 이러한 도를 행한다.
생각생각 사이에
보리를 돕는 법을 다 갖추나니
그것은 이른바 열 가지의
바라밀다 등의 법이다.
이와 같이 모든 보살들
그 닦는 바 복덕을
모두 중생들에게 주면
그것을 단나바라밀이라 한다.
마음의 더러운 때를 멸하면
그것을 시바라밀이라 하며
6진(盡)의 해침을 받지 않으면
그것을 찬제바라밀이라 한다.
더욱 훌륭한 법을 일으키면
그것을 정진바라밀이라 하고
이 도에서 흔들리지 않으면
그것을 선정바라밀이라 한다.
생멸이 없는 법인(法忍)을
반야바라밀이라 하고
불도에 회향하는 것을
방편바라밀이라 한다.
더욱 훌륭한 법을 구하면
그것을 원바라밀이라 하고
파괴할 수 있는 자 없으면
그것을 힘바라밀이라 하며
여실히 설명할 줄 알면
그것을 지혜바라밀이라 한다.
보리를 돕는 이런 법들을
생각생각에 다 섭수하나니
광대한 소원을 내어
큰 일을 반연하기 때문이다.
초지 중에서의 공덕을
원만히 갖춤이라 하고
그리고 제2지를
마음의 더러운 때를 없앰이라 한다.
제3지에서는 밝음 더하고
제4지에서는 도에 머물며
제5지에서는 세상 행을 따르고
제6지에서는 깊은 법에 들어가
무생(無生)의 상분(相分)을 얻으니
그것이 점점 늘어난다.
제7지에서는 일체를 모아
보리분법을 갖추고
모든 공덕과 그리고
일체의 원을 일으킨다.
이러한 모든 공덕은
이 다음의 제8지의
일체 모든 행을
저절로 청정하게 한다.
이 원행지는 지나가기 어려워
큰 지혜의 힘이라야 할 수 있나니
마치 두 나라 중간을
지나가기 어려운 것과 같다.
이 7지에 있으면
더럽혀지지 않기가 성왕과 같으나
이 도에 머무는 것을
일체를 초월했다 할 수 없다.
만일 제8의
보살의 지혜지에 이르면
그 때는 의계(意界)를 지나
지업(智業) 가운데 머무른다.
범천왕이 세상을 살피지만
사람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살이 죄에 물들지 않는 것
연꽃이 물에 있는 것 같다.
보살은 이 지(地)에 머물러
갖가지 번뇌를 뛰어넘나니
번뇌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번뇌가 다했다고도 할 수 없다.
이 바른 도에 들어가면
어떠한 번뇌도 없으나
불도를 원해 구하기 때문에
번뇌가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이 세간의 가지가지의
경서와 기예와
문장과 주술(呪術) 등은
저절로 다 알아진다.
갖가지의 선정과
갖가지의 신통 등을 닦고
무량한 마음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이러한 일을 모두 일으킨다.
그때에 이 보살은
2승(乘)의 행을 지나
제7지 보살의
모든 행에 안주한다.
처음 발심한 때는
큰 원력으로 인하여 훌륭하고
지금 이 7지에서는
지혜의 힘으로 훌륭하다.
마치 나라의 왕자가
어려서는 가문으로 인해 훌륭하고
커서는 공덕 이루어
사람들 중에서 훌륭함과 같다.
여기에 머물러 깊은 지혜를 얻고
더욱 훌륭한 정진 일으켜
생각생각에 적멸에 들면서도
그것을 취해 증득하지 않는다.
마치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큰 바다 가운데 들어가
깊은 물의 어려움 만나지만
그 물에 의해 해를 당하지 않음과 같다.
보살의 행이 더욱 훌륭해지는 것은
그 방편과 지혜 때문이니
공덕을 모두 두루 갖추어
세상 사람은 알기 어렵다.
무량한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마치 진금을 여러 가지 보물을
섞어서 장엄한 것과 같다.
부처님 지혜의 광명을 얻어
탐애의 물을 말리는 것은
마치 저 해의 광명이
진흙물을 말리는 것 같다.
보살이 이 지(地)에 머무르면
타화자재천왕이 되어
모든 기관이 다 예리하여
온갖 도과(道果)를 잘 통달한다.
만일 부지런히 정진하고자 하면
10만천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을 다 만나는데
원의 힘이면 이 수보다 많다.
7지의 지혜는 깨끗하여
일체 세상의 2승으로는
그것을 알기 어렵다.
이제 간략히 말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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