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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56-05-30_잡비유경_00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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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56-05-30_잡비유경_001

진리와 가치를 고루고루 2017. 12. 8. 12:08



®

『잡비유경』
K1016
T0207

잡비유

● 한글대장경 해당부분 열람I
● 한글대장경 해당부분 열람II
○ 통합대장경 사이트

○ 해제[있는경우]
● TTS 음성듣기 안내
※ 이하 부분은 위 대장경 부분에 대해
참조자료를 붙여 자유롭게 연구하는 내용을 적는 공간입니다.
대장경 열람은 위 부분을 참조해주십시오.



○ [pt op tr] 잡비유경_K1016_T0207 핵심요약





♣1016-001♧
『잡비유경』




잡비유





♥아래 부분은 현재 작성 및 정리 중인 미완성 상태의 글입니다♥

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원문번역문

잡비유경




해제보기

 

잡비유경(雜譬喩經)

 

비구 도략(道略) 집(集)

 

작리사의 스님이 사미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온 비유(雀離寺師將沙彌下喩)

성왕이 9백 99명의 아들을 낳은 비유(聖王生九百九十九子喩)

형제 두 사람이 함께 사문이 된 비유(兄弟二人共爲沙門喩)

풍류잡이가 갖가지 풍류를 울린 비유(伎兒作種種伎喩)

비구가 배척을 당한 비유(比丘被擯喩)

목련이 제자들과 기사굴산에서 내려온 비유(目連與弟子下耆闍崛山喩)

희근의 비유(喜根喩)

조각가와 화가의 비유(木師畫師喩)

대가섭의 아내가 된 인연의 비유(大迦葉婦因緣喩)

형은 선정을 좋아하고 아우는 다문을 좋아한 비유(兄好禪弟好多聞喩)

나운주의 비유(羅云珠喩)

용이 하늘에 올라간 비유(龍昇天喩)

대중 가운데 땅을 깨끗이 쓰는 큰 행을 한 비유(於僧淨地大行喩)

귀인의 침을 발로 밟은 비유(與貴人踏唾喩)

부처님이 제자들과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한 비유(佛與弟子入舍衛乞食喩)

의사가 왕의 병을 치료한 비유(醫師治王病喩)

나쁜 비의 비유(惡雨喩)

아수라가 된 인연의 비유(阿修羅因緣喩)

왕자가 산에 들어간 비유(王子入山喩)

녹림의 비유(鹿林喩)

시리구다의 비유(尸利求多喩)

바라문에게 걸식한 비유(從婆羅門乞食喩)

촌사람의 비유(田舍人喩)

용을 저주한 비유(呪龍喩)

돌이 길에 놓인 비유(石當道喩)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툰 비유(蛇頭尾共諍喩)

새잡는 사람의 비유(捕鳥師喩)

5백 명의 역사가 사문이 된 비유(五百力士爲沙門喩)

세 가지 견고한 출요의 비유(三堅要喩)

타락을 팔아 생활한 비유(賣酪自存喩)

5백 명의 상인이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구한 비유(五百賈客入海求寶喩)

겁이 다해 불에 타는 인연의 비유(劫盡燒因緣喩)

귀인이 비구니가 된 인연의 비유(貴人爲比丘尼因緣喩)

초목이 모두 약이 되는 비유(草木皆可爲藥喩)

백정의 비유(屠兒喩)

왕이 보시를 좋아한 비유(王好布施喩)

용이 물을 간직한 비유(龍藏水喩)

성왕이 금바퀴를 가지게 된 비유(聖王得輪因緣喩)

범왕이 장수한 비유(梵王長壽喩)





1

옛날 작리사(雀離寺)에 아라한의 도를 얻은 어떤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한 사미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 장안으로 구경하러 들어가면서, 

가사와 바루가 크고 무거워 사미를 시켜 그것을 가지고 뒤를 따라오게 하였다.

 

도중에서 사미는 생각하였다.

‘사람이 세상에 나면 괴로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괴로움을 면하려면 어떤 도를 닦아야 할까?’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보살이 훌륭하다고 찬탄하신다. 

나도 이제 보살의 마음을 내리라.’

 

이렇게 생각하자, 

그 스승은 곧 남의 마음 아는 신통으로
그가 생각하는 것을 비추어 보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그 가사와 발우를 이리 가지고 오라.”


사미는 가사와 발우를 가져다 스승에게 드렸다. 

스승은 사미에게 말하였다.

“네가 앞서 가라.”

 

사미는 앞서 가면서 다시 생각하였다.

‘보살의 도는 매우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머리를 달라면 머리를 주고, 

눈을 달라면 눈을 주어야 한다. 

이 일은 극히 어려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차라리 일찍 아라한이 되어 빨리 괴로움을 떠나는 것만 못하다.’

 

스승은 또 그 생각하는 것을 알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너는 도로 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내 뒤를 따라오라.”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였다. 


사미는 놀라고 이상히 여기면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여, 

스승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무슨 뜻입니까?” 라고 물었다.

 

■ 스승은 대답하였다.

“네가 보살의 도에 세 번 나아갔기 때문에
나도 세 번 너를 밀어 앞에 세웠고, 

네 마음이 세 번 물러났기 때문에
나는 너를 밀쳐 뒤에 세웠다. 

그렇게 한 까닭은, 

보살의 마음을 내는
그 공덕은 삼천세계에 가득 차게 아라한을 성취한 것보다 훌륭하기 때문이다.”

 



2

옛날 어떤 전륜성왕이 먼저 아들 9백 99명을 낳았는데, 

모두 크게 자라 얼굴이 단정하고 뛰어나게 좋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아울러 힘까지 세었다.

어떤 이는 스물여덟 가지 모양을 갖추었고, 

어떤 이는 서른 가지 모양을 갖추었으며, 

또 어떤 이는 서른한 가지 모양을 갖추었다.

마지막 아들이 처음으로 어머니 태에 들어가
오로(惡露)의 더러움 속에 있었다.

 


그때 큰 힘을 가진 여덟 무리 귀신들은 풍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어머니를 호위해 모시었고, 

왕도 좌우에 명령하여 공양을 갖추고
갖가지로 장엄하되 보통 때보다 세 배나 더하게 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먼저 난 여러 아들이 이제 모두 장성하여 지혜롭고 총명하며
몸에 갖춘 모양이 뛰어나고 묘하지마는
왕의 마음은 예사로워 기뻐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아들은 처음으로 어머니 태에 들었는데
어떤 기특한 일이 있기에 공급하는 것이 보통과 다르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내 큰 아들들은 비록 재주와 아름다움이 남보다 뛰어나지마는 큰 지위에 오를 만한 능력이 없고, 

끝의 아들은 자라면
반드시 큰 지위를 이을 만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 때의 그 성왕은 부처님에 비유한 것이요, 

여러 큰 아들은 아래의 이승(二乘)에 비유한 것이며, 

끝의 아들은 보살에 비유한 것이다.


이것은 보살은 비록 번뇌에 섞이더라도
오로지 큰 뜻만 내기 때문에 여러 부처님의 사랑을 받고, 

하늘과 용과 귀신들이 모두 사랑하고 공경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3


■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 어떤 두 형제가 함께 집을 나와 사문이 되었다. 

형은 계율을 지키고 좌선하기를 좋아하여 일심으로 도를 구하였으나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아우는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복을 닦았으나 계율을 깨뜨리기를 좋아하였다.

 

■ 석가문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자, 

그 형은 부처님을 만나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나 유독 복이 엷어 항상 의식(衣食)의 모자람을 걱정하였고, 

여러 동무들과 돌아다니면서 걸식하였으나
언제나 그 혼자만은 배불리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


■ 아우는 코끼리로 태어나 힘이 세어 적을 잘 물리쳤기 때문에
왕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왕은 좋은 금ㆍ은과 보배 영락으로 그 몸을 장식하고
수백 호(戶)의 읍(邑)을 봉(封)해 주고 그의 필요에 따라 무엇이나 공급하였다.

 


그때 그 형 비구는 세상의 큰 흉년을 만나
이레 동안이나 다니면서 걸식하였으나 얻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야 거친 밥을 조금 얻어 겨우 목숨을 보존하였다.


그는 그 코끼리와 전생에 형제였던 것을 알고, 

곧 코끼리 앞에 나아가 손으로 코끼리 귀를 잡고 말하였다.

“나는 너와 함께 죄가 있다.”

 

코끼리도 비구의 말을 생각하다가
스스로 전생 일을 아는 신통을 얻어 전세의 인연을 보고는, 

곧 근심에 잠겨 다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코끼리를 맡은 사람은 두려워하여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코끼리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왕은 그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 코끼리를 건드린 일이 있는가?”


“다른 사람은 없었고, 

어떤 사문 코끼리 곁에 조금 있다가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사방으로 그 사문을 찾게 하였다. 

어떤 사람이 숲속에서 그를 발견하여 왕의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왕은 사문에게 물었다.

“내 코끼리 곁에 와서 무어라고 한 말이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여러 말은 하지 않았고
코끼리에게 ‘나는 너와 함께 죄가 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문은 왕에게 전생의 인연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왕은 그 사정을 이해하고, 

사문을 놓아주어 사는 곳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4

옛날 어떤 풍류잡이가 갖가지 풍류를 울리고, 

한 부유한 장자에게 소를 빌리려 하였다. 

그러나 그 장자는 끝내 줄 마음이 없어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능히 밤낮을 쉬지 않고
1년 동안 그렇게 부지런히 풍류를 울리면 너에게 소를 주리라.”

 

풍류잡이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다시 그 주인에게 말하였다.

“그처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장자도 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풍류잡이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일심으로 풍류를 울리되, 

사흘 낮 사흘 밤을 쉬지 않았다. 


장자는 듣기에 싫증이 나서
자제들을 시켜 소를 끌어다 주었다.

 


■ 이 비유는 도를 행하여 복을 지으려는 사람은
겁(劫)의 수를 멀다고 생각하지 말고, 

노력하기를 더욱 열심히 할수록 그 갚음은 더욱 빨라서, 

꼭 그 겁 수를 다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5


옛날 한 비구가 비구들에게 배척을 당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고 가다가 길에서 한 귀신을 만났다. 

그 귀신은 법을 범하여 비사문천왕에게 쫓겨났던 것이다.

 

그때 귀신은 비구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일로 울면서 가는가?”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교단의 법을 범하여 배척을 당하였기 때문에
모든 시주들의 공양을 잃고, 

또 나쁜 이름이 사방에 퍼졌다. 

그래서 울며 탄식하는 것이다.”

 


귀신은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의 나쁜 이름을 없애고 크게 공양을 받도록 하리니, 

내 왼쪽 어깨에 올라서라. 

내가 너를 메고 허공을 날아가면
사람들은 너만 보고 나는 보지 못할 것이다. 

만일 네가 많은 공양을 얻으면 먼저 내게 주어야 한다.”

귀신은 곧 그 비구를 메고
먼저 배척을 당했던 마을의 허공을 날아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도를 얻었다 생각하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승려들이 이유 없이 억울하게 도를 얻은 사람을 배척하였구나.”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그 절에 가서 스님들을 꾸짖고, 

그 비구를 맞이하여 절에서 살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많은 공양을 얻었다.

 

그 비구는 얻은 의식과 온갖 물건을
먼저 그 귀신에게 주어 본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다른 날 그 귀신은 또 그 비구를 메고 공중으로 날아다니다가, 

바로 비사문천왕의 관속을 만났다. 


귀신은 그 심판관을 보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 

비구를 버리고 힘껏 달아났다.

그리하여 그 비구는 땅에 떨어져 온몸이 부서져 죽었다.

 

■ 이 비유는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향하는 바를 스스로 닦아야 하고
어떤 큰 세력을 믿고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만일 그렇게 하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이
저 비구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6


옛날 목련이 그 제자들과 함께
기사굴산에서 내려와 왕사성으로 가서 걸식하였다.

그는 도중에서 허공을 쳐다보고 빙그레 웃었다. 


제자들은 물었다.

“왜 웃으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그대들이 알고 싶으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돌아가 다시 물으라.”

 

이에 걸식을 마치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돌아가, 

그 제자들은 다시 아까 웃던 뜻을 물었다.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허공 중의 어떤 아귀를 보았는데, 

몸은 매우 크고 얼굴은 추악하였다. 

뜨거운 쇠구슬 일곱 개가 그 입으로 들어가서는 바로 내려가고, 

내려가서는 다시 그 입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불에 타 고통스러워하며 뒹구는데
쓰러졌다가는 일어나고 일어나서는 다시 쓰러졌다. 

그래서 웃었을 뿐이다. 

이것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도 보시는 것이다.”

 

제자들은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그처럼 고통을 받습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그것을 부처님께 여쭈어 보라.”

 

제자들은 곧 부처님께 여쭈어 그 인연을 물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 아귀는 전생에 사미였다. 

마침 세상에 큰 흉년이 들어 그들은 콩만 먹고 살았다. 


■ 사미는 여러 스님들을 위해 콩을 돌릴 때, 

그 스승 앞에 이르러서는 콩 일곱 개를 집어
치우치게 많이 주었다. 

그 죄로 아귀의 몸을 받아 저처럼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도 늘 보지마는, 

말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고
아주 큰 죄를 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라.”

 

이 비유는 부처님께서 반야(般若)를 설명하실 때
그것을 믿지 않고 비방하면, 

그 죄는 5역죄(逆罪)보다 중하고 지옥의 가혹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7

과거 한량없는 티끌 수 겁 전에
희근(喜根)이라는 보살이 있어서, 

대중 앞에서 대승법(大乘法)을 강하였다.


그때 문수사리는 범부로서 집을 떠나 도를 닦되, 

오로지 고행하면서 12두타(頭陀)를 행하여 그 복은 일체에서 뛰어났다.


마침 강법하는 때를 만나 거기를 지나면서 법을 듣게 되었다.


■ 희근보살은 실상법(實相法)을 설명하되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도와 다르지 않아 그것이 곧 바로 도요, 

또 바로 열반이라’고 말하였다.

 

■ 그때 문수사리는 이 말을 듣고도 그것을 믿지 않고, 

그를 버리고 떠나 희근의 제자 집으로 가서
그를 위해 오로의 더러운 법[惡露不淨之法]을 설명하였다. 


■ 희근의 제자는 바로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법의 진실이다. 

모든 법은 다 공하는데
어떻게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두타 비구는 잠자코 대답이 없었으나
미워하는 마음을 품어 드디어 분한 번뇌[憤結]를 이루었다.


그때 희근의 제자는 70구(句)의 게송으로 실상법을 찬탄하였다. 



■ 두타 비구는 한 게송을 들을 때마다
성내는 마음이 한 번씩 더하여
70구의 게송을 마치자 70번의 성냄이 더하였다.

그리하여 마침 게송을 마치자 

땅이 곧 찢어져 무택(無擇)지옥이 모두 나타났다. 

두타 비구는 그 속에 떨어져
한량없는 겁을 지낸 뒤에 죄가 끝나서야 비로소 나왔다. 


그래서 묘한 법을 믿지 않는 그 죄가 중한 것임을 비로소 알았다.


그 뒤에 그는 비구가 되어 알뜰히 공부하여
큰 지혜를 얻어 공(空)을 제일 잘 아는 이가 되었다.

 

이 비유는 부처님께서 반야를 말씀하실 때 그것을 믿지 않고 비방함으로써, 

지금은 비록 손해가 있으나 뒤에 큰 이익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8

옛날 북천국에 어떤 조각가[木師]가 있었다. 

그는 아주 교묘하게 한 나무 여자[木女]를 만들었는데 아름답기 짝이 없었으며, 

옷과 띠로 장식하여 세상 여자와 다름이 없었고,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또 술을 따를 줄도 알았다. 

다만 말만 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때 남천축에 어떤 화가(畵家)가 있었는데
그는 그림을 잘 그렸다.


조각가는 이 소문을 듣고 좋은 음식을 준비하여 그 화가를 청하였다. 


화가가 그 집에 가자
그는 나무 여자를 시켜 술을 따르고 음식을 받들면서 하루 종일 지냈다. 

화가는 그 여자를 참 여자인 줄 알고 욕심이 일어 몹시 사모하였다.

 

날이 저물어 조각가는 자리에 들어가면서
화가를 거기서 머무르게 하고, 

그 나무 여자를 그 곁에 세워 모시게 하였다. 


그리고 손에게 말하였다.

“일부러 이 여자를 여기 둡니다. 

같이 주무십시오.”

 

주인이 들어간 뒤에 나무 여자는 등불 곁에 서 있었다. 


손은 그를 불렀으나 여자는 오지 않았다.

손님은, 수줍어서 오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다가가서 손으로 붙잡아 당기다가, 

비로소 그것이 나무 여자인 줄을 알고
몹시 창피스럽게 여기고는 말하였다.

“주인이 나를 속였으니 나도 갚아 주리라.”

 

이에 화가도 방편을 쓰되, 

벽에다 자기 상(像)을 그리고는
입은 옷도 자기 옷과 다르지 않게 하고, 

노끈으로 목을 매어 죽은 것 같이 하였다. 

그리고 파리와 새가 그 입을 쪼는 것처럼 그렸다. 

이렇게 하고는 지게문을 닫고 평상 밑에 들어가 있었다.


날이 밝자 주인은 나와, 

문이 아직 열리지 않은 것을 보고
그 안을 살펴 보다가 벽에 있는 목 매어 죽은 손님의 모습을 보았다. 

주인은 깜짝 놀라 두려워하면서 참으로 죽었구나 생각하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 칼로 노끈을 끊었다.

 

그때 화가가 평상 밑에서 나오자
조각가는 못내 부끄러워하였다. 


화가는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나를 속였으니 나도 당신을 속인 것입니다. 


손과 주인이 속이고자 하는 마음[情]을 다했으나
서로 비겼습니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세상 사람이 서로 속이는 것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그때 그들 두 사람은 참으로 속임을 알아
각기 그 친하고 사랑하는 것을 버리고 집을 나와 도를 닦았다.

 



9

가섭의 본생인연에 관한 일



가섭의 아버지는 이름을 니구율타(尼俱律陀)라 하는데 마갈 사람이요, 

바라문 종족의 출생이다. 

그는 전생의 복덕 때문에
세상에 나서는 큰 부자가 되었는데, 

진기한 보물은 그 나라에서 으뜸으로
국왕의 재보도 거기에 비하면 천분의 일도 되지 못하였다.

 


그들 부부는 고독하여 아들이 없었다. 

그 집 근처에 큰 목신(木神)이 있었다. 


그 부부는 아이를 얻으려고 3년 동안 제사를 지내되, 

해마다 거르지 않고
아들을 구하였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들은 드디어 화가 나고 다급해져서 그 목신에게 말하였다.

“나는 다시 이레 동안 마음을 다해 섬기리니, 

만일 또 영험이 없으면 너를 베어 길가에 두고 불을 태울 것이다.”

 

목신은 그 말을 듣고 놀라고 두려워하여
아들을 얻게 하려고 하나 그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곧 이 사정을 식의천왕(息意天王)에게 자세히 알렸다.


식의천왕은 곧 목신을 데리고 제석천왕에게 가서 그 사정을 알렸다. 

제석천왕은 천안(天眼)으로 욕계를 두루 살펴 보았다. 

그러나 그 아들 될 만한 이가 없었다. 

그래서 제석천왕은 범천왕에게 알렸다.

 

범천왕은 천안으로 그 경계 안을 두루 살피다가
어떤 범천이 곧 목숨을 마치게 된 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염부제에 내려가서 마갈국의 니구율타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나라.”


범천은 대답하였다.

“바라문은 온갖 삿된 소견이 많습니다. 

나는 저기 내려가더라도 그 아들은 될 수 없습니다.”

 

범왕은 말하였다.

“저 바라문은 전생의 대덕(大德)으로서, 

욕계의 중생으로는 아무도 그의 아들이 될 만한 사람이 없다. 

만일 네가 가서 태어나면
나는 제석천왕에게 분부해
너를 옹호하여 중도에 삿된 소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리라.”


범천은 말하였다.

“그럼 거룩한 분부를 어기지 않겠습니다.”

 

제석천왕은 곧 욕계로 돌아가
이 사실을 목신에게 자세히 알려 주었다.


목신은 매우 기뻐하면서 장자에게 돌아가 알렸다.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또 성내지도 마십시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반드시 아들이 있게 하겠습니다.”


과연 그 말대로 이레가 되자
부인은 곧 임신한 것을 깨닫고, 

열 달이 되어 아들을 낳았는데 몸은 금빛으로 광명이 있었다.

 


관상쟁이는 상을 보고 말하였다.

“이 아이는 전생에 큰 복과 위덕이 있었고, 

그 뜻은 맑고 멀어 세상 일을 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뒷날에 집을 떠나면 반드시 성인의 도에 오를 것입니다.”

 

부모는 이 말을 듣자 다시 근심하고 걱정하였다.

‘아마 이 아이가 자라면 우리를 버리고 집을 떠날 것이다. 

무슨 방편으로 이것을 제지할고?’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욕계에서 중히 여기는 것은 끝내 아름다운 색(色)에 있다. 

단정하고 좋은 여자를 가려 잡아 매어 두리라.’

 

나이 열다섯이 되자 부모는 그를 장가 보내려 하였다. 

가섭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면서 부모에게 말하였다.

“나는 청정한 것을 즐겨합니다. 

아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세 번이나 말하였으나 부모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그래서 가섭은 부모에게 말하였다.

“나는 보통 여자는 아내로 삼지 않겠습니다. 

만일 그 몸이 자금색으로서 단정하기 비할 데 없으면 장가가겠습니다.”

왜냐 하면 반드시 이 일을 되지 않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 부모는 여러 바라문을 불러 온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게 하면서

“만일 어떤 여자가 몸이 금빛이요, 

단정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상을 완전히 갖추었거든 데리고 오라.”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바라문은 거짓 방편으로 금빛 여신(女神)을 만들되, 

얼굴은 단정하고 광명과 빛깔은 미묘하였다. 

그들은 그 천신의 상(像)을 들고
이 나라 저 나라로 다니면서 높은 소리로 외쳤다.

“어떤 여자든지 이 금빛 여신을 보고 예배하고 공양하면
뒷날 시집갈 때에는 반드시 좋은 사람을 얻어, 

몸은 황금빛이요, 

얼굴은 뛰어나게 묘하며, 

지혜는 견줄 데가 없을 것이다.”

 

시골과 도시의 여러 여자들은 이 외침을 듣고, 

모두 마음을 비우고 나와 맞이해 받들어 예배하고 공양하였다.


그런데 몸은 금빛이요, 

얼굴은 단정하고 뛰어나게 좋은 어떤 한 여자는, 

혼자 고요한 방에 있으면서
기꺼이 나와 맞이하려 하지 않았다.

 

여러 여자들은 그에게 충고하였다.

“누구나 저 금빛 여신을 보는 이는 모두 원대로 된다는데, 

왜 너만 혼자 나가 맞이하지 않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다만 한가하고 깨끗한 것만 좋아하고 다른 원은 바라지 않는다.”

 

다른 여자들은 다시 말하였다.

“비록 원은 없더라도 잠깐 같이 나가 한 번 본다고 해서 무슨 손해가 있겠느냐?”


그리하여 여러 여자들은 그 여자와 함께 나와 금빛 여신 앞으로 갔다. 

그 여자가 가자 광명과 빛깔은 밝고 깨끗해
금빛 여신의 광명을 빼앗아 그의 금빛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라문들은 그것을 보고 장자에게 돌아가 자세히 말하였다.

 

이에 장자는 곧 중매인을 보내어
 그 여자 집에 가서 장자의 뜻을 전하였다. 


여자의 부모도 일찍이 가섭의 이름을 들은 터라, 

보내온 뜻을 정중히 받들어 좋다고 승낙하였다.

그 여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심란하였으나, 

부모에게 핍박되어 부득이 장자의 집으로 가서 가섭과 만나보았다. 

그들은 서로 대하자 제각기 그 뜻이 깨끗한 곳에 머물러, 

부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 아내는 가섭과 맹세하였다.

“나는 당신과 각 방에 살면서 결코 서로 접촉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각기 다른 방에 거처하였다.

 

아버지는 가섭이 나간 틈을 엿보아
방 하나를 허물어 버리고 그 아내와 같은 방에 있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한 방을 같이 쓰면서 침대를 달리하였다.

아버지는 다시 사람을 보내어 침대 하나를 치워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한 침대를 같이 쓰게 되었다. 

아내는 다시 남편과 맹세하였다.

“내가 잘 때에는 당신은 거닐고 당신이 잘 때에는 내가 거닐겠습니다.”

 

그때 그 아내가 자면서 한 팔을 땅에 드리우고 있었는데 큰 독사가 와서 물려고 하였다. 

가섭은 그것을 보고 놀라
옷으로 손을 싸서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아내는 놀라 깨자 성을 내면서 가섭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아까 약속하였는데 왜 그것을 범합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당신 팔이 땅에 떨어져 독사가 물려고 하였기 때문에
도와 구한 것이지 일부러 만진 것이 아니오.”

 

독사가 아직 그 곁에 있었으므로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니 아내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에 부부는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왜 집을 떠나 도를 닦지 못할까?”


그래서 그들은 부모들에게 하직하고, 

함께 집을 떠나 산에 들어가 도를 닦았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5백 제자들을 데리고 그 산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는 가섭의 부부를 보고 곧 비방하여 말하였다.

“집을 떠난 법은 마땅히 각각 정결(貞潔)해야 하는데
부부가 서로 따라다니는 법이 어디 있는가?”


가섭은 그 아내를 버리고는
헌 누더기로 갈아 입고 한 숲으로 가서 따로 살았다. 


그리고 그 아내는 바라문을 의지해
그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

 


바라문의 5백 제자들은
그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날마다 음욕을 행하였다. 

그래서 그 여자는 자유를 얻지 못하고
배겨낼 수가 없어 그 스승에게 알렸다. 


스승은 그녀를 위해 제자들을 경계하고 단속하여
음욕을 절제하게 하였다.

 



■ 그 뒤에 가섭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신 때를 만나
법을 듣고 교화를 받아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그 본래의 아내가 바라문의 곁에 있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에게로 데리고 갔다. 


부처님은 그녀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녀도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비구니가 되었다. 

그리하여 돌아다니면서 교화하였다. 



■ 마침 파사닉왕의 큰 모임을 만나 비구니들과 함께
왕궁 안에 들어가게 되어 부인들을 교화하고
하루의 재(齋)를 가지게 되었다.

 

날이 저물어 왕이 궁중에 돌아와 여러 부인에게 오라고 명령하였으나, 

모두 재를 가진다 말하고
기꺼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왕은 매우 화가 나서 하인에게 말하였다

“누가 부인들에게 재를 시켰느냐?”


하인은 대답하였다.

“저 아무개 비구니입니다.”


■ 왕은 그 비구니를 불러와 90일 동안
여러 부인을 대신하여 동침하게 하였다.

 

이것은 다 전생의 인연인 서원에서 돌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아라한이 되었지마는 그것을 면하지는 못한 것이다.

 


10



■ 옛날 어떤 형제 두 사람이 한꺼번에 집을 떠나 도를 배웠다.

형은 언제나 선정을 행하기를 생각하면서 알뜰히 도를 닦아 아라한이 되어 여러 가지 신통이 밝게 트였고, 

아우는 항상 널리 배우고 많이 듣기를 생각하면서 이름 팔기를 좋아하고 자기의 영화를 원하였다.

 

형은 아우를 깨우쳐 타일렀다.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다. 

이미 사람의 몸을 얻었으니 마땅히 지금 곧 힘써야 한다.”


아우는 형에게 말하였다.

“모름지기 널리 배우고 삼장(三藏)을 두루 갖추어
남의 스승이 된 뒤에 선정을 닦겠습니다.”

 

■ 형은 다시 아우를 위하여 덧없음의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여 말하였다.

“한번 내쉰 숨이 돌아오지 않으면 곧 저승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우는 짐짓 제 본 뜻을 고집하여 기꺼이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그 아우는 병이 위독하게 되어
수십 명의 용한 의사도 고치지 못하고, 

그가 반드시 죽을 것을 알고는 이내 그를 버리고 떠났다.

 

아우는 스스로 죽을 줄을 알고 두려워하여 형에게 말하였다.

“전에는 어리석어 형님의 말을 받들지 못했습니다. 

지금 목숨을 마치면 어느 길로 가겠습니까?”


아우는 눈물을 흘리면서 형에게 잘못을 뉘우쳤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쳤다.


■ 형은 곧 선정에 들어 그의 간 곳을 관(觀)하다가, 

그가 어느 장자 부인의 태에 든 것을 보았다.

 

그 장자의 집은 절 근처에 있었다. 

형은 그 아우를 제도하기 위하여
자주 그 장자 집으로 가서 선지식이 되기를 청하였다.

장자의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그는 보시를 가지고 그 아이를 제자로 만들었다.


아이의 나이 네 살 때에
그 유모는 아이를 안고 스승이 사는 절로 갔다. 


그 절은 산 위에 있고 돌을 쌓아 길을 만들었다. 

유모는 아이를 단단히 안지 못하고
그만 손을 놓아 아이를 땅에 떨어뜨렸다. 

아이는 머리를 돌에 부딪쳐 골수가 나와 죽었다.

 

■ 아이는 죽을 때 나쁜 생각을 내어, 

단단히 안지 않아서 이런 화를 당한다고 한탄하고
이내 성을 내면서 목숨을 마쳤기 때문에 곧 큰 지옥에 떨어졌다.


형은 다시 선정에 들어 관하다가
그가 지옥에 떨어진 것을 보고 이에 개탄하였다.

‘이제 일은 다 글렀다. 

지옥의 고통은 진실로 건지기 어렵다. 

부처님도 어쩔 수 없거늘 하물며 나이겠는가?’

 

이 비유는 사람이란 명성으로는 선정을 닦지 못하며
뒤에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는데, 

그것은 아버지나 형의 친함으로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11


■ 라운주(羅云珠)라는 이는 사리불의 제자다.


■ 그는 일찍이 어떤 벽지불의 밥을 빼앗아 먹고, 

그 죄로 말미암아 아귀로 태어나서
한량없는 겁 동안 고통을 받다가
아귀의 몸이 끝나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5백 세상 동안 굶주리는 죄를 받았다.


최후의 몸으로 부처님 세상을 만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서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돌아다니며 걸식하였으나, 

즐겨 밥을 주는 이가 없어 닷새나 혹은 이레 동안을 굶었다.

 

■ 목련이 그를 가엾이 여겨 밥을 빌어 주면 밥이 발우에 막 떨어질 때에 큰 새가 와서 채 갔고, 

사리불이 밥을 빌어 주면 밥은 바리에 들어가자마자 진흙으로 변하였고, 

대가섭이 밥을 빌어 주면 막 입에 떠 넣으려 할 때에 입은 곧 다물어져 들어갈 곳이 없어졌다.

 

■ 부처님이 밥을 주실 때에는 큰 자비의 힘으로 말미암아
곧 입에 들어가게 되고 그 맛이 특별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은 다시 여러 가지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 그때 라운주는 훌륭하고 묘한 법을 듣고는
슬픔과 기쁨이 한꺼번에 일어나 일심으로 사유하여 아라한[應眞]의 도를 얻었다.




 

12


어떤 용이 하늘에 올라가 큰 비를 내렸다. 


■ 그 비가 천궁(天宮)에 떨어지면 곧 일곱 가지 보배가 되고, 

인간에 떨어지면 모두를 윤택하게 하며, 

아귀의 몸에 떨어지면 큰 불로 변하여 온몸을 태웠다.

그리하여 다 같은 비이지만 떨어지는 곳에 따라 변해 달라졌다.

 

이 세 가지 일은 온갖 형상은 일정한 바탕이 없어서, 

죄와 복이 감응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13


외국에 어떤 절이 있었다.

■ 그 대중 가운데의 어떤 도인은 항상 대중을 위하여 땅을 깨끗이 쓰는 큰 행을 하였다.

그런데 또 어떤 도인은 성정에 성냄이 많아 그 쓸어 놓은 땅을 혀로 핥아 여러 사람에게 보였다. 

그는 비록 남의 허물을 드러내려 한 것이지마는
스스로 그 입을 더럽히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남의 나쁜 짓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니, 

그 비유는
이와 같이 오직 허물을 드러낼 줄만 알고, 

스스로 그 행을 헌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14


외국의 소인(小人)들은 귀인(貴人)을 섬기면서 그 마음을 사려 하였다. 


그리하여 귀인이 침을 땅에 뱉는 것을 보면 다투어 와서 발로 밟아 그것을 없앴다.

한 사람이 민첩하지 못해 그것을 밟으려 하나 처음부터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귀인이 침을 뱉으려고 막 입에 침을 모으는 것을 보고, 

곧 발로 그 입을 밟았다.

 

귀한 사람은 물었다.

“너는 나를 반역하려는가? 

왜 내 입을 밟는가?”

소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호의로 그리하였고 반역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네가 반역하지 않는다면 왜 이처럼 하는가?”


“귀인께서 침을 뱉을 때 나는 항상 그 침을 밟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침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들이 항상 빼앗아 나는 잠시도 기회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입을 밟은 것입니다.”

 

이 비유는 의론할 때에는 반드시 그 뜻이 입에서 나온 뒤에 질문할 것이요, 


■ 만일 뜻이 입 안에 있어서 이치가 밝혀지기 전에 질문하면, 

그것은 마치 입 속의 침을 밟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15


■ 옛날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걸식하려 사위성으로 들어가시다가, 

길 가에 있는 한 구덩이를 보셨는데, 

온 성 안의 더러운 물건들이 모두 그 안에 있었고, 

늙은 암퇘지가 새끼 여러 마리를 데리고 거기 누워 있었다.

 

그때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시어
마흔 개 이와 네 개의 어금니에서 큰 광명을 놓아
삼천세계를 비추어 시방을 두루하셨다. 

그리고 그 광명은 돌아와 부처님 몸을 세 번 돌고는 가슴으로 들어갔다.

 

모든 부처님 법에 지옥의 일을 설명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발 밑으로 들어가고, 

축생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장딴지로 들어가며, 

아귀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넓적다리로 들어가고, 

사람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엉덩이로 들어가며 하늘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가슴으로 들어가고, 

연각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양미간으로 들어가며, 

모든 부처와 보살의 일을 말씀하려 할 때에는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난은 그 광명이 가슴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서 하늘의 일을 말씀하려는 줄을 알고는 곧 꿇어앉아 아뢰었다.

“그 뜻을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수없는 겁 전에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는 아들이 없고 외동딸이 있었는데
얼굴이 아름답고 묘하며 총명하고 지혜로워
그 부모는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 딸이 자라나자 한 게송으로 그 부모에게 물었다.

 

급히 흐르는 모든 강물과 같은

세상의 괴롭고 즐거운 일은, 


본래 어디로부터 났으며

그것은 언제나 쉬게 됩니까?

 

부모는 이 게송을 듣고 기특한 것을 기뻐하였으나, 

어떤 말로 이 게송에 답할까 알지 못하였다.


딸은 이 뜻을 알려고 하였으나 답을 듣지 못하자, 

매우 실망하고 걱정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부모는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면서
곧 큰 모임을 열고
여러 바라문과 지혜가 많은 장로들을 청하하자,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공양이 모두 이미 끝나자, 

대중 가운데 조그만 자리를 만들고
여자는 그 위에 앉아 다시 앞의 게송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장자는 곧 일곱 가지 보배를 한 쟁반에 가득 담고 두루 알렸다.

‘누구나 답하는 이가 있으면 이것을 주리라.’

 

그때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얼굴은 단정하나 지혜가 적었다. 

그는 그 보배를 탐하여 말하였다.

‘내가 대답하리라.’

 

그 여자는 이 말을 듣고 곧 게송을 읊어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바라문은
그 게송 뜻의 돌아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말하였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 여자는 이 말을 깊이 생각하다가 무소유정(無所有定)을 얻었다. 


그리고 외쳤다.

‘이 사람은 참으로 큰 스승으로서 내게 적지 않은 이익을 주었다.’

그 뒤에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무소유처(無所有處)의 하늘에 나서 40겁을 지내고, 

그 하늘의 수명이 다하여 이 세상에 태어났다.

 


■ 그때 그 장자의 딸이 바로 지금의 늙은 암퇘지이다. 

하늘 복이 다하고 전생의 죄가 이르러
이 세상에서 저 돼지의 몸을 받은 것이다.


■ 여자가 본래 그 게송을 읊었을 때, 

만일 밝은 스승을 만났더라면
곧 도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 그 여자가 비록 선정은 행하였지마는
지혜가 없었기 때문에
정해 놓은 갚음이 끝나버리자
도로 나쁜 길에 떨어진 것이니라.”

 




16


옛날 어떤 큰 나라 왕이 몸에 중한 병을 얻어 12년 동안 낫지 않고, 

어떤 의사도 고치는 이가 없었다.

그때 그 큰 나라 왕이 통솔하는 변방의 작은 나라에
한 의사가 있어 병을 잘 다스렸다. 


왕은 곧 그를 불러와 자기 병을 다스리게 하였더니
오래지 않아 병이 낫게 되었다.

 

왕은 곧 ‘이 스승의 은혜를 갚으리라’ 생각하고, 

여러 번 사자를 보내어 그 작은 나라에 영을 내렸다.

“이 스승은 왕의 병을 다스려 낫게 하였다. 

큰 공이 있으니 마땅히 상을 주어야 하는데, 

코끼리와 말ㆍ수레ㆍ소ㆍ양ㆍ밭ㆍ집과
여종[靑衣]과 당직[直人]과 장식 도구를 모두 다 공급하라.”

 


작은 나라의 왕은 위의 명령을 받들어
사택과 높고 훌륭한 집과 층계집을 짓고, 

그 의사의 부인에게는 의복과 음식과 진주와 장식 도구를 주고, 

코끼리와 말ㆍ소ㆍ양 등 일체를 모두 갖추었다.


의사는 왕의 곁에 있었는데, 

아무도 이 일을 말해 준 이가 없었다. 


의사는 생각하였다.

‘나는 왕의 병을 치료한 큰 공이 있다. 

왕은 내게 은혜를 갚을지 모르겠다.’

 

다시 며칠이 지나
왕은 더욱 회복되어
의사는 하직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청하였다.


왕은 곧 허락하고 야윈 말 한 마리를 주었는데
 그 타는 기구도 다 해진 것이었다.

‘나는 왕의 병을 치료한 큰 공이 있다. 

그런데 왕은 내 은혜를 모르고
처리도 하지 않고 헛되이 떠나게 한다.’

그리고는 길을 따라가면서 탄식하며 길이 원한을 삼았다.

 


본국에 돌아가자마자
그는 코끼리들을 보고 그 코끼리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은 뉘집 코끼리인가?”


코끼리 지키는 사람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아무 의사의 코끼리입니다.”

 

“아무 의사는 어디서 이 코끼리를 얻었는가?”

“아무 의사는 대왕의 병을 다스려 고쳤다는데, 

공의 갚음으로 얻은 것입니다.”

 

다시 조금 더 가다가 말들을 보고 그 마부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구 집 말인가?”


마부는 대답하였다.

“아무 의사의 말입니다.”

 

다시 조금 더 가다가
소와 양 떼를 보고 그 양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구 집 소와 양인가?”


양 지키는 사람은 대답하였다.

“아무 의사의 소와 양입니다.”

 


다시 조금 더 가다가
그 사택과 높고 훌륭한 집과 층계집과 빼어나게 기이한 집을 보고 문지기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구 집인가?”


문지기는 대답하였다.

“이것은 그 아무 의사의 집입니다.”

 

그 집 안에 들어가니 부인의 얼굴빛이 만족스럽고 즐거우며, 

몸에는 보배로운 옷을 입은 것을 보고 이상이 여겨 물었다.

“저이는 누구 부인인가?”


당직은 대답하였다.

“저이는 아무 의사의 부인입니다.”

 

거기서 코끼리와 말을 바라보면서 집 안에 들어가, 

그것이 모두 왕의 병을 고쳐
그 공의 갚음으로 얻은 것임을 알고 곧 스스로 한탄한 것을 뉘우쳤다.

 


■ 처음에 왕의 병을 다스려 공이 적은 것은 복덕에 비유한 것이요, 

복덕이 더딘 것은 왕의 병과 같으며, 의사는 복을 닦는 사람에 비유한 것이요, 

왕의 병을 고치는 것은 수행하는 사람이 복을 닦는 데 비유한 것이며, 

왕의 병이 나은 것은 복덕을 이미 성취한 것과 같고, 

왕이 영을 내려 코끼리와 말과 집을 상으로 준 것은, 

복은 여기서 쌓고 갚음은 저기서 받는다는 것이다.

 

대개 빠르기를 바라는 사람은 항상 그 갚음이 더딘 것을 걱정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조그만 믿음으로 가끔 복을 짓고는, 

곧 아침이나 저녁에 갚음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노ㆍ병ㆍ사가 닥치면
그것은 자연으로서 좋은 갚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늘의 중음(中陰)을 얻으면 으레 선이 갖추어 오는데, 

그것은 저 의사가 코끼리와 말을 보는 것과 같고, 

그 중음을 타고 천궁에 이르러, 

거기서 나는[生] 음(陰)을 받아, 

눈으로 천당의 갖가지 장식을 보고는
비로소 옛날에 복을 많이 짓지 않은 것을 알고 후회하는데, 

그것은 저 의사가 이미 상을 받고, 

병을 다스린 공이 적다고 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17


외국에는 때로 나쁜 비가 내렸는데, 

만일 그것이 강이나 호수나 우물이나 못에 떨어져 사람이 그 물을 마시면
그것은 사람을 미치게 하여 이레 만에야 풀리었다.

그때 그 나라 왕은 지혜가 많고 사물의 상을 잘보았다. 


나쁜 비가 내릴 구름이 일어나면 왕은 그것을 알고, 

곧 한 우물의 덮개를 덮어 비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어느 때 그 나라의 관리들과 신하들은
그 나쁜 빗물을 먹고 모두 미쳐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진흙을 머리에 바르고 왕청(王廳) 위에 앉았는데, 

오직 왕만은 미치지 않고, 

보통 때 입던 옷을 입고 하늘관[天冠]을 쓰고 영락으로 꾸미고 본 평상에 앉아 있었다.


여러 신하들은 저희가 미친 줄은 모르고
도리어 왕을 크게 미쳤다 하여
‘왜 입은 옷이 혼자 저러냐’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마땅히 다같이 생각하여야 한다.”

 

왕은 신하들이 반역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두려워하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게는 좋은 약이 있어서 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대들은 잠깐만 기다려라. 

나는 그 약을 먹고 곧 나오리라.”


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가
입었던 옷을 벗고 진흙을 얼굴에 바르고는 이내 도로 나왔다. 


신하들은 왕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법이 응당 그러리라” 하고, 

저희들이 미친 줄은 알지 못하였다.

 

이레 뒤에 신하들은 모두 정신이 돌아와
못내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각기옷을 입고 갓을 쓰고 나와서 왕을 뵈었다. 


왕은 짐짓 여전히 발가벗은 몸으로 앉아 있었다. 


신하들은 놀라고 괴상히 여겨 왕에게 물었다.

“대왕은 언제나 지혜가 많으신데 왜 그렇게 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내 마음은 언제나 일정하여 변하는 일이 없다. 

그대들이 미쳤기 때문에 도리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할 뿐이요, 내 본 마음은 아니다.”

 

■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다. 

중생들이 무명(無明)의 물을 마시고
언제나 모두 미쳤기 때문에
만일 큰 성인께서 항상
‘모든 법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어떤 모양도 모양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 

반드시 큰 성인을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 그러므로 부처님은 중생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
‘현재에 이 법은 좋고 이 법은 나쁘다, 

이것은 유위법(有爲法)이요
이것은 무위법(無爲法)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18



아수라(阿修羅)는 전생에 가난한 사람이 되어
강 가까이 살면서 항상 강을 건너가 땔나무를 지고 왔었다.

어느 때 강물이 매우 깊고 빨랐는데, 

그는 물에 휩쓸려 나무를 잃어버리고 몸도 빠져, 

물결을 따라 뒹굴다가 급히 서둘러 나오게 되었다.

 

그때 벽지불은
사문의 형상으로 그 집에 가서 밥을 빌었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곧 밥을 주었다. 


사문은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은 뒤에
발우를 허공에 던져두고 날아가 버렸다.


그는 이것을 보고 곧 발원하였다.

“원컨대 나는 후생에 몸이 커서
어떤 깊은 물도 무릎을 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이 인연으로 그는 아주 큰 몸을 얻어, 

네 개의 큰 바닷물[四大海]도 그 무릎을 넘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가 큰 바다 가운데 서면 몸은 수미산보다 커서, 

손으로는 산꼭대기를 어루만지고 밑으로는 도리천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겁 동안 큰 서원을 쌓았으니, 

그 법신(法身)이 허공에 가득 차는 것이 무엇이 이상하겠는가?

 



19


옛날 한 나라가 있어, 

왕자가 나이 일곱 살이 되자, 

깊은 산에 들어가 신선의 도를 배우느라고
조정의 모든 관리의 책임은 전연 알지 못하였다.


그 뒤에 국왕이 목숨을 마쳤으나 국왕이 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신하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저 산중에 사는 선인(仙人)은 바로 본래의 왕자요, 

겸하여 도덕을 닦았으니
그이를 왕으로 삼으면 온 나라가 의지하게 될 것이다.”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은 모두 산으로 가서, 

그 선인을 추대하여 국왕을 삼고 왕의 수레에 태워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식관(食官)에게 명령하여 온갖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 대왕께 드렸다.

왕은 그 음식 맛이 입에 맞기 때문에
그 밖의 다른 여러 가지 사물도 모두 그 식관에게 구하였다.

 

■ 신하들은 모두 웃으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백관(百官)들의 소임은 각기 주관하는 것이 다릅니다. 

식관은 음식을 주관하고
의관(衣官)은 의복을 주관하며, 

군사나 재정도 각기 맡은 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음식이 맛있다 하여
그 한 사람이 모두를 다 잘한다고 맡길 수 없습니다.”

 


이 비유는, 

■ 모든 경전은 각각 그 밝히는 바가 다르므로
한 경전에 모든 것이 갖추어 있기를 구해서는 안 됨을 밝힌 것이다.

저 『반야경(般若經)』은 모든 법의 실상(實相)을 밝히고
『아비담(阿毘曇)』은 모든 법의 유(有)를 밝힌 것으로서, 

그것은 각기 서로 달라 ‘상(相)이 있다, 상이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

 



20


옛날 녹림(鹿林)에 5백 마리 사슴 떼가 살았다. 

그 숲에는 녹왕(鹿王)이 있었는데 하나는 보살왕이요, 

하나는 진짜 녹왕이었다.

어느 때 그 나라 왕은 성을 나가 사냥하다가, 

사슴 떼를 보고 군사를 이끌고 가서 에워쌌다.


두 마리 녹왕은 다같이 계책을 세우고 국왕에게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었다.

“우리는 지금 왕의 경계 안에서 나누어 잡아먹힘을 달게 받겠습니다. 

왕이 한꺼번에 저 사슴들을 잡아 단번에 먹지 않으면 그것은 썩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두 마리를 보내어 왕의 음식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차례로 날마다 보내되 빠뜨림이 없게 하겠습니다. 

원컨대 왕은 허락하시어
조금이라도 목숨을 늘이게 하소서. 

그것이 어찌 대왕의 은혜가 아니겠습니까?”

 


이에 국왕은 그 말대로 허락하고 포위를 풀어 놓아 주었다.

그 뒤로 두 사슴왕은 서로 의논해 차례를 따라, 

날마다 두 마리씩 왕의 찬간으로 보냈다.

 

며칠을 지난 뒤에
어떤 새끼 밴 사슴이 차례가 되어 죽게 되었다. 


그 사슴이 왕에게 나아가, 

새끼 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죽이라 청하자 왕은 말하였다.

“다른 사슴은 아직 차례가 되지 않았는데 누가 너를 대신하겠는가?”


그 사슴은 보살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우리 국왕은 어질지 못해 이치로써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돌아와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위해 처리하여 주십시오.”

 

보살왕은 그 사정을 가엾이 여겨
마침내 스스로 왕의 찬간으로 갔다. 


■ 찬간지기는 국왕에게 아뢰었다.

“보살왕[鹿王]이 스스로 찬간에 와서 새깨 밴 사슴을 대신하려 합니다.”


왕은 드문 일이라 이상히 여겨 찬간지기에게 말하였다.

“그 녹왕을 데리고 오라.”

 

이에 녹왕은 국왕 앞에 나아가 제 뜻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때 국왕은 드디어 신심이 생겨 말하였다.

“짐승도 오히려 덕을 닦거늘, 

하물며 사람의 왕이겠는가?”

 

온나라에 영을 내려 다시는 사냥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숲을 녹림(鹿林)이라 이름하였다.

 



21


옛날 어떤 거사가 있었는데 그 부인이 아이를 배었다. 

부처님을 집으로 청하여 공양을 마치고, 

부처님으로 하여금 그 부인을 점쳐 아들을 낳을까, 

딸을 낳을까를 알고자 하였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반드시 아들을 낳는데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할 것이요. 

자라서는 인간에서 천상의 즐거움을 받다가
뒤에는 아라한의 도를 얻을 것이오.”

 


거사는 그 말을 듣고도 의심하여 믿지 않았다.


그 뒤 거사는 다시 외도의 여섯 스승을 청하여 공양을 마치고, 

다시 점치게 하기 위하여 여섯 스승에게 말하였다.

“전에 사문 구담을 시켜 점치게 하였더니, 

반드시 아들을 낳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여섯 스승은 말하였다.

“딸을 낳을 것이오.”

 

여섯 스승들은 부처님의 법을 미워하기 때문에
굳이 반대하려 하다가, 

다시 돌이켜 생각하기를 만일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저 거사는 우리를 버리고 구담을 섬길 것이라 해서
이내 거짓으로 말하였다.

 

“거사여, 그대 아내는 아들은 낳을 것이오. 

그러나 아들을 낳은 뒤에는
장차 큰 화가 생겨
집안의 친족이 일곱 대(代)가 끊어질 것이오. 

이렇게 불길(不吉)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까 딸을 낳을 것이라고 거짓으로 말한 것이오.”

 


거사는 이 말을 듣고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여섯 스승들은 다시 거사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런 화를 면하려면 저 아이를 없애 버려야 하오.”


여섯 스승들은 여자의 배를 문질러 아이를 떨어뜨리려 하였다. 

그때 쉬지 않고 자꾸 배를 문질러 그 여자는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그것은 전생에 지은 복덕 때문이었다.

 


거사는 곧 그 부인을 묘지(墓地)에 가져다 두고
나무를 쌓아 불을 붙이니 불꽃이 한창 성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거기 가시었다. 


부인의 몸은 다 허물어지지마는, 

그 아이는 연꽃 위에 앉아 단정하고 아름다워
그 얼굴이 눈과 같음을 보시고
부처님은 기역(耆域)에게 명령하셨다.

“저 아이를 안고 오라.”

 

기역은 곧 아이를 안고 나와 거사에게 돌려 주었다.

거사는 그 아이를 길러 나이가 열여섯이 되자, 

재주와 아름다움이 남보다 뛰어났다. 


거사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장만하여 여섯 스승들을 청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앉은 지 오래지 않아 픽 웃었다. 


거사는 물었다.

여섯 스승들은 대답하였다.

“왜 웃으십니까?”


“저 5만 리 밖에 산이 있고 그 산 밑이 물이 있는데, 

어떤 원숭이 한 마리가 그 물에 떨어졌소. 

그 때문에 웃었소.”

 

아이는 그 말이 거짓임을 알고, 

발우에 갖가지 국을 담고
그 위에 밥을 덮어 사람을 시켜 갖다 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발우 밑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국을 부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었으나
오직 여섯 스승들만은 화를 내면서 먹지 않았다.

 

주인은 물었다.

“왜 먹지 않습니까?”


여섯 스승들은 대답하였다.

“국이 없는데 어떻게 먹겠소.”

 

주인은 말하였다.

“당신들 눈은 5만 리 밖의 원숭이가 물에 떨어지는 것은 보면서
어째서 밥 밑에 있는 국은 보지 못합니까?”


그러자 여섯 스승들은 매우 성을 내어 끝내 먹지 않고 돌아갔다.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 시리구다(尸利求多)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은 그 누이를 시리구다의 아내로 주었다.”


시리구다도 화를 내면서 여섯 스승들에게 말하였다.

“구담은 바로 그들의 스승이요, 

내가 큰 스승이니 데리고 오라.”

그러면서 헐고 욕하였다.


그래서 불구덩이와 독이 든 밥을 만든 것이다.

 

이 비유는 극히 복잡하므로 낱낱이 들 수 없다. 

그러므로 간략히 그 요점만 들었다.

 



22


옛날 어떤 도사가 바라문 집에 가서 밥을 빌었다. 

바라문은 그 부인을 시켜 밥을 받들고 가서 주게 하였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바라문 부인의 아름다움을 보고, 

도사는 곧 마음을 바꾸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욕심의 맛과 허물의 재앙과 벗어남.”


바라문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이내 물었다.


“어떤 것을, 

욕심의 맛과 허물의 재앙과 벗어남이라 하는가?”

 

도사는 곧 바라문의 부인을 안고 끙끙 대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욕심의 맛이다.”

바라문은 매우 화를 내어 지팡이로 그 도인을 내리쳤다.



도인은 다시 말하였다.

“이것이 허물의 재앙이다.”

 

바라문이 다시 치려 하자, 

도인은 문 밖으로 달려나가다가 바라문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벗어남이다.”

 

이 비유는, 

사람이 그윽한 뜻을 알지 못할 때에는
모름지기 어떤 실례를 들어 가르친 뒤에야 깨닫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23


옛날 어떤 촌사람이 잠깐 도시에 나갔다가, 

어떤 사람이 매를 맞고
뜨거운 말똥을 그 등에 바르는 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다친 자리가 쉽게 낫고 또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 촌사람은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듣고, 

집에 돌아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거리에 나가 큰 지혜를 얻었소.”


아내는 물었다.

“어떤 지혜를 얻었습니까?”

 

그는 곧 종을 불러 말하였다.

“매를 가지고 와서 나를 아프게 2백 대를 때리라.”


종은 그 주인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감히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곧 되게 2백 대를 쳤다. 

흐르는 피가 그 등을 덮었다. 


그는 다시 종에게 명령하였다.

“뜨거운 말똥을 가져 와서 내 등에 발라라. 

쉽게 낫고 또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하리라.”


그리고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는가? 

이것이 지혜니라.”

 

이것은 계율을 잘못 지키는 도인을 비유한 것이다. 


처음에 밝은 스승을 만나 계율을 받았다가, 

뒤에 다른 사람의 계율 받는 것을 보고는
곧 본래의 계율을 버리고 다시 속인이 되어 법의 몸을 허물어 버리는 것은, 

2백 대 매를 맞고 흐르는 피가 등을 덮는 데 비유한 것이요, 

다시 다른 계율을 받는 것은 말똥을 바르는 것과 같다.

 



24


외국에 용을 저주하는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항아리에 물을 담아 가지고, 

용이 사는 못 가에 가서 일심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 용은 곧 큰 불이 못 밑에서 일어나
온 못이 다 끓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하여 머리를 내어 산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다시 큰 불이 모든 산을 태우는 것을 보고, 

다시 산꼭대기를 우러러보았으나, 

거기는 허공뿐이어서 머무를 곳이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다 뜨거워 도망할 곳이 없었는데, 

오직 항아리 속에 물이 있어서, 

그 불을 끄고 몸을 피할 수 있음을 보고, 

몸을 조그만하게 만들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 용이 사는 곳은 욕계에 비유한 것이요, 

바라보는 산은 색계에 비유한 것이며, 

우러러보는 산꼭대기는 무색계에 비유한 것이요, 

용을 저주하는 사람은 보살에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항아리의 물은 열반에 비유한 것이요, 

그 주술(呪術)은 방편에 비유한 것이며, 

큰 불이 타는 것은 덧없음을 나타낸 것이요, 

용의 큰 몸은 교만에 비유한 것이며, 

조그마한 몸으로 변하는 것은 겸손에 비유한 것이다.

 

이것은 보살이 겁(劫)이 다하여
욕계와 색계가 모두 불타는 것을 나타내어, 

덧없음의 큰 불에 두려워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된 뒤에 열반에 들어가게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25


외국에 오랜 옛날부터 어떤 큰 돌이 사람이 다니는 길 곁에 있었는데, 

수레와 말이 항상 밟고 다녔기 때문에 조금씩 닳았다.

그 나라의 한 사람이 길을 방해하는 그 돌을 싫어하여
없애려고 때려 부숴버렸다.

 

그 돌 속에서 독사 한 마리가 나와
바람을 얻어 자꾸 커지더니, 

잠깐 동안에 그 몸이 온 염부제에 가득 찼다. 

그리하여 염부제 안의 중생들을
하루 동안에 다 잡아먹고는 죽었다.

 

이것은, 

악의 갚음도 이처럼 빠르거늘
하물며 보살은 본래 범인으로서 티끌 수 같은 겁 동안에 공덕을 쌓으면서, 

큰 뜻을 내어 곧 부처의 도를 이루고, 

법을 연설하여 사람을 구제한 뒤에 열반에 들었으니, 

그 이익의 빠름을 어찌 이상하다 하겠는가?



 


26


■ 옛날 어떤 뱀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투면서 머리가 꼬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크다.”

꼬리가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크다.”

 

머리는 다시 말하였다.

“내게는 귀가 있어서 들을 수 있고 눈이 있어서 볼 수 있으며, 

입이 있어서 먹을 수 있고, 

갈 때에는 맨 앞에 있다. 

그러므로 내가 크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너는 그런 재주가 없으니 크다 할 수 없다.”



꼬리는 말하였다.

“내가 너를 가게 하기 때문에 너는 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몸으로 나무를 세 겹으로 감고
사흘 동안을 놓지 않는다면, 

머리는 갈 수가 없어 밥을 찾으면서 굶주려 거의 죽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는 꼬리에게 말하였다.

“너는 몸을 놓아라. 

네가 크다 하리라.”

꼬리는 그 말을 듣고 곧 놓아 주었다. 


■ 머리는 꼬리에게 말하였다.

“네가 크니 앞에서 가라.”

꼬리는 앞에서 가다가
몇 걸음도 가지 못하고 불구덩이에 떨어져 죽었다.

 

이 비유는
■ 승려 가운데 혹 총명하고 덕이 있는 어떤 장로가 법을 결정할 때, 

하위의 승려들이 순종하지 않으면
장로가 힘으로 그것을 제지하지 않고
그들에게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 하면, 

일은 되지 않고 다같이 법답지 않은 데에 떨어진다는 것이니, 

저 뱀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비유와 같은 것이다.

 


27


옛날 어떤 새 잡는 사람[捕鳥師]이
늪 위에 그물을 치고, 

새 먹이를 그 안에 두었다. 


새들이 짝을 지어 다투어 와서 먹이를 먹을 때, 

새 잡는 사람은 그물을 당겨
새를 모두 그물 속에 떨어지게 하였다.


그때 어떤 새 한 마리는 몸이 크고 힘도 세어, 

몸으로 그 그물을 들고 여러 새들과 함께 날아갔다. 

새 잡는 사람은 그 그림자를 바라보며 쫓아갔다.

 

어떤 사람이 새 잡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새는 허공을 날아가는데 너는 걸어서 쫓아가는구나.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새 잡는 사람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다. 

해가 저물어 저 새들이 깃들 곳을 찾을 때에는, 

나아가는 곳이 같지 않아서 반드시 떨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쉬지 않고 쫓아갔다.

해가 차츰 저물어갔다. 

올려다 보니 새들은 어지러이 날면서 서로 다투었다. 

혹은 동쪽으로 가려 하고, 

혹은 서쪽으로 가려 하며, 

혹은 숲으로 가려 하고 혹은 못으로 가려 하였다. 


이렇게 쉬지 않고 다투다가 어느새 모두 떨어졌다.

그리하여 새 잡는 사람은 그것을 모두 잡아 차례로 죽였다.

 


■ 새 잡는 사람은 파순(波旬)과 같고, 

그물을 치는 것은 매어부림[結使]과 같으며, 

그물을 진 채로 나는 것은 사람이 매어부림을 떠나지 못한 채 생사를 벗어나려는 것이요, 

해가 저물어 그치는 것은 사람이 게으른 마음을 내어 더 나아가지 않는 것과 같으며, 

깃들 곳을 찾되 꼭 같지 않은 것은 예순두 가지 소견을 일으켜 항상 서로 반대하는 것이요, 

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사람이 삿된 소견의 갚음을 받아 지옥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매어부림과 번뇌는 악마의 그물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28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5백의 명 역사가 모두 사문이 되어, 

한곳에서 좌선도 하고 경도 외웠다.


어떤 나쁜 도적이 와서 여러 사문들의 옷과 발우를 모두 빼앗아 가고, 

오직 열반한 승려의 것만 남아 있었다.

 

도적이 떠난 뒤에
여러 사문들은
경솔하게도 열반한 승려의 옷을 입고,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이 사실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왜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았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감히 외치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너희들이 외치지 않는다면
도적은 날마다 와서 너희들 옷을 빼앗아 갈 것이니, 

누가 항상 대어 주겠는가?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도적을 볼 때에는 외치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몽둥이나 기왓장이나 돌을 들고
도적을 위협해 물러가도록 하되, 

다만 실지로 해치지는 말도록 하라.”

 

■ 사람이 중히 여기는 것은 몸과 목숨과 재물이나, 

이 세 가지는 아낄 것도 못 되지마는
가벼이 여길 것도 아니다. 


■ 왜 아낄 것이 못 되는가? 

몸은 덧없이 허물어지고 견고한 것이 아니건마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은 그것을 아껴 내 것이라 생각하고, 

탐하고 사랑하고 아끼면서 좋지 못한 인연을 일으켜 뒷날 나쁜 길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아낄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 또 왜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닌가? 

몸이 있기 때문에 성현을 만나면, 

정성껏 맞이하고 예배함으로써, 

뒷날에는 금강과 같은 보배로운 몸을 얻어 무너뜨릴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것이다.

 

왜 목숨을 아낄 것이 못 된다 하는가? 

사람은 목숨을 위하기 때문에 살생하고 강도질하며 음탕하고, 

입으로는 네 가지 허물을 범하여, 

마음에는 탐욕과 성냄과 삿된 소견을 내다가 뒤에는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아낄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왜 목숨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가? 

목숨이 있기 때문에 성현을 만나 설법을 듣고, 

정묘한 이치를 깊이 알아서 목숨이 다하도록 수행하다가, 

뒤에는 한량이 없고 끝이 없는 보배로운 목숨을 얻는다. 

그러므로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왜 재물은 아낄 것이 못 되는가? 

재물은 다섯 집[五家]의 몫이기 때문이다. 

즉 도적ㆍ물ㆍ불ㆍ관청ㆍ나쁜 자식 등 다섯 집이 갑자기 오면, 

하루아침에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아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 왜 재물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닌가? 

좋은 복밭을 만나 재물로 보시하여 갖가지로 공양하되 아까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뒤에는 네 개의 큰 창고의 보재(寶財)를 얻어 가난하고 궁한 이를 두루 구제하여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대개 복덕을 닦을 때에는
부처의 도를 이루는 데 마음을 둘 것이요, 

다만 인간과 천상의 과보만을 구할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마치 종자를 심는 것은 다만 그 열매를 구하는 데 있고, 

비록 열매는 익지 않더라도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사귀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처럼, 


보시로써 복을 짓는 것도 그와 같아서, 

뜻을 세우고 계율을 지키는 것은 다만 부처가 되는 열반의 길을 구할 뿐이니, 

비록 도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인간이나 천상의 즐거움과, 

전륜성왕이나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은 저절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곡식을 심으면
줄기와 마디와 가지와 잎사귀는 기약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다만 인간이나 천상의 과보의 즐거움만 구할 것이 아니니라.

 




29


옛날 천축에 어떤 절이 있었다. 

거기에 10만 명의 사문이 있었다는데, 


5만여 명은 이미 아라한이 되어
6통(通)이 밝게 트이고 온갖 번뇌가 이미 없어졌으며, 


나머지 5만 명은
그 밑의 세 가지 길을 얻은 이도 있고
혹은 얻지 못한 이도 있었다.

 

■ 어떤 장자가
인간과 천상의 자유로운 복락(福樂)을 얻고자 하여, 

절에 와서 음식을 차리고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다.


그때 한 상좌(上座)는 6신통을 얻은 큰 아라한이었다. 

그는 매우 늙어 수염은 희고 이는 빠지고 몸은 바짝 말랐지만
10만 명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는 장자를 위하여 축원한 뒤에 손을 씻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시주여, 지금의 보시는 큰 죄를 지었다.”


그때 그 모임에서 도를 얻지 못한 이는 모두 말하였다.

“저 상좌는 늙었기 때문에 저런 미친 소리를 하는구나.”

 

그러자 상좌는 대답하였다.

“사실이 그렇고 미친 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은 물었다.

“저 장자는 복을 심었는데 어째서 죄를 지었다고 하는가?”

 

상좌는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한다. 


■ 그는 복을 심어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받겠지마는, 

그 즐거움은 받는 동안에
교만한 마음이 크게 생겨 스스로 족하다 생각하고, 

부처님을 뵙고도 받들지 않고 경을 보고도 읽지 않으며, 

사문을 보고도 경건한 마음이 없어, 

거리낌없이 방일하다가 그 복을 다 받은 뒤에는
나쁜 길에 떨어져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서야
죄가 다하여 나오게 될 것이니, 

그것은 큰 죄를 심음으로써 이내 세속의 큰 과보를 받기 때문이다. 


■ 만일 거룩한 도에 마음을 두고 그 복을 짓는 사람이라면, 

뒤에 과보를 받을 때에도 마침내 그런 과보는 없는 것이다.”

 




30



옛날 천축에 가난한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생계가 곤란하여 항상 타락(우유의 일종)을 팔며 살아갔다.

그들은 각각 타락 병을 이고 시장에 나가 팔려고 하였다. 


마침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러웠다
한 사람은 지혜가 있어 가만히 생각하였다.


‘오늘은 비가 내려 길이 질어서 가기 어렵다. 

혹 가다가 넘어져 병이 부서지면 몽땅 손해를 보고 말 것이다. 

지금 타락웃물[酥]을 내어 두고 가면
혹 내가 넘어지더라도 손해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지혜가 적어 모두를 가지고 시장에 갔다. 

그들은 도중에서 미끄러져 모두 넘어졌다. 


한 사람은 근심하고 슬피 울면서 땅에 쓰러져 뒹굴었으나
한 사람은 전연 근심하는 법도 없고 또 안타까워하지도 않았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신들 두 사람은 다 같이 타락 병이 부서져 피차에 손해가 같을 것인데, 

어째서 한 사람은 근심하고 슬피 울며 안타까워하고, 

한 사람은 태연하여 조금도 안타까워하는 빛이 없는가?”

 

한 사람은 대답하였다.

“내가 가진 타락은 그 웃물을 전연 내지 않았는데, 

지금 병이 부서져 몽땅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워 견딜 수 없습니다.”


또 한 사람은 대답하였다.

“내가 가진 타락은 그 웃물을 먼저 내었기 때문에
지금 병이 부서졌어도 손해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태연히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병은 몸에 비유한 것이요, 

타락은 재물에 비유한 것이다.



■ 어떤 사람은 재물을 아껴 현재의 이익만을 탐하여 구하면서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다가, 

몸이라는 병이 갑자기 부서지면 재물이 모두 없어지고 만다. 

그것을 저 타락 장수가 타락과 웃물을 모두 잃고는, 

괴로워하며 안타까워하여도 어쩔 수 없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 어떤 사람은
후세의 과보를 깊이 믿고 가진 재물을 모두 보시하므로, 

몸 병이 부서지더라도 잃는 것이 별로 없다. 

그것은 저 타락 장수가 타락 병이 부서지더라도 손해가 아주 적으므로
그 마음이 태연하여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

 





31

옛날 5백 명의 상인이 보배를 구하려고 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갔다.

마침 마갈고기가 머리를 물 위에 내고
입을 벌리고 중생을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그때 바람은 적은데 배는 화살처럼 빨리 달렸다. 


우두머리 상인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배가 너무 빨리 간다. 

돛을 내려라.”

그 말대로 곧 돛을 내렸으나
배는 더욱 빨리 달려 멈출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 상인은 망루(望樓) 위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는가?”

“위에는 두 개의 해[日]가 떠 있고
밑에는 흰 산이 있으며
중간에는 검은 산이 보입니다.”

 


우두머리는 놀라면서 말하였다.

“그것은 큰 고기이다. 

어찌하겠느냐? 

나와 너희들은 지금 모두 곤액(困厄)을 만났다. 

저 고기 뱃속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날 도리가 없다. 

너희들은 제각기 그 섬기는 바를 따라 일심으로 살려주기를 빌어라.”

 

이에 여러 사람들은
각기 그 받드는 바에 일심으로 귀의하여 액난에서 벗어나기를 빌었다. 


그러나 구하는 바가 간절할수록 배는 더욱 빨리 달려가서 잠시도 쉬지 않고, 

곧 고기 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우두머리는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큰 신(神)을 부르는데 이름을 부처라 한다. 

너희들은 본래 받들던 것을 버리고
일심으로 이 부처님을 불러라.”

 


그때 5백의 사람들은 모두 큰 소리를 내어 불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고기는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생각하였다.

‘지금 이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시는데
내가 어찌 진짜로 중생을 해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곧 입을 다물었다. 


물은 모두 거꾸로 흘러 고기 입에서 자꾸 멀어져
5백 명의 상인들은 한꺼번에 그 액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 고기는 전생에 도인으로서 죄를 짓고 고기 몸을 받았는데, 

일찍이 부처님의 명성을 들었기 때문에, 

이내 전생 일을 기억해 생각하고 착한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이것은 5백 명의 상인이 다만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그 명호를 부른 것만으로도
곧 천지에 가득한 재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님을 생각하는 삼매를 받들어 가져
중한 죄를 가볍게 하고
가벼운 죄를 소멸하게 하는 그런 갚음이야 어찌 대단한 것이 아니랴.

 





32


겁(劫)이 다해 불이 탈 때에는 모두가 다 비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생들의 복덕 인연의 힘으로 말미암아 시방에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니, 

그 바람과 바람의 계속하는 힘으로 능히 큰 물을 받을 것이요, 

그 물 위에는 천 개의 머리와 2천 개의 손ㆍ발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 이름을 위세(違細)라 한다.

 

그 사람의 배꼽에서 천 송이 금빛 연꽃이 피니
그 광명은 만 개의 해가 한꺼번에 비추는 것처럼 밝을 것이요, 


꽃 속에는 사람이 있어 가부하고 앉았는데
그도 한량없는 광명이 있을 것이니, 

그의 이름은 범천왕이라 한다. 

그는 심장에서 아들 여덟을 낳을 것이요, 

그 여덟 아들이 천지의 사람을 낳을 것이다.

 

그 범천왕은 어떤 음욕이나 성냄도 이미 다하여 남아 있지 않았으므로 말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선정의 깨끗한 행을 닦아 음욕을 끊어 버리면
범도(梵道)를 행한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굴리시는 법륜을 혹은 범륜(梵輪)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범천왕이 연꽃 위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세속을 따라 보배스런 연꽃 위에 가부하고 앉아, 

6바라밀을 설명하시는 것인데, 

누구나 이 법을 들으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

 



33

옛날에 한 귀한 여자가 있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거동이 뛰어났는데, 

집을 떠나 도를 닦아 아라한의 지위에 올랐다.


그녀는 성 밖 숲속 길을 혼자 걸어가다가 도중에 남자를 만났다. 

그 사람은 이 비구니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혹하여 그 앞을 막아 서서 말하였다.

“만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를 가지 못하게 하리라.”

 

비구니는 곧 오로의 더러운 법[惡露不淨之法]을 말하면서 물었다.

“내 머리와 눈과 손발의 어디가 탐스러운가?”


그 사람은 말하였다.

“나는 너의 그 고운 눈을 사랑한다.”

 

그때 그 비구니가 오른손으로 한쪽 눈을 빼어 그 남자에게 보이니, 

온 얼굴에 피가 흘렀다.

그 남자는 그것을 보자마자 정욕이 사라졌다.


비구니는 한쪽 눈을 손에 들고
부처님께 돌아가 눈을 도로 본 자리에 박고는, 

그 사실을 갖추어 아뢰었다. 


그리고 부처님은 이내 계율을 정하셨으니, 

그 뒤로는 비구니로서
성 밖에 살거나 혹은 촌락 밖에 혼자 다니는 것을 금하셨다.

 





34

천하의 초목은 다 약이 되지마는 잘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알지 못할 뿐이다.


옛날에 이름난 의왕(醫王)이 있었는데 이름은 기역(耆域)이라 하였다. 

그가 약초를 화합하여 동자(童子)의 모양을 만들면, 

보는 이는 모두 기뻐하였고 어떤 병도 모두 나았다.

 

그는 풀 한 가지로 여러 가지 병을 고치기도 하고, 

혹은 여러 가지 풀로 한 가지 병을 고치기도 하여, 

천하의 풀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었고, 

천하의 병으로 고치지 못할 것이 없었다.

 

기역이 목숨을 마치자
천하의 약초들은 한꺼번에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모두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우리를 써서 병을 고친 이는 오직 기역님뿐이었다. 

그는 우리를 밝게 알았는데, 

기역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아무도 우리를 밝게 알지 못한다. 


뒤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잘못 쓰기도 하고
혹은 더하고 덜하여 병을 고치지 못하면서, 

온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우리를 신기하지 못하다고 말하게 한다. 

이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우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하리륵(訶梨勒) 한 가지만은
혼자 한쪽에서 울지 않고 스스로 말하였다.

“나는 온갖 병을 다 고칠 수 있다. 

나를 먹는 이는 어떤 병도 다 나을 것이요, 

나를 먹지 않는 이는 스스로 고치지 못할 뿐이다. 

사람의 지혜를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나는 울지 않는 것이다.”

 

■ 기역은 부처님에 비유한 것이요, 

온갖 약초는 모든 법과 같은 것이며, 

아리륵은 무상(無常)과 같은 것이다.


■ 이것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는 법을 잘 써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써 약을 삼아 사람의 병을 고치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좋은 법을 알맞게 써서 일정한 규칙이 없음을 말한 것이니, 

그것은 병자와 좋은 의사에 비유한 것이다.

 

■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는 경우에 따라 바꾸어 모든 법을 잘 쓰는 이가 거의 없음을 말한 것이다.


■ 그리고 무상(無常)으로 관찰하는 이는 병을 많이 고치는데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도 잘 고치되, 

잘쓰는 이는 병을 고치고 잘쓰지 못하는 이도
해가 되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니, 

그러므로 하리륵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다.

 

■ 그 밖의 다른 여러 가지 법은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을 쓰는 이는 반드시 그 스승을 만나야 하는 것이니, 

잘쓰면 병이 덜하지마는, 

잘못 쓰면 병을 더하기 때문이다.

 



35


옛날 어떤 백정[屠兒]이 아사세왕에게 가서 한 가지 소원을 청하였다.

왕은 물었다.

“네 소원이 무엇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명절 모임 때에는 반드시 짐승을 잡을 것인데, 

그 일을 제게 맡기시면 제가 다 하겠습니다.”

 

“짐승을 죽이는 일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데, 

너는 왜 그것을 기꺼이 하려고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전생에 가난하여 백정 집에서 일하면서 살았습니다. 

그 때문에 사천왕(四天王)에서 났다가
거기서 천수가 다하여 인간으로 태어나 계속해서 양백정 노릇을 하였고,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천상에 났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 양백정 노릇을 하였기 때문에
여섯 하늘에 두루 나서 한량없는 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왕에게 청하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비록 네 말과 같다 하더라도 무엇으로 그것을 알았는가?”

“저는 전생 일을 압니다.”

 

“저것은 거짓말이다. 

저런 하천한 사람이 어떻게 전생을 알겠는가?”


그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 부처님은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 말과 같고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전생에 일찍 벽지불을 만나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 머리를 우러러보고 그 발을 내려다보다가 곧 착한 마음을 냈습니다. 


■ 그 공덕으로 낱낱 여섯 하늘에 두루 나게 되었고, 

인간에 내려와 나서는 스스로 전생 일을 알게 된 것입니다.


복덕이 익었기 때문에 여섯 번 천상과 인간에 나게 되었고, 

그 죄가 아직 익지 않아 지금 당장은 과보를 받지 않지마는, 

저 몸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 양백정의 갚음을 받을 것이요, 

지옥에서 나와서는 양의 무리로 태어나 낱낱이 그 갚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 그 사람은 전생을 아는 지혜가 옅어서
오직 여섯 천상의 일만을 알고, 

과거의 일곱째 몸은 모르기 때문에
양을 잡는 것이 곧 하늘에 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니, 


■ 이와 같이 다만 전생 일만을 아는 것은
통(通)도 아니요, 

명(明)도 아니다.

 




36


옛날 어떤 국왕은 죄와 복에는 반드시 과보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래서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남의 청을 거스르지 않았으므로, 

그 이름은 사방에 널리 퍼져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때 그 이웃 나라에서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를 습격해 왔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전장에 나가면 반드시 많은 목숨을 죽이게 될 것이니, 

차라리 내 한 몸을 죽여 백성들을 죽게 하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적의 군사가 성의 동문으로 쳐들어오자, 

왕은 서쪽 문으로 빠져 나가
혼자서 숲속으로 달아났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멀리서 와서 숲속을 지나다가 마침 그 왕을 만났다. 

그들은 서로 문안한 뒤에 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려 하오?”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내가 들으니 아무 나라의 왕은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남의 청을 거스르지 않는다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멀리 와서 재물을 얻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놀라며 이상히 여겨 곧 물었다.

“왕은 왜 지금 이렇게 되었습니까?”

그때 왕은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바라문은 그 말을 듣자 땅에 쓰러져 한참 동안 까무라쳤다가
왕이 붙들어 일으켜 얼굴에 물을 뿌린 뒤에야 깨어났다. 


왕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부터 빈궁하여 재물이 없습니다. 

그래서 멀리 와서 재물을 얻고자 하였는데, 

왜 지금 왕께서 이러한 경우를 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스럽고 괴로워 어쩔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왕은 그를 위로하였다.

“당신은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에게 큰 재물을 얻게 해 드리리다. 


저 적국의 왕은 내 나라는 얻었지마는
아직 내 몸은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먼 벽지에까지 영을 내려
중한 상을 걸고 사람을 불러 모을 것입니다. 

당신은 곧 나를 결박하여 왕의 궁문 앞으로 보내십시오. 

저 왕은 기뻐하여 반드시 당신에게 많은 상을 줄 것입니다.”

 


이에 바라문은 그 말대로
곧 새끼로 왕의 두 손을 묶어 왕의 궁문으로 보내었다. 


문지기는 그것을 보고 곧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문지기에게 명령하여 결박된 이 왕과 바라문을 데리고 오게 하여 왕의 앞에 앉혔다.


왕은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기술이 있어서 이 사람을 잡았습니까?”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내게는 다른 기술이 없습니다. 

이 분은 본래 왕으로 있을 때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기 때문에, 

나는 재물을 얻으려고 멀리서 오다가
마침 숲속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분이 내게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아무 나라의 왕에게로 갑니다.’


‘내가 바로 아무 나라의 왕입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곧 숨이 막혀 까무라쳤습니다. 

이 분은 나를 붙들어 일으키고
내 얼굴에 물을 뿌린 뒤에 다시 내게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전생에 보시하지 않았으므로
이 세상에 나서는 빈궁하여 재물을 얻으려고 일부러 멀리서 왔는데, 

내 원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한탄하고 괴로워할 뿐입니다.’


그러자 이 분은 나를 위로하면서 말하였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나는 내 몸으로 당신의 원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게 말하기를 ‘당신은 노끈으로 내 두 팔을 묶어 왕의 궁문으로 보내시오. 

저 왕은 반드시 당신에게 상을 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왕은 바라문의 이 말을 듣고, 

곧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물러나 앉아 본래의 왕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사람의 왕이요, 

나는 도적입니다.”


그리하여 거느린 군사를 거두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먼저 왕은 자리를 회복하고 전처럼 영을 행하였다.

 



■ 이것은 보살이 본래 범인으로서
그 행한 바 지극한 덕이 이러하였다는 것과, 

만일 누구나 지극한 마음으로 경전을 쓰거나 지니면
하늘이나 악한 사람도 그 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두 가지 종류의 도적이 있다. 

첫째는 손힘[手力]의 도적이요, 

둘째는 방편의 도적이다. 


손힘의 도적은 손으로 벽을 뚫고
혹은 사자 머리를 만들고
혹은 연꽃 모양을 만들고는 그 집에 들어가 물건을 취하되, 

모두 가져가지 않고 조금 남겨 두어 주인이 살아가도록 하고, 

또 사람들로 하여금 ‘이는 좋은 도적이다’라고 일컫게 하려고, 

돌아와서는 옷을 바꾸어 입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물건을 잃은 집으로 가서 본다.


그때 여러 사람들은
그 도적이 벽을 뚫은 곳을 보고 모두 말한다.

“이것은 교묘한 도적이다.”

 


어떤 방편의 도적이
남 몰래 범지의 옷으로 바꾸어 입고
그 속에 있다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교묘한 도적이 아니다. 

힘은 많이 쓰고 얻은 물건은 적다. 


■ 어떤 것을 교묘하다 하는가? 

결코 힘은 들이지 않고
얻는 물건이 많아야 교묘함이 되는 것이다.”

 


힘의 도적은 이 말을 명심하였다가, 

여러 사람들이 떠나기를 기다려 그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방편의 도적이라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그것을 알고 싶으면 나를 따라 다녀라. 

한 달 남짓만 지나면 너로 하여금 보게 하리라.”

 

이에 방편의 도적은, 

곧 방편으로 남 몰래 범지의 옷으로 바꾸어 입고, 

어떤 큰 장자의 집으로 가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물건이 조금 필요한데
그것을 내게 주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장자는 옷 한 벌 값을 청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고 주겠다고 대답하였다.

 

아직 얻기 전에 다시 가서 말하였다.

“그대가 전에 내게 승낙하여
마음으로 정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반드시 얻을 것이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 한 뒤에
곧 문서를 만들어 관청에 가서 말하였다.

“아무 장자가 내게 10만 냥 금의 빚을 졌는데
갚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도적은
곧 장자의 원수를 증인으로 삼았다.


그때 관청에서는 그 증인과 장자를 구속하고, 

그 증인에게 물었다.

“사실인가?”


증인은 대답하였다.

“사실입니다.”

 

관청에서는 장자를 시켜
금을 실어다 그 범지에게 주라 하였다.


이리하여 방편의 도적은 힘을 들이지 않고 많은 물건을 얻었다. 


■ 따라서 기뻐하는 공덕도 그와 같다.

 



37


어떤 용은 물 한 방울로도
한 나라 혹은 두 나라, 

세 나라, 나아가서는 온 염부제를 적시었다. 


용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 물 한 방울을 간직해
그 물이 마르지 않고 항상 있게 하고 싶은데 어떤 곳이 좋을까?’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다른 곳은 될 수 없다. 

오직 큰 바다 속에 간직해 두어야 마르지 않을 것이다.’




■ 이것은 조그만 보시로 무궁한 큰 과보를 얻으려면, 

오직 부처님의 도(道) 안에 간직해 두어야 된다는 것을 비유로 말한 것이다.

 

그리고 물방울은 용의 지혜와 합하기 때문에, 

그 간직할 곳을 얻어 마르지 않는 것처럼, 

■ 보시도 지혜와 합하여야 두는 곳을 얻어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38


■ 전륜성왕이 금바퀴[金輪]를 가지게 된 내력은 이러하다.


제석천왕이 사천왕에게 분부하여, 

매달 6일에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선악을 살펴보게 하였다.


사천왕과 태자와 그 사자들은, 

어떤 큰 나라의 왕이 열 가지 선행[十善]과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으로 천하를 다스리되, 

사람들을 걱정하여 그 마음은 인자한 아버지와 같음을 보았다. 

그들은 이 사실을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제석천왕은 이 말을 듣고 경사스럽게 여겨, 

곧 비수갈마(毘首羯磨)에게 명령하여 금바퀴를 주게 하였다. 


그리고 비수갈마는 금바퀴를 내어 비사문천왕에게 주고
비사문천왕은 그것을 날아다니는 야차에게 주고, 

날아다니는 야차는 또 그것을 가져다 그 큰 나라 왕에게 주었다.

 

비사문천왕은 야차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항상 왕을 위하여 이 금바퀴를 가지고, 

왕이 수명을 마칠 때까지
중도에서 버리지 말고 왕의 정수리에 씌워라.”

 


그리하여 야차는 항상 그것을 가지고, 

나아가거나 머무르거나 가나 오나, 

그 성왕의 뜻을 따르다가
수명을 마친 뒤에야 도로 비사문천왕에게 돌려 주었고, 

비사문천왕은 비수갈마에게 돌려 주고
비수갈마는 도로 보배갈무리 속에 감추어 두었다.

 





39


옛날 바가(婆伽)라는 대범천왕이 있었다. 

그는 전생에 오래 사는 인연을 심었기 때문에, 

그 수명은 72명의 범천인의 수명보다 길어, 

그들은 수명을 마쳐도 그의 수명은 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 수명 때문에
곧 삿된 소견을 내어 스스로 ‘항상 산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자재함을 얻었다. 

지금부터는 아무도 나를 함부로 보지 못할 것이다. 

만일 내가 허락하면 그는 와서 나를 볼 수 있지마는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오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은 신통한 마음과 도의 눈으로 그 마음을 비추어 살펴보시고, 


사리불과 목련 등 네 제자와 함께 허공을 타고 가서
그 정수리 위에 앉으셨다. 


그리고 사리불은 오른쪽에 있고
목련은 왼쪽에, ★★

대가섭이 앞에, 

대가전연은 뒤에 있었다.

■ 부처님은 범왕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항상 살고 자재함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지금 어떻게 네 정수리 위에 앉을 수 있는가?”

 다시 물으셨다.


■ “너는 어떤 일을 보았기에
항상 살면서 자재함을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 범왕은 대답하였다.

“저는 범천에서 72인이 차례로 목숨을 마쳐도 제 목숨은 다하지 않고, 

또 세 가지 큰 복덕이 있어서
하늘 사람들은 목숨을 마쳐도 제 수명은 여전히 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인연으로 ‘항상 산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일체지를 가진 사람으로서
네가 처음으로 난 때도 보고
또 네가 죽을 때와, 

모든 법을 다 보아 조금도 틀림이 없다. 


너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항상 산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말라. 

범천왕아, 

너도 전생 일을 안다면
부처가 되려 할 때를 확실히 알고자 하지 않겠는가?”

 


그는 부처님께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내 근본을 아신다면, 

무슨 인연으로 저는 이러한 수명을 얻었나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본래 5통을 얻은 신선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갈 때에, 

사나운 바람이 세게 일어나 물결이 하늘에 닿았을 때

■ 너는 신통의 힘으로 그들을 구제하여
언덕 위로 끌어올려
그들로 하여금 죽음의 재화를 면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첫 번째 인연이다.

 

또 너는 일찍 큰 나라의 신하가 되었다. 


그때 한 마을이 왕의 법을 범하였는데, 

왕은 매우 화를 내어
그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 하였다. 


■ 너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집의 재산을 모두 털어
그들의 도의 땅[道地]이 되어 그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니, 

이것이 두 번째의 인연이다. 


■ 이 두 가지 인연으로 너는 긴 수명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36겁을 지내면 네 수명은 다할 것이다.”

 

범천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는
믿는 마음이 생겨 일심으로 생각하다가
아나함의 도를 얻었다.


범천왕은 이 인연만으로도 오히려 그러한 수명을 얻었거늘, 


하물며 부처님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큰 서원을 쌓되,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머리를 달라면 머리를 주고, 

눈을 달라면 눈을 주면서 구하는 바를 모두 다 주었으니, 

몸이 허공에 가득 차는 것도 크다고 할 수 없고, 

티끌 수 같은 겁의 수명도 많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 [pt op tr]





◆vkvz1741

◈Lab value 불기2556/05/30

댓글내용







문서정보 ori http://buddhism007.tistory.com/3778#1741
sfed--잡비유경_K1016_T0207.txt ☞잡비유
sfd8--불교단상_2556_05.txt ☞◆vkvz1741
불기2556-05-30
θθ
 


■ 퀴즈 


다음에 해당하는 단어? 

삼론종에서 생ㆍ멸ㆍ거ㆍ래ㆍ일ㆍ이ㆍ단ㆍ상 등 8종의 어리석은 고집을 부정하는 데서 나타나는 불가득한 중도의 이치. 중생들의 어리석고 삿된 견해를 없앤 뒤에 다시 따로 중도라는 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그릇된 견해를 끝까지 없애는 그것[八不]이 곧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팔불중도의 이치이며, 따라서 팔불중도의 참뜻을 알면 모든 어리석고 그릇된 견해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팔불중도라는 생각까지도 있지 않다는 것.

답 후보
팔불중도(八不中道)
팔종(八宗)
편단우견(偏袒右肩)
평등력(平等力)

포교(布敎)
표색(表色)
품제(品題)


ॐ मणि पद्मे हूँ
○ [pt op tr]




10gfl--2012-06월_댓글보전.txt

http://essay007.tistory.com/37

201205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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