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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63-01-27_첨품묘법연화경_00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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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63-01-27_첨품묘법연화경_002

진리와 가치를 고루고루 2019. 1. 27. 14:30



®

『첨품묘법연화경』
K0118
T0264

첨품묘법연화경 제2권

● 한글대장경 해당부분 열람I
● 한글대장경 해당부분 열람II
○ 통합대장경 사이트

※ 이하 부분은 위 대장경 부분에 대해
참조자료를 붙여 자유롭게 연구하는 내용을 적는 공간입니다.
대장경 열람은 위 부분을 참조해주십시오.


○ [pt op tr] 첨품묘법연화경_K0118_T0264 핵심요약





♣0118-002♧

첨품묘법연화경 제2권

사나굴다․달마급다 공역 

오진탁 번역 

3. 비유품[譬喩品] 



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원문번역문
첨품묘법연화경



해제보기
 
첨품묘법연화경 제2권
 
사나굴다ㆍ달마급다 공역
오진탁 번역
 
■ 3. 비유품[譬喩品]
 
그 때 사리불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즉시 일어나 합장한 채로 부처님의 존안(尊顔)을 우러러보면서 아뢰었다.
“지금 세존으로부터 이와 같은 법음(法音)을 들으니 마음이 뛸 듯이 기뻐서 미증유(未曾有)를 얻었나이다. 
왜냐 하면 제가 예전에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법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러 보살들은 수기를 받아서 성불하리란 걸 보았지만, 
저희들은 그 일에 끼지를 못하여 크게 아픔을 느끼면서
여래의 한량없는 지견(知見)을 잃었다고 했기 때문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이 산림이나 나무 아래에서 홀로 있을 때 앉아 있든 걸어다니든 항상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들도 똑같이 법의 성품[法性]에 들어갔는데, 
어째서 여래께서는 소승법으로 제도하시는 것일까?’
그러나 이는 저희들의 허물이지 세존의 탓은 결코 아닙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所因]을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렸다면, 
반드시 대승으로 해탈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저희들은 방편에 입각해 마땅함에 따라서 설하신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 부처님의 법을 듣자마자 곧바로 믿고 받아 들여서[信受] 스스로 증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밤낮으로 스스로를 질책했지만, 
이제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법을 듣고서야
비로소 온갖 의심과 회한을 끊어서 몸과 마음이 태연하게 되고 크게 안온하게 되었으니, 
금일에야 참된 부처님의 자식으로서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나게 되었고
법에서 화생(化生)하여 부처님 법의 분수를 얻게 되었나이다.”
 


이 때에 사리불은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내가 이 법음(法音)을 듣고
미증유의 법을 얻음으로서
마음에 커다란 환희심 품고
의심의 그물을 모두 끊었나니
예전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대승법을 잃지 않은 탓입니다.
 
부처님 말씀은 너무나 희유해서
중생의 번뇌를 능히 없애니
나는 이미 번뇌가 다해서
번뇌와 근심을 끊었나이다.
 
제가 산골짜기에 머물거나
혹은 숲의 나무 아래에 있거나
앉기도 하고 경행하기도 하면서
항상 이 일을 사유하면서
스스로 깊이 자책하기를,
‘어째서 스스로를 속이는가?

■ 우리 또한 불자이기에
똑같이 무루법에 들었지만
미래 세상에서 능히
위없는 도를 연설하지 못하며
금빛 몸과 삼십이상
십력(十力)과 모든 해탈도
똑같이 한 법 속이건만
이 일을 얻지 못하였으며
 
■ 여든 가지 오묘한 상호
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
이와 같은 공덕들을
나는 모두 잃어버렸네.’
 
■ 또 나 혼자서 경행하면서
대중 속에 계신 부처님 바라보니
그 명성이 시방에 가득해서
중생에게 널리 이익을 주거늘
내가 이런 이익을 잃은 것은
스스로를 속인 탓이네.
 
저는 늘 밤낮으로
이 일을 매양 생각하면서
참으로 잃었는지 잃지 않았는지를
세존께 묻고 싶었는데
 
세존께서 모든 보살들을
항상 칭찬하는 것을 보고는
밤낮으로 이 일에 대해
생각하고 헤아렸으며
 
이제 부처님의 음성을 들으니
마땅함에 따라서 법을 설하여
무루(無漏)이자 불가사의하게
중생을 도량으로 이끌게 했네.
 
저는 본래 삿된 소견에 집착하여
모든 범지(梵志)의 스승이 되었으나
세존께서 내 마음을 알아내셔서
삿됨을 뽑고 열반을 설하시니
 
나는 삿된 소견을 다 없애고
공(空)의 법을 증득했는데
그 때 마음속으로 스스로
멸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깨닫고 보니
그것은 참된 열반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부처가 되었을 때는
삼십이상을 구족해서
하늘과 야차(夜叉)의 무리들
그리고 용과 신 등이 공경하니
이 때야 비로소 영원히 멸진한
무여열반이라고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중 속에서
나도 성불한다고 설하시니
이와 같은 법음을 듣고서야
의심과 후회가 다 없어졌나이다.
 
처음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땐
너무나 놀라고 의심스러워서
혹시 마군이 부처가 되어서
내 마음을 혼란시키는가 의심했다가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과
다양한 비유와 능숙한 말씀으로
마음을 바다처럼 편안케 하시니
나는 의심의 그물을 끊어버렸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지난 세상의
한량없는 열반한 부처님들께서는
방편 속에 편안히 머물면서
모두 이 법을 설하셨고
 
현재와 미래의 부처님들
그 수가 한량이 없지만
역시 온갖 방편으로써
이와 같은 법을 연설하셨고
 
오늘날 출현한 세존께서도
태어나고 출가해서
도를 얻어 법륜을 굴리실 때
역시 방편으로 말씀하시니
 
세존만이 진실한 도를 말씀하시지
마왕 파순은 이런 일이 없으리라
그래서 저는 결정적으로
마(魔)가 부처가 되지 않음을 알았나이다.
 
저는 의심의 그물에 빠졌기 때문에
마군의 짓이라고 여겼으나
부처님의 부드러운 음성이
심원하고 아주 미묘하게
청정법을 펼치는 걸 듣고는
내 마음이 크게 기뻐하면서
의심과 후회를 영원히 끊고
실다운 지혜에 안주했나이다.
 
저도 반드시 부처가 되어서
하늘과 사람의 공경을 받으며
위없는 법륜을 굴리어서
모든 보살을 교화하겠나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하늘, 인간, 사문, 바라문 가운데서 말하고자 하노라. 
나는 예전에 일찍이 2만억 부처님의 처소에서
위없는 도를 위하여 항상 그대를 교화하였고, 
그대들도 또한 그처럼 기나긴 세월동안 나를 따르면서 배웠으므로
내가 방편으로 그대를 인도하여
나의 법 가운데 태어나게 된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나는 예전에 그대를 교화하여 부처님의 도에 뜻을 두도록 했거늘, 
그대는 지금 모두 잃어버린 채
스스로 이미 멸도를 얻었다고 생각하였느니라. 

그래서 내 이제 그대로 하여금 본래의 서원을 따라서 행하던 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여러 성문들에게 이 대승 경전을 설하나니, 
이 경전의 명칭은 『묘법연화경』으로서 보살들을 가르치는 법이고 부처님께서 호념하는 바이니라.
 


■ 사리불이여, 
그대는 미래에 한량없고 가이없는 불가사의한 겁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정법을 받들면서 보살이 행해야 하는 도를 구족한 뒤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니, 
그 명호는 화광(華光)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니라. 

■ 그 불국토 이름은 이구(離垢)인데, 

그 국토는 평평하고 반듯해서 청정하게 장엄되어 있으며, 
안온하여 풍요로워서 하늘과 사람이 치성(熾盛)하고, 
유리로 된 땅에는 여덟 갈래의 길이 있는데 황금빛 줄로 길가에 경계를 치고, 
또 길옆에는 칠보로 된 가로수가 심어져서 항상 꽃과 열매로 가득하리라. 
화광여래 또한 삼승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교화할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 화광여래가 출현하는 시대는 비록 나쁜 세상은 아니지만, 
본래의 서원으로 인해 삼승의 법을 설하게 되니라. 
그 겁의 명칭은 대보장엄(大寶莊嚴)이니, 

왜 대보장엄이라 일컬을까? 
그 불국토에서는 보살로써 커다란 보배를 삼기 때문이니라.
그 보살들은 한량없고 가이없고 불가사의해서 계산이나 비유로도 미칠 수 없으니, 
부처님의 지혜의 힘이 아니면 제대로 알 수 있는 자가 없느니라. 
보살들이 길을 걷고자 할 때는 보배 꽃이 발을 받들 것이니, 
이 모든 보살들이 처음 발심한 보살[初發意]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들은 오래 동안 덕의 뿌리를 심고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처소에서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아서 항상 부처님으로부터 찬탄을 받았으며, 
언제나 부처의 지혜를 닦아서 대신통력을 갖추고 모든 법의 문을 잘 알았고, 
질박하고 정직하여 거짓이 없어서 그 뜻과 생각이 견고하니, 
이러한 보살들이 그 국토에 가득할 것이리라.
 
사리불이여, 
■ 화광여래의 수명은 왕자의 신분으로 성불하기 전의 기간을 제외하면 12소겁(小劫)이며, 
또 그 나라 백성들의 수명은 8소겁이니라. 

■ 화광 여래는 12소겁을 지낸 뒤에 견만(堅滿)보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내리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하리라.
‘견만보살은 다음에 부처가 되리니, 
그 명호는 화족안행(華足安行),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 
아라하(阿羅訶),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이며, 
그 부처님의 국토도 이와 같으리라.’
사리불이여, 

■ 화광 여래가 멸도한 이후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은 32소겁이고, 
상법(像法)이 머무는 기간 또한 32소겁이리라.”
 
세존께서는 곧이어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으셨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내세에
부처인 보지존(普智尊)을 이루리니
그 명호는 화광여래로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리라.
 
무수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보살행을 구족하여서
십력(十力) 등의 공덕을 이루고
위없는 도를 증득하리라.
 
한량없는 겁을 경과하면
겁의 이름이 대보장엄이고
그 국토의 이름은 이구(離垢)이니
청정하고 더러움이 없으며
유리로 된 땅에
황금 줄로 길을 장엄하고
칠보로 된 가로수에는
꽃과 과일이 넘치리라.
 
저 불국토의 보살들은
뜻과 생각이 항상 견고하고
신통력과 바라밀을
모두 다 이미 갖추었으며
 
무수한 부처님 처소에서
보살의 도를 잘 배웠으니
이와 같은 대사(大士)들을
모두 화광여래가 교화했네.
 
그 부처님이 왕자로 태어났지만
나라와 영화를 모두 버리고
마지막 최후의 몸으로
출가하여 불도를 이루리라.
 
화광여래 세상에 머물 때
그 수명은 12소겁이며
그 불국토의 백성들은
수명이 8소겁이라네.
 
그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은
32소겁에 이르니
그 동안 널리 중생을 제도하리라.
 
정법이 멸하고 나서는
상법도 32소겁 동안 유지되면서
사리가 널리 유포되어
하늘과 사람이 두루 공양하리라.
 
화광여래께서 하시는
그 일이 모두 이와 같아서
그 양족존(兩足尊) 부처님은
너무나 수승해서 견줄 수 없으며
그 여래가 곧 그대 몸이니
마땅히 스스로 기뻐해야 하리라.
 


그 때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은
사리불이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기뻐서 펄쩍 펄쩍 뛰며
각각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서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석제환인과 범천왕 등도 무수히 많은 천자와 함께
또한 하늘의 기묘한 옷ㆍ만다라꽃ㆍ마하만다라꽃 등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 뿌린 하늘의 옷이 허공 가운데에서 맴돌면서 회전하였고, 
여러 하늘에서 백천만 가지 음악이 허공에서 일시에 울렸으며, 
하늘 꽃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다함께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예전에 바라내에서 처음 법륜을 굴리시더니, 
지금 또 다시 위없는 가장 큰 법륜을 굴리시는구나.”
 
그 때 여러 천자들이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먼 옛날 저 바라내에서
사제(四諦) 법륜을 굴리셔서
모든 법과 오온의 생멸을
분별하여 말씀하시더니
지금 다시 가장 묘하고
위없는 대법륜을 굴리시네.
 
이 법이 너무나 깊고 오묘해서
믿을 자가 희귀하나니,
우리들은 예전부터
자주 세존의 설법을 들었지만
지난날에는 이와 같이
깊고 묘한 최상의 법을 듣지 못했네.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셔서
우리는 모두 따라서 기뻐하며
지혜 제일의 사리불이
이제 세존의 수기를 받사오니
 
저희들 또한 마찬가지로
반드시 부처가 되어서
일체 세간에 있어서
가장 존귀한 이 되오리다,
 
불가사의한 부처의 도를
방편으로 알맞게 말씀하시니
이 세상과 지난 세상의
제가 지은 온갖 복업(福業)과
부처님을 뵈온 공덕을
모두 불도에 회향하옵니다.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을 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조금의 의혹도 없이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았나이다. 
그러나 여기 마음이 자재한 1천 2백의 대중은
예전에 배우는 자리[學地]에 머물 때 부처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나이다.
‘나의 법은 능히 생로병사를 여의어서 구경의 열반에 이르게 하느니라.’
그래서 이 배울 것이 남아 있는 이[有學]과 배울 것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이[無學]들도
각각 아견(我見)이나 있다[有], 없다[無] 등의 소견을 여의고서 열반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지금 세존의 앞에서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말씀을 듣고 한결같이 의혹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여기의 사부대중을 위해 그 인연을 말씀하여서 의혹과 후회를 여의게 하옵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더냐. 
모든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과 비유와 언사와 방편으로 법을 설하는 것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함이라고. 
이와 같은 모든 가르침은 한결같이 보살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니라.

그러나 사리불이여, 
지금 비유를 통해 다시금 이 뜻을 분명히 밝히고자 하니. 
지혜 있는 인물이라면 이 비유로써 이해시킬 수 있으리라.

사리불이여, 
어느 나라의 한 취락에 부유한 장자(長者)가 살고 있었는데,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재물이 한량이 없었고 전답과 가옥, 
노비가 매우 많았느니라. 

그의 집은 광대했지만
대문은 오직 하나 뿐이었고, 
사람들도 많아서 1백, 
2백 때로는 5백 명이 그 속에 살고 있었는데, 
집과 누각은 낡아서 벽과 담이 무너지고 기둥뿌리도 썩었으며
대들보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위태로웠느니라.

그런데 집 주위에서 홀연히 일시에 불이 일어나 집들을 태웠는데, 
장자의 아이들이 대략 십ㆍ2십 내지 3십 명이 집안에서 놀고 있었느니라. 
장자는 사방에서 커다란 불길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비록 불타고 있는 문에서 안전하게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불타는 집에서 장난하느라
불이 난 줄 알지도 못하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구나. 

앞으로 불길이 몸에 닿아서 고통이 심할 것인데도
싫어하거나 걱정할 줄도 몰라서 빠져 나오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구나.’


사리불이여, 
장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내 몸에 아직 힘이 있으니, 
옷 담는 함이나 책장에 앉혀서 밖으로 벗어나게 해야겠다.’
그러다가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이 집에는 문이 하나 뿐이고 매우 협소하다. 
어린 것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장난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혹시라도 떨어지면 불에 탈 것이다. 
그러므로 화재의 무서움을 알려주어서
집안이 이미 불길에 휩싸였으니
속히 집밖으로 벗어나야 불에 타지 않을 수 있다고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장자는 아들들에게 속히 집밖으로 벗어나라고 외쳤느니라.
아버지가 불쌍히 여겨서 간곡한 말로 타일렀건만, 
아이들은 장난하는 일에만 빠져서 믿으려 하지 않았으며, 
놀라지도 않고 두려움도 없어서 나오려는 생각조차 없었다. 
더구나 불이 무엇인지, 
집이 무엇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장난하는 일에 동분서주하면서 아버지를 바라볼 뿐이었느니라.
 

■ 이 때 장자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집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으니, 
아이들이 이 시각에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불에 탈 것이다. 
나는 이제 방편을 써서 아이들로 하여금 이런 재난을 면하게 하리라.’

■ 아버지는 아이들이 갖가지 진기하고 기이한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느니라.
‘너희들이 갖고 놀기 좋은 희귀한 장난감이 여기 있는데, 
지금 당장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여기 갖가지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지금 문 밖에 있어서 갖고 놀기 좋으니, 
너희들은 이 불타는 집에서 당장 나오너라.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너희에게 주겠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진기한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매우 기뻐하면서 서로 밀치고 다투면서 불타는 집에서 빠져 나왔느니라.

이 때 장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빠져 나와서
네거리 길 복판의 맨 땅에 앉아서 더 이상의 장애가 없게 되자, 
그 마음이 태연해지면서 기쁘기 한량없었느니라.


그 때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느니라.
‘아버지께서 주시겠다던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를 지금 저희들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사리불이여, 

■ 그 때 장자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큰 수레를 나누어주었으니, 

그 수레는 크고 넓고 온갖 보배로 꾸며져 있었으며, 
수레 주위에는 난간이 쳐져 있었으며 사면에는 방울이 달려 있었느니라. 
또 그 위에는 갖가지 기이한 보배로 장식된 덮개가 씌워져 있었는데, 
보배 끈이 엮어져 있고 온갖 꽃과 영락이 드리워졌으며, 
부드럽고 편안한 자리를 겹겹으로 깔고 붉은 베개가 놓여 있었느니라. 
또 흰 소에 멍에를 메웠는데, 
그 소는 빛깔이 깨끗하고 형체가 특히 좋았으며, 
힘이 좋아서 걸음이 바르면서도 바람처럼 빨리 달렸느니라. 
또한 여러 하인들이 수레 곁에서 호위하였으니, 
왜냐 하면 장자는 재물이 한량없어서 온갖 창고마다 보배로 가득했기 때문이니라.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내게 재물은 한량이 없으니, 
변변치 못한 작은 수레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이 아이들은 모두 나의 자식이니 치우침 없이 똑같이 사랑해 주리라. 

■ 내게는 이와 같이 칠보로 장엄된 큰 수레가 한량없이 많으니
응당 평등한 마음으로 골고루 나누어 줘야지 차별해서는 안 되리라. 
왜냐 하면 나의 재물은 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더라도 여전히 남게 되거늘, 
하물며 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경우이랴.’


■ 그 때 아이들은 각기 커다란 수레를 타고서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게 되었지만, 
이는 본래 소망하던 것이 아니었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자가 아이들에게 보배 수레를 똑같이 나누어 준 것이 허망한 짓인가, 
허망한 짓이 아닌가?”
 
이에 사리불이 답했다.
“허망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단지 여러 아이들로 하여금 화재를 면하게 해서
목숨을 온전하게 한 것만으로도 허망한 짓이라고 할 수 없겠나이다. 

왜냐 하면 목숨을 보존한 것만으로도 이미 좋아하는 장난감을 얻은 것인데, 
게다가 방편을 써서 그들을 불난 집에서 무사히 구제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설령 이 장자가 가장 작은 수레 하나마저 주지 않았더라도 허망한 짓이라 할 수 없으니, 
왜냐 하면 장자가 앞서 생각하기를
‘나는 방편을 써서 아이들을 집밖으로 구해내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장자의 행위는 허망하다고 할 수 없는데, 
하물며 자신의 재산이 한량없음을 알고서
아이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큰 수레를 골고루 나누어준 것이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의 말과 같으니라.
사리불이여, 
여래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서 모든 세간의 아버지이니라. 

여래는 온갖 공포, 나약함, 근심걱정,
그리고 무명의 어두운 가리움이 영원히 남김없이 다했으며, 
한량없는 지견(知見), 
열 가지 힘과 무소외(無所畏), 
대신통력과 지혜의 힘을 성취했고, 
방편바라밀과 지혜바라밀을 구족하게 갖추었고, 
대자대비로서 늘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항시 착한 일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느니라.

그리하여 삼계의 낡고 썩은 불타는 집에 태어나서
중생들을 생로병사와 근심걱정, 슬픔, 고뇌, 
어리석음과 미혹과 같은 삼독(三毒)의 불길로부터 구제하기 위하여
가르침을 베풀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하려는 것이니라.


내가 중생들을 살펴보니, 
그들은 생로병사, 근심걱정, 슬픔, 고뇌의 불꽃에 타고 있고, 
또한 다섯 가지 욕심과 재물의 이익에 빠져서 온갖 고통을 받고 있으며, 
또 탐욕과 집착으로 인해 현세에서 갖가지 괴로움을 당하다가
나중에는 지옥ㆍ축생ㆍ아귀의 고통을 받기도 하며, 
어쩌다가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난다 할지라도
가난과 빈곤의 고통, 원망과 애증의 괴로움을 겪으니, 
이와 같은 온갖 고통 속에 푹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생들은 노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서 아무 것도 알지도 못하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더욱이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지도 않아서
해탈을 구하려고 하지도 않느니라. 
이처럼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동분서주할 뿐
설령 커다란 고통을 만날지라도 그것을 걱정하지도 않느니라.”
 

사리불이여, 
부처님은 중생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중생의 아버지로서 마땅히 저 고통을 뿌리뽑아서
중생으로 하여금 한량없고 가이없는 부처님 지혜의 기쁨을 주어서 누리도록 하리라.’
사리불이여, 여래는 또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만일 신통력과 지혜의 힘만으로 방편을 저버리고
중생을 향해 여래의 지견과 힘과 무소외(無所畏)를 찬탄하기만 한다면
중생은 구제를 받을 수 없으리라. 

왜냐 하면 중생들은 생로병사, 근심과 슬픔, 고뇌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타고 있거늘, 
어떻게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리불이여, 
예컨대 저 장자는 비록 몸에 큰 힘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쓰지 않고
다만 은근히 방편을 통해서 아이들을 불난 집에서 구해 낸 뒤에 진귀하고 보배로운 커다란 수레를 각각에게 주었듯이, 

■ 여래 또한 마찬가지라서 비록 힘과 무소외가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단지 지혜와 방편만으로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성문ㆍ벽지불ㆍ불승(佛乘)의 삼승을 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 머물기를 즐기지 말고, 
거칠고 변변치 않은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에 탐닉하지도 말라. 
만일 탐닉하여 애착한다면 그대로 타게되리라. 
그러나 그대들이 속히 삼계에서 벗어나면 성문ㆍ벽지불ㆍ불승의 삼승을 증득할 것이니라. 
내 이제 그대들을 위해 이 일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증할 터이니, 
모름지기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해야 하리라.’
여래는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을 달래서 나오게 한 뒤에 다시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 삼승법은 모든 성인이 칭찬하고 찬탄한 바로서
아무런 속박 없이 자재하며 의지하여 구하는 바가 없느니라. 
이 삼승법을 탄다면 무루(無漏)의 근(根)ㆍ힘[力]ㆍ깨달음[覺]ㆍ선정ㆍ해탈ㆍ삼매 등을 스스로 즐기면서
문득 한량없는 안온함과 쾌락을 얻게 되느니라.’
 



사리불이여, 
■ 어떤 중생이 마음에 지혜의 성품을 갖춰서
세존으로부터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이고 꾸준히 정진하여
속히 삼계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열반을 얻고자 한다면, 
그를 바로 성문승(聲聞乘)이라 하느니라. 

예컨대 양이 끄는 수레를 구하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들과 마찬가지이리라.

■ 만일 어떤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이고 은근히 정진해서
스스로 자연의 지혜[自然智]를 구하고, 
혼자 고요한 곳에 있기를 즐기고, 
일체법의 인연을 깊이 안다면, 
그를 벽지불승(辟支佛乘)이라 하리라. 

비유컨대 사슴이 끄는 수레를 구하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들에 해당되느니라.

■ 또한 어떤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정진해서
일체지(一切智), 
부처님의 지혜[佛智], 
자연지(自然智), 
스승 없이 직접 얻은 지혜[無師智], 
여래의 지견, 힘, 무소외를 구하고, 
무수한 중생을 가엾이 여겨서 안락하게 하고자 생각하고, 
하늘과 사람을 이롭게 함으로써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킨다면
그를 대승 보살이라 말하리라. 
이 대승의 수레를 구하는 까닭에 마하살이라 이름하기도 하나니, 
비유컨대 소가 끄는 수레를 얻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들에 해당되느니라.

사리불이여, 
마치 저 아이들이 불타는 집으로부터 무사히 빠져 나와서 안전한 곳에 이르게 된 것을 보자, 
장자가 자신의 재산이 한량없음을 생각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큰 수레를 나누어주었듯이, 


■ 여래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서 모든 중생의 아버지인지라
한량없는 억천(億千) 중생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삼계의 고통과 두렵고 험한 길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는 것을 보고는
여래는 이 때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무소외 등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가졌는데, 
이 모든 중생들은 나의 자식들이니 평등하게 대승의 법을 주어야지
어느 한 중생만 멸도에 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며, 
똑같이 여래의 멸도로써 멸도에 들어가게 하리라.’
그리하여 삼계에서 벗어난 중생에게 모든 부처님의 선정과 해탈 등의 오락기구를 주었으니, 
모두 한 모양[一相] 한 종류[一種]로서
성인들이 칭찬하는 바라서 청정하고 미묘하기 으뜸인 즐거움을 낳느니라.’
 
사리불이여, 
저 장자가 애초에 세 가지 수레로 아이들을 유인한 연후에
나중에 보배로 장엄된 지극히 안온한 수레를 주었으나, 
그러나 저 장자에게는 허망한 허물이 없는 것처럼
여래 또한 마찬가지로 허망함이 없느니라. 

■ 처음엔 삼승을 설해서 대중을 인도한 연후에
단지 대승으로만 제도하여 해탈시켰으니, 
왜냐 하면 여래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무소외 등의 온갖 법장을 갖추고서
모든 중생에게 대승의 법을 전해줄 수 있지만
다만 중생이 다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이런 인연으로 모든 부처님은 방편을 써서
일불승을 삼승으로 나누어 말하게 된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비유하건대 어떤 장자가
커다란 저택을 소유했지만
그 집이 오래된 까닭에
매우 낡고 또한 피폐했으니
 
집채가 지극히 위태롭고
기둥뿌리는 점점 썩어들고
대들보는 기울어지고
축대는 훼손되어 있으며
 
장벽은 허물어져 가고 있고
진흙 벽은 흙이 떨어졌으며
이엉은 썩어서 흩어지고
그 결과 서까래가 드러났으며
 
황폐해진 진입로에는
쓰레기만 가득한데
그 집에 5백 명이
모여서 살고 있네.
 
솔개ㆍ올빼미ㆍ부엉이ㆍ독수리
까마귀ㆍ까치ㆍ비둘기ㆍ뻐꾸기
독사ㆍ뱀ㆍ살모사ㆍ전갈
지네ㆍ그리마ㆍ도마뱀ㆍ노래기
족제비ㆍ살쾡이ㆍ쥐
이같이 혐오스런 짐승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똥오줌 냄새나는 곳에
더러움이 넘쳐나는데
말똥구리 따위의 벌레들이
그 집 주위에 운집하며
 
여우ㆍ이리ㆍ야간(夜干)이
죽은 시체를
이리 물고 저리 뜯어서
살과 뼈가 곳곳에 낭자하거늘
굶주린 개떼들이
몰려와서 물고 당기고
먹이를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으면서
 
서로 싸움질을 일삼아
으르렁 짖어대니
그 집안의 두려움과
참상이 이와 같았다.
 
여기저기 도처에는
온갖 도깨비와 망량(魍魎)
야차(野叉)와 악귀가 있어서
사람 고기를 씹어먹고
 
여러 독충의 무리와
사나운 금수들은
알을 까고 새끼를 쳐서
제각기 품고서 보호하지만
야차들이 달려와서
앞다투어 잡아먹고
 
먹고 나서 배가 부르면
악한 마음 더욱 치성하여
싸우고 짖는 소리가
참으로 무서웠노라.
 
구반다(鳩槃茶) 귀신들은
흙더미에 걸터앉아서
어떤 때는 땅 위로
한 자씩 또는 두 자씩
뛰어 오르기도 하고
 
이리저리 오가면서
제멋대로 장난하는데
개의 두 다리를 잡고서는
때려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다리로 목을 눌러서
무서워하는 걸 스스로 즐기네.
 
또한 여러 귀신들은
그 몸이 장대한데
검고 야위고 벗은 몸으로
그 가운데 항상 머물면서
 
큰 소리로 악을 쓰면서
먹이를 찾아 절규하고
또한 어떤 귀신들은
목구멍이 바늘 같고
 
또 다른 귀신들은
머리가 소와 같은데
혹은 사람을 살을 먹고
또는 개도 잡아먹으니
 
머리칼은 헝클어져서
사납고 흉측하기 그지없는데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려서
울부짖으며 치달리네.
 
야차와 아귀들과
온갖 사나운 새와 짐승들이
배고파서 사방을 다니면서
창문 틈으로 넘보나니
이와 같은 온갖 환란과
두려움이 한량이 없네.
 
이와 같이 낡은 집이
한 사람에게 속했는데
그 사람이 집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중에 그 집에서
홀연히 불이 일어나서
사면으로부터 일시에
불길에 휩싸이더니
 
대들보ㆍ석가래ㆍ기둥이
튀는 소리를 내면서 갈라지고
꺾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장벽이 무너져 내리니
 
온갖 귀신들이
소리내어 울부짖고
부엉이와 독수리
구반다와 귀신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스스로 나올 수가 없었네.
 
사악한 짐승과 독충들은
황급히 구멍 속으로 숨었고
비사사(毘舍闍) 귀신도
그 집에서 머물더니만
 
매우 박복한 까닭에
사나운 불길에 좇기다가
서로 다투며 해치다가
피를 마시고 살을 씹네.

야간의 무리들은
모두가 이미 죽은지라
크고 악한 짐승들이
몰려와서 먹어대고
냄새나는 연기가 자욱하여
사방에 가득 차 있고
 
지네와 그리마
그리고 독사의 무리들은
불에 탄 채로
다투어 구멍에서 나오는데
구반다 귀신들이
보는 대로 잡아먹고
 
또한 모든 아귀들은
머리 위에 불이 붙고
뜨겁고 배가 고파서
황급히 치달리니
그 집이 이처럼
매우 두렵고 무서우니
독한 해로움과 불의 재앙으로
온갖 재난이 한 둘이 아니더라.
 
그 때 이 집의 주인은
대문 밖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일러주기를
‘당신의 여러 아이들이
장난을 매우 좋아해서
이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리고 무지한 탓에
노는 데만 빠져 있소.’
 
장자는 이 말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서 불타는 집에 들어가
마땅히 구제하여서
타죽지 않게 하려고
아이들을 타이르면서
모든 환난을 설명하되,
 
‘악한 귀신 독한 벌레에
불길까지 집안에 만연해서
온갖 고통들이 차례차례
끊임없이 몰려오고
 
살무사와 전갈
또한 여러 야차들과
구반다 귀신들과
야간ㆍ여우ㆍ개
 
부엉이ㆍ독수리ㆍ솔개
올빼미ㆍ지네ㆍ그리마 등
이러한 해충과 짐승들이
굶주림과 목마름에 쫓기어서
 
괴로움에 허덕이는 꼴이
무섭기 짝이 없는데
이런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더욱이 큰불까지 일어났구나.’
 
그러나 아이들은 무지하여서
비록 아버지의 훈계를 들었으나
놀이에만 열중한 까닭에
놀기를 그치지 않더라.
 
그러자 다시 장자는
이렇게 생각을 했네
‘아이들이 이처럼
내 근심만 돋구는구나.
 
이제 이 집에서는
즐길만한 것이 하나도 없건만
그런데도 아이들은
노는 데만 팔려 있고
내 말을 듣지 않으니
불에 타고 말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즉시 온갖 방편을 마련해서
아이들에게 말하되,
‘나에게 있는 갖가지 귀하고
진기한 장난감 중에서
묘한 보배로 된 좋은 수레인
양이 끄는 수레와 사슴이 끄는 수레
그리고 큰 소가 끄는 수레가
지금 문 밖에 마련되어 있으니
너희들은 밖으로 나오너라.

내가 너희를 위해
이런 수레를 만들었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실컷 가지고 놀도록 하라.’
 
이런 수레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듣고 나서
즉시 서로 앞다투어
재빨리 달려 나와서
빈터에 이르게 되자
온갖 고난에서 벗어났네.
 
장자는 이제 아이들이
불타는 집에서 벗어나
네거리에 머문 것을 보고는
사자좌(獅子座)에 앉아서
스스로 기뻐하며 말했네.
 
‘나는 이제 즐겁구나
이 여러 아이들은
애를 써서 길렀거늘
몽매하고 무지해서
위험한 집에 들어가니
 
사나운 독충이 우글거리고
도깨비도 무서운데
사나운 불길까지
사방에서 일어나거늘
 
그런데도 이 아이들이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것을
내가 이미 구해내어서
재난을 면하게 되었으니
그러므로 사람들아
나는 이제 즐겁다네.’
 
그 때 그의 아이들은
편안히 앉아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이렇게 여쭈었네.
 
‘원컨대 저희들에게
세 가지 보배 수레를 주소서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를
저희가 밖으로 나오면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세 가지 수레를 준다고 하셨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어서 수레를 내려 주소서.’
 
그 장자는 매우 부유하여
보물 창고도 많았으므로
금과 은과 유리
자거 그리고 마노 등
 
갖가지 보배들로써
큰 수레를 만들어
훌륭하게 장엄하였으니
주변에는 난간도 두르고
 
사방에는 풍경을 달았으며
황금 줄을 늘어뜨리고
진주로 만든 그물로써
그 위를 장식하고는
 
금빛 꽃과 갖은 영락을
곳곳마다 드리우고
갖가지 장식품으로
주위를 에워쌌으며
 
부드러운 비단으로
자리를 만들고서
천억이나 값나가는
너무나 희고 정결한
최상의 모직 천으로
그 위를 덮었으며
살찌고 힘이 센
커다란 흰 소의
특별히 뛰어난 몸에다
멍에와 보배 수레를 달고
 
수많은 마부와 시종들이
모시고 호위하는
이와 같은 묘한 수레를
아이들에게 내려주었더니

그 때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보배 수레를 타고는
사방으로 다니면서
재미있게 놀고 즐거워하는 것이
자재하고 걸림이 없었네.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성인 중에서 가장 존귀하며
세간의 아버지인지라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나의 자식이건만
세간의 쾌락에 깊이 집착해서
지혜의 마음이 전혀 없으며
 
■ 삼계가 편안하지 못함이
마치 불난 집과 같아서
갖가지 고통이 가득하여
무섭고 두렵기가 짝이 없고
 
■ 항상 생로병사와
근심과 걱정이 있으니
이와 같은 불길이
치열해서 그치지 않노라.
 
■ 여래는 이미 삼계의
불타는 집으로부터 벗어나
고요하면서도 안온하게
숲과 들에서 거처하지만
 
■ 지금 이 삼계는
모두 다 나의 것이고
그 가운데 사는 중생
모두 나의 자식이거늘
그런데도 지금 이곳은
온갖 환난으로 가득 찼노라.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구제할 수 있어서
비록 다시 가르치고 훈계했지만
그런데도 믿고 받아들이지 않음은
온갖 욕심에 깊이 오염되어서
탐욕과 집착이 깊기 때문이라.
 
■ 이 때문에 방편으로
삼승법을 설함으로써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삼계의 고통을 알게 하고
세간을 벗어나는 도를
연설하여 보인 것이니
 
나의 여러 아이들이
마음을 결정한다면
삼명(三明)을 구족하고
육신통을 두루 갖춘
불퇴전의 보살이나
연각(緣覺)을 얻으리라.
 

그대, 
사리불이여
나는 중생을 위해
이러한 비유를 통해
일불승을 설하나니
 
그대들이 이 말을
능히 믿고 받아들인다면
모두가 빠짐없이
불도를 이루리라.
 
일승법은 미묘하고
청정하기가 으뜸이니
모든 세간에 있어서
더 나은 게 없으므로
 
부처님도 크게 기뻐하니
일체의 중생들도 다 함께
칭찬하고 찬탄하면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예배해야 하네.
 
한량없는 억천(億千) 가지
모든 힘과 해탈과
선정과 지혜
그리고 다른 부처님 법을
 
모두 일불승에서 얻으니
이는 모든 아이들로 하여금
오랜 겁 동안 밤낮으로
항상 노닐도록 하며
 
수많은 보살들과
모든 성문 대중들이
이 보배 수레를 타고
곧바로 도량에 이르게 하리라.
 
이와 같은 까닭으로
시방에서 구하더라도
부처님 방편을 제외하고는
다시 다른 수레는 없느니라.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그대들, 
모든 사람들은
모두 나의 자식들이고
나는 그대들의 아버지라서
 
그대들이 오랜 겁에 걸쳐서
온갖 고통으로 타고 있는 것을
내가 모두 제도하고 뿌리뽑아서
삼계에서 벗어나게 했노라.
 
■ 내가 일찍이 그대들에게
멸도한다고 말했으나
단지 생사만 다했을 뿐
참된 멸도는 결코 아니니
지금 응당 해야 할 바는
오직 부처님 지혜 뿐이라.

여기의 대중 가운데에서
만일 어떤 한 보살이
능히 한마음으로
부처의 진실한 법을 듣는다면
 
■ 여러 부처님께서 똑같이
방편을 사용했을지라도
교화를 받는 중생들은
모두 보살일 따름이니라.
 
만약 사람이 지혜가 작아서
애욕에 깊이 집착한다면
바로 이런 자들을 위해
고제(苦諦)를 말한 것이니
 
중생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미증유를 얻게 되었으니
부처님께서 설한 고제는
진실하여 다름이 없어라.
 
만일 어떤 중생들이
고통의 근본을 몰라서
고통의 원인에 깊이 집착하여
잠시라도 버리질 못하면
 
이런 자들을 제도하기 위해
방편으로 도(道)를 설했으되
온갖 고통의 근본 원인은
탐욕을 근본으로 삼으니[苦諦]

■ 탐욕을 다 소멸한다면
의지할 곳 없어져서
온갖 고통이 멸진하면
제삼제(第三諦; 滅諦)라 이름하니
 
■ 이 멸제(滅諦)를 얻기 위해
도제(道諦)를 수행하여
온갖 속박으로부터 풀려나면
이름하여 해탈이라 하느니라.
 
이 사람은 어떤 연고로
해탈을 얻게 되었을까
단지 허망함을 여의기만 하면
이름하여 해탈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일체의 해탈을
얻은 것은 아니므로
부처님은 이 사람에게
진실한 멸도가 아니라고 했네.
 
이 사람이 아직은
위없는 도를 얻지 못했기에
참된 멸도를 얻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노라.
 
나는 지금 법왕으로써
모든 법에 자재한데
중생을 안온하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출현했노라.
 
그대, 
사리불이여
나의 이 법인(法印)은
세간을 이롭게 하고 싶어서
중생에게 설하는 것이니
어디를 가더라도
허망하게 전하지는 말라.
 
■ 만약에 이 법문을 들은 이가
따라 기뻐하면서 받든다면
반드시 알라, 
이 사람은
아유월치(阿惟越致)이니라.
 
■ 이 경전의 법을
믿고 받아들이는 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지난 세상에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경하면서 공양하고
이 법까지 들은 것이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그대가 설한 것을 믿는다면
이는 곧 나를 보는 것이고
또한 그대를 보는 것이고
또한 비구와 보살들을
보는 것과 다름없느니라.
 
이 묘법연화경은 깊은 지혜가
있는 이에게 설하는 경전이니
얕은 견식(見識)으로 들으면
미혹되어서 이해하지 못하니라.
 
모든 성문이나
또한 벽지불은
이 경전에 대해서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느니라.
 
그대 사리불마저도
믿음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이 경전을 들을 수 있었거늘
하물며 여타의 성문이겠는가.
 
나머지 다른 성문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믿는 까닭에
이 경전을 따를 뿐이지
제 지혜의 분수는 아니니라.
 
또한 사리불이여,
교만하고 나태하여
나란 소견을 가진 이에게는
이 경전을 설하지 말고
 
■ 견식이 얕은 범부는
오욕락에 깊이 집착해서
들어도 이해할 수 없으니
역시 설하지 말라.
 
어떤 사람이 믿지 않고
이 경전을 훼손하면
모든 세간의 부처 씨앗을
단절하는 짓이니
 

혹은 빈정거리면서
의혹을 품는다면
이 사람의 죄업을 설할 테니
그대는 들어보거라.
 
부처님 세상에 머물거나
혹은 멸도한 이후에라도
이와 같은 경전에 대해
비방하는 이가 있거나
 
이 경전을 독송하고
쓰고 지니는 이를 보고서
천대하거나 미워하며
원수 같이 생각하면
그 사람의 죄와 업보를
그대는 이제 귀기울여 들어라.

그 사람이 목숨을 마치면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1겁 동안 지내다가
겁이 다하면 다시 태어나니
이와 같이 전전하기를
무수한 겁 동안 반복하리라.
 
지옥에서 설령 빠져나와도
또한 축생계에 떨어져
개나 야간으로 태어나서
그 모습이 수척하고 검으며
 
여의고 옴이 올라서
사람과 접촉하면
다시 천대를 받거나
미움을 받게 되고
 
항상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뼈와 살이 말라붙고
살아서는 매맞는 고통이요
죽어서는 돌더미에 묻히니
부처 씨앗을 끊었기 때문에
이런 죄의 과보를 받느니라.
 
만일 낙타가 되거나
당나귀로 태어나면
항상 등짐을 몸에 싣고
채찍을 수시로 맞지만
 
풀과 물만 먹으려 할 뿐
다른 것은 모르나니
이 경전을 비방했기 때문에
이런 죄를 받게 되었느니라.
 
혹은 야간이 되어서
마을에 내려오면
몸에 옴이나 버짐이고
한쪽 눈까지 멀어서
동네 아이들이 쫓아와
발로 차고 매를 때리니
온갖 고통을 당하다가
심지어 죽기까지 하나니
 
이렇게 죽게 되면
다시 구렁이 몸을 받는데
그 형체가 장대해서
5백 유순에 달하고
 
귀도 없고 발도 없어서
꾸물꾸물 기어가고
갖가지 작은 벌레가
물어대고 빨아먹으니
 
밤낮으로 받는 고통이
그칠 날이 없으리니
이 경전을 비방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죄를 얻느니라.
 
어쩌다 사람 몸으로 나더라도
6근이 어둡고 둔하여서
난장이나 절름발이
장님ㆍ귀머거리ㆍ곱사가 되며
 
그가 입을 열어도
사람들이 믿지를 않고
입에선 항상 냄새가 나서
귀신들이 붙어 다니고
빈궁하고 천박하여
어디서나 남의 부림을 당하고
병을 앓고 수척해도
의지할 데가 없으며
 
다른 사람과 친하려 해도
그 사람은 그럴 뜻이 없고
혹시 소득이 있을지라도
곧바로 다시 잃게 되며
 
만일 의사가 되어서
처방대로 병을 치유해도
곧 다른 병이 생기거나
금방 다시 죽게 되며
 
자기에게 병이 나도
치료해 줄 사람이 없고
좋은 약이 있을지라도
병만 더욱 악화되네.
 
다른 사람의 반역죄나
강도죄나 절도죄에
이유 없이 걸려들어서
그 재앙을 당하게 되니
 
이와 같은 죄인들은
영원토록 부처님을 못보고
성인 가운데 법왕께서
법을 설해 교화해도
 
이와 같은 죄인들은
항상 난처(難處)에 태어나고
귀먹고 마음도 산란하여
영원히 법을 듣지 못하리라.
 
항하사와 같은 무수한 겁 동안
날 적마다 귀머거리가 되거나
벙어리가 됨으로서
6근이 갖추어지지 않고
 
항상 지옥에 살기를
동산에서 노닐 듯하고
다른 악도(惡道)에 태어나기를
마치 자기 집 드나들 듯하고
 
낙타ㆍ나귀ㆍ돼지ㆍ개가
그가 태어날 곳이니
이 경전을 비방한 까닭에
이런 죄의 과보를 얻음이라.
 
만일 사람으로 태어나면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이고
빈궁함과 쇠락함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수종이나 조갈 증세
옴ㆍ나병ㆍ등창 등
이와 같은 질병으로
의복을 삼으며
 
몸에서는 항상 냄새가 나서
더럽고 청정하지 않으며
나라는 소견에 깊이 집착하여
성내는 일만 더욱 많아지며
 
음욕이 크게 성해서
금수마저 안 가리니
이 경전을 비방했기에
이런 죄의 과보를 얻음이라.
 
■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이 경전을 비방한 자의
그 죄를 다 말하려면
겁이 다해도 모자라니.
 
■ 이러한 까닭으로
내가 그대에게 말하나니
지혜 없는 사람에게
이 경전을 말하지 마라.
 

만일 근기가 날카로워서
지혜가 매우 밝으며
다문(多聞)하고 잘 기억해서
부처의 도를 구하는 이라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으며
 
또는 어떤 사람이 지난 세상에
억백천(億百千)의 부처님을 뵙고
온갖 선의 근본을 심고
믿는 마음이 깊고 견고하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으리라.
 
어떤 불자가 정진하여
항상 자비심을 닦되
신명을 아끼지 않는다면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어떤 사람이 공경하여
다른 마음이 없고
온갖 어리석음을 여의고서
홀로 산 속에 처해 있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또한 사리불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나쁜 친구를 버리고
착한 벗을 가까이 하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만약 어떤 불자가
마치 맑고 밝은 구슬처럼
청정하게 계율을 지니면서
대승의 경전을 구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겐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만약 어떤 사람이 성내지 않고
질박하고 정직하고 유연하며
항상 일체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모든 부처님을 공경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또한 어떤 불자들이
여러 대중 가운데에서
청정한 마음으로
갖가지 인연과
비유와 언사(言辭)로서
법을 설하는데 걸림이 없으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혹은 어떤 비구가
일체지(一切智)를 위하여
사방으로 법을 구하면서
합장하고 받들되
오로지 대승경전만을
받아 지니기를 즐기고
그밖에 다른 경전은
게송 하나라도 받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어떤 사람이 지극 정성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구하듯이
이와 같은 경전을 구해서
받들어 공경할 뿐
그 사람이 또 다시
다른 경전을 구하지 않고
외도의 서적들은
생각한 적도 없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노라.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내가 설한 이런 모습으로
불도를 구하는 이라면
겁이 다하도록 끝이 없으니
 
이와 같은 사람이라야
능히 믿고 이해할 수 있으리니
그 사람에게는 반드시
법화경을 설해주도록 하여라.








 

■ 4. 신해품(信解品)

 
■ 그 때 혜명(慧命) 수보리, 
마하가전연, 
마하가섭, 
마하목건련이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법을 듣게 되고, 
또 사리불이 세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는 걸 보고서
희유한 마음으로 기뻐 날뛰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나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는 일심으로 합장하면서 몸을 숙여 공경을 표한 뒤에
고개를 들어 세존의 존안(尊顔)을 우러르면서 말씀을 올렸다.
“저희들은 승가(僧伽)의 윗자리에 앉아서 나이가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열반을 얻었으니, 
더 이상 감당할 것이 없다’고 여기고서 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나이다.

■ 세존께서 예전에 오랫동안 설법하셨건만, 
당시 저희들은 자리에 있었으나 몸이 피곤하고 나태해서
공(空)ㆍ무상(無相)ㆍ무작(無作)만을 염(念)할 뿐이었고, 
보살의 법과 신통으로 유희하는 것과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고
중생을 성취시키는 일은 달가운 마음을 내지 않았나이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삼계에서 벗어나
열반을 증득하도록 했으며, 
게다가 저희들은 연로하다는 이유로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서는
조금도 좋다는 마음을 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희들은 세존께서 성문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내리시는 말씀을 듣고는
마음으로 크게 환희심을 내면서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게 되었나이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이런 희유한 법을 듣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으니, 
스스로 이 행운을 심히 기뻐하고 커다란 이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한량없는 보물을 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저절로 갖게 된 것과 같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비유를 들어서 이 뜻을 밝혀 보겠습니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어버이를 저버리고 집에서 뛰쳐나가서
다른 나라에서 십년, 2십년, 또는 5십년의 오랜 세월을 머물렀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가난만 더할 뿐이어서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옷과 음식을 구하다가 우연히 조국으로 향하게 되었나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다니다가 찾지 못한 채
중간에 어느 성에서 머물러 살게 되었는데, 
그 아버지는 커다란 부자가 되어 재물이 한량없어서
금, 은, 유리(琉璃), 산호(珊瑚), 호박(琥珀), 파리(頗梨), 진주 등이 창고마다 가득했고, 
노예, 가신(家臣), 일꾼도 많았으며, 
코끼리, 말, 수레, 소, 양도 헤아릴 수 없었고, 
이익을 주고 받는 일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쳐서
장사치나 고객들도 역시 매우 많았나이다.

■ 그러던 중 가난한 아들[窮子]이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고 많은 나라를 편력하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사는 성에 이르게 되었사옵니다. 

아버지는 매일 아들 생각을 했는데, 
아들과 헤어진 지 5십여 년이나 지났건만
어느 누구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않았고
다만 자기 마음속으로 이렇게 한탄하였나이다.
‘나는 이제 늙었다. 
재물은 매우 많아서 금은보화가 창고마다 넘치건만 자식이 없으니, 
하루아침에 내가 죽고 나면 재산은 흩어져서 맡길 데가 없겠구나.’
그래서 은근히 매일매일 아들만 생각하면서
또한 이렇게 생각했사옵니다.
‘내가 아들을 다시 만나서 재산을 물려줄 수만 있다면, 
너무나 기뻐서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으련만.’

세존이시여, 
그 무렵 가난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면서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집에 이르러 대문 옆에 멈추어 섰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니, 
그 아버지가 사자좌에 앉아서 보배의 궤로 발을 받히고 있었으며, 
모든 바라문, 찰리(刹利),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면서 에워싸고 있었으며, 
값이 천만 냥이나 나가는 진주와 영락(瓔珞)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있었으며, 
시중과 하인들이 흰 털이개를 손에 들고 좌우에서 모시고 있었습니다.
또 보배로 된 휘장을 치고 온갖 꽃으로 된 깃발을 드리웠으며, 
향수가 땅에 뿌려져 있고 유명한 꽃을 곳곳에 뿌렸으며, 
진귀한 보물을 벌려놓고서 집안으로 들여오기도 하고 집밖으로 내어가기도 하는 등
이와 같은 갖가지 일로 장엄되어 있어서
그 위엄과 덕이 특별히 존귀했습니다.

가난한 아들은 아버지가 커다란 권세를 갖춘 것을 보고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곳에 이르게 된 것을 후회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혹시 왕이거나 왕과 비슷한 사람일 터이니, 
내가 품을 팔아서 삯을 얻을만한 곳이 아니다. 
다른 가난한 마을에 가서 땅을 경작하여 옷이나 음식을 얻는 편이 나으리라. 
이 문 앞에 오래 지체했다간 혹시 핍박을 받아서
강제로 노역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한 아들은 재빨리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 때 부유한 장자는 사자좌에서 한 눈에 아들을 알아보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나이다.
‘창고에 가득한 내 재물을 이제 맡길 수가 있겠구나. 
내가 이 아들을 항상 생각했는데도 만날 수가 없더니, 
갑자기 스스로 이렇게 찾아오니 내 소원이 이제야 이루어지는구나. 
내 비록 연로하기는 해도 여전히 재물을 아끼노라.’
장자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서 아들을 데리고 오도록 했습니다. 

이에 심부름꾼이 빨리 달려가서 붙잡으니, 
아들은 크게 놀라면서
‘나는 죄를 짓지 않았거늘 어째서 잡아가는가’라고 크게 원망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심부름꾼이 더욱 단단히 붙들고서 끌고 가려고 하자, 
아들은 ‘아무런 죄도 없이 이처럼 끌려가니 죽음을 피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더욱 놀라고 두려워서 황망히 기절하여 땅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저 멀리서 이 광경을 본 아버지가 심부름꾼에게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필요 없으니 억지로 데려오지는 말게나. 
찬물을 얼굴에 뿌려서 정신차리도록 한 뒤에 그와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뜻과 생각이 하열한 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부귀가 아들에게 어려움을 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아들임을 분명히 알고 있긴 했지만, 
방편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고
심부름꾼을 통해서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그대를 놓아줄 터이니 그대 뜻대로 가라’
그랬더니 가난한 아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땅에서 일어나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서 옷과 음식을 구했습니다.
 

그 때 장자는 아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방편을 마련했으니, 
형색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두 사람을 은밀히 아들에게 보내면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그대들은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가난한 아들에게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품삯이 두 배나 된다≻고 넌지시 말한 뒤에
그가 따라오려고 하면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도록 하라. 
만일 그가 무슨 일이냐고 묻거들랑 분뇨를 치우는 일이라고 답한 뒤에
너희 두 사람도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하도록 하라.’
 

그래서 두 사람은 곧바로 가난한 아들을 찾아가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건넸고, 
가난한 아들은 먼저 품삯을 받고 분뇨를 치우는 일을 하게 되었나이다.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가엾이 여기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어느 날 창문을 통해서 멀리서 바라보니, 
아들의 몸은 야위고 초췌하고 분뇨와 먼지로 뒤범벅되어서 더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영락과 장신구와 부드러운 옷을 벗고는 때가 묻은 허름한 옷을 입고, 
게다가 먼지를 온 몸에 덮어쓴 채
오른손으로는 분뇨를 치우는 기구를 들고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일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대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장자는 이러한 방편을 써서 아들에게 접근한 후에 다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쯧쯧, 여보게, 
자네는 계속 여기서만 일하고 다른 곳으로는 가지 말게나. 
자네의 품삯도 올려 줄 것이고, 
생활에 필요한 그릇, 쌀, 밀가루, 소금, 장(醬) 등도 걱정하지 말게나. 
늙은 일꾼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충분히 줄 터이니 여기서 편하게 지내게나. 

나는 자네 아버지와 다름없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 것이니, 
왜냐 하면 나는 연로하고 자네는 젊지 않은가. 
자네는 일할 때 눈을 속이거나 게으름 피우거나 성내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아서
다른 일꾼과는 정말 다르더군. 
앞으로는 그대를 내가 낳은 친자식처럼 여기겠네.’
장자는 그에게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아들을 삼았습니다.
 
■ 이 때 가난한 아들은 이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기쁘기는 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천한 일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2십 년 동안 항상 분뇨를 치우고 있었으며, 
그리고 나서야 서로 믿고 친하게 되어서 스스럼없이 왕래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거처는 본래 있던 곳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던 어느 날 장자는 병이 났습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는 가난한 그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게는 금은보화가 많아서 창고마다 가득하니, 
그대는 재물의 많고 적음과 주고 받는 처리를 모두 알아서 하라. 
내 마음이 이와 같으니 이 뜻대로 실행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이제 그대와 나는 조금도 다름이 없으니, 
마땅히 마음을 잘 써서 빠뜨리거나 잃어버림이 없게 하라.’
 
이 때 가난한 아들은 그 명령을 받고서 금은보화와 모든 창고를 관리했지만, 
밥 한 그릇 더 가질 생각이 없었고
여전히 자기 처소에 머무르면서 하열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사옵니다.

다시 얼마가 지난 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이 점점 넓어져서 큰 뜻을 지니게 되었고, 
또 예전의 용렬한 마음을 부끄러워하게 된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나이다. 


■ 임종의 순간이 다가오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명하여
친족, 국왕, 대신, 찰리, 그리고 거사를 모두 모이도록 한 다음에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여기 이 사람은 제 아들입니다. 
내가 낳아서 길렀지만, 
어느 성에서 나를 버리고 달아나서 오십여 년 동안 갖은 고생을 다했습니다. 
그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였고 내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예전에 고향에서 늘 근심하면서 찾아다녔는데 홀연히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소. 
이 사람은 실로 내 아들이고 나는 그의 아버지입니다. 
내가 지닌 모든 재산은 모두 이 아이의 소유이고, 
예전에 주고받은 재물의 출납에 대해서도 모두 내 아들이 알아서 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그 때 가난한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게
크게 기뻐하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나이다.
‘나는 본래 바라는 마음이라곤 전혀 없었는데, 
이제 이와 같은 보배 광[寶藏]이 저절로 이르렀구나.’
세존이시여, 
재물이 풍족한 장자가 바로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부처님 아들과 다름없사옵니다. 
여래께서는 항상 저희들을 가리켜 아들이라고 말씀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 가지 고통으로 인해
생사 가운데에서 온갖 번뇌와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미혹하고 무지한 까닭에 작은 법에 애착하였나이다.
금일 세존께서는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법의 희론(戱論)에 불과한 분뇨를 치우도록 하시니, 
저희들은 그 가운데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겨우 하루 품삯에 불과한 열반을 얻었습니다. 
이를 얻고 나서는 크게 환희하고 자족한 채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불법 가운데에서 부지런히 정진한 까닭에 얻은 소득이 매우 크구나.’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어리석고 욕심이 많아서
소승법을 즐기는 줄을 미리 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내버려두셨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도 ‘여래 지견의 보배 광[寶藏]이 그대들의 것’이라고 분별하지 않고,
세존께서는 방편의 힘으로 여래의 지혜를 설하셨습니다. 

■ 그러나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하루 품삯에 불과한 열반을 얻고는 큰 소득이라고 여겼을 뿐
이 대승에 대해서는 조금도 구할 뜻이 없었나이다.

또한 저희들은 여래의 지혜로 인해 모든 보살을 위해 열어 보이고 연설하였지만, 
스스로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뜻을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이 소승법을 즐기는 것을 아시고서
방편의 힘으로 저희들에게 맞춰서 설하셨기 때문에
저희들은 자신이 참된 부처님의 아들인 줄 몰랐나이다.

이제 저희들은 세존께서 부처님의 지혜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나이다. 
왜냐 하면 저희들은 오래 전부터 참으로 부처님 아들인데도
단지 저희들이 소승법을 즐겼기 때문이니, 

만일 저희들이 대승을 마음 깊이 즐겼더라면
부처님께서는 저희에게 대승의 법을 설하셨을 것입니다.

이 경전에서는 오로지 일승(一乘)만 말씀하시고, 
또 예전에도 보살들 앞에서 성문들은 소승법만 즐긴다고 꾸짖으시긴 했지만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대승으로써 교화를 하셨나이다. 
따라서 저희들은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는데, 
이제 법왕의 위대한 보배가 저절로 이르러서
부처님 아들로서 마땅히 얻어야 할 바를 모두 얻게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이 때 마하가섭이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저희들이 오늘에서야
부처님의 법음을 듣고
기뻐하고 날뛰면서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성문들도 성불을 이룬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셔서
위없는 보배 덩어리를
구하지 않아도 얻게 되었습니다.
 
비유컨대 어린 아이가
유치하고 몽매해서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쳐서
멀리 낮 설은 타향 땅에서
 
여러 나라 떠돌기를
어언 오십여 년이 되었으니
그 아버지는 걱정이 되어서
사방으로 찾아다녔네.

찾다 찾다 지친 끝에
돌연 어느 성에 머물러서
큰 저택을 새로 짓고
오욕락을 누리는데
 
그 집이 거부(巨富)라서
금은보화가 한량없고
자거(車渠)와 마노(瑪瑙)
진주와 유리(琉璃)
 
코끼리, 말, 소, 양
가마[輦輿]와 수레
논과 밭과 시종들과
사람들이 많았네.
 
주고받는 이익이
다른 나라까지 두루하여
장사꾼과 고객들이
곳곳마다 있었으며
 
천만억 사람들이
주위에서 공경하고
왕이나 왕족들에게
항상 아낌을 받았으며
 
여러 신하와 호족이
다 함께 존중하였으니
이런저런 인연으로
왕래하는 사람이 많았네.

이와 같이 부유하고
권세도 대단하건만
나이가 연로함에 따라
자식 생각만 더 깊어져서
자나깨나 생각하였네.
 
‘죽을 날이 가깝거늘
어리석은 아들은 나를 버리고
집 떠난 지 오십여 년이니
창고에 가득 찬 재물
어떻게 하여야 할까?’
 
그 때 가난한 그 아들은
옷과 음식을 구하기 위해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여러 나라 떠돌면서
 
어떤 땐 얻기도 하지만
어떤 땐 얻지 못해서
굶주리고 헐벗어
몸에는 종기와 옴이 났고
 
이와 같이 헤매다가
아버지 사는 성에 이르러
품을 팔며 전전하다가
아버지 집에 이르렀네.
 
이 때에 부유한 장자
자기 집 문 안에서
보배 휘장 휘두르고
사자좌에 앉아 있고
 
권속들은 둘러싸고
사람들은 시위(侍衛)하며
어떤 이는 금은보화를
계산하고 따지면서
주고받는 많은 재물을
출납부에 기록하더라.
 
아버지의 부귀와 존엄을
가난한 아들이 보면서
그를 왕이거나
혹은 왕족으로 생각해서
‘이곳에 왜 왔는가’
스스로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여기에 오래 머물다간
혹 핍박을 당하거나
강제로 노역을 받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아들은
재빨리 달아나서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품팔이를 하였어라.
 
이 때 장자(長者)는
사자좌에 앉아서
저 멀리 있는 아들을
묵묵히 알아보고는
 
심부름꾼에게 명을 내려
잡아오게 하였더니
아들은 크게 놀라서
땅바닥에 쓰러지며
 
‘이 자가 나를 잡아가니
필시 죽임을 당하겠구나
어째서 먹을 것을 구하려고
내가 이곳에 왔던가?’
 
장자는 자기 아들이
우매하고 용렬해서
나의 말도 믿지 않고
아버지임도 믿지 않을 걸 알고서
 
즉시 방편을 사용해서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는데,
애꾸눈에다 난쟁이여서
위덕(威德)이 없는 사람이라
 
네가 가서 말하기를
‘저기에 품삯 일이 있으니
분뇨나 치우는 일로서
두 배의 품삯을 준다’고 하라.
 
아들은 이 말을 전해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분뇨를 치우기도 하고
방과 주위를 청소했네.
 
장자는 창문으로
늘 아들을 보며 생각하기를
‘저 아이가 어리석고 용렬해서
비천한 일만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장자는
낡은 옷으로 갈아입고
분기(糞器)를 들고는
아들 있는 곳으로 가서
 
방편으로 말하기를
‘부지런히 일한다면
품삯도 올려주고
발에도 기름을 발라주고
음식도 충분히 주고
잠자리도 따뜻하게 해주겠노라.’
 
이와 같이 충고하면서
‘부지런히 일하라’고 하고
또 부드러운 말로
‘너는 나의 아들 같다’고도 했네.
 
장자는 지혜가 있어서
점점 드나들게 하면서
2십 년이 지난 뒤에는
집안 일도 보게 하며
 
금은보화, 진주, 파려도
있는대로 보여주며
모든 재물의 출입을
모두 맡아보게 했네.
 
하지만 여전히 문밖에 있는
초막에 머물면서
스스로 가난하다 생각하여
내겐 이런 재물은 없다 했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넓어짐을 알아보고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즉시 주위의 여러 친척과
국왕과 대신과 찰리와
거사들을 모아놓고는
이 대중에게 말하였네.
 
‘그는 바로 내 아들이니
나를 버리고 타향에서
5십여 년을 지내다가
스스로 다시 찾아와서
함께한 지 20여 년이오.
 
옛날 어느 성에서
이 아들 잃어 버려서
사방으로 찾아 헤매다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니
 
이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집이나 하인 등을
모두 다 물려주어서
마음대로 쓰게 하겠노라.’
 
그러자 아들은 예전에는
가난하고 뜻도 용렬했지만
이제 아버지 처소에서
진귀한 보물과 큰 집 등
모든 재물을 얻었다고 생각하여
예전에 없던 일이라고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마찬가지로서
내가 소승을 즐김을 알고서
일찍이 성불하리란 말씀을
전혀 말씀하시지 않고
 
저희들에게는 단지
여러 무루법을 성취한
소승의 성문 제자라고
말씀을 하셨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저희에게
최상의 도를 말씀하시면서
이 법을 닦아서 익히는 자는
반드시 성불한다고 하시기에
저희는 부처님 말씀 받들어서
대보살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인연과
갖가지 비유와
약간의 언사(言辭)로써
위없는 도를 설했더니
 
여러 불자들이
나에게서 법을 듣고
밤낮으로 사유하며
부지런히 닦아 익혔습니다.
 
그 때 모든 부처님께서
즉시 수기를 내리시되
‘너희들은 내세에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비밀리에 간직한 법을
단지 보살만을 위해
그 실사(實事)를 말씀하시고
저희들에겐 그 진요(眞要)를
설하지 않았사옵니다.
 
예컨대 저 가난한 아들이
아버지를 가까이 하면서
모든 재물을 맡았지만
가질 마음이 없는 것처럼
 
■ 저희들도 입으로는
불법의 보장(寶藏)을 말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뜻이 없는 것이
또한 그와 같았습니다.
 
■ 저희들은 안으로 멸도하고는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면서
오직 이 일만을 마쳤을 뿐
다시 다른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고
중생들을 교화하는 일을
저희들이 듣긴 했지만
도무지 즐거움이 없었습니다.
 
■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다 공적(空寂)하여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크고 작음도 없고
샘[漏]도 없고 함[爲]도 없다고
이와 같이 생각했기에
기쁨이나 즐거움을 내지 않았나이다.
 
■ 저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
부처님 지혜에 대해서는
탐내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고
또한 구하려는 뜻도 없어서
자신의 이 법만이
구경(究竟)이라고 여겼습니다.
 
■ 저희들은 오랫동안
공법(空法)을 닦아 익혀서
삼계의 온갖 고뇌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최후의 몸인
유여열반에 머물면서
부처님이 교화한 대로 도를 얻어
헛되지 않다고 하면서
부처님의 크나큰 은혜를
갚았다고 자부했나이다.
 
저희들이 불자들에게
보살의 가르침을 설하여서
부처의 도를 구하라고 했어도
그러나 이 법에 대해서
영원히 원하는 바가 없자
 
이런 저의 마음을 살폈기 때문에
도사(導師)께서는 그냥 내버려둔 채
처음부터 참된 이익이 있다고
설하여서 권하지 않았네.
 
마치 부유한 장자가
아들의 뜻이 용렬함을 알고서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을 부드럽게 조복하고
그런 뒤에 모든 재물을
맡긴 것과 마찬가지이니
 
부처님 또한 이처럼
희유한 일을 나타내어서
소승을 좋아하는 무리에게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을 조복한 후에
대승의 지혜를 가르치니
 
저희들은 오늘에야
미증유법을 얻어서
바라지도 않던 것을
이제 저절로 얻으니
마치 저 가난한 아들이
한량없는 보배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가 지금에야
도를 얻고 과(果)를 얻게 되니
무루법 가운데에서
청정한 눈을 얻었으며
 
저희들은 오랫동안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을 지켰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 과보를 얻었으며
 
법왕의 법 중에서
범행(梵行)을 오래 닦아서
이제야 무루(無漏)의
위없는 큰 과보 얻었으니
 
저희들은 오늘에야
참으로 성문이 되어
불도(佛道)의 음성으로
일체에게 들려주었고
 
저희들은 오늘에야
참된 아라한이 되어서
모든 세간의 하늘과 인간
마군과 범천(梵天) 등
이러한 무리 속에서 널리
공양을 받게 되었나이다.
 
세존의 높으신 그 은혜
희유한 일이오니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서
교화하고 이익을 주시니
한량없는 억겁일지라도
누가 능히 보답할 수 있으랴.
 
손발이 되어 받들고
머리를 숙여 공경하고
온갖 것을 공양해도
능히 보답할 수 없으며
 
머리 위에 높이 받들거나
양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항하사 겁 동안에
마음을 다해 공경하고
 
또한 아름다운 음식과
한량없는 보배 옷과
갖가지 이부자리와
온갖 탕약 등을 올리고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
갖가지 보배로써
탑묘를 건립하고
보배 옷을 땅에 까는 등
 
이와 같은 갖가지 일로
항하사 겁 동안이나
공양을 올린다 해도
그 은덕은 갚지 못하리.
 
모든 부처님은 희유하여
한량없고 가이없으며
불가사의한 대신통력을
두루 갖추셨으며
 
무루(無漏)이자 무위(無爲)인
모든 법의 왕이지만
용렬한 이들을 위하여
이런 일을 참으시고
모습에 집착하는 범부 위해
마땅함에 따라서 설하십니다.

■ 부처님은 온갖 법에
가장 자재하시므로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욕망과 쾌락만이 아니라
의지와 능력도 아시고는
감당하는 바에 따라서
한량없는 비유를 써서
법을 설하고 계시며
 
■ 모든 중생들의
숙세(宿世)의 선근에 따라서
그 성숙함이나 미숙함을
갖가지로 헤아려서
분별하여 알고 나서는
일승(一乘)의 도를 마땅함에 따라
삼승(三乘)으로 설하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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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jo3860

◈Lab value 불기256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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