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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진리와실천
불본행집경_k0802-t0190-012 본문
『불본행집경』
K0802
T0190
제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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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부분은 위 대장경 부분에 대해
참조자료를 붙여 자유롭게 연구하는 내용을 적는 공간입니다.
대장경 열람은 위 부분을 참조해주십시오.
『불본행집경』
♣0802-012♧
제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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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佛本行集經卷第十二
K0802
불본행집경 제12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2. 유희관촉품(遊戱觀矚品)
“태자가 왕궁에서 자라던 어린아이 때는 놀기만 하고 배우지 않다가
여덟 살이 되어서야 문을 나와 스승에게 가서 학당(學堂)에 들어갔다.
비사바밀다라와 인천(忍天:찬제제바) 두 높은 스승 곁에서 모든 서적과 일체 논(論)과 병법과 온갖 잡술을 배워 읽은 지 4년이 지나 열두 살이 되자 갖가지 기능을 두루 다 섭렵하여 이미 통달했으며,
세간에 따라서 눈으로 즐기고 마음에 맞추어 뜻대로 노닐고 노래와 색(色)을 따라다녔다.
한번은 근구 동산에 있으면서 마음대로 놀며 활 쏘는 장난을 했으며
다른 석가족 동자 5백 명도 각각 자기들 동산 안에서 유유히 놀았다.
그때 마침 기러기 떼가 허공을 날아가는데,
동자 제바달다(提婆達多)가 활을 쏘아 기러기 한 마리를 맞혔다.
그 기러기는 화살이 꽂힌 채 실달다의 동산에 떨어졌다.
태자는 그 기러기가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고 땅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곱게 받들어 가지고
가부좌한 무릎 위에 놓고는 묘하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손,
물결 무늬와 만자 무늬가 있는 복덕스럽고,
파초의 연약한 잎같이 부드러운 손을 펴서
왼손에 받쳐들고 오른손으로 화살을 빼고
곧 소밀(酥蜜)로 그 상처를 봉하였다.
그때 제바달다 동자는 사람을 태자에게 보내어 말했다.
‘내가 기러기 한 마리를 쏘았는데
당신의 동산에 떨어졌으니 거기 두지 말고 빨리 보내 주시오.’
태자는 그 심부름꾼에게 대답했다.
‘만약 기러기가 죽는다면 곧 너에게 돌려줄 것이나 죽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수 없노라.’
제바달다는 또 거듭 사람을 보내어 말했다.
‘죽었거나 살았거나 반드시 돌려주시오.
먼저 내 손으로 잘 쏘았는데
우연히 거기 떨어졌거늘 어째서 갑자기 거기에 두고자 합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내가 먼저 이 기러기를 거두었노라.
그 까닭은,
나는 스스로 보리심을 내어 일체 중생을 다 섭수했기 때문이니,
하물며 이 기러기인들 나에게 속하지 않겠느냐?’
이런 인연으로 서로 다투는지라
모든 석가족의 원로 중에 지혜로운 이들이 모여 이 일을 판결하게 되었다.
이때 한 정거천왕이 원로 장자로 자기 몸을 변화시켜 석가족이 회의하는 장소에 들어가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키우고 싶은 사람이면 거두어 두고,
쏘아 맞힌 이는 놓아주라.’
그러자 모든 석가족 원로들은 동시에 옳다고 인정하여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렇소,
어진 이의 말과 같소.’
이것이 제바달다 동자와 태자가 처음으로 원수를 맺은 인연이었다.
또 어느 때 정반왕은 석가족 모든 동자들과 함께
태자를 데리고 들에 나가 놀면서 밭갈이하는 것을 구경했다.
그때 그 들에 모든 농부들은 발가숭이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소에 보습을 매어 밭을 가는데 소가 늦게 가면 때때로 고삐를 당겼다.
해가 길고 날이 뜨거워 헐떡거리고 땀을 흘리며
사람과 소가 다 고달퍼 주리고 목말랐다.
게다가 몸이 수척하여 뼈만 남았으며,
보습으로 흙을 뒤집자 그 밑에서 벌레들이 나왔으며,
사람과 보습이 지나간 뒤에는 뭇 새들이 다투어 날아와 그 벌레들을 쪼아먹었다.
태자는,
보습을 끄는 소가 피로할 대로 피로한데
또 채찍에 얻어맞고 멍에에 목을 갈리고 고삐로 목이 졸려서
피가 흘러내리고 가죽과 살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
또 농부도 햇빛에 등이 타서
발가숭이 몸에 먼지와 흙이 엉겨붙고
까마귀와 새가 날아와 다투어 벌레를 주워 먹는 것을 보았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 나서 마치 자기 친족들이 얽매임을 당하였을 때
사람들이 크게 걱정을 하듯이 그것들을 불쌍히 여겼다.
이런 것을 보고 나서 큰 자비심을 내어 건척이란 말에서 내려
조용히 거닐며 모든 중생들에게 이런 일이 있음을 생각하고 다시 부르짖었다.
‘아아, 아아,
세간의 중생들은 극심한 괴로움을 받는구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갖가지 고뇌를 받으면서 그 속을 뱅뱅 돌며 떠나지 못하는구나.
어찌하여 이 모든 괴로움을 버리려 하지 않으며 ,어찌해서 괴로움을 싫어하고 고요한 지혜를 구하지 않으며,
어찌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운 원인을 벗어나기를 생각지 않는가?
나는 이제 어느 고요하고 한가한 곳을 찾아서 이러한 모든 고뇌의 일을 생각할꼬?’
그때 정반왕은 농사짓는 것을 구경하고 모든 동자들과 함께 한 동산에 들어갔다.
이때 태자는 조용히 둘러보며 여기저기 거닐면서 고요한 곳을 찾으려다 문득 한 곳을 보니,
염부나무가 있는데 줄기와 가지가 윤택하고 단정하고 어여쁘며 울창하고 무성하여 사람들이 즐겨 볼 만했다.
그는 곧 시중하는 사람들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각각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가거라.
나는 혼자 있고자 하노라.’
태자는 좌우로 따르는 시중들을 다 헤쳐 보내고 점점 그 나무 아래 이르러 곧 풀 위에 가부좌를 맺고 앉아 진실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중생들에게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갖가지 괴로움이 있으니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면 곧 마음의 안정을 얻을 것이며,
그 때는 모든 욕(慾)을 여의고 착하지 않은 모든 법을 버리게 될 것이니,
생각하는 경계와 분별하는 경계와 욕계의 누(漏)가 다하면 곧 초선(初禪)을 얻을 것이다.
내 몸에도 본디 이와 같은 법이 있거늘 아직 이 법을 면하지 못했으며,
아직 이 윤회를 넘지 못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다섯 신선이 있었는데,
그들은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큰 위덕이 있고
큰 세력이 있어 완전하고 능숙하게 비타론을 통달하고
모든 술법을 잘 터득한 자들이었다.
그런데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면서 그 동산의 염부나무 위로 날아서 지나가려 했으나 갈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옛적부터 자재하게 마음대로 수미산도 뚫고 지나며
모든 신통을 부려 온갖 것을 나타내 보였고……(중략)……
저 비사문궁의 대천왕이 있는 데도 이르고,
혹은 아라가반다성(阿羅迦槃多城)까지 가서 그 성도 뚫고 지나갔다.
갖가지 야차며 모든 악신(惡神)들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 위를 지났으며,
이 나무 끝도 한량없이 지나갔어도 한 번도 걸림이 없었고 신통을 잃지 않았는데,
오늘은 누구의 위덕력으로 우리들의 신통을 잃게 하여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가?’
그 선인들이 그 나무를 보다가
드디어 나무 그늘 밑에 가부좌를 맺고 앉은 태자에게서
위엄의 빛이 드높아 눈이 부셔 바로 볼 수 없음을 보았다.
그들은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 앉은 이는 누구인가?
대범천왕이신 세간의 주인이 아닐까?
혹은 저 흘사(吃沙)나 천인 욕계의 주인이 아닐까?
혹은 제석천왕인가?
혹은 비사문인 큰 보배 창고의 주인인가?
혹은 월천자인가?
혹은 일천자인가?
혹은 또 전륜성왕인가?
혹은 여기 앉은 이가 세상에 출현했다는 부처가 아닐까?
어쨌든 지금 이 분은 위덕이 매우 크구나.’
그때 그 숲을 수호하는 신이 선인들에게 일렀다.
‘여러 선인들이여,
이는 대범천인 세간의 주인도 아니요,
흘사나 천인 욕계의 주인도 아니요,
또 제석천왕도 비사문 큰 창고의 주인도 아니요,
또 일천자 월천자도 아니다.
이 태자는 이름이 실달다이며 석씨 종족 정반왕의 아들이다.
모든 선인들은 꼭 알아 두라.
대범천왕이 가진 위덕이나 그 흘사나 천주나 제석이나
비사문왕 창고의 주인이나 월천자나 일천자나 전륜성왕이 가진 위덕들은
실달다태자가 지닌 털 하나의 위덕에 비해도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그대들이 이 숲에 이르러 위로 날아가려 해도
신통에 한계가 있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 신선들은 숲을 수호하는 신에게서 이 말을 듣고 나서
허공에서 내려와 태자 앞에 서서 각각 게송을 설하여 태자를 찬탄했다.
그때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번뇌 불같이 활활 타도
이 사람은 법못[法池]의 물 솟게 하네.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그 번뇌의 불도 꺼서 없애리라.
다시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세간은 어리석고 어두운데
이 사람은 지혜 광명을 내도다.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그 어둡고 눈먼 일체 세상을 비추리라.
다시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걱정과 번뇌의 넓은 들과 큰 못을
이 사람은 큰 짐 싣고 능히 건너리.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삼계[三有]의 모든 중생을 건지리.
다시 한 신선이 게송을 읊었다.
일체 세간이 번뇌에 얽혀 있는데
이 사람이 방편으로 풀어 주리라.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일체의 모든 속박 벗게 하리라.
다시 한 신선이 또 게송을 읊었다.
나고 죽는 세간의 모든 병들을
이 큰 의사는 잘 구제하리.
이미 이런 미묘한 법을 얻었으니
일체의 생사 병을 고쳐 주리.
그때 모든 선인들은 각각 게송을 읊어 태자를 찬탄하고 나서 발에 정례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허공을 날아서 서로 따라갔다.
그때 정반왕은 잠깐 동안 태자를 보지 못하자 마음이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아 좌우 사람들에게 물었다.
‘우리 태자는 지금 어디 있기에이 말이 범본(梵本)에는 반복되어 있다 문득 보이지 않는가?’
그때 모든 대신들은 사방으로 쫓아다니며 태자를 찾았으나 있는 곳을 모르다가 마침 한 대신이 멀리서 태자가 그 염부나무 그늘 아래서 생각하고 앉아 선(禪)에 들어 있음을 보았다.
그런데 모든 나무의 그림자가 염부나무 쪽으로 옮겨져 오직 태자에게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대신은 태자에게 이런 희귀하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있음을 보고 크게 기뻐서 뛰며 어쩔 줄 모르다가 급히 왕의 처소에 달려와 무릎을 끓고 본 일을 게송으로 읊었다.
대왕이시여 태자님은 이제 저기
염부나무 그늘 밑에 단정히 앉아
가부좌하고 사유하여 삼매에 드니
돋는 해처럼 빛이 찬란하였소.
그는 참으로 대장부이라
나무 그늘도 움직이지 않소.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스스로 관찰하소서.
태자가 앉으신 모습이 어떠한지.
마치 대범천의 모든 천왕과 같고
도리천이나 제석천왕과도 같이
드높은 위신과 혁혁한 그 빛이
저 모든 나무 숲을 두루 비추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염부나무 있는 데로 가서 멀리서 그 나무 사이에서 가부좌를 맺고 있는 태자를 보았다.
어두운 밤 산마루에 큰 불덩어리가 이글거리며 불꽃을 내는 것같이 위덕이 드높게 빛났으며,
겹겹의 구름 사이에 문득 밝은 달이 나온 것 같았으며,
또 어두운 방에 큰 등불을 켠 것과 같았다.
왕은 이것을 보자 매우 희유하고 기특하다는 마음이 나서 온몸이 떨리고 털이 곤두서 머리로 태자의 발에 정례하고 기뻐 뛰다가 이런 말을 하였다.
‘훌륭하다,
훌륭해.
우리 태자에게 이렇게 큰 위덕이 있구나.’
그리고는 게송으로 찬탄했다.
어둔 밤 산마루의 큰 불덩이 같고
가을의 밝은 달이 구름 사이로 나온 듯
이제 태자가 앉아 생각에 잠김을 보니
나도 모르게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리네.
정반왕은 게송을 읊어 찬탄하고 다시 태자의 발에 정례하고 거듭 게송을 읊었다.
내 이제 두 번 이 몸을 굽혀서
천복(千福) 무늬 있는 거룩한 발에 정례하노라.
나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시 골똘히 앉아 생각함을 보노라.
그때 바구니를 든 어린애가 대왕을 따르며 킬킬거리고 웃자 한 대신이 그 어린애를 나무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너희 어린애들아,
함부로 떠들지 말아라.’
아이들은 그 대신에게 대답했다.
‘어째서 우리들에게 떠들지 말라 하십니까?’
그 대신은 모든 아이들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햇볕이 비록 심하게 뜨거워도
저 나무 그늘의 시원함은 어쩌지 못하네.
또 한 길이나 되는 가장 묘한 빛이여,
그 위덕은 세간에서 짝이 없다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생각하니
수미산같이 요동치 않네.
실달다태자의 속깊은 마음은
이 나무 그늘이 즐거워 떠나지 못하네.”
13.각술쟁혼품(捔術爭婚品) ①
“태자가 점점 장성하여 19세가 되자 정반왕은 태자를 위하여 세 때에 기거할 궁전을 지었다.
첫째는 난전(暖殿)이니 겨울을 지내려는 것이요,
둘째는 양전(凉殿)이니 여름 더위에 쓰려는 것이요,
셋째 전각은 봄ㆍ가을 두 철에 거처하려는 것이었다.
겨울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따뜻하기만 하고 여름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시원스럽기만 하고,
봄ㆍ가을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온화함이 알맞아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또 그 궁궐 뒷동산에는 봇물이 도랑에 흘러 못과 늪을 만들고,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 등 갖가지 이름난 꽃들을 재배했는데,
태자를 기쁘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 한량없는 사람들을 두어 각각 태자를 시중들고 호위하는 직책을 맡겼다.
어떤 이는 태자를 안마하고,
어떤 이는 태자를 부드럽게 맞이하게 하고,
어떤 이는 모든 향유를 태자에게 바르고,
어떤 이는 목욕할 때 태자를 닦아주고,
어떤 이는 목욕할 때 향탕을 받들고 머리를 물들이고 빗질해 상투를 틀고,
혹은 거울을 들어 보여 주고,
혹 바르는 향을 들고,
혹 눈약을 들고,
혹 옷에 풍기는 향을 들고,
혹 우황(牛黃)을 들고,
혹 꽃다발을 들고,
혹은 또 온갖 색깔로 지은 미묘한 옷을 들고 태자 앞에 서서 항상 받들게 하였다.
태자가 입는 옷은 모두 가시가 옷으로서 몸을 굽혀 들고 있다가 필요하면 곧 받들었다.
태자의 부왕 정반왕이 입는 옷도 속은 가시가였지만 겉은 그 밖의 다른 물건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태자가 입는 옷은 안팎이 모두 가시가로 만든 것이었다.
태자의 좌우 시종과 잡역을 맡은 사람과 동복(僮僕) 남녀와 뒤따르는 모든 시종들은 다 식사에 멥쌀밥과 어육과 초장과 혹은 전골이나 죽을 먹었으나 태자의 한 몸에는 따로 가장 좋고 맛난 멥쌀을 정미롭게 가려 뽑아 밥을 짓고 국과 전골과 여러 가지 차반이며 온갖 맛난 반찬과 갖가지 진수(珍羞)와 떡과 과일 등 이렇게 한량없는 것들을 날마다 따로따로 드리며 밤낮으로 힘을 들여 각각 새로 만들어서 태자에게 드렸다.
또 밤에 유희할 때 이슬이나 서리나 바람을 탈까 해서,
혹은 낮에 유희할 때도 먼지와 티끌이나 햇빛을 막기 위해서 태자 위에 흰 일산을 덮었다.
그때 정반왕은 점점 자라나는 태자를 보고 마음속으로 아사타 선인이 수기하던 말을 다시 생각하고,
모든 석가족 원로 대신들을 모아 이런 말을 하였다.
‘그대들 친척들은 듣지 못했는가?
나의 태자가 처음 났을 때 상을 보는 바라문과 아사타를 불렀더니,
태자가 만약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출가하면 반드시 위없는 도를 성취하리라 수기하지 않았는가?
우리들은 이제 어떤 방편을 써야 이 동자를 출가하지 못하게 하겠는가?’
석가족 친족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제 빨리 태자를 위해서 따로 궁실을 짓고 모든 채녀들과 즐겨 놀도록 하소서.
그러면 태자는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아사타가 수기한 것은
결정코 어김이 없어라.
모든 석가족이 궁전 짓기를 권하여
출가하지 않도록 바랐노라.
‘이러한 방편으로 우리들 석가족이 흥성하면 모두가 공경하고 존중하여 좁쌀같이 많은 왕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반왕은 또 그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잘 살펴보라.
어느 석가족의 딸이 우리 태자 실달다의 비가 될 만한가?’
그때 5백의 석가족들이 각각 소리내어 외쳤다.
‘내 딸이 태자의 비가 될 만합니다이 말은 범본에는 모두 두 번씩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였다.’
정반왕은 다시 생각했다.
‘만약 내가 오늘 태자와 함께 이런 의논을 하지 않고 어떤 여자를 취하여 그의 비를 삼았다가 만약 뜻에 맞지 않으면 어기고 저버릴 것이요,
그렇다고 내가 이제 태자와 함께 의논하자니,
태자는 뜻이 깊어서 마침내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의심이 생긴다.
어떤 방편을 쓸 것인가?’
또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제 갖가지 보배로 태자에게 노리개[無憂器]를 만들어 주어 태자가 여러 여인들에게 보시하게 하고 가만히 사람을 시켜 그의 마음을 살피게 하리라.
저 태자의 눈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보아서 나는 그를 비로 맞아주리라.’
정반왕은 즉시 금ㆍ은과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한 노리개를 만들게 하고 나서 가비라성에서 요령을 흔들며 말하였다.
‘지금부터 7일 만에 우리 태자가 석가족의 모든 처녀들을 보고자 한다.
보고 나서 온갖 보배로 된 갖가지 노리개를 주고자 하니,
성안의 모든 처녀들은 나의 궁문에 다 모이라.’
6일이 지나고 7일째가 되어 태자가 먼저 궁문 앞에 나가 바구니를 끼고 앉았다.
이때 성안의 모든 처녀들은 다 갖가지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고 궁문에 모여 와서 태자를 보고 난 뒤에 갖가지 보배로 된 노리개를 받고자 했다.
태자는 모든 처녀들이 오는 것을 보고 곧 갖가지 보배로 된 기물을 그 처녀들에게 베풀었다.
사방으로부터 태자를 보러 온 여자들은 이 태자의 위덕에 눌려 태자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그저 보배 기물만 받고 각각 머리를 숙인 채 빨리 지나갔다.
보배 기물도 다하려 할 무렵 마지막으로 어떤 바사타족으로 석가족 대신 마하나마의 딸 야수다라가 앞뒤로 모든 시종과 많은 여종들에게 에워싸여 왔다.
그녀는 멀리서 태자를 보면서 꼿꼿하게 눈길을 쏟고 눈을 들어 아담하게 걸으며 곁눈질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본 채 점점 태자 앞으로 가까이 왔다.
그리고는 서로 아는 사이같이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이 태자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태자여,
이제 저에게 온갖 보배로 된 노리개를 주소서.’
태자는 대답하였다.
‘그대는 너무 늦게 왔으므로 모두 다 주고 없노라.’
그녀는 다시 태자에게 아뢰었다.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당신은 이제 저를 속이고 보배 기물을 주지 않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대를 속이지 않노라.
다만 그대가 뒤늦게 와서 받지 못하였을 뿐이다.’
그때 태자의 손가락에는 만 냥이나 되는 가락지가 있었는데 손가락에서 빼어 야수다라에게 주었다.
야수다라는 태자에게 여쭈었다.
‘제가 당신에게 겨우 이 정도의 가치밖에 없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입고 있는 대로 그 밖에 영락이라도 마음대로 가져가라.’
그녀는 말하였다.
‘제가 어찌 태자님 것을 벗기겠습니까?
다만 태자님의 몸을 장엄해 드려야 할 뿐입니다.’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기쁘고 즐겁지 않아 곧 되돌아갔다.”
어느 때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 존자 우타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왕궁에 계실 때 몸에 있는 값진 영락을 벗어 야수다라에게 주었으나 어째서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존자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야,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 이제 말하리라.
야수다라에게 영락을 주어도 기뻐하지 않은 것은 금세뿐이 아니다.
옛적부터 조그마한 인연으로 진심과 원한심을 내었기 때문에 계속 여러 가지 진기한 보배를 보시했지만 기뻐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타이는 말하였다.
“매우 기이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일이 어찌된 까닭인지 저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내 기억에 지난 옛날 한량없는 세상에 가시국 바라내성에 왕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삿된 소견을 믿고 나라를 다스렸다.
그 왕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적은 허물을 지었으나 부왕은 그를 나라 밖으로 쫓아냈다.
그는 점점 가다가 한 천사(天寺)에 이르러 아내와 함께 머물러 살았다.
그때 그 왕자는 가지고 있는 식량이 다 없어지자 사냥을 하여 목숨을 이었다.
한번은 사냥하는 곳에서 자라 한 마리를 보고 쫓아가 잡아서 껍질을 벗기고 살코기를 물에 넣고 끓였다.
그런데 고기가 익으려던 차에 국물이 다 말라 버리자,
왕자는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고기가 푹 익지 않았으니 그대는 다시 물을 길어 오라.’
부인이 물 길러 간 뒤에 왕자는 주림을 참을 수 없어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자라 고기를 다 먹어 버렸다.
그때 물을 길어 온 부인이 왕자에게 물었다.
‘여기 있던 자라 고기는 이제 어디 갔습니까?’
왕자는 자라가 도로 살아서 달아나 버렸다고 대답했다.
부인은 믿지 않았다.
‘이렇게 삶은 자라가 어떻게 달아날 것인가?’
그녀는 마음으로 믿지 않고 생각했다.
‘반드시 나의 남편이 주리고 급해서 다 먹어 버리고 나에게 달아났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성내고 원한을 품어 마음이 항상 기쁘지 않았다.
그 뒤 몇 해가 지나서 부왕의 목숨이 다하자 모든 대신들은 왕자를 맞아 관정식을 하고 왕을 삼았다.
그는 이미 왕이 되어서 얻은 모든 보배와 진기한 물건과 갖가지 의상 등 값진 물건을 다 왕비에게 주었다.
왕비는 그것들을 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얼굴빛이 기쁘지 않자 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내가 모든 보배와 값진 물건을 그대에게 주었는데 어째서 얼굴빛이 여전히 기쁘지 않은가?’
왕비는 게송을 읊어 왕에게 대답했다.
가장 높은 대왕은 들으소서.
옛적 우리가 사냥하고 있을 때
화살과 혹은 칼을 쥐고
자라를 쏘아 죽였소.
가죽을 벗기고 삶아 익으려 할 때
나에게 물 떠오라 보내 놓고
고기를 남김없이 다 먹고서
나에겐 달아났다고 거짓말했소.”
부처님께서 우타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알아 두라.
그 때의 왕이 바로 내 몸이었고,
그 왕후는 오늘의 야수다라이다.
내가 그때 조그만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그 뒤로는 많은 재물과 보배를 주어 화해코자 했으나 한을 품은 그 마음은 기뻐하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그러하여 한량없는 돈과 재물을 주더라도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하였다.”
“그때 정반왕이 보낸 밀사는 태자의 눈이 가는 데와 모든 처녀들과 상대하여 대화하는 것을 일심으로 살펴보고는 자세히 알았다.
알고 나서 곧 왕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석가족 대신 마하나마의 딸이 마지막으로 왔는데 태자와 몇 번씩이나 말을 주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소지으며 잠깐 머물러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태자와 그녀의 두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으며,
피차 말하고 대답할 때 네 눈이 서로 마주쳤습니다.’
정반왕은 밀사의 이런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그녀를 얻고자 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정반왕은 길한 별[宿]자리에 가장 좋은 날을 택하여 국사 바라문들을 불러 석가족 마하나마 대신의 집으로 가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게 했다.
‘경에게 딸이 있는 줄 아니 이제 나의 태자비로 삼고자 하노라.’
국사는 왕의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석가족 마하나마 대신의 집에 가서 왕의 칙명이 이러하다고 알렸다.
그러자 그 대신은 국사에게 일렀다.
‘우리 석가족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법이 있으니,
만약 기능이 누구보다도 우수하면 그 사람에게 딸을 주지만,
기능이 없다면 딸을 줄 수 없습니다.
대왕의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유희에 빠져 학문을 익힌 적이 없고 기능이 없습니다.
활쏘기ㆍ천문ㆍ병서ㆍ무기 다루는 법ㆍ일체 전투며,
힘으로 밀치고 주먹으로 치는 것들에 다 익숙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기예가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내 딸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국사는 이 말을 듣고 왕의 처소에 돌아와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수심에 차서 이렇게 생각했다.
‘마하나마의 이 말은 법다운 것이며 나에게 참말을 한 것이지 헛소리는 하나도 없도다.’
생각은 이렇게 했으나 왕은 내심 걱정스럽고 못마땅하여 말없이 번민하고 있었는데,
그 형상이 마치 좌선하며 생각에 빠진 듯했다.
태자는 이때 부왕의 얼굴빛이 좌선하며 생각에 빠진 사람처럼 근심에 차 기뻐하지 않는 것을 보자 천천히 왕 앞에 가까이 가서 물었다.
‘부왕이여,
어떤 연고로 이렇듯 근심하시고 홀로 앉아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말하자 정반왕은 태자에게 대답했다.
‘태자는 나에게 이런 일을 물을 필요가 없다.’
태자가 다시 물었으나 부왕은 거듭 막았다.
태자가 이렇게 세 번 물었다.
‘부왕이시여,
그 이유를 꼭 저에게 알려 주셔야 제 마음에 의심이 풀리겠습니다.’
정반왕은 세 번이나 태자가 이 일을 묻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앞에 있었던 사연을 말해 주었다.
태자는 알고 나서 부왕에게 아뢰었다.
‘부왕이여,
걱정마옵소서.
부왕의 성안에 누가 나와서 저와 기예를 시험할 자가 있는지를 아십니까?’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 온몸으로 뛰놀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다시 태자에게 이런 말로 물었다.
‘훌륭하다,
태자여.
너는 참으로 저 모든 기예를 다툴 수 있겠는가?’
태자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들으소서.
제가 실지로 할 수 있사옵니다.
대왕이여,
다만 속히 모든 석가족 동자들을 모아서 저와 함께 모든 기예를 시험해 겨루도록 하소서.’
그때 정반왕은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 네거리 길목마다 요령을 흔들고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
‘지금부터 7일째 되는 날 우리의 동궁 실달다태자께서 모든 기예를 다 보여 주려 하니,
그런 기예를 할 줄 아는 이가 있거든 다 모여서 함께 겨루도록 하라.’
6일이 지나고 7일째가 되자 5백의 석가족 모든 동자들은 실달태자를 우두머리로 하여 다 모였다.
다 모이자 함께 성에서 나와 넓은 터에 이르렀으니,
이는 모든 동자들이 기예를 보여 줄 곳이었다.
그때 석가 대신은 야수다라를 가장 훌륭하게 장엄하고 이런 말을 하였다.
‘누가 모든 기예에 능통한가?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이 딸을 주어 그의 처를 삼게 하리라.’
그때 정반왕은 모든 석가족 원로의 장자들과 먼저 나오고,
또 한량없는 여러 성(姓)의 남자와 여자와 동남ㆍ동녀들도 구름처럼 모여서 그 시험장인 넓은 터에 나와 태자와 모든 석가족 동자들이 기능을 겨루어 누가 가장 우수한가를 보고자 했다.
이때 모든 석가족 동자들 중에 문학에 능한 자는 먼저 태자와 글씨 쓰기를 겨뤘는데,
그때 석가족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다.
‘이제 비사바밀다라로 시관을 삼으리라.’
그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모든 동자들의 글씨 중에 누가 가장 막힘 없이 쓰는지,
빨리 쓰는지,
잘 쓰는지,
여러 가지 서법을 아는지를 관찰하여 가려내시오.’
그때 비사바밀다라 선생은 태자가 그 모든 글씨 가운데 가장 우수하고 가장 높은 줄을 미리 알고 미소를 머금고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 인간과 천상계나
건달바나 아수라,
가루라에게 있는
모든 문자와 모든 경전을
그는 두루 알아 다 통달하였네.
내 몸이나 또 그대들로서는
이러한 서적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리.
인간이 아는 것을 내가 다 시험해 보았지만
정녕코 그의 훌륭함은 따르지 못하리라.
그때 그 석가족들은 자세히 함께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이미 알았습니다.
대왕의 태자가 글씨 쓰기에 가장 우수합니다.
이제 누가 계산에 밝은지를 시험케 하소서.’
이때 대중 가운데 알수나(頞誰那)라고 하는 큰 산수 선생이 있었는데,
모든 계산에 가장 뛰어났으므로 석가족 대중들은 그를 불러 시험관을 맡기면서 말했다.
‘존자여,
그대는 모든 동자 가운데 누가 가장 산수를 잘 하는지 보라.’
그때 태자가 셈하는 것을 산대 잘 놓는 석가족 동자 하나를 시켜 산대를 놓게 했으나 그 동자는 따르지 못했다.
다시 두 동자를 시켰으나 감당하지 못했고,
세 동자가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으며 열 동자가 함께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다.
20, 30, 40, 50 그리고 백 명이 함께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으며,
2백, 3백, 4백, 5백이 동시에 다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다.
그러자 태자가 말하였다.
‘이제 너희들이 셈을 하라.
내가 산대를 놓으리라.’
그때 석가족 동자 하나가 셈을 부르고 태자가 놓았더니 동자가 미처 부르지 못했다.
태자가 이번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세어 보라 했으나 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태자가 다시 백 사람이 동시에 함께 세어 보라 했으나 또 미치지 못했다.
태자는 또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렇게 서로 다툴 필요가 없다.
다만 너희들 모두가 동시에 각각 계산해 부르라.
내가 놓으리라.’
그리하여 5백 동자가 모두 동시에 불렀으나 태자는 한 번에 모두 놓았다.
이렇게 하나에서 시작하여 수가 다하도록 계산해도 태자는 한 번에 모두 놓았다.
이렇게 하나에서 시작하여 수가 다하도록 계산해도 태자는 틀림이 없었으며,
또한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조용조용히 차례로 놓았다.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이 힘을 다해서 함께 계산했으나 실달태자에게 만분의 1도 미치지 못했다.
그때 나라에서 가장 큰 산수 선생인 알수나는 내심 놀랍고 괴이하여 지극히 기쁜 마음으로 게송을 읊었다.
훌륭하다.
민첩하고 정확하게 기억하도다.
분명히 수를 부르고 산가지 놓아 착오가 없도다.
5백 석가 동자들 산수를 안다고들 하지만
한꺼번에 대적해도 당하지 못하네.
이렇듯 지혜롭고 바로 생각하는 마음
그의 산수는 매우 빠르고 심오하도다.
이런 산수의 스승은 천하도 계산해
큰 바다의 물방울도 모두 알리라.
너희들은 잠자코 소리도 내지 말라.
태자와 서로 다투고 겨루려 말라.
그는 이미 이러한 술법을 알았으니
나와 서로 비교할 수 있으리라.
그때 석가족 모든 대중들은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태자에게 정례하고 말했다.
‘실달다태자께서 크게 이겼습니다.
진실로 크게 이겼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큰 선리(善利)를 얻었소이다.
인간에 잘 나셨소이다,
대왕이시여.
이제 이런 총명하고 큰 복덕을 지닌 아들,
지혜로운 아들을 낳으셨소이다.
설근(舌根)이 이렇듯 빠르고 민활하게 굴러 입의 업(業)을 성취하였소이다.
그때 정반왕은 기쁜 웃음을 머금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태자여.
너는 이제 이 알수나 산수 스승과 함께 세간을 계산하는 방편의 지혜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태자는 부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할 수 있습니다.’
정반왕은 태자에게 말했다.
‘네가 만약 할 수 있거든 스스로 때를 알 것이다.’
그때 알수나 산수 스승은 태자에게 말했다.
‘어지신 태자여,
당신은 억 이상의 산수를 아십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나는 다 알고 있습니다.’
알수나 산수 스승은 또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아는지 나를 위해 말해 보시오.’
태자는 대답했다.
‘억 단위 계산법을 그대는 자세히 들으시오.
내 이제 말하리다.
백이 백천이면 이것을 구치(拘致)중국에서는 천만라 하고,
그 백 구치는 아유다(阿由多)중국에서는 10억요,
백 아유타는 나유타(那由他)중국에서는 천억요,
백 나유타는 파라유타(波羅由他)중국에서는 10만억요,
백 파라유타는 항가라(▼(口*恒)迦羅)중국에서는 천만억요,
백 항가라는 빈바라중국에서는 10조요,
백 빈바라는 아추파(阿蒭婆)중국에서는 천조요,
백 아추파는 비파사(毘婆娑)중국에서는 10만조요,
백 비파사는 울증가(鬱曾伽)중국에서는 천만조요,
백 울증가는 파하나(婆訶那)10경(京)요,
백 파하나는 나가바라(那伽婆羅)천경요,
백나가바라는 이름이 제치바라(帝致婆羅)10만경요,
백 제치바라는 비파사타나바야제(卑婆娑他那波若帝)천만경요,
백 비파사타나바야제는 혜도해라(醯兜奚羅)10기(旗)요,
백 혜도해라는 가라보다(迦羅逋多)천해(千姟)요,
백가라보다는 혜도인타라타(醯都因陀羅陀)중국에서는 만해요,
백 혜도인타라타는 삼만다라바(百三蔓多羅婆)천만해요,
백 삼만다라바는 가나나가니다(伽那那伽尼多)10시(柿)요,
백 가나나가니다는 니마라사(尼摩羅闍)천사요,
백 니마라사는 목다바라(目陀婆羅)10만자요,
백 목다바라는 아가목다(阿伽目陀)천만자요,
백 아가목다는 살바바라(薩婆婆羅)10양(壤)요,
백 살바바라는 비살사파제(毘薩闍波帝)천양요,
백 비살사파제는 살바살야(薩婆薩若)십만양요,
백 살바살야는 비부등가마(毘浮登伽摩)천만양요,
백 비부등가마는 바라극차(婆羅極叉)10구(溝)입니다.
이런 계산 수에 들어가면 수미산을 만약 근량으로 달거나 아주 작은 치수로 계산하려 해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이것 위에 또 한 가지 산법이 있으니 다바사가니민나(陀婆闍伽尼民那)라 합니다.
이 위에 또 사반니(奢槃尼)라는 산법이 있으며,
그 위에 파라나타(波羅那陀)라는 산법 그 위에 이타(伊吒)라는 산법,
그 위에 또 가루사타비다(迦樓沙吒啤多)라는 산법,
그 위에 또 살파니차파(薩婆尼差波)라는 산법이 있으니,
여기 이르면 항하의 모래알을 다 셀 수 있습니다.
이 위에 아가사바(阿伽娑婆)라는 산법이 있는데,
이 수는 1항하사로 억백천만 항하사수를 다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위에 또다시 파라마누비바사(波羅摩㝹毘婆奢)라는 산법이 있습니다.
그러자 알수나 산수 스승은 태자에게 말했다.
‘이런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미진수 계산법에 들어가면 또 어떠한지 그것도 알고 있는지요?’
태자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시오.
내 이제 이것을 말하리다.
7미진(微塵)은 1창진(窓塵)을 이루고,
7창진을 합하면 1토진(兎塵)을 이루며,
7토진을 합하면 1양진(羊塵)을 이루며,
7양진을 합하면 1우진(牛塵)을 이루며,
7우진을 합하면 1기(蟣)를 이루며,
7기를 합하면 1슬(虱)을 이루고,
7슬을 합하면 1개자(芥子)를 이루고,
7개자를 합하면 1대맥(大麥)을 이루고,
7대맥을 합하면 1지절(指節)을 이루며,
7지절을 합치면 반자[半尺]를 이루고,
두 반자를 합하면 1자를 이루며,
2자는 1주(肘)요,
4주는 1궁(弓)이요,
5궁이 1장(杖)이요,
그 20장을 1식(息)이라 하고,
80식을 구로사(拘盧奢)라 하며,
8구로사를 1유순이라 합니다.
이 대중 가운데 미진이 얼마큼 모여야 1유순(由旬)이 되는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중국식 계산법으로는 384리(里) 103천 보(步)가 된다.
그러자 알수나 산수의 스승은 태자에게 일렀다.
‘대덕 어진 이여,
나조차 이러한 숫자를 알지 못하였소.
나도 이제 말씀을 듣고 마음이 답답한데 하물며 지혜와 지식이 적은 어리석은 이야 어떻겠습니까?
그렇긴 하나 부디 태자님은 우리들을 위하여 얼마만큼의 미진이 모여야 1유순이 되는지 말씀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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