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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진리와실천
불기2564-10-29_십송율-K0890-036 본문
『십송율』
K0890
T1435
제3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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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제[있는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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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부분은 위 대장경 부분에 대해
참조자료를 붙여 자유롭게 연구하는 내용을 적는 공간입니다.
대장경 열람은 위 부분을 참조해주십시오.
『십송율』
♣0890-036♧
제3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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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십송률 제36권
후진 불야다라 한역
이한정 번역
성재헌 개역
6. 육송(六誦) ①
10) 잡송(雜誦) ①
(1) 조달(調達)의 사건 ①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조달이 부처님 법을 믿고 공경하였기에 그 마음이 청정하여 금화 30만 냥 어치의 장신구를 착용한 채로 출가하였으니,
타고 온 잘 훈련된 코끼리가 금화 10만 냥의 값어치였고,
그 코끼리를 장식한 순금 망사 등이 또한 금화 10만 냥 값어치였으며,
조달이 입고 있는 옷도 금화 10만 냥 값어치였다.
이 조달이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처음 12년 동안은 착한 마음으로 수행하면서 독경하고 송경(誦經)하고 그 의심나는 것을 질문하고 법을 받아 지니고 좌선하였다.
이때에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모두들 독송을 하였다.
이 무렵 많은 비구들이 큰 신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여러 비구들은 염부나무 때문에 염부제라고 불리는 곳으로 가서는 이 염부나무에서 과일을 따가지고 돌아와 이를 먹곤 하였고,
염부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리륵숲ㆍ아마륵숲ㆍ비혜륵숲으로 가서 그 나무의 여러 과일들도 함께 따다가 머무는 주처로 가지고 와서 먹곤 하였다.
그리고 울단월에서는 자생하는 찹쌀을 거두어 와서 이를 먹곤 하였고,
도리천에서는 수타(須陀)라는 하늘나라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기도 하고,
동서남북으로 갖가지 신통력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조달이 이를 보고는 즉시 탐심을 내어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나는 어느 때에야 큰 신통력을 얻게 될까?
그 염부나무 때문에 염부제로 불리는 곳으로 가서 염부나무에서 과일을 따가지고 돌아와 먹고,
또 염부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리륵숲ㆍ아마륵숲ㆍ비혜륵숲의 여러 과일을 모두 따다가 머무는 주처로 가지고 돌아와 먹고,
울단월에서 자생하는 찹쌀을 거두어 와서 이를 먹고,
도리천에 있는 수타라고 하는 하늘나라 음식을 가지고 와서 이를 먹고,
동서남북으로 갖가지 신통력을 나타낼 수 있을까?
어찌 지금 내가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가 그 신통력 얻는 이치를 여쭈어보지 않겠는가?’
조달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즉시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신통력 얻는 이치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이 그 법술(法術)을 얻게 되면 분명 나쁜 일을 저지르리라는 것을 미리 아시고는,
이러한 까닭으로 말씀해 주시지 않고 이와 같이 당부하셨다.
“조달아,
그만 단념하라.
신통력을 얻어 무엇에 쓰겠느냐?
마땅히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를 관하도록 하라.”
조달은 이 말씀을 듣고서도 받아들이지도 기뻐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신통력을 얻고자 하는 한 생각뿐이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이 제일의경(第一義經)에서 ≺큰 지혜를 얻은 제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나고 제일이다≻라고 말씀하셨던 분이다.
나는 사리불 존자의 처소로 찾아가 신통력 얻는 이치를 여쭈어보아야겠다.
그분은 분명 나에게 말씀해 주실 것이다.’
조달이 이렇게 생각하고서 즉시 찾아가 신통력 얻는 이치를 물어보았으나,
사리불도 역시 이 사람이 그 법술을 얻게 되면 분명 나쁜 일을 저지르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
이런 까닭에 말해 주지 않고 이렇게 당부하였다.
“조달아,
그만 단념하라.
신통력을 얻어 무엇에 쓰겠느냐?
마땅히 무상ㆍ고ㆍ공ㆍ무아를 관하도록 하라.”
조달은 이 말씀을 듣고서도 받아들이지도 기뻐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신통력을 얻고자 하는 한 생각뿐이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목련 존자는 부처님이 제일의경에서 ≺큰 신통력을 얻은 제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나고 제일이다≻라고 말씀하셨던 분이다.
나는 그분을 찾아가 신통력 얻는 이치를 여쭈어보아야겠다.
분명 나에게 말씀해 주실 것이다.’
조달이 이렇게 생각하고서 즉시 찾아가 신통력을 얻는 이치를 물어보았으나 목련 역시 이 사람이 그 법술을 얻게 되면 분명 나쁜 일을 저지르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
이런 까닭에 말해 주지 않고 이렇게 당부하였다.
“조달아,
그만 단념하라.
신통력을 얻어 무엇에 쓰겠느냐?
마땅히 무상ㆍ고ㆍ공ㆍ무아를 관하도록 하라.”
조달은 이 말을 듣고서도 받아들이지도 기뻐하지도 않았고,
오로지 신통력을 얻고자 하는 한 생각뿐이었다.
이와 같이하여 한 사람이 모자라는 500명의 대제자를 모두 찾아갔으나 누구도 그 이치를 말해 주지 않았다.
마침내 이쯤에 이르러 조달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난은 내 동생인 데다 부처님이 제일의경에서 ≺모든 다문제자(多聞弟子) 가운데 아난이 가장 뛰어나고 제일이다≻라고 말씀하셨던 자이다.
내 어찌 그에게 찾아가 신통력 얻는 이치를 물어보지 않겠는가.
그라면 분명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조달은 이렇고 생각하고 나서 즉시 그를 찾아가 신통력을 얻는 이치를 물어보았다.
그때 아난은 아직 욕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였기에 과거와 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고는 바로 다문지혜(多聞智慧)에 의지하여 신통력을 얻는 이치를 말해 주었다.
조달은 마침내 신통력을 얻는 법을 받아 지니고서 산속이나 광야 또는 계곡에서 열심히 이를 닦아 익혔다.
열심히 닦아 익힌 까닭에 그는 세속의 네 가지 선정을 얻었고,
이 네 가지 선정으로 인해 신통력이 생겨났다.
신통력이 생기자 그는 즉시 그 염부나무 때문에 염부제로 불리는 곳으로 가서는 그 염부나무에서 과일을 따가지고 돌아와 이를 먹었고,
또 염부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리륵숲ㆍ아마륵숲ㆍ비혜륵숲에 있는 여러 과일도 함께 따다가 머무는 주처로 돌아와 먹었으며,
울단월에 가서 자생하는 찹쌀을 거두어 와서는 이를 먹었고,
도리천에 가서 수타라는 하늘 음식을 가지고 돌아와 먹기도 하였으며,
동서남북으로 갖가지 신통력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 조달은 예전부터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문 구담(瞿曇)은 나보다 그 종성(種性)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가 성씨가 구담이고 석씨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나 역시도 성씨가 구담이고 석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여러 사람들이 깨끗한 마음으로 공양을 많이 올리는 것은 모두 신통력 때문이다.
나는 어느 가문에 가서 신통력으로 그들을 끌어들여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따르게 할까?’
그리고 조달이 다시 생각하였다.
‘병사왕은 제일 큰 나라의 왕인 데다 또 부처님의 불퇴전(不退轉)의 제자이니 내가 신통력을 쓰더라도 그를 끌어들이지는 못하리라.’
조달은 본래부터 갖가지 외도의 경서나 천문 또는 사람의 길흉과 천지의 변괴를 예언하는 일에 밝았다.
그는 병사왕의 태자인 아사세왕(阿闍世王)의 관상을 천안통으로 똑똑히 보고서 ‘내가 신통력으로 그를 포섭하면 반드시 나의 단월이 될 것이고,
그러면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나를 따르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이에 즉시 코끼리로 변신하여 아사세 태자의 집으로 가서 문을 통하지 않고 들어가서는 문을 통하여 나오기도 하고 문을 통하여 들어가서는 문을 통하지 않고 나오기도 하였으니,
이와 같은 형상을 나타내 보이면서 자기가 조달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였다.
다시 말로 변신하여 문을 통하지 않고 들어가서 문을 통하여 나오기도 하고 문을 통하여 들어가서 문을 통하지 않고 나오기도 하였으니,
이와 같은 형상을 나타내 보이면서 자기가 조달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였다.
다시 머리에 쓰는 장신구로 변신하여 태자의 무릎에서 나자 태자는 황급히 그 장신구를 집어 머리 위에 썼으니,
이와 같은 신통의 형상을 나타내 보이면서 자기가 조달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였다.
다시 금은보배와 꽃다발을 쓴 귀여운 동자로 변신하여 태자의 무릎 위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자 태자가 너무도 즐거워 이 동자를 끌어안고 함께 놀면서 입을 맞추곤 하였으니,
이러한 형상을 나타내 보이면서 자기가 조달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였다.
이렇게 신통력으로 아사세 태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조달의 신통력이 부처님보다 뛰어나다는 사악한 견해가 생기게 하였다.
이윽고 아사세 태자는 조달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옷과 와구와 탕약을 공양하였으며 나아가 날마다 500솥 분량의 음식을 500대의 수레에 가득 싣고 조달의 처소로 찾아가 손수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이때 여러 비구가 오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사세 태자는 조달에게 이와 같이 옷과 와구와 탕약을 공양하고,
날마다 500솥 분량의 음식을 500대의 수레에 가득 싣고 직접 조달의 처소로 찾아가 손수 음식을 나눠준다.
그래서 조달과 그 500명의 제자가 그 공양을 받는다.’
이 일을 전해 듣고서 공양을 마친 다음 부처님의 처소를 찾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서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오늘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사세 태자가 조달에게 이와 같이 옷과 와구와 탕약을 공양하고,
날마다 500솥 분량의 음식을 500대의 수레에 가득 싣고 직접 조달의 처소로 찾아가 손수 음식을 나눠주면,
조달과 그 500명의 제자가 그 공양을 받는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조달이 받는 공양을 탐하지 말라.
무엇 때문인가?
조달이 이런 공양을 얻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대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죽어버리는 것과 같고,
파초가 열매를 맺으면 죽어버리는 것과도 같으며,
나귀가 새끼를 배면 죽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조달이 이런 공양을 얻는 것 역시 그러해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대나무와 갈대가 열매를 맺으면 시드는 것과도 같다.”
이때 세존께서 이 일을 분명히 해두시고자 게송을 말씀하셨다.
열매 맺은 파초는 시들고
열매 맺은 대나무와 갈대도 그러하며
새끼 밴 나귀는 이로 인해 죽으니
이양(利養)을 탐하는 소인배가 그러하니라.
“이런 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리석은 자 조달은 이와 같은 이익과 공양을 얻는 시간만큼 그 만큼의 시간동안 무명의 어둡고 긴 밤[長夜]에 갖가지 고통을 받고 결국은 나쁜 곳에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건장한 사람이 사나운 개의 코를 때리는 것과 같다.
너희들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개가 정녕코 더 사납게 되지 않겠느냐?”
이에 여러 제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분명 더 사나워질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 조달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그런 공양을 얻는 시간만큼 그 만큼의 시간동안 무명의 어둡고 긴 밤에 갖가지 고통을 받고 결국은 나쁜 곳에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조달이 그 공양이 갈수록 늘어나자 공양을 탐내는 마음에 사로잡혀 이와 같이 나쁜 마음을 내게 되었다.
‘부처님이 이제 스님들을 물리친다면 내가 마땅히 대중 스님들을 영도하리라.’
그러나 이런 마음을 내자마자 그만 그 신통력이 사라져 버렸다.
이때 목련은 지제국(支提國)의 가릉가로(迦陵伽盧) 계곡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때 구라(俱羅)의 아들 가부타(迦扶陀)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장로 목련의 제자였다.
이 비구가 다섯 가지 욕망을 버리고 네 가지 범행을 닦았기 때문에 그 목숨이 다하자 범천에 태어나게 되었는데,
이 가부다 범천이 조달이 그 신통력을 잃은 것을 보게 되었다.
이를 보고는 마치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뻗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범천에서 종적을 감추고 목련 앞에 그 몸을 나타내었고,
선정에서 깨어나 목련에게 말하였다.
“스승께서는 조달이 이미 그 신통력을 잃어버린 것을 아십니까?
스승께서는 부처님의 처소로 가셔서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에 목련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어찌 선정에 들어 조달의 마음을 관하지 않겠는가?’
그리고는 즉시 선정에 들어 조달의 마음을 관하고서 그가 신통력을 이미 잃어버린 것을 보게 되었고,
바로 선정에서 깨어나 묵묵히 가부다 범천의 청을 받아들였다.
이때 가부다 범천은 목련이 침묵으로 그 청을 수락한 것을 알고는 목련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서 공경스럽게 오른쪽으로 돌면서 사라졌다.
목련은 범천의 간청을 받아들여 즉시 선정에 들어 지제국의 가릉가로 계곡에서 종적을 감추고 왕사성에 출현하였으니,
부처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때 목련이 즉시 선정에서 깨어나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가부다 범천이 말하기를 조달이 실제로 그 신통력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조달의 마음이 가부다 범천의 말과 같다는 것을 전에는 몰랐느냐?”
부처님께서 목련과 함께 이와 같이 말씀을 나누고 계실 때,
마침 조달이 네 명의 제자와 함께 찾아왔다.
부처님께서 조달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
저 어리석은 자가 오면 그 일이 자연히 드러나리라.”
이때 목련이 ‘어찌 내가 선정에 들지 않고 이 자리에 앉아서 조달의 눈에 뜨이도록 하겠는가?’라고 생각하고서,
즉시 선정에 들어 자리에 앉은 채로 조달의 눈에 띄지 않게 하였다.
조달은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서 그 네 명의 제자와 함께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의 연세는 이미 고희가 가까워졌습니다.
이제는 대중 스님들을 저에게 맡기고 부처님께서는 그저 홀로 그 열반의 경계에 편안하게 머무는 즐거움[現法樂住]만 누리소서.
스님들을 저에게 맡기시면 제가 잘 영도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나 목련이 큰 지혜와 신통을 가졌는데도 여래는 대중 스님들을 그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하물며 너처럼 남이 뱉어 놓은 가래나 핥아먹는 어리석은 자,
송장 같은 자에게 맡길 수 있겠느냐?”
이때 조달은 부처님께서 ‘남이 뱉어 놓은 가래나 핥아먹는 어리석은 자이고 송장 같은 자’라는 말을 듣고 곧 크게 진노하여 세존을 해치고 싶었으나,
양미간을 찡그리고 슬픈 표정으로 머리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조달은 이런 생각을 품고서 바로 일어나 떠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불과 목련만 훌륭하다고 칭찬하시고 우리는 깎아내려 이토록 비참하게 만드는구나.’
이때 조달은 처음으로 부처님에 대한 원한을 품었으며,
아울러 사리불과 목련 같은 대제자들까지도 미워하게 되었다.
이때 아난이 부처님의 뒤에 서서 부채로 부처님을 부쳐드리고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돌아다보시며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왕사성에 의지해 머무르고 있는 모든 비구를 강당으로 모이게 하고,
모두 모이면 나에게 말하라.”
아난이 그 가르침을 받들어 왕사성에 의지해 머물고 있는 비구들을 모두 강당으로 모이게 하고,
모두 모이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왕사성에 의지하여 머무는 비구들이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시자 아난을 데리고 강당으로 가서 대중 스님들 가운데 자리를 깔고 앉아 비구들을 교화하셨다.
“이 세상에는 다섯 종류의 스승이 있다.
무엇을 다섯이라 하는가?
그 첫 번째 스승은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청정하게 계율을 지킨다고 자처하는 경우이다.
그의 제자는 함께 머무르는 까닭에,
그들의 스승이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서 청정하게 계율을 지킨다고 스스로 자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만약 우리가 스승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이를 기뻐하시지 않으리라.
만약 스승이 이를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스승의 은혜를 입어 옷과 와구와 탕약과 음식을 얻게 되었으니,
스승이 우리를 좋게 말하면 우리도 알아서 처신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스승은 제자를 감싸서 계율을 청정하게 지킨다고 말하고,
이 스승 역시도 제자가 청정하게 계율을 지킨다고 감싸주기를 바란다면,
이것을 세간의 첫 번째 스승이라고 한다.
두 번째 스승이란 그 생활이 깨끗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그 생활이 깨끗하다고 자처하는 경우이다.
그의 제자는 함께 머무는 까닭에,
스승이 그 생활이 깨끗하지 못한데도 그 생활이 깨끗하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것을 알면서도 ‘만약 우리가 스승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이를 기뻐하시지 않으리라.
만약 스승이 이를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스승의 은혜를 입어 옷과 와구와 탕약과 음식을 얻게 되었으니,
스승이 우리를 좋게 말한다면 우리도 알아서 처신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스승은 제자를 감싸서 그 생활이 깨끗하다고 말하고,
그 스승 역시도 제자가 그 생활이 깨끗하다고 감싸주기를 바란다면,
이것을 세간의 두 번째 스승이라고 한다.
세 번째 스승이란 그 지견(知見)이 청정하지 않은데도 그 지견이 청정하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경우이다.
그의 제자는 함께 머무는 까닭에,
스승이 그 지견이 청정하지 않은데도 지견이 청정하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것을 알면서도 ‘만약 우리가 스승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린다면 이를 기뻐하시지 않으리라.
만약 스승이 이를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스승의 은혜를 입어 옷과 와구와 탕약과 음식을 얻게 되었으니,
스승이 우리를 좋게 말한다면 우리도 알아서 처신해야 하리라’ 하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스승은 제자를 감싸서 그 지견이 청정하다고 말하고,
그 스승 역시도 제자가 그 지견이 청정하다고 감싸주기를 바란다면,
이를 세간의 세 번째 스승이라고 한다.
네 번째 스승이란 그 법사(法事)를 잘 운영하지 못하면서도 이를 잘 운영한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경우이다.
그의 제자는 함께 머무는 까닭에,
스승이 그 법사를 잘 운영하지 못하면서도 이를 잘 운영한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것을 알면서도 ‘만약 우리가 스승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린다면 이를 기뻐하시지 않으리라.
만약 스승이 이를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스승의 은혜를 입어 옷과 와구와 탕약과 음식을 얻게 되었으니,
스승이 우리를 좋게 말한다면 우리도 알아서 처신해야 하리라’ 하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스승은 제자를 감싸서 그 법사를 잘 운영한다고 말하고,
그 스승 역시도 그 제자가 그 법사를 잘 운영한다고 감싸주기를 바란다면,
이를 세간의 네 번째 스승이라고 한다.
다섯 번째 스승이란 청정한 법을 설하지 않으면서도 청정한 법을 설한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경우이다.
그의 제자는 함께 머무는 까닭에,
스승이 청정한 법을 설하지도 못하면서 청정한 법을 설한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만약 우리가 스승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린다면 이를 기뻐하시지 않으리라.
만약 스승이 이를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스승의 은혜를 입어 옷과 와구와 탕약과 음식을 얻게 되었으니,
스승이 우리를 좋게 말한다면 우리도 알아서 처신해야 하리라’ 하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스승은 제자를 감싸서 청정한 법을 설한다고 말하고,
그 스승 역시도 그 제자가 청정한 법을 설한다고 감싸주기를 바란다면,
이를 세간의 다섯 번째 스승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래는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고 또한 ‘나는 청정하게 계율을 지킨다’고 자칭한다.
여러 제자는 여래를 감싸서 여래가 청정하게 계율을 지킨다고 말하지 않고,
여래 역시도 제자들이 청정하게 계율을 지킨다고 감싸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래는 생활이 깨끗하고 또한 ‘나는 생활이 깨끗하다’고 자칭한다.
여러 제자는 여래를 감싸서 여래가 생활이 깨끗하다고 말하지 않고,
여래 역시도 제자들이 생활이 깨끗하다고 감싸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래는 지견이 청정하고 또한 ‘나는 지견이 청정하다’고 자칭한다.
여러 제자는 여래를 감싸서 여래가 지견이 청정하다고 말하지 않고,
여래 역시도 제자들이 지견이 청정하다고 감싸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래는 법사를 잘 운영하고 또한 ‘나는 법사를 잘 운영한다’고 자칭한다.
여러 제자는 여래를 감싸서 여래가 법사를 잘 운영한다고 말하지 않고,
여래 역시도 제자들이 법사를 잘 운영한다고 감싸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래는 청정한 법을 설하고 또한 ‘나는 청정한 법을 설한다’고 자칭한다.
여러 제자는 여래를 감싸서 여래가 청정한 법을 설한다고 말하지 않고,
여래 역시도 제자들이 청정한 법을 설한다고 감싸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래에게는 실제로 이러한 법이 있으니 어찌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겠느냐?
부처님은 남에게 복종하는 사람이 아니고 남에게 비굴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도공이 그릇이나 병을 지니고 갈 때 이를 조심하여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과 같다.
여래는 이처럼 진실한 말을 하고,
분명한 말을 하고,
남을 순화시키는 말을 하기에 신심이 견고한 이들은 머물고 신심이 견고하지 못한 자들은 떠난다.
너희들은 여래의 이와 같은 법문을 마땅히 감수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였다.
그때 조달이 화합승을 깨뜨리고자 하였고 승가를 깨뜨리는 짓을 계속하였다.
그는 질투심으로 그 방법을 강구하다가 의도적으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나 혼자서는 사문 구담의 화합승을 깨뜨려 그 법륜(法輪)을 굴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겠구나.’
이 조달에게는 한 무리를 이루는 네 명의 제자가 있었으니,
첫째는 그 이름이 구가리(俱伽梨)였고,
둘째는 그 이름이 건타표(乾陀驃)였고,
셋째는 그 이름이 가유라제사(迦留羅提舍)였고,
넷째는 그 이름이 삼문달다(三聞達多)였다.
조달은 이 네 사람의 처소를 찾아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내가 너희들과 함께 사문 구담의 화합승을 깨뜨려 그 법륜을 굴리는 것을 막으려 한다.
그러면 우리는 사문 구담의 화합승을 깨뜨려 그 법륜 굴리는 것을 막았다는 이와 같이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깨뜨릴 수 있다.”
그러자 그 네 사람이 조달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의 여러 제자는 큰 지혜와 신통력을 갖추었고 또한 천안통(天眼通)과 타심통(他心通)을 얻은 자들입니다.
우리가 사문 구담의 화합승을 깨뜨려 그 법륜 굴리는 것을 막으려는 것을 이 사람들이 먼저 알 터인데,
우리가 어떻게 깨뜨릴 수 있겠습니까?”
이에 조달이 네 사람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에게는 법랍이 적은 제자들이 있으니 그들은 그 법에 새로 입문하여 출가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가 그들 곁으로 찾아가서 다섯 가지 법으로 그들을 유인하며 여러 비구에게 이와 같이 설득하자.
‘그대들은 목숨이 다하도록 납의(衲衣)를 입어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걸식법(乞食法)을 지켜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하루 한 끼만 먹는 법도를 지켜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공터에서만 좌선하는 법도를 지켜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육식을 끊는 법도를 지켜야 한다.
만약 비구가 이 다섯 가지 법도를 잘 지킨다면 곧바로 열반에 다다를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장로 상좌 비구로서 박학다식한 데다 오래도록 범행을 지켜서 부처님 법의 참맛을 얻은 이가 있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께서는 이미 연로하시어 고희에 접어들어 그 4대가 노쇠하시니 스스로 고요함을 즐겨 그 열반의 경계에 편안히 머무는 즐거움을 누리셔야 합니다.
그대들에게 필요한 일들은 제가 마땅히 책임지겠습니다.’
우리들이 이와 같이 방편을 쓴다면 사문 구담의 화합승을 깨뜨려 그 법륜을 굴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네 비구가 말했다.
“그럴 것입니다.
조달이시여.”
그 후 조달이 법랍이 적은 여러 비구의 처소로 찾아가 다섯 가지 법으로 유인하며 여러 비구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목숨이 다하도록 납의를 입어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걸식법을 지켜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하루 한 끼만 먹는 법도를 지켜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공터에서 좌선하는 법도를 지켜야 하고,
목숨이 다하도록 육식을 끊는 법도를 지켜야만 한다.
만약 비구가 이 다섯 가지 법도를 지킨다면 곧바로 열반에 다다를 것이다.”
또 여러 장로 상좌 비구들에게는 이와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미 연로하시어 고희에 접어들어 그 4대가 노쇠하시니,
스스로 고요함을 즐기며 열반의 경계에 편안히 머무는 즐거움을 누리셔야 합니다.
그대들에게 필요한 일들은 제가 마땅히 책임지겠습니다.”
이때 조달은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말하고,
법을 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계율이 아닌 것을 계율이라고 말하고,
계율을 계율이 아니라고 말하고,
죄를 범하지 않은 것을 범했다고 말하고,
죄를 범한 것을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가벼운 죄를 무거운 죄라고 말하고,
무거운 죄를 가벼운 죄라고 말하고,
유잔죄를 무잔죄라 말하고,
무잔죄를 유잔죄라고 말하고,
항상 행할 법을 항상 행할 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항상 행할 법이 아닌 것을 항상 행할 법이라고 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것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이때 조달이 화합승을 깨뜨려 그 법륜 굴리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을 여러 비구가 보았다.
그들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조달이 지금 화합승을 깨뜨리려고 승가를 깨뜨리는 인연이 되는 짓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말하고,
법을 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계율이 아닌 것을 계율이라고 말하고,
계율을 계율이 아니라고 말하고,
죄를 범하지 않은 것을 범했다고 말하고,
죄를 범한 것을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가벼운 죄를 무거운 죄라고 말하고,
무거운 죄를 가벼운 죄라고 말하고,
유잔죄를 무잔죄라 말하고,
무잔죄를 유잔죄라고 말하고,
항상 행할 법을 항상 행할 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항상 행할 법이 아닌 것을 항상 행할 법이라고 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것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조달을 꾸짖어 승가를 깨뜨리는 인연이 될 그런 짓을 그만두게 하라.”
이에 여러 비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조달의 처소로 찾아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그대는 화합승이 깨지는 것을 바라지 말고,
승가를 깨뜨리는 짓을 계속하지 말고,
마땅히 스님들과 화합해야 한다.
스님들과 화합한다면 서로 기뻐하여 다툼이 없을 것이고,
한마음으로 하나 되어 도를 배운다면 마치 물과 우유가 합친 것처럼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승가를 깨뜨리는 인연이 될 이런 짓을 버려라.”
이때 조달은 이러한 짓을 버리지 않았고,
조달과 네 무리는 여러 비구를 이렇게 비난하였다.
“그대들은 조달의 이 일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
무엇 때문인가?
이 사람은 법을 말하고 계율을 말한 것이니,
이 사람이 하는 말은 곧 우리의 뜻이기도 하다.
이는 깨닫고 하는 말이지 깨닫지 못하고 하는 말이 아니니,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 우리가 즐겁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들이다.”
이와 같이 여러 비구가 두 번 세 번 조달을 타일렀지만 그 사악한 행위를 버리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처소로 되돌아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은 다음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조달을 설득하였으나 그 사악한 짓을 버리게 할 수 없었습니다.
또 그에게 동조하는 네 무리가 이와 같이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조달의 이 일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
무엇 때문인가?
이 사람은 법을 말하고 계율을 말한 것이니,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 우리의 뜻이기도 하다.
이는 깨닫고 하는 말이지 깨닫지 못하고 하는 말이 아니니,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 우리가 즐겁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들이다.’
여러 비구가 두 번 세 번 설득하였으나 끝내 그 일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생각하셨다.
‘만약 어리석은 자 조달과 동조하는 네 무리를 그대로 놓아두면,
혹 여래의 화합승을 깨뜨려 그 법륜 굴리는 것을 막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직접 조달을 타일러 그런 짓을 그만두게 해야겠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생각하시고는 친히 조달을 타이르셨다.
“너는 화합승이 깨지는 것을 바라지 말고,
승가를 깨뜨리는 인연이 될 짓을 계속하지 말라.
너는 스님들과 화합하도록 하라.
스님들과 화합한다면 서로 기뻐하여 다툼이 없을 것이고,
한마음으로 하나 되어 도를 배운다면 마치 물과 우유가 합친 것처럼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승가를 깨뜨리는 인연이 될 이런 짓을 버려라.
너는 법 아닌 것을 법이라고 말하거나,
법을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계율이 아닌 것을 계율이라고 말하거나,
계율을 계율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죄를 범하지 않은 것을 범했다고 말하거나,
죄를 범한 것을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가벼운 죄를 무거운 죄라고 말하거나,
무거운 죄를 가벼운 죄라고 말하거나,
유잔죄를 무잔죄라 말하거나,
무잔죄를 유잔죄라고 말하거나,
항상 행할 법을 항상 행할 법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항상 행할 법이 아닌 것을 항상 행할 법이라고 말하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것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
너는 승가를 깨뜨리는 인연이 될 이런 짓을 버려라.”
이때 조달은 부처님께서 친히 교도하시는 말씀을 듣고서 잠시나마 승가의 화합을 깨는 짓을 그만두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였다.
그때 아사세 태자와 그를 모시는 대신과 장수들이 모두 조달을 믿고 공경하였다.
그 모든 백성들은 조달 비구를 돕기 위해 전식ㆍ후식ㆍ달발나와 공양을 만들었고,
조달은 큰 발우ㆍ작은 발우ㆍ대건자ㆍ소건자ㆍ옷걸이ㆍ선진(禪鎭)ㆍ승대(繩帶)ㆍ수저ㆍ발우 받침ㆍ부채ㆍ일산ㆍ가죽신 등의 비구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출가한 지 오래되지 않은 법랍이 적은 비구들을 유혹하는데 사용하였다.
이에 조달은 스스로 100 또는 200ㆍ300 400ㆍ500명의 비구와 함께 공경을 받으며 그들에게 에워싸여 왕사성에 들어가서는 전식ㆍ후식ㆍ달발나를 갖춘 좋은 공양을 별도로 무리지어 받았다.
그러나 부처님 법의 참맛을 얻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은 여러 상좌와 장로 비구들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해도 겨우 찬밥을 얻거나 혹은 그것도 얻지 못했고,
혹은 상한 보리빵을 얻거나 그것도 얻지 못했으며,
이와 같은 거친 음식도 혹은 양에 차거나 양에 차지 못했다.
그 가운데 욕심을 줄이고 자족하며 두타를 실천하던 어떤 비구가 이 일을 전해 듣고서 마음이 불쾌하여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었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스스로 100ㆍ200ㆍ300ㆍ400ㆍ500명의 비구와 함께 공경을 받으며 그들에게 에워싸여 전식ㆍ후식ㆍ달발나와 좋은 공양을 별도로 받는단 말인가.
부처님 법의 참맛을 얻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은 여러 상좌와 장로 비구들,
이런 여러 비구들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해도 겨우 찬밥을 얻거나 혹은 그것도 얻지 못하고,
혹은 상한 보리빵을 얻거나 그것도 얻지 못하며,
이와 같은 거친 음식도 혹은 양에 차거나 양에 차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 일로 비구 스님들을 모으고,
아시면서 짐짓 조달에게 물어보셨다.
“그대가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
이에 조달이 말씀드렸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에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으셨다.
“어찌 명색이 비구가 스스로 100ㆍ200ㆍ300ㆍ400ㆍ500명의 비구와 함께 공경을 받으며 그들에게 에워싸여 전식ㆍ후식ㆍ달발나와 좋은 공양을 별도로 받는단 말인가.
불법의 참맛을 얻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은 여러 상좌와 장로 비구들,
이런 여러 비구들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해도 겨우 찬밥을 얻거나 그것도 얻지 못하고,
혹은 상한 보리빵을 얻거나 그것도 얻지 못하며,
이와 같은 거친 음식도 혹은 양에 차거나 양에 차지 못하고 있질 않은가.”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을 들어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두 가지 이로운 인연이 있는 까닭에 별도로 무리지어 공양하는 것을 금지하고,
세 사람까지만 함께 공양하는 것을 청허한다.
첫 번째 이익이란 단월을 보호하여 그들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익이란 여러 나쁜 욕심을 가진 비구들의 세력을 깨뜨리기 때문이니,
나쁜 욕심을 가진 자들이 별도로 무리를 만들고 별도의 법을 만들어 대중 스님들과 서로 다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기사굴산 위에 있는 흠바라(欽婆羅) 야차의 석굴에 계실 때였다.
아침 일찍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셨고,
공양을 마친 후에는 다시 기사굴산 흠바라 야차의 석굴로 돌아와 좌선하셨다.
이때 조달은 부처님을 해치려고 온갖 방법을 모색하였다.
즉 네 사람의 악인을 고용하여 기사굴산으로 올라가 함께 큰 돌을 들고 흠바라 야차의 석굴 바로 위에서 부처님께서 경행하시는 때를 기다리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해질 무렵에 석굴에서 나와 석굴 앞의 그늘에서 경행하시자 조달과 공모한 이 네 사람의 악인은 큰 돌을 부처님의 머리 위로 밀어 떨어뜨리고자 하였다.
바로 이때 부처님을 깊이 공경하던 흠바라 야차가 이를 보고서 두 손으로 그 돌을 받아 다른 곳으로 던져버렸지만 돌조각들이 부처님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내게 하고,
모든 업은 그 과보가 따른다는 것을 보이고자 선정에 들어 경행하던 장소의 입구에서 그 보체를 감춰 그 동쪽 편에서 보체를 나타내셨다.
그러자 돌조각들도 그쪽으로 따라갔다.
부처님께서 남쪽ㆍ북쪽ㆍ서쪽으로 피하셨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큰 바다 속으로 그 보체를 감추셨으나 돌조각들은 여전히 따라왔고,
이에 부처님께서 다시 수미산 속으로 들어가셨으나 돌조각들은 역시 계속 따라왔으며,
4천왕의 처소로 피해도 돌조각들은 역시 따라왔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4천왕천에서 도리천ㆍ염마천ㆍ도솔타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에 이르셨고,
다시 범중천ㆍ범보천ㆍ대범천ㆍ소광천ㆍ무량광천ㆍ광요천ㆍ소정천ㆍ무량정천ㆍ변정천ㆍ아나바하천ㆍ복덕천ㆍ광과천ㆍ불열천ㆍ희견천ㆍ낙견천ㆍ아가니타천에 이르셨으나 돌조각들은 여전히 쫓아왔다.
이때 세존께서는 신통력을 거두고 다시 그 경행하던 장소의 입구로 돌아와서 서셨다.
돌조각은 부처님 발등에 떨어졌고 발등에 상처를 내 피가 흘렀다.
그 고통이 매우 심하였지만 부처님께서는 정진하는 힘으로써 그 고통을 멈춘 다음 이와 같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공중으로 올라가도 바다 속으로 들어가도
산 속의 바위틈을 찾아 숨어도
하늘이나 땅 위 어느 곳에서도
이 업보를 막지는 못하리라.
공중으로 올라가도 바다 속으로 들어가도
산 속의 바위틈을 찾아 숨어도
하늘이나 땅 위 어느 곳에서도
전생의 업보는 면하지 못하리라.
이때 조달과 네 사람의 악인이 처음으로 대역죄를 저질렀다.
부처님께서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시자 그들은 마치 누가 잡으러 오는 것처럼 겁에 질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부처님께서 네 사람을 부르셨다.
“이리 오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그들은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다가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설법으로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으며,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한 다음 말씀하셨다.
“너희는 갈 때 왔던 길로는 가지 말라.”
이에 조달이 대노하여 다시 여덟 사람을 고용해 그 네 사람을 살해하라고 시켰다.
부처님께서 그 여덟 사람을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이리 오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이 여덟 사람도 즉시 부처님께 다가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설법으로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으며,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한 다음 말씀하셨다.
“동자들이여,
너희는 갈 때 왔던 길로는 가지 말라.”
이때 조달이 다시 열여섯 사람을 보내 그 여덟 사람을 살해하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 입을 막기 위해 너희가 가서 그 여덟 사람을 죽여라.”
부처님께서 멀리서 이 열여섯 사람을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젊은이들이여,
이리 오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그들도 즉시 부처님께 다가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설법으로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으며,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한 다음 말씀하셨다.
“너희는 갈 때 왔던 길로는 가지 말라.”
조달이 다시 서른두 사람을 보내며 말하였다.
“그 입을 막기 위해 너희가 가서 그 열여섯 사람을 죽여라.”
부처님께서 멀리서 이 서른두 사람을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젊은이들이여,
이리 오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설법하리라.”
그들도 즉시 부처님께 다가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설법으로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으며,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한 다음 말씀하셨다.
“너희들 마음에 드는 길로 가도 된다.”
이때 여러 비구가 석굴의 사방을 에워쌌는데 서 있는 이도 있고 앉아 있는 이도 있었으니,
조달이 부처님을 해칠까 염려해서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보시고는 아시면서 짐짓 아난에게 물으셨다.
“여러 비구가 무슨 일로 석굴의 사방에 서 있고 또 앉아 있는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가?”
이에 아난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조달이 부처님을 해치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 비구가 석굴의 사방을 둘러싸고서 앉거나 서서 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하건대 조달이 찾아와 부처님을 해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이라 하더라도 조달이 여래의 목숨을 해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만약이라 하더라도 여래가 다른 이에게 살해당하는 일 역시 있을 수 없다.”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대를 따르는 비구들을 거느리고 왕사성에 들어가 골목이나 장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조달이 하는 일은 신업으로 짓는 것이건 구업으로 짓는 것이건 불사(佛事)나 법사(法事)나 승사(僧事)라고 하지 말라.
그것은 바로 조달과 그의 제자들이 하는 일일 뿐이다’라고 창언하라.”
아난은 그 가르침을 받들어 곧 그를 따르는 비구들을 거느리고 왕사성에 들어가 골목이나 장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와 같이 창언하였다.
“조달이 신업으로 짓고 구업으로 짓는 일들을 불사나 법사나 승사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조달과 그의 제자들이 하는 일일 뿐입니다.”
이와 같이 창언하고 나자 아사세 태자의 내궁에 있던 대관들이 이를 전해 듣고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이 조달을 질투하는 까닭에 이렇게 창언하도록 시키는구나.
이 상인(上人) 조달이 어찌 신업이나 구업으로 사악한 일을 하겠는가?’
조달 역시 “사문 구담이 왕사성으로 사람을 보내 골목이나 장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조달이 신업으로 짓고 구업으로 짓는 일들을 불사나 법사나 승사라고 하지 말라.
그것은 조달과 그의 제자들이 하는 일일 뿐이다’라고 창언하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를 전해 듣고서 부처님에 대한 분노와 원한이 더욱 치솟아 즉시 아사세 태자의 처소로 찾아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당신은 부왕을 죽이고 나는 부처님을 죽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러면 당신은 마갈국의 왕이 되고 나는 부처가 되어 이 마갈국에 바로 새로운 왕과 새로운 부처가 탄생하리니,
이 어찌 신명나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사세 태자가 이 말을 듣고 보니 자기 뜻에 꼭 맞아 즉시 조달의 말을 받아들였다.
언젠가 병사왕이 마차를 몰고 원림으로 들어가 노닐게 되자 이때 태자는 예리한 검을 지니고 그 길목에서 기다렸다.
그때 왕이 낮 동안 원림에서 가무를 마음껏 즐기다가 저녁때가 되어 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왕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가 즉시 빈지라검(頻遲羅劍)을 멀리서 왕에게 던졌으나 마차의 속도가 빨랐던 까닭에 그 환란을 면하게 되었다.
태자는 왕을 해치지 못하게 되자 즉시 도주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관헌들이 곧바로 에워싸 그를 체포하였고 왕의 처소로 끌고 가게 되었다.
왕이 태자에게 물었다.
“너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자 하였느냐?”
이에 태자가 대답하였다.
“왕의 목숨을 빼앗고자 하였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누구의 말을 듣고 이런 일을 벌였느냐?”
이에 태자가 대답하였다.
“상인 조달의 말입니다.”
이때 여러 대신 가운데 어떤 이는 “모든 사문 석자를 다 때려죽여야 한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모든 사문 석자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조달과 그 제자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조달의 제자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조달만 죽이면 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어떤 이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모든 사문 석자를 죽이고자 하고,
어찌하여 조달의 그 제자들을 죽이고자 하며,
어찌하여 조달을 죽이고자 하는가?
대왕은 선량하고 어질며 부드러운 분이라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도 놓아주시는데,
왜 모든 사문의 출가인들을 죽이고자 하는가?
우리들이 어찌 이 일을 대왕께 먼저 말하고서 왕의 교지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재판하지 않겠는가?
어찌 수고스럽게 우리가 힘들일 필요 있겠는가?”
왕은 궁으로 돌아온 다음 이 일로 치죄하는 자리에 앉았고,
대신과 관속들도 모두 조정에 서서 이 일을 지켜보고자 한쪽에 서 있었다.
왕이 드디어 말했다.
“어제 일어난 일을 어찌 처리하여야 옳은가?”
그러자 한 대신이 말했다.
“여러 대신 가운데 어떤 이는 ‘모든 사문 석자를 다 때려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모든 사문 석자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조달과 그 제자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조달의 제자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조달만 죽이면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어떤 이가 ‘어찌하여 모든 사문 석자를 죽이고자 하고,
어찌하여 조달과 그 제자들을 죽이고자 하며,
어찌하여 조달을 죽이고자 하는가?
대왕은 선량하고 어질며 부드러운 분이라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도 놓아주시는데,
왜 모든 사문의 출가인들을 죽이고자 하는가?
우리가 어찌 이 일을 대왕께 먼저 말하고서 왕의 교지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재판하지 않겠는가?
어찌 수고스럽게 우리가 힘들일 필요 있겠는가?’라고 말하였습니다.”
왕이 말했다.
“여러 사문 석자는 지난번에 이미 사람을 보내 ‘조달이 신업으로 짓고 구업으로 짓는 일들을 불사나 법사나 승사라고 하지 말라.
그것은 조달과 그의 제자들이 하는 일일 뿐이다’라고 창언하였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그렇게 선포하였다.”
대신의 말을 들은 왕은 “모든 사문 석자를 다 때려죽여야 한다”는 말을 옳게 여기지 않았다.
“모든 사문 석자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조달과 그 제자들을 죽여야 한다”는 말 역시 왕은 옳게 여기지 않았다.
“조달의 제자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조달만 죽이면 된다”는 말 역시 왕은 옳게 여기지 않았다.
왕은 “어찌하여 모든 사문 석자를 죽이고자 하고,
어찌하여 조달과 그 제자들을 죽이고자 하며,
어찌하여 조달을 죽이고자 하는가?
대왕은 선량하고 어질며 부드러운 분이라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도 놓아주는데,
왜 모든 사문의 출가인들을 죽이고자 하는가?
우리가 어찌 이 일을 대왕께 먼저 말하고서 왕의 교지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재판하지 않겠는가?
어찌 수고스럽게 우리가 힘들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한 말을 옳게 여겨 곧 그에게 취락ㆍ농토ㆍ집ㆍ재물을 상으로 하사하였다.
이때 왕이 직접 태자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하려고 하였느냐?
두려워 말고 말해 보라.”
태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왕의 목숨을 빼앗고자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왕에게는 행차를 알리는 왕의 북이 있고,
왕의 기악(伎樂)이 있고,
왕의 일산이 있고,
왕이 행차할 때 물을 뿌리면서 길을 인도하는 금으로 만든 물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왕의 북도 왕의 악극단도 왕의 일산도 왕이 행차할 때 물을 뿌리면서 길을 인도하는 금으로 만든 물병도 없습니다.”
왕이 바로 태자에게 왕의 북과 왕의 기악과 왕이 쓰는 일산과 왕이 행차할 때 물을 뿌리는 금으로 만든 물병을 주었다.
이때부터 두 명의 왕이 왕의 북을 치고,
두 명의 왕이 길을 비키라고 외치고,
두 명의 왕이 일산을 쓰고,
두 명의 왕이 앞에다 물을 뿌리는 금으로 만든 물병을 지니게 되었다.
본래 나라를 다스리는 법이란 모든 사람의 뜻에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병사왕이 도를 얻기 전에는 폭정을 행하며 백성들의 뜻을 따르지 않았었기에 몇몇 백성들이 마음속으로 원한을 품었다가 마땅히 보복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악인들이 아사세왕을 가까이 하며 이와 같이 말하였다.
“어찌 한 나라에 두 명의 군주가 있을 수 있습니까?”
이에 아사세왕이 말했다.
“어찌하여 두 명의 군주라고 말하느냐?”
그러자 이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두 명의 왕이 북을 치고,
두 명의 왕이 기악을 울리고,
두 명의 왕이 일산을 쓰고,
두 명의 왕이 행차할 때 앞에다 물을 뿌리는 금으로 만든 물병을 지니고,
두 명의 왕이 길을 비키라고 외칩니다.
그대의 부왕이 혹시라도 나라를 다시 다스리려 할 때에는 마땅히 그대의 목숨을 빼앗고 홀로 왕이 되고자 할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방편을 써서 부왕을 먼저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아사세왕이 이 말을 듣고는 마음으로 기뻐하며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는 곧 대신과 관인에게 칙명을 내려 부왕을 잡아다 감옥에 가두게 하였고,
대신은 그 교지를 받들어 즉시 대왕을 체포해 견고한 감옥에 가두었다.
대왕은 선량하고 어질며 부드러웠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음식을 가지고 가서 대왕을 면회하였으니,
대왕은 그것을 먹으면서 연명할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 아사세왕이 물었다.
“대왕은 아직도 살아 있는가?”
사람들이 대답했다.
“살아 있습니다.”
이에 다시 물었다.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가?”
여러 사람들이 대답했다.
“면회 오는 사람들이 음식을 주어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아사세왕은 즉시 옥관에게 칙명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어떠한 사람도 들여보내지 말라.”
이후로는 병사왕의 부인들이 몰래 음식을 가지고 드나들었기에 병사왕은 그것을 먹고 그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 아사세왕이 다시 물었다.
“대왕이 아직도 살아 있는가?”
여러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가?”
“병사왕의 부인들이 찾아와 음식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에 아사세왕은 즉시 옥관에게 칙명을 내려 부인들을 들여보내지 못하게 하였다.
병사왕의 한 대부인(大夫人)이 대왕을 마음속 깊이 공경하였기에 음식을 몸에 바르고 그 위에다 다시 옷을 입고,
옥중에 가서는 그 옷을 벗고 병사왕으로 하여금 이를 먹게 하여 연명토록 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아사세왕이 다시 물었다.
“부왕이 아직도 살아 있는가?”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가?”
“대부인께서 찾아오시는 인연으로 음식을 얻어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이에 아사세왕이 말하였다.
“대부인도 들여보내지 말라.”
병사왕은 옥중에서 멀리 기사굴산을 쳐다보았다.
대왕은 부처님과 여러 스님들 사리불ㆍ목련ㆍ아나율ㆍ금비라ㆍ난제가 산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대왕은 멀리서나마 부처님과 스님들을 뵐 수 있었기에 그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찼던 까닭에 계속 연명할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아사세왕이 물었다.
“부왕이 아직도 살아 있는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가?”
한 대신이 부처님의 법을 시기하는 마음에서 말하였다.
“멀리서 [창문을 통해] 부처님과 스님들을 뵐 수 있는 까닭에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왕은 즉시 칙명을 내려 창문을 막아 볼 수 없게 하였다.
인연이 있어 성으로 들어갈 때면 다음과 같은 신통력을 널리 나타내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이었다.
말하자면 코끼리들이 길게 울고,
말들이 슬프게 울고,
모든 소가 포효하고,
고니ㆍ공작ㆍ앵무ㆍ사리조(舍利烏)ㆍ구기라조(俱耆羅鳥)ㆍ성성(猩猩)1) 등 온갖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고,
큰북ㆍ작은북ㆍ공후(箜篌)ㆍ아쟁(箏)ㆍ피리ㆍ비파ㆍ소슬(簫瑟)ㆍ필(筆)ㆍ율(篥)ㆍ바라 등이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를 내고,
여러 귀족의 집에 갖추어진 금과 은 등 보배로 만든 기물이나 안팎의 장신구 혹은 상자 속에 있는 것까지 자연히 소리를 내며,
소경이 앞을 보게 되고,
귀머거리가 듣게 되고,
벙어리가 말을 하고,
꼽추가 등을 펴고,
곰배팔이가 수족을 펴고,
사팔뜨기가 똑바로 보고,
병들어 야윈 이는 고통이 사라지고 안락함을 얻으며,
마음이 악독한 이는 그 악독한 마음이 사라지고,
미친 사람은 정신이 바로 돌아오며,
살인하려는 이는 그 살인하려는 마음을 버리게 되고,
도둑질하는 이는 도둑질을 멀리하게 되고,
사음을 즐기는 이는 사음하지 않게 되고,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고,
두 말로 이간질하고 욕설을 하고 근거도 없이 달콤하게 말만 꾸미던 이가 근거 없이 말하지 않게 되고,
탐욕스러운 이가 탐하지 않게 되고,
사견에 빠진 이가 사견을 버리게 되고,
감옥에 갇혀 칼ㆍ쇠사슬ㆍ수갑ㆍ형틀에 묶인 이가 모두 여기에서 벗어나게 되고,
무척 소란스럽던 곳이 모두 조용해지며,
선근을 심지 못한 이는 선근을 심게 되며,
이미 선근을 심은 이는 더욱 증장되고,
이미 증장된 이는 해탈을 얻으며,
감추어진 보물들이 모두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이와 같이 희유한 일들이 나타나기에 모든 중생이 이익을 얻게 된다.
이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들어가시면서 오른쪽 발로 문지방을 밟으시자 이러한 갖가지의 상서로운 기적이 모두 나타났다.
병사왕은 이러한 기적을 목격하고 부처님께서 지금 성에 들어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병사왕은 누각의 창문 틈에 서서 그 구멍으로 부처님께서 성 안에 들어오시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병사왕은 성도(聖道)를 얻었기에 부처님과 스님들을 친견하게 되자 그 마음이 몹시 기뻤던 까닭에 계속 연명할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아사세왕이 다시 물었다.
“왕이 지금도 살아 있는가?”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가?”
여러 대신이 부처님의 법을 시기하는 마음에서 이와 같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성 안으로 들어오시면서 신통력으로 기적을 나타내셨는데,
부왕께서 창문 구멍으로 부처님을 친견하신 까닭에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아사세왕이 말하였다.
“날카로운 칼로 대왕의 발바닥을 자르고 또 단단히 묶어서 이리저리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
대신은 곧 명을 받들어 대왕의 발바닥을 자르고 꽁꽁 묶어 이리저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병사왕은 종일 누워만 있게 되었고 그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사세왕이 그 모친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 아사세왕에게 한 자식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우타야발타(優陀耶跋陀)였다.
그는 길모퉁이에서 강아지와 함께 놀고 있었는데 보이지 않자 왕이 물었다.
“우타야발타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길에서 강아지와 함께 놀고 있습니다.”
“불러오너라.
내가 함께 식사를 하고자 한다.”
그러자 우타야발타가 곧 강아지를 끌어안고 함께 들어왔다.
왕자가 식사를 하려고 하지 않기에 왕이 그 이유를 묻자,
왕자가 말했다.
“왕께서 제가 강아지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제가 밥을 먹겠습니다.”
왕이 네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자 왕자는 자기의 음식을 들고 개에게 먹였다.
이에 왕이 그 모친에게 말하였다.
“제가 난처한 짓을 하는군요.
왜냐하면 저는 관정찰리대왕[澆頂刹利王]인데도 자식을 사랑하는 까닭에 개와 함께 음식을 들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그 모친이 말했다.
“이것은 그리 난처한 일이 아니다.
무엇 때문인가?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있는데 개에게 음식을 나누어 준다고 무엇이 그리 이상하겠느냐?
너의 아버지가 아주 난처한 일을 하였던 것을 알고나 있느냐?”
왕이 어떤 난처한 일을 하였냐고 묻자 그 모친이 말했다.
“네가 어렸을 때였단다.
손가락에 종기가 나서 그 고통이 아주 심해 밤낮으로 잠을 자지 못했지.
그러자 네 아버지는 너를 안아다가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종기가 난 그 손가락을 입에 물고 계셨단다.
대왕은 그 몸이 부드러웠기에 너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지.
그러다 입 안이 따뜻했던 까닭에 그 종기가 빨리 익어서 고름이 흘러나왔단다.
대왕께서는 행여나 손가락을 빼고 고름을 뱉다가 자식의 고통이 더하면 어쩌나 싶어 곧 그것을 삼켰단다.
너의 아버지는 이처럼 어려운 일도 하였단다.
네가 이제는 아버지를 풀어주면 좋겠구나?”
왕이 이 말을 듣고 묵묵히 있자,
그 모친이 마침내 대왕을 석방하라고 말하였다.
이에 궁궐에서 대왕이 석방되었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거리 곳곳마다 대왕이 나오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왕이 어질고 현명하였던 까닭에 수많은 종족의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그 감옥에 다가가서 이와 같이 외쳤다.
“대왕께서 나오게 되셨습니다.”
대왕은 이 말을 듣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아들은 패악하고 자비심이 없는 놈이다.
다시 어떤 일로 나를 징벌할지 모르겠구나.’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스스로 평상 아래로 몸을 던졌고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이때 아사세왕이 이렇게 그 부왕의 목숨을 빼앗아 대역죄를 범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기사굴산에서 대비구 스님들 500명과 함께 머무실 때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오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셨고,
공양을 마치면 다시 기사굴산으로 돌아와 이레 동안 가부좌를 하시고 선정의 즐거움을 누리고는 하셨다.
그리고 이레가 지나면 다시 오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서 성 안으로 들어가셨으니,
걸식하시려는 까닭이었다.
이때 조달이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문 구담이 왕사성 기사굴산에서 대비구 스님 500명과 함께 머물고 있다.
구담은 오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공양을 마치면 다시 기사굴산으로 돌아가 이레 동안 가부좌를 하고서 선정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리고 이레가 지나면 다시 오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성 안으로 들어가니,
걸식하려는 까닭이다.’
당시 아사세왕에게는 그 이름이 수재(守財)라고 하는 코끼리가 있었는데 흉악한 데다 힘이 세어 사방 어디에도 맞설 적수가 없었다.
이때 조달이 금화 500냥을 가져다가 그 코끼리 조련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왕이 나를 공경히 모시는 것을 알지 않느냐?
나는 지금 누구를 해칠 수도 있고 도와줄 수도 있다.
이 금화 500냥을 지금 너에게 모두 주겠다.
만약 일이 원만히 이루어진다면 다시 후하게 농토와 저택과 사람들을 보태어 주겠다.”
코끼리 조련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조달이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대비구 500명과 함께 기사굴산에 머물고 있다.
사문 구담은 오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공양을 마치면 다시 기사굴산으로 돌아가 이레 동안 가부좌를 하고서 선정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리고 이레가 지나면 다시 오전에 법의와 발우를 지니고 성 안으로 들어가니,
걸식하려는 까닭이다.
너는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그 족쇄를 풀고 고삐를 끊어서 사문 구담을 죽이게 할 수 있겠느냐?”
코끼리 조련사가 대답하였다.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쉬운 일입니다.
이 코끼리는 나를 따르기 때문에 아마도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조달이 말했다.
“내가 듣기로 사문 구담은 앞으로 이레 후에 분명히 성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즉시 손가락을 꼽아 세어보였다.
이레가 지나자 그 코끼리 조련사는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붙잡아 매어 놓고 부처님께서 오시기만을 기다렸다.
부처님께서 큰 인연이 있어 성으로 들어갈 때면 다음과 같은 상서로운 감응을 널리 나타내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이었다.
말하자면 코끼리들이 길게 울고,
말들이 슬프게 울고,
모든 소가 포효하고,
고니ㆍ공작ㆍ앵무ㆍ사리조ㆍ구기라조ㆍ성성 등의 온갖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고,
큰북ㆍ작은북ㆍ공후ㆍ아쟁ㆍ피리ㆍ비파ㆍ소슬ㆍ필ㆍ율ㆍ바라 등이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를 내고,
여러 귀족의 집에 갖추어진 금과 은으로 만든 기물이나 안팎의 장신구는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것까지 저절로 소리를 내며,
소경이 앞을 보게 되고,
귀머거리가 듣게 되고,
벙어리가 말을 하고,
꼽추가 등을 펴고,
곰배팔이가 수족을 펴고,
사팔뜨기가 똑바로 보고,
병들었던 이는 고통이 사라지고 안락함을 얻으며,
마음이 악독한 이는 그 악독한 마음이 사라지고,
미친 사람은 정신이 바로 돌아오며,
살인하려는 이는 그 살인하려는 마음을 버리게 되고,
도둑질하는 이는 도둑질을 멀리하게 되고,
사음을 즐기는 이는 사음하지 않게 되고,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고,
두 말로 이간질하고 욕설을 하고 근거도 없이 달콤하게 말만 꾸미던 이가 근거 없이 말하지 않게 되고,
탐욕스러운 이가 탐하지 않게 되고,
사견에 빠진 이가 사견을 버리게 되고,
감옥에 갇혀 칼ㆍ쇠사슬ㆍ수갑ㆍ형틀에 묶인 이가 모두 여기에서 벗어나게 되고,
무척 소란스럽던 곳이 모두 조용해지며,
선근을 심지 못한 이는 선근을 심게 되며,
이미 선근을 심은 이는 더욱 증장되고,
이미 증장된 이는 해탈을 얻으며,
감추어진 보물들이 모두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이와 같이 희유한 일들이 나타나기에 모든 중생이 이익을 얻게 된다.
부처님께서 성에 도착하여 오른쪽 발로 문지방을 밟으시자 곧 이러한 갖가지의 상서로운 기적이 모두 나타났다.
코끼리 조련사는 이러한 기적을 목격하고 부처님께서 성에 들어오셨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즉시 부처님을 해치려고 코끼리의 족쇄를 끌러서 풀어놓았으니,
이를 막을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이 코끼리는 얼굴에 종기가 세 개나 있었는데 술에 취하자 더욱 아팠으므로 미처 날뛰면서 닥치는 대로 짓밟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크게 겁을 먹고는 집 안으로 피해 들어가기도 하고,
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기도 하여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제외하고는 거리가 팅 비게 되었다.
어떤 현자가 이 수재 코끼리가 다가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급히 가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코끼리는 술이 잔뜩 취했습니다.
그 묶어놓은 우리를 벗어나 부처님을 해치고자 여기로 달려오고 있으나 이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
원하건대 부처님께서는 집 안으로 들어가시든지,
다시 성 밖으로 나가소서.
이 코끼리가 부처님 세존의 목숨을 해치지 못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이라 해도 수재 코끼리가 여래의 목숨을 해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만약이라 해도 여래가 다른 이에게 살해당하는 그런 일 역시 있을 수 없다.”
그러자 이 현자가 마음으로 몹시 기뻐하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만약이라 해도 수재 코끼리가 부처님의 목숨을 해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이라 해도 부처님께서 다른 이에게 살해당하는 그런 일 역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옥상이나 누각의 창문에 서서 큰소리로 고함쳤다.
이때에 믿음이 없는 이들은 “이 수재 코끼리가 부처님을 해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였고,
믿음이 있는 이들은 “이 수재 코끼리가 부처님의 목숨을 해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였다.
멀리서 부처님을 본 코끼리는 즉시 이빨을 갈면서 코를 치켜들었고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 귀를 활짝 펴고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향해 힘껏 달려들었다.
여러 비구는 멀리서 이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 크게 놀라 부처님을 버리고 도망쳤으며,
오로지 아난 한 사람만 부처님 곁에 남아 있었다.
코끼리가 달려와 부처님을 짓밟고자 하였으나,
부처님의 자비삼매(慈悲三昧)의 힘에 가피를 입어 이 코끼리는 곧 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코끼리는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긴 코로 부처님의 발을 닦아드렸다.
이에 부처님께서 오른손으로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즉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기다란 팔을 뻗어
바퀴문양 뚜렷한 부드러운 손으로
코끼리 머리를 쓰다듬어 교화하시니
어버이가 자식을 타이름과 같아라.
부처님께서 큰 코끼리에게 말씀하셨네.
나쁜 짓을 삼가라.
나쁜 짓을 하게 되면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한다.
이에 이라원(伊羅轅) 코끼리
발타화(跋陀和) 코끼리
제라차(提羅遮) 코끼리
혜마화(醯摩和) 코끼리
사나운[兇行] 코끼리
우왕(牛王) 코끼리
하늘나라 코끼리 등이 부처님께 예배 올렸네.
게으름 피우며 놀지 말라.
게으름 피워 놀기만 하면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하리니
너희가 게으르지 않으면
반드시 하늘나라에 태어나리라.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신 다음,
수재 코끼리를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그렇게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시고는 묵묵히 계셨다.
이때 수재 코끼리는 부처님께 설법을 듣게 된 까닭에 마음속으로 참회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떠나갔다.
이때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께서 흉악한 코끼리를 물리쳐 굴복시킨 이러한 희유한 일을 전해 듣게 된 까닭에,
수없이 많은 대중이 모여들었다.
부처님께서 수없이 많은 대중이 모인 것을 보시고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해 앉을 자리를 깔고 물을 준비하라.”
아난은 가르침을 받들어 즉시 그곳에 자리를 깔고 물을 준비하였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미 자리를 깔고 물을 준비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때를 아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발을 씻으시고 깔아놓은 자리에 앉으셨다.
그런 다음 곧 선정에 들어 그 자리에서 보체를 감추시고는 동쪽 하늘에 출현해 앉고 서고 가고 눕는 네 가지 위의를 모두 나타내 보이셨다.
그리고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드셔서는 갖가지 색의 광명을 놓으시니,
푸른색ㆍ노란색ㆍ빨간색ㆍ흰색ㆍ주홍색ㆍ자주색ㆍ옥색 등이었다.
또 그 보체의 아래쪽으로 불을 뿜고 위쪽으로는 물을 뿜어내셨으며,
다시 위쪽으로 불을 뿜고 아래쪽으로 물을 뿜어내셨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의 하늘에서도 역시 이와 같은 기적을 나타내셨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갖가지 신통력을 나타내 보이시고는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와 앉으셨다.
많은 사람들이,
그때까지 부처님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던 이들조차 부처님의 신통 변화와 술 취한 코끼리를 굴복시키는 것을 보고는 즉시 부처님에 대한 깊은 신심과 공경심을 일으키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중생들이 깊은 신심을 내어 그 마음이 유순해진 것을 아시고 그 근기에 맞추어 도제법(道諦法)을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 대중 가운데는 난법(暖法)을 얻은 이도 있고,
정법(頂法)을 얻은 이도 있고,
순도인법(順道忍法)을 얻은 이도 있고,
탐진치 3독(毒)이 엷어진 이도 있고,
욕망을 여읜 이도 있고,
세제일법(世第一法)을 얻은 이도 있고,
수다원과를 얻은 이도 있고,
사다함과를 얻은 이도 있고,
아나함과를 얻은 이도 있고,
성문승(聲聞乘)의 인연을 심은 이도 있고,
벽지불승(辟支佛乘)의 인연을 심은 이도 있고,
불승(佛乘)의 인연을 심은 이들도 있었다.
이와 같이 수없는 중생을 이롭게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날 아무런 공양도 드시지 않고 아난의 팔을 잡고서 공중을 날아 기사굴산으로 돌아가셨다.
여러 비구가 세존께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모두 부처님께서 계신 자리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처럼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도 아난은 부처님 곁을 떠나지 않았으니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아난이 여래 곁을 떠나지 않은 것은 금생뿐만이 아니다.
전생에도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 여래 곁을 떠나지 않았으니,
내 이제 이를 자세히 말해 주겠노라.
과거세 언젠가 설산 기슭에 이름이 위덕(威德)이라고 하는 사슴들의 왕이 500마리의 사슴을 거느리고 살았다.
그때 사냥꾼이 곡식으로 미끼를 놓고 그물을 쳐놓았는데,
이 사슴왕이 앞장서서 가다가 그만 오른쪽 다리가 그물에 걸리게 되었다.
사슴왕은 ‘내가 만약 이러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면 다른 사슴들이 이 곡식을 먹지 못할 것이다.
이 곡식을 모조리 먹어치운 다음에 이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리가 그물에 걸린 그 모습을 보여주자 모든 사슴은 사슴왕을 버려두고 떠나갔고,
오직 한 마리 암사슴만이 남아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은 통촉하소서.
사냥꾼이 오고 있습니다.
원컨대 무슨 방법이든 써서
이 덫을 벗어나십시오.
그러자 사슴왕 역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 갖가지로 애써보았지만
기력은 이미 다했고
촘촘한 그물은 더욱 조여와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구나.
이때 암사슴이 사냥꾼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은 통촉하소서.
사냥꾼이 가까이 왔습니다.
원컨대 무슨 방법이든 써서
이 덫을 벗어나십시오.
이에 사슴왕이 대답하였다.
내 갖가지로 애써보았지만
기력은 이미 다했고
촘촘한 그물은 더욱 조여와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구나.
사냥꾼이 당도하자 암사슴이 게송으로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예리한 칼로
먼저 나부터 죽이시오.
그런 다음 원하건대
사슴왕을 놓아주시오.
사냥꾼은 이 말을 듣고 불쌍하기도 하고 또 신기하기도 하였다.
그는 ‘축생조차 다른 동물을 깊이 사랑하는 까닭에 그 목숨을 내놓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절대로 그대를 죽이지 않으리라.
또한 사슴왕도 죽이지 않으리라.
너와 사슴왕을 놓아주겠으니
마음대로 좋은 곳을 찾아가거라.
그리고 사냥꾼은 즉시 사슴왕을 풀어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의 사슴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달리 생각지 말라.
바로 전생의 내 자신이었고,
500마리의 사슴은 곧 너희 비구들이었다.
너희들은 전생에도 위급할 때에는 나를 버리고 떠나갔고,
금생에도 역시 위급할 때 나를 버려두고 떠나갔다.
그때의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수재 코끼리이니,
전생에도 나를 해치지 않았고 금생에도 역시 나를 해치지 않았다.
그때의 암사슴은 아난이니,
전생에도 위급할 때 나를 버리고 떠나가지 않았고 금생에도 위급할 때 나를 버리고 떠나가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두 번째 본생담(本生譚)을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세 언제가 바라내성(波羅奈城)이 있었는데,
그 성 근처에 한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의 이름은 우성(雨成)이었는데,
이 연못은 그 수량이 풍부하여 물고기도 많았고 거북도 많았으며 고니ㆍ기러기ㆍ오리도 많았다.
그 가운데 기러기왕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치국(治國)이었고 500마리의 기러기를 거느렸었다.
그때 사냥꾼이 미리 그물을 쳐놓고 근처에 곡식을 뿌려놓았는데,
이 기러기왕이 앞장서다가 그만 오른쪽 다리가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기러기왕은 ‘내가 만약 그물에 걸린 이 모습을 드러내 보이면 다른 기러기들이 이 곡식을 먹지 못할 것이다.
이 곡식을 다 먹어치운 다음에 이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기러기들이 그 곡식을 다 먹은 다음에 다리가 그물에 걸린 그 모습을 보여주자 모든 기러기가 왕을 버려두고 날아가 버렸는데,
소마(蘇摩)라는 기러기 대신만은 왕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았다.
기러기왕 치국이 대신에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
모든 기러기들을 앞장서서 이끌도록 하라.’
기러기 대신이 말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기러기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인가?’
그때 이 기러기 대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제 소원은 왕을 따르는 것이니
죽거나 살거나 변함없습니다.
차라리 왕과 함께 죽는 것이
도망쳐 사는 것보다 낫습니다.
대왕은 통촉하소서.
사냥꾼이 오고 있습니다.
그저 무슨 방법이든 써서
이 덫을 벗어나십시오.
이때 기러기왕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 갖가지로 애써보았지만
기력은 이미 다했고
촘촘한 그물은 더욱 조여와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구나.
이때 기러기 대신은 사냥꾼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은 통촉하소서.
사냥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원컨대 무슨 방법이든 써서
이 덫을 벗어나십시오.
이때 기러기왕이 게송으로 답하였다.
내 갖가지로 애써보았지만
기력은 이미 다했고
촘촘한 그물은 더욱 조여와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구나.
마침내 사냥꾼이 당도하자 기러기 대신인 소마가 그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의 털과 기름과 고기는
제 것과 다르지 않으니
그대는 칼로 나를 죽이고
왕을 놓아주어도 손해가 없을 것입니다.
이때 이 사냥꾼은 ‘축생도 다른 동물을 깊이 사랑하는 까닭에 그 목숨까지 내놓는구나.
참 신기한 일이다’ 하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기러기 대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희 모두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너와 왕을 놓아주겠으니 좋은 곳으로 마음대로 떠나라.’
사냥꾼은 즉시 기러기왕을 풀어주었다.
이 두 마리의 기러기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목숨을 살려주었으니,
이 사냥꾼은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을 한 것이다.
먼저 하나를 죽이고 나중에 또 하나를 죽인들 누가 이를 막을 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마땅히 생활에 유익한 물건으로 후하게 보답해야 하리라.’
사냥꾼이 그 말을 듣고 나서 물었다.
‘너희들이 왜 갈 수 없다고 말하는가?’
두 마리 기러기가 대답했다.
‘우리는 떠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대가 우리의 목숨을 살려주는 보기 드문 일을 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대가 먼저 하나를 죽이고 나중에 하나를 마저 죽였다고 해도 누가 이를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가 생활에 유익한 물건으로 후한 보답을 하겠습니다.’
그러자 사냥꾼이 기러기에게 물었다.
‘너희는 축생인데 어떻게 생활에 보탬이 되는 물건으로 나에게 보답하겠다는 것인가?’
두 마리 기러기가 대답했다.
‘이 바라내국의 왕은 이름이 범덕(梵德)입니다.
그대는 우리를 왕에게 바치십시오.’
이때 사냥꾼이 말했다.
‘그가 너희를 해칠지도 모르는데 어찌 바치겠는가.’
기러기가 말했다.
‘그대는 우리를 묶지 말고 풀어놓은 채로 데려가십시오.’
이때 사냥꾼이 두 마리 기러기를 양 어깨에 얹고서 성의 거리를 지나갔다.
이 기러기는 그 모양새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신기하게 쳐다보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갖고 싶어 하였다.
군중 가운데는 금화 다섯 냥을 주는 이도 있고 금화 열 냥을 주는 이도 있고 금화 스무 냥을 주는 이도 있었으니,
그러면서 모두들 잠시나마 그 기러기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래서 이 사람이 왕궁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이미 많은 재물을 가지게 되었다.
사냥꾼이 왕궁의 문에 다다라 기러기를 땅에 내려놓자 기러기왕이 문지기에게 말했다.
‘그대는 범덕왕에게 기러기왕 치국이 지금 문 밖에 와있다고 전하라.’
문지기가 바로 가서 왕에게 말씀드리자 왕은 즉시 들어오도록 허락하고 금으로 만든 평상을 준비하였으며,
소마 기러기에게는 그 신분에 맞는 것을 주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서 자리에 앉은 기러기왕이 게송으로 범덕왕에게 안부를 물었다.
옥체는 편안하시고
나라는 풍요로우며
법답게 백성을 다스리시고
공평하게 나라를 다스리십니까?
이때 범덕왕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언제나 편안하고
나라는 언제나 풍요롭고
법답게 백성을 다스리고
공평하여 치우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서로 500수의 게송을 주고받았다.
범덕왕은 그의 말을 듣고 ‘기러기왕이 이다지도 박식한가?’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소마 대신이 말없이 앉아만 있자 범덕왕이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말없이 앉아만 있는가?’
대신이 말하였다.
‘그대는 인간세계의 국왕이시고 이 기러기왕은 피택국(陂澤國)의 주인이십니다.
두 군주께서 말을 나누시는데 어찌 감히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이에 왕이 이 기러기는 참으로 현명한 신하라고 생각하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소마여,
나에게 좋은 원림이 있다.
그대가 그곳에 머물러 주겠는가?
마땅히 다시 기러기들을 모으고 그대들을 위해 연못을 만들며 그대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하겠노라.’
이에 소마가 대답하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인가?’
이에 기러기 왕이 말하였다.
‘왕이 혹시 잠자다 깨어나 나를 해치지 않겠다던 약속을 잊어버리고는 기러기 요리를 올리라고 명령을 내리거나,
또는 요리사가 다른 기러기를 얻지 못하면 혹 우리를 죽여 왕의 식탁에 올리지나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그 후 이 기러기왕 치국이 왕궁에 들어가자 모든 기러기가 그 우성 연못에서 날아와 왕궁 위를 배회하면서 구슬프게 울었고,
젖은 날개에서 물이 떨어져 그만 왕궁을 더럽히게 되었다.
이에 범덕왕이 물이 떨어져 궁전이 더럽혀지는 것을 쳐다보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저들은 또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기러기왕이 대답하였다.
‘저들은 바로 나의 권속입니다.’
이에 왕이 물었다.
‘그대는 떠나고 싶습니까?’
기러기왕이 말했다.
‘떠나고 싶습니다.’
왕이 물었다.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기러기왕이 대답했다.
‘나는 사냥꾼에게 잡힌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목숨을 살려주는 참으로 보기 드문 행동을 했습니다.
먼저 하나를 죽이고 나중에 또 하나를 죽였다 한들 누가 이를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왕이 물었다.
‘무엇으로 보답해야 합니까?’
두 마리 기러기가 대답하였다.
‘마땅히 그에게 금ㆍ은ㆍ자거ㆍ마노ㆍ의복ㆍ음식을 주십시오.’
이렇게 말한 다음 바로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때의 기러기왕 치국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바로 전생의 내 자신이었고,
500마리 기러기는 곧 너희 500비구였다.
너희는 전생에도 위급할 때에는 나를 버리고 떠나갔고,
금생에도 역시 위급할 때에는 나를 버려두고 떠나갔다.
그때의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수재 코끼리이니,
전생에도 나를 해치지 않았고 금생에도 역시 나를 해치지 않았다.
또 그때의 범덕왕은 바로 정반왕(淨飯王)이다.
기러기 대신 소마는 바로 아난이니,
아난은 전생에도 위급할 때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고,
금생에도 역시 위급할 때 나를 버려두고 떠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이 인연으로 세 번째 본생담을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세 언젠가 설산 기슭에 백수의 왕인 사자가 살았는데 500마리의 사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이 사자왕이 나중에 늙어서 병들고 수척해지자 그만 눈까지 침침해지게 되었다.
이 사자왕이 앞장서서 가다가 빈 우물 속에 빠지게 되자 모든 사자가 그를 버려두고 떠나갔다.
이때 그 빈 우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마리의 여우가 살고 있었는데,
이 사자왕을 보고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 숲에 편안하게 머물면서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 사자왕 덕분이다.
사자왕이 지금 위급한 지경에 처했으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면 좋을까?’
그때 이 우물 근처에 도랑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우는 즉시 부리와 발톱으로 땅을 파서 그 물을 우물로 끌어들였다.
물이 우물 속에 가득 차자 사자가 이에 우물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자 그 숲의 신(神)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강건한 몸이 비할 바 없더라도
마땅히 약한 이를 친구로 삼았으니
작은 여우가 구할 수 있었다네
우물에 빠진 사자왕의 재난을.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사자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바로 전생의 내 자신이며,
500마리의 사자는 곧 너희 비구들이다.
너희는 전생에도 위급할 때에는 나를 버리고 떠나갔고,
금생에도 역시 위급할 때에는 나를 버려두고 떠나갔다.
그때의 여우는 바로 지금의 아난이니,
과거세에도 나를 걱정해 주었고 금생에도 역시 나를 걱정해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바로 이 인연으로 이와 같이 500생의 본생담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1)
송원명 3본과 궁본 등에는 기러기[鴻鵠]로 되어 있다.
○ [pt op tr]
○ 음악공양,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mus0fl--Jacques Brel - L'ge Idiot.lrc
◈Lab value 불기2564/10/29 |
Daniel Balavoine - Mon Pauvre Gunther
|
문서정보 ori
https://buddhism0077.blogspot.com/2020/10/2564-10-29-k0890-036.html#8040 sfed--십송율_K0890_T1435.txt ☞제36권 sfd8--불교단상_2564_10.txt ☞◆vegm8040 불기2564-10-29 θθ |
■ 선물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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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해당하는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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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宗旨)의 요의(要義). 즉 한 종파의 가장 중요한 취지.
답 후보
● 종요(宗要)
종지(種智)
죄업(罪業)
주상(住相)
준제(準提)
중도묘관(中道妙觀)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ॐ मणि पद्मे हूँ
○ [pt op tr]
○ [pt op tr]
● 십송율_K0890_T1435 [문서정보]- 일일단상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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