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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진리와실천
불기2564-04-18_법구비유경_001 본문
『법구비유경』
K1020
T0211
법구비유
● 한글대장경 해당부분 열람I
● 한글대장경 해당부분 열람II
○ 통합대장경 사이트
○ 해제[있는경우]
● TTS 음성듣기 안내
※ 이하 부분은 위 대장경 부분에 대해
참조자료를 붙여 자유롭게 연구하는 내용을 적는 공간입니다.
대장경 열람은 위 부분을 참조해주십시오.
○ [pt op tr] 법구비유경_K1020_T0211 핵심요약
『법구비유경』
♣1020-001♧
법구비유
♥아래 부분은 현재 작성 및 정리 중인 미완성 상태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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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
해제보기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제1권
진세(晋世) 사문 법거(法炬)ㆍ법립(法立) 공역
1. 무상품(無常品)
옛날에 제석천[天帝釋]은
자신의 몸에서 다섯 가지 덕(德)이 떠났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면 장차 인간 세상에 내려가 옹기장이 집에서 나귀의 태(胎)를 받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다섯 가지 덕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몸에서 광명이 사라지는 것이요,
둘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드는 것이며,
셋째는 본래의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겨드랑 밑에서 땀 냄새가 나는 것이며,
다섯째는 흙먼지가 몸에 묻는 것이다.
그는 이 다섯 가지 일로써 복(福)이 다하였음을 스스로 알고,
매우 걱정하고 근심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 삼계(三界) 안에서 사람들의 괴로움과 재액(災厄)을 구제할 이는
오직 부처님뿐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부처님 처소로 달려갔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기사굴산(耆闍崛山)의 석실(石室) 안에서 좌선하시며
보제삼매(普濟三昧)에 들어 계셨다.
제석천은 부처님을 뵙자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 채 예배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삼보인 부처님과 법(法)과 거룩한 대중[聖衆]들에게 귀의하였다.
그리고 미처 일어서기도 전에 목숨을 마치고
곧 옹기장이 집으로 내려가
나귀의 새끼로서 어미 배 속에 들어갔다.
그때 나귀는 스스로 고삐를 풀고
아직 굽지 않은 기왓장 사이를 내달으면서
질그릇을 모두 부수어 버렸다.
그러자 그 주인이 나귀를 때렸는데
조금 뒤에 태(胎)가 손상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신식(神識)은 도로 본래의 몸 속으로 들어가,
다섯 가지 덕을 갖추고 다시 제석천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깨어나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제석천은 목숨을 마칠 즈음에
삼존(三尊)께 귀의함으로써
죄의 댓가가 이미 끝났으니
다시는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 모든 행(行)은 덧없어
흥하고 쇠하는 법이라 하네.
대개 나면 이내 죽고마니
이 멸(滅:滅度)만이 즐거움일세.
마치 저 옹이장이가
흙을 개어 그릇을 만들었어도
그것은 모두 깨어지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도 그러하니라.
제석천은 이 게송을 듣고,
덧없음[無常]의 이치를 깨닫고
죄와 복이 변하는 것을 통달하고,
흥하고 쇠하는 근본을 알았다.
그리하여 적멸(寂滅)의 행을 그대로 따라 기뻐하며
받들어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증득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정사(精舍)에 머무시면서
여러 하늘[天]과 사람ㆍ용ㆍ귀신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때 국왕인 파사닉(波斯匿)의 큰 부인은
나이 90이 지나 갑자기 중병(重病)에 걸렸는데
약을 써 차도가 있기를 바랬으나 끝내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
왕과 신하들은 법에 맞게 장례를 치르고 혼백을 무덤으로 옮겼다.
왕은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부처님 계신 곳을 지나다가
옷과 신을 벗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분부하여 앉게 하시고 그에게 물으셨다.
“왕은 어디서 오시기에 옷이 누추하고 얼굴빛이 이상하십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왕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큰 부인이 나이 90이 지났는데,
근래에 중병에 걸리더니 갑자기 죽었습니다.
그래서 영구(靈柩)를 보내 무덤에 옮겨 장사하고,
지금 막 돌아오는 길에 부처님[聖尊]을 뵙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매우 두려운 것이 네 가지가 있습니다.
즉, 태어나고,
늙어 쇠하며,
병들어 몸에 광택이 없어지고,
죽어서 영혼이 떠나 친척들과 이별하는 것,
이 네 가지를 말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기약할 수 없고
만물은 덧없어 오래 보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도 그와 같아서
마치 다섯 강물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는 것처럼,
사람 목숨의 빠르기도 그와 같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 저 강물이 빨리 흘러
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듯
사람의 목숨도 이와 같아서
가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다 그런 것입니다.
영원토록 보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나니,
그것을 벗어날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옛날 국왕이나 모든 부처ㆍ아라한[眞人]이나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사(仙士)들도 다 가버려
지금 살아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니
부질없이 슬퍼함으로써 몸을 해치지 마십시오.
대개 효자로서 죽은 이를 가엾게 여기면 복과 덕이 되는 것이니,
그 복이 흘러 들어가 복덕이 그를 따르는 것이
마치 먼 길을 온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왕과 신하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근심을 잊었고 우환이 없어졌으며,
거기에 온 모든 사람들도 다 도적(道迹:須陀洹)을 증득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는 나열기(羅閱祇) 죽림정사[竹園]에 계셨는데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가
어떤 사람의 공양을 받고 설법하신 뒤에 해질녘이 되어 성을 나오셨다.
마침 길에서 많은 소떼를 풀어 성으로 몰고 돌아가는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소들이 모두 살이 쪘으며
배가 불러 이리저리 뛰고 서로 떠받으면서 좋아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소 치는 사람이 채찍을 들고
소를 길러 잡아먹듯이
늙음과 죽음도 이와 같아서
기른 뒤에 목숨을 앗아가네.
천 명이나 백 명 중 한 사람이 아닌
모든 족성의 남자와 여자들이
아무리 재물을 쌓고 모아도
쇠하거나 잃지 않는 이 없네.
■ 이 세상 태어나 밤낮으로
목숨을 스스로 치고 깎다가
그 목숨 차츰 줄어 다함이
마치 저 잦아드는 옹달샘 같네.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이르시어 발을 씻고 물러가 앉으셨다.
아난이 즉시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아까 길에서 이 세 게송을 읊으셨는데
그 뜻을 자세히 알지 못하겠습니다.
원컨대 몽매함을 깨우쳐[開化]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어떤 사람이 소떼를 놓아 몰고 가는 것을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백정 집의 소떼들이다.
본래는 천 마리가 있었는데
백정이 날마다 성 밖으로 사람을 보내어
좋은 물과 풀을 구해 먹여 살찌게 한 다음
살찐 놈부터 가려내어 날마다 도살하였다.
그렇게 하여 죽은 소가 절반이 넘건만
나머지 소들은 그것도 모르고
서로 떠받고 뛰어다니며 소리지르고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어리석음[無智]을 가엾게 여겼기 때문에 그 게송을 읊었을 뿐이다.”
■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아난아, 어찌 그 소들뿐이겠느냐?
세상 사람들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항상 나(我)라고 헤아려 그것이 덧없는 것[非常]임을 알지 못하고
다섯 가지 욕망[欲]을 탐하여
그 몸을 기르고 마음껏 향락하면서
또 서로 해치고 죽인다.
그리하여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고 죽음이 아무런 기약 없이 갑자기 닥쳐오건만
그들은 까마득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저 소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그때 그 자리에서 이양(利養)만을 탐하던 2백 비구들은
이 설법을 듣고 스스로 가다듬어
여섯 가지 신통(神通)을 체득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앉아있던 대중들은 모두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시면서 여러 제자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때 어떤 범지에게 딸이 있었는데
그녀의 나이는 열너댓 살 정도로서 단정하고 총명하며 말솜씨가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매우 예뻐하고 사랑했는데
갑자기 딸이 중병을 얻어 이내 죽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밭에 잘 익은 보리가 들불에 모조리 탄 것과 같았다.
범지는 이런 근심과 번뇌와 슬픔 속에서 정신을 잃고 멍청해져서
마치 미친 사람이 제 자신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았다.
마침 그는 어떤 사람에게서
“부처님께서는 큰 성인으로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법을 연설하시어 사람들의 근심을 잊게 하고 걱정을 덜어 주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에 범지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예배하고 꿇어앉아[長跪]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본래부터 아들은 없고 오직 딸만 하나 있어 그 딸을 사랑하며 온갖 시름을 잊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갑자기 중병을 얻어 저를 버리고 죽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가엾고 애처로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굽어 살피시고 깨우쳐 주시어 제 맺힌 근심을 풀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오래 갈 수[久] 없는 네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항상할 것 같아도 반드시 덧없게 되고,
둘째는 부귀(富貴)한 것은 반드시 빈천(貧賤)하게 되며,
셋째는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넷째는 강건한 이도 반드시 죽는 것이니라.”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 항상할 것 같아도 모두 다 없어지고
높은 데 있는 것도 반드시 떨어지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고
태어난 것은 언젠가는 죽느니라.
범지는 이 게송을 듣고 곧 마음이 열리어 비구가 되기를 원하였다.
그러자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져 곧 비구가 되었다.
그리고 덧없음[非常]을 되풀이해 생각하다가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증득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나열기성(羅閱祇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 머무실 때,
성 안에 연화(蓮華)라 이름하는 어떤 음탕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자태와 용모가 아름다워
그 나라에서는 짝할 이가 없었으므로
대신(大臣)의 자제들치고 깊이 동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연화는 착한 마음이 저절로 생겨
세속의 일을 버리고 비구니가 되고자 하였다.
그래서 산 속의 부처님 처소로 가려고 걸어가다가 채 이르지 못하였는데
길에 어떤 샘물이 흐르고 있었다.
연화는 물을 마시고 손을 씻다가 물 속에 비친 제 얼굴을 보았다.
얼굴빛은 붉고 빛나며 머리털은 검푸르고 몸매는 반듯하고
빼어나 견줄 데 없이 뛰어났다.
그는 마음으로 후회하며 말하였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거늘
왜 이것을 버리고 가서 사문이 되겠는가?
우선 세월에 순응하며 내 마음껏 향락하리라.’
그리고 곧 발길을 되돌렸다.
부처님께서는 연화를 마땅히 교화하여 제도할 수 있음을 아시고서
변화로 한 허깨비 부인을 만드니
그 아름답고 단정한 미색이 연화보다도 수천만 배나 뛰어났다.
그런 그녀가 길을 거슬러 오자,
연화는 그녀를 보고 마음으로 매우 사랑스럽고 공경스러워
곧 변화로 만든 허깨비 여인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십니까?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부모나 형제나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어디 있으며,
어째서 시종도 없이 혼자 길을 가십니까?”
허깨비 여인[化人]이 대답하였다.
“성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비록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저 샘물로 같이 가서 앉아 쉬면서
함께 이야기나 나누지 않겠습니까?”
연화가 말했다.
“좋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샘물 가로 가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그 허깨비 여인은 졸린 체하며
연화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잠이 들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목숨이 끊어졌다.
그러자 얼굴은 부풀어올랐다가
썩어 문드러지면서 몹쓸 냄새가 났고,
배는 터져 벌레가 기어 나오며,
이빨은 빠지고 머리털은 떨어지며
사지(四肢)는 모두 허물어 흩어졌다.
연화는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여 생각하였다.
‘어떻게 저토록 아름답던 사람이 갑자기 덧없게[無常] 되었는가?
이런 사람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내가 어찌 오래 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부처님께 나아가 부지런히 도를 배우리라.’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온몸[五體]을 땅에 던져 예배한 뒤에,
그가 이전에 본 것을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 부처님께서 연화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으로써 믿지 못할 네 가지 일이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젊음도 마침내 늙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요,
둘째는 건장한 것도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셋째는 육친(六親)이 한데 모여 즐기다가도 마침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요,
넷째는 아무리 재보(財寶)를 쌓아 두어도 마침내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늙으면 형색이 쇠잔해지고
병들면 몸은 저절로 무너져
온몸이 허물어지고 썩고 마니
목숨을 마치는 것이 그러하니라.
이 몸을 무엇에 쓰겠는가.
언제나 더러움만 새어나오는 곳
게다가 병으로 시달림 받고
늙음과 죽음을 근심할 뿐이네.
욕망에 빠져 스스로 방자하면
법 아닌 것만 늘어가나니
변하는 것 보고 듣지 못했는가.
목숨이란 덧없는 것이라네.
자식이라 하여 믿을 것 없고
부모 형제도 믿을 것 없나니
죽음의 핍박을 받을 때에는
친족이라 해도 믿을 것 없네.
연화는 이 설법을 듣고 상쾌하게 마음이 풀려
이 몸은 허깨비와 같고 목숨은 오래 머물지 못하며,
오직 도덕(道德)이 있어 열반을 성취하는 것만이 영원히 편안한 것임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비구니가 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곧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져 비구니가 되었고,
선정[止觀]에 들어 깊이 생각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 자리에 있던 대중들도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옛날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죽림정사[竹園]에서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어떤 범지 4형제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다섯 가지 신통(神通)을 얻어 이레 뒤에는 모두 목숨이 다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다섯 가지 신통의 힘으로 하늘과 땅을 엎치락 뒤치락할 수도 있고
해와 달을 어루만질 수도 있으며
산을 옮겨 놓고 흐르는 강물을 멈추게 하는 등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데 어찌 죽음이라 하여 피할 수 없겠는가?”
그러자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나는 큰 바다 속에 들어가 물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밑에까지 가라앉지도 않으며 그 중간에 있으련다.
아무리 죽음[無常]의 살귀(殺鬼)라 한들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겠는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수미산(須彌山) 속에 들어가 그 표면을 합쳐 틈이 나지 않게 하련다.
아무리 죽음의 살귀라 한들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겠는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허공으로 올라가 허공 중에 숨어 있으련다.
아무리 죽음의 살귀라 한들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겠는가?”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큰 시장 한복판에 들어가 숨으련다.
죽음의 살귀가 와서 한 사람을 잡아가려 할 때에 어찌 굳이 나만을 찾으려 하겠는가?”
그 네 사람들은 이렇게 의논을 마치고 그 왕의 앞으로 나아가 하직하면서 말하였다.
“저희들의 남은 수명을 계산해보니 앞으로 이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 죽음을 피하여 도망치려고 합니다.
죽음을 벗어난 뒤에 다시 돌아와 뵈오려 하오니,
부디 덕에 힘쓰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왕과 이별하고 각자 자신이 있을 곳으로 갔다.
그러나 이레의 기한이 차차 모두 목숨을 마치고 말았으니,
비유하면 마치 과일이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시장 감독이 왕에게 아뢰었다.
“어떤 한 범지가 시장 안에서 갑자기 죽었습니다.”
왕은 곧 그 범지임을 알고 말하였다.
“네 사람이 죽음을 피하려고 떠나더니 벌써 한 사람이 죽었구나.
그 나머지 세 사람인들 어찌 죽음을 면하였겠는가?”
■ 왕은 곧 수레를 장엄하고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예배한 뒤에 물러나 앉았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요즘 어떤 범지 4형제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
제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모두 죽음을 피해 떠났습니다.
알 수 없으나 지금 그들은 과연 죽음을 벗어났겠습니까?”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사람에게는 떠날 수 없는 네 가지 일이 있습니다.
무엇을 네 가지라 하는가 하면,
첫째는 중음(中陰:귀신)으로 있어도 생(生)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요,
둘째는 태어난 이상 늙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셋째는 늙으면 병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요,
넷째는 이미 병이 들었을 때는 죽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 허공도 아니요,
바다 속도 아니며
깊은 산 속의 바위틈도 아니다.
죽음을 받지 않고 그것을 벗어날
그 어떤 장소도 있을 수 없네.
이것이 곧 힘써 내가 해야 할 일이니
마땅히 힘써 이것을 성취해야겠다.
사람들은 이렇게 초조히 날뛰면서
늙음과 죽음의 근심을 그대로 밟고 다니네.
■ 이런 줄 알아 스스로 고요히 하고
이리하여 생(生)이 다함을 보게 되면
비구는 악마의 군사들을 싫어하여
비로소 나고 죽음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진실로 부처님 말씀과 같습니다.
네 사람이 죽음을 피하고자 했으나,
한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자신이 지은 업으로 얻은 목숨은 한계가 있어서
나머지 사람들도 또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신하들과 관리들도 모두 믿고 받들었다.
2. 교학품(敎學品)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정사(祇樹精舍:
기원정사)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부지런히 도를 닦아 음개(陰蓋:번뇌의 일종)를 제거해 버려야 한다.
마음이 밝고 정신이 안정되면 온갖 괴로움을 면할 수 있느니라.”
그때 어떤 비구는 뜻을 밝게 통달하지 못하여,
배불리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조용히 자고 있었다.
그는 몸만 사랑하고 마음의 쾌락만 추구할 뿐
덧없음[非常]을 관찰하지 않고,
아득한 어둠 속에서 밤낮 없이 게으르기만 하였다.
그런데 이레 뒤에는 그 목숨이 끝나게 되어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게 여기시고
또 나쁜 길[惡道]에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곧 그의 방에 들어가 손가락을 퉁겨 깨우시고 말씀하셨다.
깨어나라,
어째서 잠만 자는가.
벌ㆍ소라고동ㆍ조개ㆍ좀벌레 따위는
온갖 더러운 것 덮어 숨기고서
미혹하여 제 몸이라 생각한다.
어찌 상처를 입었으랴만
마음이 마치 큰 병에 걸린 듯 고통스러워
갖가지 재앙과 어려움 만나도
도리어 잠만 자고 있구나.
■ 깊이 생각하고 방일하지 않으며
인(仁)을 행하고 인의 자취 배우면
이로 말미암아 근심이 없어지리니
늘 기억하여 제 욕심 없애야 하네.
■ 바른 견해를 배워 불어나도록 힘쓰면
이것이 세간의 등불[明]이 되고
몇 천 배의 복이 생겨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으리.
비구는 이 게송을 듣고 곧 놀라 잠에서 깨어,
부처님께서 친히 가르치신 것을 보고는 더욱 공경하고 송구스러워하였다.
그는 곧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신의 전생 일을 아느냐?”
비구가 대답하였다.
“음개에 덮여 스스로 알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유위불(維衛佛:毘婆尸佛) 때에
너는 일찍이 출가했었으나,
네 몸의 이양만 탐하고 경전이나 계율을 생각하지 않았으며,
배불리 먹고는 물러가 잠만 자고
목숨의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영혼은 벌[螉]로 태어나 5만 년을 지냈고
거기서 목숨이 다하여서는 다시 소라와 조개와
나무 속의 좀벌레가 되어 각각 5만 년을 지냈었다.
어둠 속에서 이 네 가지 벌레로 생장(生長)하는 동안
몸을 탐하고 목숨을 사랑하며 그윽한 곳을 즐기며 살았었다.
그리하여 어둠으로 집을 삼아 광명을 좋아하지 않고,
한 번 잠이 들면 백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어난다.
죄의 그물 속에 쌓여 있으면서 벗어나는 방법을 구하지 않다가,
이제야 비로소 그 죄가 다하여 사문이 되었거늘
어찌 잠에 빠져 만족할 줄을 모르느냐?”
그때 그 비구는 또 전생의 일까지 듣고는 부끄럽고 두려워 자책하자,
곧 다섯 가지 음개가 없어져 아라한이 되었다.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시면서
여러 천인(天人)과 네 무리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때 어떤 젊은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사람됨이 미련하고 어리석으며 질박하고 고지식한 데다가 성질마저 거칠어 도를 알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생각은 왕성하여 항상 탐욕을 생각하였고 또한 양기(陽氣)가 왕성하여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였다.
그는 그 때문에 늘 번민하면서 세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뿌리를 끊어 버린 후에야 청정하게 되어 도적(道迹:
須陀洹)을 증득할 수 있으리라.’
그는 곧 시주의 집으로 가서 도끼를 빌려왔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옷을 벗은 다음 나무판자 위에 앉아 그의 음경을 끊으려 하면서 바르게 앉아 생각하였다.
‘이 음경이 나를 괴롭히면서 무수한 겁 동안 생사(生死)를 헤매이게 했으니,
세 갈래 길[三塗]과 여섯 가지 세계[六趣]는 모두 이 색욕(色欲) 때문이다.
이것을 자르지 않으면 도를 얻을 인연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그의 마음을 아셨다.
‘어리석음이 어쩌면 저러할고.
도(道)는 마음을 억제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마음이 바로 그 근본인 것이다.
그런데 장차 죽을 것을 알지 못하고 제 자신을 해치면 죄에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그의 방으로 들어가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무엇을 하려고 그러느냐?”
그는 곧 도끼를 놓고 옷을 걸친 뒤 부처님께 예배하고 사정을 아뢰었다.
“도를 배운 지는 오래 되었으나 아직 법의 문[法門]을 알지 못합니다.
매번 앉아서 선정에 들 때에는 곧 도를 얻을 것 같았으나,
그만 음욕에 덮여 양기가 왕성하게 일어나므로 마음이 미혹해지고 눈이 어두워져 천지를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제 자신을 꾸짖으면서 생각해보니 이것은 모두 색욕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도끼를 빌려다가 그것을 잘라 제거하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 그리도 어리석어 도의 이치를 알지 못하느냐?
도를 구하려면 먼저 그 어리석음부터 끊고 그 다음에 마음을 제어하여라.
마음은 선ㆍ악의 근원이니,
그 근원을 끊으려면 먼저 그 마음을 제어하여야 한다.
마음이 안정되고 그 생각이 풀린 뒤에라야 도를 얻게 될 것이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배울 땐 먼저 그 근본[母]을 끊고
임금은 다만 두 신하만 거느리고
여러 시종들을 없애버리면
그가 훌륭한 도인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두 가지 인연(因緣)은 어리석음[癡]을 근본으로 삼는다.
어리석음은 뭇 죄의 근원이요,
지혜는 온갖 행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먼저 어리석음을 끊은 뒤에야 비로소 뜻이 안정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비구는 몹시 부끄러워[慙愧] 제 자신을 꾸짖으면서 아뢰었다.
“저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오랫동안 옛 말씀[古典]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지금 부처님의 말씀은 매우 미묘합니다.”
그는 안[內]을 사유하여 바른 선정에 들어 안반(安般)1)으로 마음을 지켰다.
마음을 억제하고 정(情)을 항복받고 온갖 욕심을 막아 곧 안정된 마음을 얻어,
부처님 앞에서 아라한[應眞]을 체득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나열기국(羅閱祇國) 영취산(靈鷲山) 속에 머무시면서 여러 천인(天人)들과 국왕과 대신들을 위해 감로법(甘露法)을 말씀하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있었는데 굳세고 용맹스럽고 씩씩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뜻을 아시고서 그를 산 뒤에 있는 귀신 골짜기로 보내 나무 밑에 앉게 하고 호흡을 세면서 선정을 구하게 하셨다.
“호흡의 길고 짧음을 헤아리되,
안반으로 뜻을 지켜 구하는 마음을 끊고 괴로움을 없애야 열반[泥洹]을 얻을 수 있느니라.”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 골짜기에 앉아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하였으나,
그 산 속에서 다만 귀신의 말소리만 들릴 뿐 형상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 음성만 들리는 두려움에 숨을 죽였고 겁이 나서 스스로 안정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으로 뉘우치고 돌아가려 하다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집에 있으면 대부호의 종족(宗族)이다.
그런데도 억지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도 유독 편안한 곳을 얻으려 하는구나.
지금 귀신이 사는 깊은 산중엔 아무 도반도 없고 또 다니는 사람도 없으며,
단지 귀신들만 자주 와서 사람을 두렵게 하는구나.’
생각이 이에 미치기도 전에 세존께서 그의 곁으로 오시어 한 나무 밑에 앉아 그에게 물으셨다.
“네 홀로 여기에 있으면서 아무 두려움도 없었느냐?”
비구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아직까지 이 산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가 처음으로 여기에 있게 되니 실로 두렵습니다.”
조금 있다가 어떤 야생 코끼리 왕이 곁에 와서 한 나무를 의지하고 누워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여러 코끼리들을 멀리 떠나 있으니 얼마나 유쾌한가’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코끼리의 마음을 아시고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코끼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느냐?”
비구가 대답하였다.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코끼리는 크고 작은 권속이 5백여 마리나 되는데,
작은 코끼리들을 귀찮게 여겨 그들을 버리고 여기로 왔다.
그리고 나무를 의지하고 누워 스스로 생각하되 ‘은애(恩愛)의 감옥을 떠났으니 얼마나 유쾌한가?’라고 하였느니라.
이 코끼리는 짐승인데도 오히려 한적한 것을 좋아하거늘,
하물며 너는 집을 떠나 세속을 벗어나려 하면서,
혼자 있다고 하여 친구를 구하려 하는가?
어리석고 어두운 친구는 손해만 많을 뿐이다.
혼자 있으면 적이 없고 또 일을 꾀하여 의논할 일도 없으니,
차라리 혼자서 도를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친구와는 짝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배울 때 친구가 없다 해도
착한 벗 얻지 못하거든
차라리 홀로 선(善)을 닦을지언정
어리석은 이와는 짝하지 말라.
계율을 즐겨하고 행을 배울 때
무슨 친구가 필요하리오.
혼자라도 착하여 근심 없으면
저 빈 들판의 코끼리 같으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비구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서 마음속으로 거룩한 가르침을 생각하고 곧 아라한[應眞]을 증득하였다.
그리고 그 골짜기의 귀신들도 모두 그 설법을 듣고 이해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으며,
그들은 경계하는 가르침을 받들어 다시는 사람들을 침범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와 함께 정사로 돌아오셨다.
2. 호계품(護戒品)2)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여러 하늘과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때 나열기국(羅閱祇國)에는 새로 비구가 된 두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부처님을 뵙기 위해 길을 떠났다.
두 나라 사이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넓은 들판이 있었는데,
마침 가뭄이 들어 샘물이 모두 말라 버렸다.
그들은 배고프고 목마른 데다 더위 때문에 몹시 헐떡이면서 겨우 숨을 쉬었다.
마침 오래된 샘물에 한 되 남짓한 물이 고여 있었지만 미세한 벌레들이 있었기 때문에 마실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말하였다.
“일부러 멀리서 온 것은 부처님을 뵙기 위한 것인데,
오늘 여기서 죽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한 사람이 말하였다.
“우선 물을 마셔 내 목숨을 건진 뒤에 가서 부처님을 뵙시다.
그 뒤의 일은 어찌 생각하겠는가?”
또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밝은 계율은 인자함을 우두머리로 삼는데 생물을 해쳐 가면서 생명을 부지하여 부처님을 뵙는다 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차라리 계율을 지키다가 죽을지언정 계율을 범하고 살지는 않으리라.”
그리하여 한 사람은 곧 일어나 마음껏 물을 마시고 길을 떠났고,
한 사람은 끝내 물을 마시지 않고 목숨을 마치고는 두 번째 하늘인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다.
그는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전생에 계율을 범하지 않고 지켰기 때문에 이 믿음으로 이제 와서 여기에 태어난 것이로구나.
참으로 복의 과보가 먼 것이 아니구나.’
그리고 곧 꽃과 향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내려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물을 마신 한 사람은 길에서 몹시 피곤하여,
하루를 지낸 뒤에야 비로소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다.
그는 부처님의 신비로운 덕이 가장 높고 뛰어난 것을 보고,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눈물을 흘리며 그 내력을 말씀드렸다.
“저의 도반 한 사람이 길에서 목숨을 마쳐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것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 그를 살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 하늘 사람이 바로 네 도반이다.
이 사람은 계율을 온전하게 지켰기 때문에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고 또 너보다 먼저 여기에 왔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가슴을 헤쳐 보이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내 얼굴만 보고 내 계율은 받들지 않았다.
너는 비록 나를 본다 하겠지만 나는 네가 보이지 않느니라.
너는 내게서 1만 리나 떨어졌다.
그러나 계율을 받들어 행한 이 사람은 바로 내 눈앞에 있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게송을 말씀하셨다.
배워서 들은 것 많고
계율을 지녀 잃지 않으면
그는 두 세상에서 칭찬을 받고
원하는 바를 모두 얻으리라.
배우고도 들은 것 적고
계율을 완전하게 지키지 못하면
그는 두 세상에서 고통을 받고
본래의 소원을 잃고 만다네.
무릇 배움에는 두 가지가 있나니
언제나 많이 들은 사람과 친하고
진리에 안주하고 이치를 잘 알아
아무리 곤궁해도 삿되지 않아야 하네.
이에 그 비구는 이 게송을 듣고 부끄럽고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잠자코 그 행할 바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하늘 사람은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이 기뻐져 곧 법안(法眼)을 증득하였다.
거기 모인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부처님 말씀을 받들어 행하였다.
3. 다문품(多聞品)
옛날 사위국에 어떤 가난한 집이 있었는데,
그들 부부는 인색하고 악하여 도덕(道德)을 믿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기셔서 허름하고 평범한 사문으로 변하여 그 집 문 앞에 가서 걸식[分衛]하셨다.
그때 그 집 남편은 마침 없었고,
다만 그의 부인이 욕하고 나무라는 것이 도리(道理)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사문이 말하였다.
“나는 도사가 되어 걸식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이니 그렇게 욕하지 마시오.
다만 한 끼니의 식사만 구할 뿐이오.”
부인이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금시 죽는다 해도 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거늘,
하물며 멀쩡한 몸으로 내 밥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단지 시간만 흘러갈 뿐이니 빨리 가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이에 그 사문은 그곳에 머문 채 금시 눈동자를 위로 꼿꼿이 치뜨고 숨을 내쉬면서 갑자기 죽은 형상을 나타냈다.
몸은 퉁퉁 부어 오르고,
코와 입에서는 벌레가 기어나오며,
배가 터지고 창자가 문드러져 더러운 것이 흘러 넘쳤다.
부인은 이것을 보고 몹시 두려워 미친 듯이 그를 내버려두고 달아났다.
그러자 도인은 홀연히 그곳을 떠나 집에서 몇 리쯤 떨어진 곳으로 가서 어떤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남편이 돌아오는 도중에 아내가 놀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자,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어떤 사문을 보고 놀라서 이러는 것입니다.”
남편은 매우 성이 나서 물었다.
“어디 있소?”
아내가 말했다.
“이미 가버렸는데 내 생각에는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남편은 즉시 활을 들고 칼을 차고 그의 뒤를 따라가서,
활을 재고 칼을 빼어 도인 앞으로 뛰어 나가 도인을 치려 하였다.
도인은 곧 변화로 조그만 유리성을 만들어 자기 몸을 둘러쌌다.
성은 여러 겹으로 둘러싸였기 때문에 그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는 도인에게 물었다.
“왜 문을 열지 않는가?”
도인이 말하였다.
“이 문을 열게 하려거든 그대는 먼저 그 활과 칼을 버려라.”
그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우선은 그의 말을 따르자.
만약 들어가기만 하면 주먹으로 그를 치리라.’
그리고는 곧 활과 칼을 버렸다.
그러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도인에게 말하였다.
“활과 칼을 버렸는데 왜 문이 열리지 않는가?”
도인은 말하였다.
“나는 네 마음 속에 있는 나쁜 생각의 활과 칼을 버리라고 한 것일 뿐 네 손에 있는 활과 칼을 말한 것이 아니다.”
그러자 그는 마음으로 놀라 몸이 떨렸다.
‘도인은 신성(神聖)한 이라서 이내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그리고 곧 머리를 두드리며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도인에게 말하였다.
“제 못된 아내가 아라한[眞人]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에게 나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습니다.
바라건대 조금이라도 불쌍히 여기시어 그를 버리지 마십시오.
제가 지금 가서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에게 권하여 도를 닦게 하여 주십시오.”
그는 곧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아내가 물었다.
“그 사문이 있던가요?”
그러자 그 남편은 그의 신통변화의 덕을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그 분은 지금 저기 계시오.
당신은 어서 가서 사과하고 죄를 용서받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그들 부부는 도인에게로 가서 온몸[五體]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제자 되기를 원하였다.
그리고는 꿇어앉아 물었다.
“도인께서는 그러한 신통변화와 거룩한 지혜가 있었습니다.
그 유리성은 견고하여 넘기조차 어렵고,
뜻은 밝고 마음은 안정되어 어떠한 근심이나 걱정도 없었습니다.
어떤 도덕을 행하여야 그런 신묘한 법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도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널리 배우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법을 받들되 게으르지 않았으며,
정진하고 계를 잘 지켰으며 지혜가 있어 방일하지 않았다.
그 인연으로 도를 얻어 스스로 열반을 이루었다.”
그리고 도인은 이 인연으로 게송을 말하였다.
많이 들어 굳건하게 지니고
법 받들어 담장으로 삼아서
정진하면 넘어서거나 허물기 어렵나니
거기서 계율과 지혜를 이루었다네.
많이 들어 뜻을 밝게 하였고
뜻이 밝아진 뒤엔 지혜가 더욱 불어났으며
지혜로워 이치를 널리 알게 되었고
이치를 보아 법을 행하여 편안해졌네.
많이 들어 근심 없애고
선정으로 기쁨을 삼았으며
감로법을 잘 연설하여
스스로 열반을 이루었다네.
많이 들어 법과 계율을 알고
의심을 풀어 바른 법을 보았으며
들음을 좇아 그릇된 법 버려
죽지 않는 곳에 이르렀네.
도인은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 광명의 모습을 나타내니 큰 광명이 빛나고 번쩍이며 온 천지를 두루 비쳤다.
그들 부부는 깜짝 놀라 두려움으로 마음이 떨렸다.
악을 고치고 마음을 씻고는 머리로 땅을 쳐 20억의 악(惡)을 파괴하고 수다윈도(須陀洹道)를 증득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구섬니국(拘睒尼國)에 있는 미음정사(美音精舍)에서 4부대중[四輩]과 함께 기거하면서 널리 큰 법을 연설하셨다.
그때 어떤 범지 도사가 있었다.
그는 지혜가 넓고 온갖 경전을 두루 통달하여,
어떤 일에도 꿰뚫어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랑하고 뽐내어 천하에 견줄 이가 없다고 하면서,
맞설 상대를 찾아 다녔으나 감히 대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대낮에 횃불을 들고 성 안의 시장 복판을 돌아다니자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왜 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니는가?”
범지가 대답하였다.
“세상 사람이 모두 어리석고 어두워 눈만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그래서 횃불을 들고 그들을 비춰주는 것이다.”
그러나 세간 사람들은 그를 보고도 감히 대꾸하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범지가 전생의 복업(福業) 때문에 마땅히 제도할 수 있음을 아셨다.
그러나 그는 뽐내며 보다 나은 명예만 구하고 목숨이 덧없는 것임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너무 교만하게 굴었다.
그 방자함은 장차 태산(太山) 지옥에 떨어져 헤아릴 수 없이 많은[無央數] 겁을 지나도 거기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한 현자(賢者)로 변화하여 어떤 가게 앞에 앉아 그 범지를 불렀다.
“왜 그런 짓을 하는가?”
범지가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우매하여 밤이나 낮이나 밝음을 보지 못하오.
그래서 횃불을 들어 그들을 비춰 주는 것이라오.”
현자가 범지에게 다시 물었다.
“경전에 네 가지 밝은 법이 있는데 그대는 그것을 아는가?”
대답하였다.
“자세히 모르오.
무엇을 네 가지 밝은 법이라 합니까?”
“첫째는 천문 지리에 밝고 사시(四時)를 잘 조화하는 것이요,
둘째는 하늘의 별에 밝고 오행(五行)을 분별하는 것이며,
셋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밝고 교화하는 술법[方]이 있는 것이요,
넷째는 군사를 거느림에 밝고 튼튼하게 하여 실수가 없는 것이다.
그대는 범지로서 이 네 가지 밝은 법이 있는가?”
범지는 부끄러워 횃불을 내리고 합장하고는,
마음이 도저히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시고 곧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시자,
빛나는 광명은 온 천지를 환히 비추었다.
그리고 곧 범성(梵聲)으로 범지를 위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조금 들어 아는 것 있다 하여
스스로 대단한 체하며 남에게 교만하게 굴면
마치 장님이 촛불을 잡은 것 같아
남은 비추어 주면서 자신은 밝히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게송을 마치시고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우매한 사람 가운데 너보다 더할 이 없건만 대낮에 횃불을 들고 큰 나라로 들어와 돌아다니는구나.
네가 아는 것이란 한 티끌과 같지 않은가?”
범지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워하는 빛을 띠면서,
머리를 조아려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곧 받아들여 사문이 되게 하셨다.
그러자 그는 뜻이 풀리고 망녕됨이 그쳐 곧 아라한[應眞]이 되었다.
옛날 사위국에 수달(須達)이라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수다원을 증득하였다.
그에게는 호시(好施) 장자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부처님의 도(道)와 모든 의술(醫術)을 믿지 않았다.
마침 그때 그가 중병에 걸려 자리에 몸져 누웠다.
친척들과 벗들이 모두 문병하러 가서는 병을 치료할 것을 권하였으나 그는 죽을 때까지 수긍하지 않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해와 달을 섬기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할 뿐 내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더라도 끝내 뜻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수달이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섬기는 스승의 이름은 부처라 하네.
그 분은 신덕(神德)을 널리 가피(加被)하시므로 그 분을 뵌 사람은 다 복을 받는다네.
시험삼아 그 분을 청해다가 법을 설하게 하고 주원(呪願)하게 하여 그 말씀을 들어 보게.
그 분의 말씀이나 품행은 다른 외도들과는 다를 것이네.
그를 섬기고 섬기지 않는 것은 그대 마음에 달렸지만 그대의 병이 오래 되어 차도가 없기 때문에,
그대에게 권해 부처님을 청하게 하는 것이니 그 복을 받기를 바라네.”
그러자 호시가 말했다.
“그대가 곧 나를 위해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청해 주게.”
수달은 곧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그 장자의 집 문에 이르러 큰 광명을 놓으시니 안팎이 모두 환히 통하였다.
장자는 광명을 보자 마음이 기뻐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으셔서 장자를 위로하며 물으셨다.
“병은 좀 어떤가?
예전부터 어떤 신(神)을 섬겼는가?
어떤 치료를 하였는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해와 달을 받들어 섬겼고 임금과 조상들을 공경하면서 갖가지로 재계(齋戒)하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병을 앓은 지 오래건만 아직 그 은덕을 입지 못하였습니다.
약이나 침이나 뜸은 문 안에 들이지도 못하게 하였고,
경전이나 계율의 복덕에 대해서는 본래부터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선조 때부터 지켜온 것이므로 이 법을 지키다가 죽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릇되게 죽는 것[橫死]에는 세 가지가 있다.
병이 있어도 치료하지 않는 것이 첫번째 그릇된 죽음이요,
치료하되 조심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그릇된 죽음이며,
교만하고 방자함으로써 거스리는 일인지 순종하는 일인지[逆順]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 세번째 그릇된 죽음이니라.
이러한 병자는 해와 달ㆍ천지ㆍ조상ㆍ임금ㆍ부모가 고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마땅히 밝은 도로써 시기에 맞추어가며 조용히 고쳐야 하는 것이다.
즉 첫째 4대(大:
몸)에 추위와 더위로 생긴 병은 의약으로써 고쳐야 하고,
둘째 온갖 삿된 것과 나쁜 귀신으로 생긴 병은 경전과 계율로 고쳐야 하며,
셋째 현성(賢聖)을 받들어 섬김으로써 그 긍휼히 여기는 것으로 빈궁과 재앙을 구제하고,
그 덕의 위신력(威神力)으로 중생을 복되게 하며,
큰 지혜로 음개(陰蓋)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받들어 행하면 현세에서 편하고 길하여 끝내 억울하거나 뜻밖의 재앙[枉橫]이 없을 것이요,
계율과 지혜가 청정하여 세상마다 항상 편안할 것이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해를 섬기는 것은 밝음 때문이요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은혜 때문이며
임금을 섬기는 것은 세력 때문이요
도인을 섬기는 것은 법을 듣기 위해서이다.
사람은 목숨을 위해 의사를 섬기고
이기기 위해 세력에 의지한다.
법은 지혜 있는 곳에 있고
복을 지으면 세상마다 빛나네.
벗을 찾는 것은 도모할 일이 있어서이고
벗과 헤어지는 것은 위급한 일이 있어서이며
아내를 찾는 것은 방의 쾌락 때문이고
알고자 하면 그 지혜 설법에 있네.
훌륭한 스승은 도를 나타내어
의심을 풀어주고 지혜[明]를 얻게 하며
청정한 행의 근본으로 더불어
법장(法藏)을 받들어 지니게 한다.
많이 들으면 현세를 이롭게 해
처자와 형제와 벗이 따르고
또한 후세의 복을 가져오나니
들음을 쌓아 성인의 지혜 이룬다.
능히 모든 것을 거두어 이치를 깨닫고
이치를 알면 계율을 깨뜨리지 않으며
법을 받아 법에 의지하는 이
그로부터 빨리 안락을 얻으리.
그것은 근심과 성냄을 흩어버리고
상서롭지 못한 쇠망(衰亡)을 없애나니
안온하고 길함을 얻고 싶거든
많이 들은 이를 섬겨야 한다.
이에 장자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음 속의 의심덩어리가 구름이 사라지듯 확연하게 사라졌다.
좋은 의사의 치료를 받고 도덕에 마음을 맡기니 몸[四大]이 안정되고 온갖 근심이 사라져 마치 감로(甘露)를 마신 것 같았다.
안팎이 모두 즐겁고 몸은 편하고 마음이 안정되어 수다원도를 얻었다.
그리하여 친척들과 나라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여 받들지 않는 이가 없었다.
옛날 나열기국(羅閱祇國)에서 남쪽으로 2백 리쯤 떨어진 곳에 큰 산이 있었는데,
남방의 여러 나라로 가는 길이 모두 이 산을 경유하게 되어 있었다.
그 산길은 깊고 으슥하여 5백 명의 도둑들이 모두 그 험한 산을 의지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겁탈하곤 하여 지금까지 종횡으로 사람을 해친 것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모든 장사꾼들이 모두 겁탈을 당하였기 때문에 국왕도 그 길을 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국왕이 토벌하게 했으나 그들을 잡지 못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 계시면서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생각하셨다.
‘저 도둑들은 죄와 복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구나.
세상에 여래가 있건만 눈으로 보지 못하고 법고(法鼓)도 날마다 울리건만 귀로 듣지 못한다.
내가 가서 제도하지 않으면 저들은 돌처럼 깊은 못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변화로 한 사람을 만들어 좋은 옷을 입히고 말을 타고,
칼을 차고,
손에는 활과 화살을 들게 했다.
말안장과 굴레를 금과 은으로 장식하였고,
명월주(明月珠)를 말 몸에 드리워 얽었다.
그는 말에 걸터앉아 현악기를 울리면서 그 산 속으로 들어갔다.
도둑떼들은 그를 보고 일이 성사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우리가 도둑이 된 지 여러 해이건만 아직까지 이런 기회가 없었다.
달걀을 돌에 던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리고는 도둑떼들은 머리를 나란히 하고 달려나와 그를 포위하고는 활을 당기고 칼을 빼어 앞다투어 그를 치려고 하였다.
그러자 변화로 만든 사람은 활을 들어 한 발씩 쏘니 5백 명의 도둑들이 모두 하나씩 화살을 맞았다.
다시 칼을 들고 겨누어 가리키니 그들은 모두 하나씩 상처를 입었다.
상처는 중하고 화살은 깊이 박혔다.
그들은 모두 엎치락 뒤치락 땅에 쓰러져 뒹굴면서,
머리를 조아려 항복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신(神)의 위력으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여겨 용서를 빌어 목숨을 건져야 하겠다고 생각하고서 말하였다.
“원컨대 곧 화살을 뽑고 상처를 낫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상처가 너무 아파 감내할 수가 없습니다.”
변화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그 상처가 아픈 것이 아니고 그 화살이 깊은 것이 아니다.
천하의 상처 가운데 근심[憂]보다 더 중한 것이 없고,
사람을 해치는 것 중에서 어리석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너희들이 품고 있는 탐내는 근심과 해치려는 어리석음은 칼로 입은 상처와 독화살에 맞은 것처럼 끝내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아무리 힘센 장사라도 뺄 수 없는 것이요,
오직 경전ㆍ계율ㆍ다문(多聞)ㆍ이치 등 이런 밝은 도라야만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고,
근심ㆍ애욕ㆍ어리석음ㆍ뽐냄을 뽑아 없앨 수 있으며,
억세고 세력 있다는 교만과 탐욕을 항복받는다.
또 덕을 쌓고 지혜를 배워야 그것들을 소멸하여 길이 안온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변화로 만든 사람은 곧 부처님 몸으로 나타나니,
모습이 뛰어나고 황금빛 얼굴이 빛나고 묘하였다.
그리고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근심보다 더 아픈 상처 없고
어리석음보다 더 독한 화살 없네.
그것은 어떤 장사도 빼낼 수 없나니
오직 많이 들음[多聞]만이 없앨 수 있느니라.
장님은 이것으로써 눈을 얻고
어두운 곳 이로써 밝음을 얻는다.
또 그것이 세상 사람 인도하는 것
눈 가진 사람이 맹인을 인도하는 것 같네.
그러므로 어리석음 버리고
교만과 부귀의 즐거움을 떠나며
많이 들은 이를 섬겨 배우기를 힘쓰는 이
그를 덕을 모아 쌓는 이라 하네.
그때 5백 사람은 부처님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또 그 게송을 듣고는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잘못을 뉘우쳤다.
그러자 칼의 상처와 독화살의 상처가 저절로 나아 없어졌다.
그리하여 기쁨으로 마음이 열려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뒤로 나라가 편안해져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4. 독신품(篤信品)
옛날 사위국(舍衛國) 동남쪽에 큰 강이 있었는데 그 강은 깊고 넓었으며 그 강가에는 5백여 채의 집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세상을 제도하는 도덕의 행이 있음을 듣지 못하여 힘센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고 속이는 것을 일삼았으며 이익을 탐하고 방탕하여 마음껏 향락하였다.
세존께서 늘 제도할 수 있는 사람은 가서 제도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
그러던 차에 이 모든 사람들[家]은 복을 지었으므로 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 부처님께서는 강가로 가시어 어떤 나무 밑에 앉으셨다.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여 모두 놀라고 숙연해졌다.
모두 부처님께로 가서 예배하고 공경하였는데 혹은 절을 하기도 하고 혹은 읍(揖)을 하기도 하면서 안부 인사를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앉게 하시고 법을 연설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법을 듣고서도 마음으로 믿지 않았으니 속이거나 게으름에 익숙해져 진실한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곧 변화로 사람 하나를 만들어 강의 남쪽으로부터 물 위를 걸어오게 하셨는데 겨우 복숭아 뼈가 물에 잠길 뿐이었다.
그는 부처님 앞에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그 변화로 만든 사람에게 물었다.
“우리는 조상 때부터 이 강에 살았지만 아직까지 물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소.
당신은 어떤 사람이며 또 어떤 도술이 있기에 물 위를 걸어도 빠지지 않는지 그 사정을 듣고 싶소.”
변화로 만든 사람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 강 남쪽에 사는 어리석고 고지식한 사람이오.
부처님께서 여기 계시면서 도덕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남쪽 강가로 갔으나 곧 건널 수가 없었소.
그래서 강가에 있는 사람에게 강물이 어디가 깊고 얕은지를 물었더니 그 사람은 ‘복숭아 정도밖에 차지 않는데 왜 건너지 않소?’라고 대답하셨소.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믿고 곧 그대로 건너왔을 뿐 다른 술법이 없소.”
그때 부처님께서 그를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대개 믿음과 정성만 가지고 있다면 나고 죽는 깊은 강도 건널 수 있거늘,
몇 리의 강을 건너는 것이 무엇이 그리 신기하겠느냐?”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어 게송을 말씀하셨다.
믿음은 능히 생사의 강을 건네주고
마음 단속[攝]은 뱃사공 되네.
부지런한 노력은 괴로움을 없애주고
지혜는 저 언덕에 이르게 하네.
믿음과 행이 있는 사람은
성인의 칭찬을 받고
무위(無爲)를 좋아하는 이는
모든 결박을 풀어버린다.
믿음은 곧 도를 얻게 하고
법은 열반[滅道]에 이루게 하며
많이 들은 이 따르면 지혜 얻나니
이르는 곳마다 밝음이 있게 되리라.
믿음과 계율과
지혜를 마음으로 행하면
씩씩한 대장부 지혜의 언덕에 건너가나니
이로써 깊은 못[淵]을 벗어난다네.
그때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또 믿음의 실증(實證)을 보고는 마음이 열리고 믿음이 굳세어져 모두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다.
그리하여 확실한 믿음으로 날마다 교법을 닦아 그 소문이 널리 퍼졌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수다라(脩陀羅)라는 큰 장자가 있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재물이 있었으며 또 도덕을 믿고 향해 나아갔다.
그리하여 스스로 맹세하였다.
‘나는 늘 섣달 여드렛날마다 부처님과 스님을 청하리라.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도 내 자손들을 시켜 그대로 받들어 행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리라.’
그리하여 장자는 죽을 때 아들에게 그것을 끊이지 않도록 당부하였다.
아들의 이름은 비라타(比羅陀)라 하였다.
그는 그 뒤에 살림이 차츰 가난해져서 집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섣달이 되었으나 공양 거리가 없어 몹시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였다.
부처님께서 목련(目連)을 보내 비라타에게 가서 물어보게 하셨다.
“그대 아버지 제사 달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준비는 되어 있는가?”
비라타가 대답하였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분부를 감히 어길 수가 없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버리지 마시고,
여드렛날에는 광명을 돌리시어 왕림해주십시오.”
목련은 부처님께 돌아와 그대로 아뢰었다.
비라타는 처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집을 잡히고 100냥의 돈을 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모든 공양 거리를 준비하여 골고루 갖추었다.
부처님께서 1,
250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그 집으로 가서 앉으셨다.
그는 물을 돌리고 음식을 날랐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손을 씻은 뒤 절[精舍]로 돌아가셨다.
비라타는 매우 기뻐하였고 회한(悔恨)이 없어졌다.
그런데 그날 밤 비라타의 여러 창고에는 예전처럼 여러 가지 보물이 저절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튿날 아침 비라타 부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관청에서 그것을 알면 이것을 어디서 얻었느냐고 물을까 걱정되었다.
그들 부부는 서로 의논하여 말했다.
“당장 가서 부처님께 여쭈어 봅시다.”
그들은 곧 부처님 처소로 가서 그 사정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비라타에게 말씀하셨다.
“안심하고 마음껏 써라.
조금도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말라.
너는 신심이 있어 아버지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
계율을 지니는 것과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은 죽는다고 하여 변하는 것이 아니다.
많이 들음과 보시와 지혜 등,
일곱 가지 재물을 완전히 갖추었으니,
그것은 복덕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어떤 재변(災變)이 아니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잘 행하면 남자나 여자나 그들이 사는 곳에 복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믿음의 재물과 계율의 재물
제부끄러움과 남부끄러움의 재물
들음의 재물ㆍ보시의 재물ㆍ지혜의 재물
이것을 일곱 가지 재물이라 한다.
믿음을 따라 계율을 지키고
항상 깨끗하게 법을 관(觀)하며
지혜를 따라 그대로 실천하고
가르침을 받들어 잊지 않는 것
살아서 이러한 재물이 있으면
남자건 여자건 물을 것 없이
끝내 가난한 일 없나니
현명한 이는 진실을 잘 안다.
비라타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더욱 믿음이 두터워져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부처님의 설법을 처자에게 가르치고,
서로 이어받아 모두 도덕(道迹:
須陀洹)을 증득하였다.
5. 계신품(戒愼品)
옛날 바라내국(波羅奈國)의 성에서 4,
50리쯤 떨어진 곳에 어떤 산이 있었는데 사문 다섯 사람이 그 산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그들은 이른 아침에 일찍 산을 떠나 마을에 내려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산으로 돌아올 때는 언제나 저물어서야 도착하곤 하였다.
그래서 가고 오기에 몹시 피로하여 조용히 앉아 바른 선정에 들어 생각을 모을 수가 없었다.
그런 관계로 여러 해가 지났지만 도를 얻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노력에 비해 소득이 없는 것을 가엾게 여기시어 변화로 한 도인을 만들어 그들에게 가서 물어보게 하였다.
“은둔해서 도를 닦기에 괴로움이나 수고로움이 없습니까?”
사문들이 말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살고 있어서 성과의 거리가 너무나 멉니다.
4대(大)로 된 이 몸은 꼭 음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날마다 공급하기 위해 갔다왔다 하기에 몹시 피로하여 여러 해를 지내는 동안 수고만 하였습니다.
낮에 나갔다가 저물어서야 돌아오기 때문에 몹시 피로하여 도를 닦을 겨를이 없으니,
아마 이러다가 목숨을 마칠 것 같습니다.”
도인은 말하였다.
“대개 도를 닦는 사람은 계율을 근본으로 하고 마음 추스르는 것[攝]을 실천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몸을 천하게 여기고 진리를 귀하게 여겨 목숨까지도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음식으로 몸을 지탱하고는 뜻을 지키고 선정을 바르게 닦으면서,
안으로 지관(止觀)을 공부하여 뜻을 없애 버려야 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몸만 보양하고 욕심[情]을 따른다면 어떻게 괴로움을 모면할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도인들은 내일 걸식하러 가지 마십시오.
제가 마땅히 공양하여 하룻동안 만이라도 도인들을 쉬게 하겠습니다.”
그때 다섯 사문들은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이상하게 여겼다.
그들은 마음을 편히 하고 뜻을 고요히 하여 걸식하러 갈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 한낮이 되자 그 변화한 도인이 음식을 보내왔다.
그들은 그것을 먹고 아무런 욕심이 없어 마음이 편안하였다.
그때 변화한 도인은 그들을 위해 게송을 읊었다.
비구가 계율을 세워
모든 감관을 거두어 지키며
음식을 스스로 절제할 줄 알면
이치를 깨달아 마음과 응하게 된다.
계율로 마음을 항복받고
뜻을 지켜 바른 선정에 들어
안으로 지관(止觀)을 공부하여
바른 지혜를 잊지 말도록 하라.
밝고 지혜롭게 계율을 지키고
마음 속으로 바른 지혜 생각하며
이치에 맞게 도를 행하면
저절로 청정해져 괴로움 없어지리라.
변화로 만든 도인은 이 게송을 마시고,
부처님 몸의 광명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러자 다섯 사문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모두들 계율을 깊이 생각하였고,
그리하여 곧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다.
6.
유념품(惟念品)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불가사왕(弗加沙王)은 병사왕(甁沙王)과 친한 벗이었는데 불가사왕은 아직 부처님의 도를 모르고 있었다.
그가 일곱 가지 보배꽃을 만들어 병사왕에게 보내자,
병사왕은 그것을 받아 가지고 부처님께 바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불가사왕은 제 친구인데 저에게 이 꽃을 보내왔기에 지금 부처님께 바칩니다.
원컨대 그 왕으로 하여금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들으며 성스러운 스님들을 받들어 공경하게 하소서.
그리고 저는 어떤 물건으로써 그가 보낸 선물에 보답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다.
“십이인연경(十二因緣經)을 베껴 그에게 보내 주십시오.
왕은 그 경을 받으면 반드시 마음으로 믿고 이해할 것입니다.”
병사왕은 곧 그 경을 베끼고 따로 편지를 썼다.
“당신이 보배 꽃을 보내 주셨기에 나는 지금 이 법의 꽃을 보내드립니다.
자세히 그 이치를 생각해 보시면 그 과보는 깊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이것을 잘 익히고 외워 도의 맛을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불가사왕은 그 경을 받아 읽고 이치를 되풀이해 생각하다가 마음이 트여 그것을 믿고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도의 교화는 참으로 묘하구나.
이 정밀한 이치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번영하게 할 것이다.
다섯 가지 욕심은 근심과 번뇌의 근본이다.
여러 겁 동안에 쌓인 미혹이 이제야 비로소 깨이는구나.
이 속된 세상을 살펴보니 탐하거나 즐거워할 만한 것이란 아무것도 없구나.”
그리고 곧 신하들을 불러 나라를 태자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어 법복과 발우를 가지고 나열기성(羅閱祇城) 밖의 어느 옹기장이집 옹기굴 속에서 자며 ‘내일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한 다음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경전과 계율을 받으리라’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신통(神通)으로 불가사왕이 내일 식사 때 목숨을 마칠 것이므로,
멀리서 오더라도 부처를 보지 못하고 또 법도 듣지 못할 것임을 아시고 매우 안타깝게 여기셨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한 사문으로 변화하여 옹기장이 집으로 가서 하룻밤 묵기를 청하셨다.
옹기장이는 말하였다.
“아까 어떤 사문이 왔는데 저 옹기굴 안에 있습니다.
거기 가서 같이 주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풀을 한 줌 쥐고 들어가 한쪽에 깔고 앉으시어 불가사왕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누구를 스승으로 섬기시며,
어떤 인연으로 사문이 되셨습니까?
그리고 부처님을 뵈었습니까?”
불가사왕이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을 뵙지는 못하였지만 12인연법을 듣고 곧 사문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한 뒤에 부처님을 찾아가 뵐 생각입니다.”
변화로 된 사문이 말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위태롭고 연약하여 아침ㆍ저녁 사이에도 변동이 있어 항상함이 없고,
전생업의 대(對)가 갑자기 이르러 기약이 없습니다.
다만 이 몸을 관찰해 보십시오.
이 몸은 4대(大:
地水火風)로 된 것으로서,
그것들이 모이면 몸을 이루는 것이고 그것들이 흩어지면 몸은 없어져,
제각기 그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각의(覺意)ㆍ공(空)ㆍ청정(淸淨)ㆍ무상(無想)을 깊이 사유하고,
삼보(三寶:
佛ㆍ法ㆍ僧)와 보시ㆍ계율을 오로지 생각하소서.
그리하여 모든 것이 덧없는 줄을 알면 부처님을 뵌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생각한다는 것은 무익하다는 생각을 가지십시오.”
그때 변화로 된 사문은 이어 게송을 말하였다.
누구든 좋은 이익 얻으려면
곧 부처님께 나와 스스로 귀의하여야 하네.
그러므로 부디 밤낮으로
부처님과 법과 스님대중을 생각하라.
스스로 깨닫아 그 마음을 이미 안 사람
그야말로 부처님의 제자이니라.
그러므로 부디 밤낮으로 항상
부처님과 법과 스님대중을 생각하라.
몸을 생각하고 덧없음을 생각하며
계율과 보시의 덕을 생각하고
공(空)ㆍ불원(不願)ㆍ무상(無想) 등을
밤낮으로 항상 생각하여라.
그때 변화로 된 사문은 그 옹기굴 속에서 불가사왕을 위해 이렇게 비상(非常)의 법을 설명하였다.
불가사왕은 그 설법을 생각하고 뜻이 안정되어 곧 아나함(阿那含)의 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이미 아시고 곧 부처님 몸의 광명의 모습을 나타내셨다.
불가사왕은 놀라고 기뻐 춤을 추면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 거듭 그에게 말씀하셨다.
“죄의 대가인 죽음[無常]이 다 끝났으니 다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불가사왕이 말했다.
“거룩한 분부를 삼가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곧 이별하고 떠났다.
이튿날 식사 때가 되자,
불가사왕은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러다 성문 안에서 갓 새끼를 낳은 암소와 맞닥뜨렸고 그 암소는 새끼를 보호하느라고 불가사왕을 떠받아 죽였다.
불가사왕은 배가 찢어져 목숨을 마치고는 곧 아나함천(阿那含天)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보내어 화장하고 거기에 탑을 세우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죄의 대가에 대한 근본 뿌리[根]는 삼가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7. 자인품(慈仁品)
옛날 부처님께서 나열기국(羅閱祇國)에 머무셨다.
그 나라에서 5백 리쯤 떨어진 곳에 산이 있고 그 산 속에는 122명이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있었다.
그들은 나무하고 사냥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면서 애초부터 농사는 짓지 않았다.
그리고 귀신을 섬겼으며 삼존(三尊:
佛ㆍ法ㆍ僧)은 알지도 못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지혜로 그들을 구제해야겠다고 생각하시고,
그 집으로 가서 한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남자들은 모두 사냥을 나가고 오직 여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몸에서 빛나는 광명이 온 천지를 환히 비추어 산 속의 나무와 돌이 모두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늙은이건 젊은이건 다 놀라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이 신인(神人)인 줄 알았다.
그리하여 모두 그 앞으로 가서 예배하고 공양하며 자리를 마련해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여인들을 위해 생물을 죽이는 죄와 자비를 행하는 복과,
사랑하는 이와의 모임은 한때일 뿐 언젠가는 다 헤어진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모든 여인들은 이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며,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산에 사는 저희들은 해치기를 탐하여 고기만 먹고 살아갑니다.
변변찮으나마 공양을 올리고자 하오니 원컨대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여러 여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 법에는 고기를 먹지 않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이미 밥을 먹고 왔으니 새삼스럽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분별해 알려주기 위해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먹을 것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하필 유익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온갖 생물을 죽여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구제한단 말인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터이니,
그것은 오직 손해가 될 뿐 이익이 전혀 없다.
사람은 다섯 가지 곡식을 먹으면서 중생들을 불쌍하게 여겨야 한다.
아무리 미미한 곤충이라 해도 살기를 탐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그들을 죽여 내 몸을 살리면 그 죄의 재앙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요,
인자한 마음을 갖고서 살생하지 않으면 세상마다 근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인자한 마음으로 생물을 죽이지 않고
항상 제 몸을 잘 단속하면
거기는 죽음이 없는 곳
어디를 가나 근심 없으리라.
인자하여 생물을 죽이지 않고
말을 삼가고 마음을 지키면
거기는 죽음이 없는 곳
어디를 가나 근심 없으리라.
팔짱 끼고 할 일 없이
중생들을 해치지 않고
교란하고 괴롭히지 않으면
그는 반드시 범천이 되리라.
항상 인자하여 가엾게 여기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청정하며
만족할 줄 알고 그칠 줄 알면
이로써 나고 죽음 건너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게송을 설해 마치시자 남자들이 사냥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경(經)을 들은 부인들은 다시금 그들을 맞이하러 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 남편들은 놀라고 의심하면서 보통 때와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고기를 버리고 돌아와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를 보았는데 여러 부인들은 모두 부처님 앞에 앉아 합장하고 경을 듣고 있었다.
그들은 잔뜩 화를 내어 소리 지르면서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다.
그러자 여러 부인들이 충고하였다.
“이 분은 신인(神人)이십니다.
나쁜 마음을 먹지 마십시오.”
그들은 각자 곧 잘못을 뉘우치고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다시 생물을 죽이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복과 생물을 해침으로 인해 생기는 죄를 설명하셨다.
그 남편들은 그 뜻을 이해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 깊은 산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사냥으로 생활하며 많은 생물을 죽였기 때문에,
그 죄가 거듭 쌓였습니다.
장차 어떤 법을 얻어야 이 막중한 재앙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인(仁)을 실천하고 자비를 행하여
중생을 널리 사랑해 구제하면
열한 가지의 칭찬이 있어서
복이 늘 몸을 따르리라.
잘 때도 편안하고 깨어서도 편안하며
나쁜 꿈 꾸지 않고
하늘이 보호하고 사랑하여
독(毒)을 받지 않고 흉기에 상하지 않으며
물이나 불에도 상하지 않고
있는 곳마다 이익 얻다가
죽어서는 범천에 오르리니
이것을 열한 가지 복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자 남ㆍ녀ㆍ노ㆍ소 122명은 모두 기뻐하며 믿어 받들고,
또 다섯 가지 계율을 받들어 지녔다.
부처님께서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다.
“저들에게 땅을 주고 먹을 곡식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자비스런 교화가 두루 퍼져 온 나라가 편안하였다.
옛날 큰 나라가 있었는데 왕의 이름을 화묵(和黙)이라 하였다.
그는 변경(邊境)에 살면서 아직 삼존(三尊)의 거룩하고 묘한 교화를 보지 못하고,
범지와 외도와 무당을 받들어 섬겼으며,
온 나라는 삿된 일을 받들었기 때문에 생물을 죽여 제사지내는 것을 일상적인 일로 삼았다.
그때 왕의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몸져누웠다.
왕은 여러 의사들을 불렀으나 약효를 보지 못하였고,
또 무당[毉女]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 여러 해를 기도하였으나 병이 낫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나라 안에 있는 2백 명의 바라문들을 초청하여 자리에 앉히고 음식을 차려놓고 말하였다.
“내 대부인께서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하고 계신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소.
그대들은 지식이 많아 천지와 별들의 상(相) 보는 법까지 환히 알고 있으니 무슨 잘못이 있는가 자세히 살펴 나에게 알리시오.”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별들이 뒤섞여 음(陰)과 양(陽)이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무슨 방법을 쓰면 병을 고칠 수 있겠는가?”
바라문들이 말하였다.
“성 밖의 평평하고 깨끗한 곳에서 네 산과 해와 달과 별들에게 제사하고,
백 마리 짐승과 각각 다른 중생과 어린애 하나를 죽여 하늘에 제사하되,
왕께서 몸소 대부인을 모시고 거기 가서 꿇어앉아 절하면서 목숨을 비십시오.
그렇게 하면 병이 낳을 것입니다.”
왕은 곧 그 말대로 준비하였다.
사람ㆍ코끼리ㆍ말ㆍ소ㆍ양 등 백 마리를 몰고 갈 때,
그 길에는 슬픈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동쪽문으로 나가 제단(祭壇)에 이르러,
그것들을 죽여 하늘에 제사 지내려 하였다.
그러자 대자비로 중생들을 널리 구제하시는 세존께서는 국왕의 이렇게 미련하고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기시어 ‘어떻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중생들의 목숨을 죽여 한 사람을 구하려 하는가’라고 하시고,
세존께서 대중들을 데리고 그 나라로 가시다가 성 동쪽문의 길에서 왕과 바라문들에게 끌려가며 슬피 우는 짐승들을 만났다.
왕은 멀리서 부처님을 보았는데 처음 솟아오르는 해와 같고 보름달처럼 원만한 그 모습에서 광명이 나와 천지를 환하게 비췄다.
부처님을 본 사람들은 모두 사랑하고 공경하였고 끌려오던 제사에 쓰일 짐승들도 모두 거기서 벗어나기를 원하였다.
왕은 앞으로 나가 수레에서 내려 일산을 거두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 합장하고 꿇어앉아 문안을 드렸다.
세존께서는 분부하여 그를 앉게 하고 물으셨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왕은 두 손을 마주 잡고 대답하였다.
“나라의 대부인께서 오랫동안 병을 앓아 좋은 약을 써보고 신(神)에게 빌어보기도 하고 온갖 짓을 다 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처음으로 별들과 네 산과 다섯 명산에 아뢰어 어머님을 위해 목숨을 청하고 병 낫기를 빌어볼까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내 한 마디 이야기를 잘 들어보십시오.
곡식을 얻으려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고,
큰 부자가 되려면 보시를 행해야 하며,
장수하려면 대자비를 행해야 하고 지혜를 얻으려면 배우고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일을 행해야 그 종류에 따라 그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대개 부귀한 사람은 빈천한 사람의 음식을 탐하지 않습니다.
저 하늘들은 궁전이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고 옷과 음식도 저절로 생기는데,
무엇 때문에 감로(甘露)의 음식을 저버리고 더러운 음식을 먹으러 오겠습니까?
음란(婬亂)한 제사를 지내며 삿된 것을 바르다 하고,
살아있는 것을 죽여 살기를 구하더라도 그것은 목숨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많은 목숨을 죽여 한 사람을 구하려 한다면 어찌 그렇게 되겠습니까?”
이어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이 백 년 동안 오래 살면서
천하의 귀신을 정성껏 섬기고
코끼리와 말 따위로 제사지내도
한 번 자비를 행한 것만 못하니라.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읊으시고 곧 광명을 놓아 천지를 두루 비추시자,
삼도팔난(三塗八難)3) 속에 있던 중생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각자 저들에게 알맞는 처소를 얻었다.
그리고 국왕 화묵은 묘한 설법을 듣고 또 광명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곧 도적(道迹)을 증득했고,
앓던 어머니도 그 설법을 듣고는 다섯 가지 감관이 기쁘고 부드러워져 앓던 병이 나았다.
그리고 2백 범지들도 부처님 광명의 모습을 보고 또 말씀을 듣고는,
부끄러워하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제자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원대로 그들을 모두 받아들여 사문이 되게 하셨다.
국왕과 대신들은 부처님을 청하여 한 달 동안 공양하고 떠난 뒤 법으로 나라를 바르게 다스려 마침내 매우 흥하게 되었다.
8. 언어품(言語品)
옛날 불가사왕(弗加沙王)이 나열기성에 들어가 걸식[分衛]하다가 그 성문 안에서 갓 새끼를 낳은 암소한테 떠받쳐 죽었다.
소 임자는 겁을 먹고 그 소를 팔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그 사람은 소를 끌고 물을 먹이러 가다가 소가 뒤에서 다시 떠받아 그 주인도 죽고 말았다.
그 주인의 아들은 화가 나서 소를 잡아서 그 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어떤 시골 사람이 그 소머리를 사서 꿰어 매고 돌아다니다가 집에서 1리(里)쯤 떨어진 곳 어떤 나무 밑에 앉아 쉬면서 소머리를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끈이 끊어져 소머리가 사람 위에 떨어지면서 뿔로 사람을 찔러 그 자리에서 즉시 죽고 말았다.
이와 같이 하룻동안에 세 사람이 죽게 되었다.
병사왕(甁沙王)은 그 말을 듣고 괴상하게 여겨 이 일로 여러 신하들과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예배하고 왕의 자리로 물러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암소 한 마리가 세 사람을 죽였습니다.
장차 어떤 변고가 있겠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그것이 부적합해 보여도 죄의 대가에는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 까닭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세 사람의 상인이 다른 나라로 장사하러 갔다가 어떤 외로운 노파 집에 묵으면 적당한 값을 치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독한 노파의 처지를 보고 그를 속여 값을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노파가 없는 틈을 엿보아 값을 치르지 않고 슬쩍 떠나 버렸습니다.
노파가 돌아와 그 장사꾼들이 보이지 않자 그 이웃집에 물어 보았더니,
이웃 사람들이 말하기를 벌써 떠났다고 하였습니다.
노파는 화가 나서 그들 뒤를 쫓아 겨우 따라가 마침내 하숙 값을 요구하였소.
그러자 세 장사꾼들은 도로 꾸짖으며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에게 값을 지불했는데 왜 또 달라고 하는 것이오?’
그들은 같은 말로 맞장구치며 끝끝내 값을 치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노파는 고단한 신세라 어쩔 수 없이 분통을 터뜨리며 세 장사꾼을 저주하면서 맹세하였습니다.
‘내가 지금 곤궁하기 그지없지만 어떻게 이런 협잡을 참겠는가?
내가 만일 다음 생에 태어나는 곳에서 너희들을 만나면 기어코 죽일 것이요,
비록 도를 얻더라도 너희들은 용서하지 않고 죽이고야 말 것이다.’”
부처님께서 병사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그 노파는 바로 지금의 저 암소이고,
지금 소한테 떠받쳐 죽은 불가사왕 등 세 사람은 바로 그 때의 세 장사꾼이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나쁜 말과 꾸짖는 말로
교만하여 남을 업신여기는
이런 짓을 자꾸 행하면
미움과 원한이 거기서 생긴다네.
공손한 말과 순한 말로
다른 사람을 높이고 공경하며
원한을 버리고 악을 참으면
미움과 원망이 저절로 없어지리라.
대개 사람이 세상에 나면
그 입안에 도끼가 있어
그것으로 제 몸을 베나니
그것은 나쁜 말 때문이라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병사왕과 그 관속(官屬)들은 모두 공경하고 숙연해져 말하였다.
“착한 행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예배하고 떠났다.
9. 쌍요품(雙要品)
옛날 사위국(舍衛國)의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수레에서 내려 일산[蓋]을 물리치고 칼을 풀어놓고 신을 벗고,
두 손을 마주 잡고 꼿꼿이 편 다음 온몸을 땅에 던진 채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한 뒤에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내일 네 거리 길에서 변변치 않지만 음식을 차려놓고 이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지극히 존엄하신 부처님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또한 중생들로 하여금 귀신과 무당들을 멀리하고 모두 5계(戒)를 받들게 하여 이 나라의 우환을 없애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십니다.
무릇 나라의 주인이 되었으면 마땅히 백성들을 밝게 인도하고,
도로써 오는 세상의 복을 구해야 합니다.”
왕이 아뢰었다.
“지극히 진실되게 청하옵고,
저는 이만 물러가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왕은 돌아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 직접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네거리로 갔다.
부처님께서 자리로 가시자,
왕은 곧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손수 음식을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네거리에서 왕을 위해 설법하셨는데 구경꾼이 수없이 많았다.
그때 두 상인이 있다가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마치 제왕과 같고 제자들은 꼭 충신과 같구나.
부처님께서 밝은 법을 설명하시면 제자들은 그것을 외워 널리 알린다.
저 왕은 참으로 현명하게도 부처님을 존경할 줄 알고 마음을 굽혀 받들 줄 아는구나.”
그러자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저 왕은 참으로 어리석다.
자신이 국왕이거늘 또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저 부처는 마치 소와 같고 제자들은 마치 수레와 같다.
저 소가 수레를 끌고 동ㆍ서ㆍ남ㆍ북으로 다니는 것처럼 부처도 그와 같구나.
자네는 저 부처가 무슨 도가 있다 하여 그처럼 마음을 낮추어 받드는가?”
두 사람은 함께 떠나 30리쯤 가다가 어떤 주점에 머물러 같이 술을 마시면서 자신들과 관련된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착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4천왕(天王)이 보호하였으나,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은 태산지옥(太山地獄)의 귀신이 술을 뱃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마치 불이 몸을 태우는 것 같았다.
그는 술집에서 나와 수레가 지나다니는 길에 누워 뒹굴다가 이른 새벽에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가면서 그 상인을 치어 죽였다.
그 길동무는 이튿날 그의 시체를 찾고 나서 생각하였다.
‘만일 이대로 본국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았다고 의심받을 것이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재물을 버리고 홀가분한 몸으로 다른 나라로 가자.’
마침 그 나라에는 왕이 죽고 태자가 없었는데,
그 나라 참서(讖書)에 ‘어떤 나라에서 미천한 사람이 와 이 나라의 왕이 될 것이다.
죽은 왕에겐 신기한 말이 있는데 왕이 될 만한 사람을 보면 반드시 무릎을 꿇을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은 곧 그 말을 치장하여 인수(印綬)를 가지고 왕을 모시러 나갔는데 구경꾼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르렀다.
그때 그 상인도 그 나라로 들어왔다.
그때 태사(太史)가 말하였다.
“저기 노란 구름일산이 있다.
저것은 왕이 될 사람의 기운이다.”
그러자 그 신기한 말도 무릎을 꿇고 그 상인의 발을 핥았다.
신하들은 미리 준비한 향탕(香湯)에 그를 목욕시키고 국왕으로 모셨다.
그리하여 그는 왕의 자리에 앉아 나라 일을 맡아 다스렸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나는 조금도 착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은 반드시 부처님의 은혜로 그렇게 된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여러 신하들과 함께 멀리 사위국(舍衛國)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이 미천한 사람은 아무 덕도 없으면서 세존의 자비와 은혜를 입어 이 나라의 왕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아라한[應眞]들과 함께 이곳을 돌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 때는 3월이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에게 분부하여,
내일 저 왕이 청해오니 모두 신통을 부려 저 나라의 왕과 백성들을 기쁘게 하도록 하라.”
이튿날 그 일행은 모두 신통을 부려 그 나라로 가서 차례로 자리에 법에 따라 엄숙히 앉았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친 뒤 손을 씻으시고 왕을 위해 설법하시자,
왕이 말하였다.
“저는 본래 미천한 사람으로 아무런 훌륭한 공덕도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저 나라 대왕이 네 거리에서 부처님께 공양할 때 이 나라 왕은 마음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국왕과 같고 제자들은 신하와 같다.’
왕은 그런 좋은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지금 스스로 그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나중의 사람은 ‘부처는 소와 같고 제자들은 수레와 같다’고 말하여 스스로 수레에 치일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지금 태산지옥의 불 수레에 치어 죽었으니 그 과보를 받은 것입니다.
왕이 지금 왕이 된 것은 어떤 용맹함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선을 행하면 복이 따르고 악을 행하면 화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다 자신이 지은 것으로서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 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어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고
마음은 주인도 되고 심부름꾼도 되나니
마음 속으로 악을 생각해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하면
죄의 고통 따르는 것은
수레가 바퀴자국 따르는 것 같으리.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고
마음은 주인도 되고 심부름꾼도 되나니
마음 속으로 선을 생각해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하면
복의 즐거움 저절로 따름이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 같으리.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자,
왕과 신하들과 백성들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숱한 사람들이 다 크게 기뻐하며 모두 법안(法眼)을 얻었다.
옛날 수달(須達) 장자는 태자(太子)의 동산을 사들여 둘이 함께 정사(精舍)를 지어 세존께 바치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모두 청하여 한 달 동안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두 사람을 위하여 밝은 법을 널리 말씀하시어 그들은 모두 도적(道迹)을 증득하였다.
그래서 기타(祇陀) 태자는 기뻐하면서 동궁(東宮)으로 돌아와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고,
좋은 일을 행하며 스스로 즐거워하였다.
기타 태자의 아우 유리(琉璃)는 늘 왕의 곁에 있었다.
그때 왕은 평상시의 옷을 입고 가까운 신하들과 후궁들 그리고 부인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 한마음으로 설법을 듣고 있었다.
유리는 뒤에 남아 왕의 빈자리를 지켰다.
그때 여러 아첨하는 신하 아살타(阿蕯陀) 등의 무리들이 간사한 꾀를 내어 유리에게 말했다.
“시험삼아 대왕의 인수(印綬)를 차고 대왕의 자리에 앉아 보십시오.
어찌 대왕과 같지 않겠습니까?”
이에 유리는 그 말을 따라 왕의 옷을 입고 왕의 자리에 올라앉았다.
아첨하는 신하들은 모두 함께 절하고 경하(慶賀)하였다.
“꼭 대왕과 같습니다.
이제야 오랜만에 저희 백성들의 소원을 풀 기회를 만났습니다.
저 태자[東宮]로 하여금 이 임금의 자리를 차지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리고 어찌 그 자리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 오셔야 되겠습니까?”
그러자 유리는 곧 시종들을 거느리고,
갑옷을 입고 칼을 빼어 든 채 기원정사(祇洹精舍)로 가 대왕을 몰아내어 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기원정사에서 왕의 관리들과 싸워 왕의 가까운 신하 5백여 명을 죽였다.
왕은 부인과 함께 밤낮으로 걸어 사이국(舍夷國)으로 달아나다가,
도중에 배가 고파 무 뿌리를 먹고 배가 부어 죽었다.
그 다음 유리는 마침내 거리낌 없이 칼을 빼어 들고 동궁으로 들어가 그 형 기타를 찔러 죽였다.
기타 태자는 세상의 무상함을 알았기 때문에 마음에 전혀 두려움이 없고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으며,
도리어 웃음을 머금은 채 기쁜 듯 그 칼을 달게 받았다.
그런데 채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허공에서 저절로 음악 소리가 울리면서 그 영혼을 맞이해 갔다.
부처님께서는 기원동산에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으면서 기뻐하고 나중에도 기뻐하며
선을 행하면 두 곳에서 기뻐한다.
그는 기뻐하고 오로지 즐거워하나니
지은 복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승에서 기뻐하고 저승에서도 기뻐하며
선을 행하면 두 곳에서 기뻐한다.
그는 스스로 복을 지어
복을 받으면서 즐거워한다.
이때 유리왕은 곧 군사를 일으켜 사이국을 치고 석씨 종족으로서 수다원을 증득한 사람들을 죽이는 등 잔인하고 무도하여 다섯 가지 역죄(逆罪)를 모두 범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유리의 앞날을 예언하셨다.
“그는 효도하지 않고 충성하지 않는 등 온갖 죄가 모두 깊고 중하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서 불에 타 죽을 것이다.”
그리고 태사(太史)의 예언도 부처님 예언과 같았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여,
곧 배를 타고 강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물 속에 있는데,
어떻게 불이 올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레 째 되는 날 한낮에 저절로 불이 일어났다.
물 속에서 불이 분출되어 배를 태워 침몰시키고 또 왕에게도 불이 붙자 왕은 그 독한 열을 두려워하다 갑자기 목숨이 끊어졌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으면서 걱정하고 나중에도 걱정하며
악을 행하면 두 곳에서 걱정한다.
그는 걱정하고 오로지 두려워하나니
지은 죄를 보고 마음에 두려워한다.
이승에서 뉘우치고 저승에서 뉘우치며
악을 행하면 두 곳에서 뉘우친다.
그는 스스로 재앙을 지어
죄를 받으면서 괴로워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기타 태자는 영화로운 지위를 탐하지 않고 죽으면서도 도를 생각하였기 때문에 천상에 올라가 저절로 안락을 누리고 있으며 유리왕(琉璃王)은 미치고 어리석어 제멋대로 놀다가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져 무수한 고통을 받고 있다.
모든 세간의 부귀와 빈천은 모두 덧없는 것[無常]으로 돌아가 버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뜻이 높은 선비는 목숨을 버리더라도 완전한 행을 정신적 보배로 삼느니라.”
부처님께 이렇게 말씀하시자 대중들은 모두 믿고 받아들였다.
옛날 기사굴산(耆闍崛山) 뒤에 바라문의 집 70여 채가 있었다.
그들은 전생에 지은 복덕으로 제도될 수 있었기에 부처님께서 그 마을로 가셨다.
길을 가던 도중에 길에서 신통변화를 나타내셨다.
그들은 거룩한 부처님의 광명 모습을 보고 모두 공경하고 복종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나무 밑에 앉아 범지들에게 물으셨다.
“이 산 속에서 몇 대(代)나 살았으며 어떤 직업으로 생활을 꾸려 가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여기서 30여 대를 살았으며,
농사와 목축으로 생업을 삼고 있습니다.”
또 물으셨다.
“어떤 행을 받들어 닦아 생사(生死)를 여의려 하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해ㆍ달ㆍ물ㆍ불을 섬기면서 때에 맞춰 제사를 지냅니다.
그래서 만일 사람이 죽을 경우 젊은 이건 노인이건 모두 모여 범천(梵天)에 태어나기를 기원해 외치면 그로써 생사를 여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바라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거나 또는 해ㆍ달ㆍ물ㆍ불에 제사지내거나 또는 외치거나 해서 하늘에 태어나더라도,
그것은 생사를 떠나 영원히 사는 법이 아니다.
아무리해도 28천(天)을 벗어나지 못하리니,
그것은 도(道)의 지혜가 없기 때문에 도로 3도(塗)4)에 떨어지는 것이다.
오직 집을 떠나 청정한 뜻을 닦고 고요한 이치를 행해야 열반[泥洹]을 얻을 수 있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진실을 거짓이라 하고
거짓을 진실이라 하면
이것은 그릇된 견해라서
마침내 참 이익을 얻지 못하리라.
진실을 알아 진실이라 생각하고
거짓을 보아 거짓이라 알면
이것은 바른 견해이니
그는 반드시 참 이익을 얻으리라.
세간의 모든 것은 다 죽음이 있나니
그러므로 삼계(三界)는 편치 않다.
모든 하늘들이 아무리 즐겁다 해도
복이 다하면 그들도 죽는다.
모든 세간을 살펴볼 때
한 번 생겨나면 죽지 않는 것 없나니
그러므로 생사를 여의고자 하면
진실한 도를 행해야 한다.
70명의 바라문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흔쾌히 뜻하는 바가 풀려 사문이 되기를 원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들아.”
그러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져 모두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들과 함께 정사로 돌아오시던 도중에 그들이 처자를 연모하여 각기 후퇴할 뜻이 있음을 아셨다.
게다가 때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려 그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고 답답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곧 신통으로 길가에 수십 칸의 집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였다.
그때 지붕이 뚫어져 비가 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지붕의 새는 것을 계기로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지붕을 촘촘히 잇지 않으면
하늘에서 비가 올 때 새는 것처럼
마음을 단속해 오롯이 행하지 않으면
음탕한 생각이 계율을 깨뜨리리라.
지붕을 촘촘히 잘 이으면
비가 와도 새지 않는 것처럼
마음을 단속해 오롯이 행하면
음탕한 마음이 생기지 않으리라.
그러자 70명의 사문들은 이 게송을 듣고,
비록 억지로 애써 보았으나 그래도 마음은 답답하였다.
비가 그쳐 앞으로 나갈 때 헌 종이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을 집어라.”
비구들은 분부대로 그것을 집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그것은 무엇에 쓰였던 종이인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지금은 비록 버려져 있지만 향내는 여전합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걸어가는데 끊어진 새끼 토막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것을 집어라.”
비구들은 분부대로 그것을 집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그것은 무엇에 쓰였던 새끼줄인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새끼에서 비린내가 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인 듯합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어떤 물건이나 본래는 깨끗하였건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명한 이를 가까이하면 도의 뜻이 높아지고 우매한 일을 벗하면 재앙이 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종이가 향을 가까이하였기 때문에 향내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묶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아서 차츰 물들어 친해지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부처님께 이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천한 사람이 남을 물들이는 것
냄새나는 물건을 가까이하는 것 같아
차츰차츰 미혹하여 허물을 익히다가
저도 모르게 악한 사람이 된다.
어진 사람이 남을 물들이는 것
향냄새를 가까이하는 것같아
나날이 지혜로워져 선함을 익히다가
아름답고 청결한 행을 이루리라.
70명의 사문들은 거듭 이 게송까지 듣고서야 집에 대한 욕심이 더러운 덩굴[穢藪]이요,
아내와 자식은 수갑인 줄을 알았다.
그리하여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정사로 가서,
뜻을 추슬러 잡고 그대로 행하여 아라한도를 얻었다.
10. 방일품(放逸品)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의 일이다.
5백 명의 장사꾼들이 바다에서 나와 일곱 가지 보물을 많이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깊은 산을 지나다가 나쁜 귀신에 홀려 그 계곡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양식이 떨어져 몹시 고생하다가 모두 굶어 죽고,
그들이 가졌던 보물들은 다 산중에 흩어져 버렸다.
그때 그 산에서 공부하고 있던 어떤 사문이 그 보물들을 보고 곧 욕심이 생겨 생각하였다.
‘내가 여기서 열심히 고생스럽게 도를 공부한 지 이미 7년이 지났건만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고,
게다가 가난하기까지 하여 스스로 생활해 나갈 수조차 없다.
이 보물은 주인이 없으니,
이것을 주워 가지고 돌아가 가문을 일으켜야 하겠다.’
그리고 그는 산을 내려와 보물들을 주워 한곳에 감춰 두고 곧 산을 빠져 나와 형과 아우를 불러 그것을 지고 돌아갔다.
길을 반쯤 갔을 때였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가 제도될 수 있음을 아시고서 곧 한 비구니로 변화하여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눈썹을 그려 얼굴에 화장하고서 금ㆍ은 영락으로 몸을 치장하고는 골짜기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셨다.
그는 길에서 사문을 만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안부를 묻자,
도인은 그 비구니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도법(道法)을 행하면서 그럴 수가 있는가?
머리를 깎고 법복을 걸친 채 어찌 눈썹을 그려 얼굴에 화장하고 영락으로 몸을 치장하였는가?”
비구니가 대답하였다.
“사문의 법에 그럴 수가 있습니까?
부모를 하직하고 도를 배우기 위하여 산에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야 하겠거늘,
어떻게 다시 옳지 않은 재물을 취합니까?
또한 어찌 탐욕 때문에 도를 잊어버리고 쾌락할 마음을 갖고 방일하면서 무상함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세상에 사는 것은 마치 나그네와 같고 죄의 과보는 늘어만 가는 것입니다.”
이에 그 비구는 그를 위해 게송을 말하였다.
비구는 계율 지켜 삼가고 근신하라.
방일하면 걱정과 근심만 많아진다.
조그만 다툼이 큰 싸움으로 변하나니
악을 쌓아 불 속에 들어가리라.
계율을 지키면 좋은 복을 가져오고
계율을 범하면 두려운 마음 생긴다.
삼계(三界)의 번뇌 끊어버리면
이는 곧 열반에 가까워지리라.
그때 비구니는 이 게송을 마치고 그를 위해 부처님 몸의 광명 모습을 나타내었다.
사문은 그것을 보고 두려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잘못을 뉘우치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술하였다.
“어리석고 미혹하여 바른 법을 어기고,
떠나가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장차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먼저는 방일하였더라도
뒤에 가서 스스로 잘 금하면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기어코 옳은 길을 생각해야 하네.
잘못 실수로 악을 저질렀더라도
뒤따라 선으로 덮으면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옳은 일만을 잘 생각하라.
한창 젊을 때 집을 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힘써 닦으면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마치 달빛 가린 구름이 사라지듯 하리라.
사람이 먼저는 악을 행했더라도
뒤에 가서 그치고 범하지 않으면
그는 이 세상을 잘 비추리니
마치 달에 낀 구름 사라지듯 하리라.
그때 그 비구는 거듭하여 이 게송까지 듣고는 번뇌가 풀리고 탐욕이 그쳤다.
그래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나무 밑으로 돌아와 드나드는 숨길을 따라 지관(止觀)이 도로 깨끗해져서 도(道)의 과위를 증득하여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11.
심의품(心意品)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도인이 강변의 나무 밑에서 12년 동안 도를 공부하였으나,
탐욕의 생각을 없애지 못해 마음이 치달리고 뜻이 흩어져 여섯 가지 욕심만 생각하였다.
즉 눈으로 빛깔을,
귀로는 소리를,
코로는 냄새를,
입으로는 맛을,
몸으로는 촉감을,
뜻으로는 법을 구하여 몸은 고요하나 마음은 늘 들떠 조금도 편할 날이 없었으므로 12년 동안 도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제도할 수 있음을 아시고 어떤 사문으로 변화하여,
그가 있는 곳으로 가시어 나무 밑에서 같이 지냈다.
조금 있다가 달이 뜨자,
거북이가 강에서 나와 나무 밑으로 올라왔고,
굶주린 물개 한 마리가 나와 먹이를 찾다가 거북이와 서로 마주치자 거북이를 잡아먹으려 하였다.
거북이는 그 머리와 꼬리 및 네 다리를 움츠려 등껍데기[甲] 안에 감추자,
물개는 그것을 잡아먹을 수가 없었다.
물개가 조금 떨어져 있으면 거북이는 다시 그 머리와 발을 빼내어 여전히 걸어갔지만,
물개는 그것을 요리하지 못해 마침내 거북이는 그곳을 벗어났다.
그때 도인은 그 변화로 만든 사문에게 물었다.
“저 거북이는 목숨을 보호하는 갑옷[鎧]이 있기 때문에 물개도 그 틈을 노리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변화로 된 사문이 대답하였다.
“내가 생각해보건대 세상 사람들은 저 거북이만도 못합니다.
몸의 무상함을 알지 못하여 항상 여섯 가지 감관을 놓아 버리니[放恣],
바깥 악마가 그 틈을 얻어 그의 몸은 무너지고 목숨이 떠나게 됩니다.
그런 다음에는 끝없는 삶과 죽음 속에서 다섯 세계[五道] 수레바퀴 돌듯하면서,
백천 가지로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 스스로 지은 것이니,
모쪼록 스스로 힘쓰고 가다듬어 열반[滅道]의 즐거움을 구해야 합니다.”
이에 그 변화로 된 사문이 게송을 말하였다.
이 몸뚱이는 오래지 않아
모두 흙으로 돌아가리라.
몸이 무너지면 정신도 떠나리니
머물다 가는 길손인데 무얼 탐하랴.
마음이 일찍 이 몸을 만들어
가고 옴에 끝이 없나니
삿되고 치우친 생각 많으면
스스로 근심을 부르리라.
이 몸은 내 뜻으로 만든 것이요
부모가 만든 것 아니니
부디 힘써서 바른 길로 나아가
복을 짓되 돌이키지 말라.
여섯 감관을 거북이처럼 감추고
뜻을 성(城)처럼 막아
지혜로 악마들과 싸워 이기면
다시는 근심걱정 없으리라.
그때 비구는 그 게송을 듣고 탐심이 끊어지고 욕망이 가시어 곧 아라한 도를 얻었다.
그리고 그 변화로 된 사문이 불ㆍ세존임을 알고는 공경하고 엄숙히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그때 하늘과 용과 귀신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12. 화향품(華香品) ①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계셨다.
그 나라 동남쪽 바다 가운데 누대(樓臺)가 있었고,
그 누대 위에는 향기로운 꽃을 가진 향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들은 아주 깨끗하였다.
그때 어떤 바라문 여인 5백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외도[異道]를 받들어 섬기면서 마음속 깊이 매우 열심히 정진하였다.
그러느라고 부처님께서 계신 줄은 몰랐다.
어느 때 모든 여인들이 저희끼리 의논하여 말하였다.
“우리는 여자의 몸을 받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세 가지 일[三事]에 얽매여 자유를 얻지 못한다.
또 목숨은 짧고 몸은 허깨비 같아 장차 죽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향기로운 꽃으로 된 누대로 가서 그 향기로운 꽃을 꺾어 정진하면서 재(齋)를 올리고 범천을 내려오시도록 청하여 거기에 소원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
“원컨대 범천에 나서 죽지 않고 오래 살며,
또 자재(自在)함을 얻어 아무 얽매임이 없으며,
모든 죄의 대가를 경계해 여의고서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게 하소서.”
그들은 공양거리를 가지고 누대로 가서 향기로운 꽃을 꺾어 범천을 받들어 섬기고,
일심으로 재를 지내 존경하는 신이 굽어 살펴 주기를 소원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여러 여인들이 비록 세속적인 재를 올리지만,
마음속 깊이 부지런히 정진하므로 제도할 수 있다고 보시고,
곧 여러 제자들과 보살ㆍ하늘ㆍ용ㆍ귀신들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 올라 그 누대로 가서 나무 밑에 앉으셨다.
여러 여인들은 부처님을 범천이라 생각하고,
매우 기뻐하여 스스로 축하하고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이제야 우리 소원을 이룰 수 있겠구나.”
그때 어느 하늘 사람 한 명이 여러 여인들에게 말했다.
“이 어른은 범천이 아니다.
이 어른은 삼계(三界)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으로서 불(佛)이라 이름하며 한량없는 사람들을 제도하시는 분이시다.”
이에 여러 여인들은 부처님 앞으로 나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저희들은 번뇌가 많아 지금은 여자가 되었으나,
얽매임을 떠나 범천에 나기를 소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여인들은 좋은 이익을 얻어 이런 소원을 내었구나.
세상에는 상대가 되는 일이 있어 그 과보가 명백하니,
즉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재앙을 받는 것이요,
세상은 괴롭고 천상은 즐거운 것이며,
유위(有爲)는 번거롭고 무위(無爲)는 고요한 것이다.
누가 그 진실한 것을 가려 취하겠는가?
착하다.
여러 여인들은 그런 밝은 뜻을 지니고 있구나.”
이에 세존께서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누가 능히 좋은 땅을 가릴 것인가.
누가 지옥을 버리고 천상에 갈 것인가.
누가 법구(法句)를 설명하되
마치 좋은 꽃을 가리듯 할 것인가.
공부하는 사람은 좋은 땅을 가려
지옥을 버리고 천상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법구를 잘 설명하되
공덕의 꽃을 따듯이 할 것이다.
세상은 굽지 않은 기왓장 같고
허깨비 같은 법은 잠깐 있는 것임을 알아
악마의 꽃 피움을 꺾어버리면
나고 죽음이 나타나지 않으리라.
이 몸을 물거품 같다고 보면
허깨비의 법은 저절로 그러한 것이니
악마의 꽃 피움을 꺾어버리면
나고 죽음이 나타나지 않으리라.
그때 여러 여인들은 부처님의 이 게송을 듣고,
비구니가 되어 진실한 도 배우기를 원하였다.
그러자 그들의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法衣]이 입혀졌으며,
고요히 선정에 들어 깊이 생각하여 그들은 곧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여러 여인들은 본래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세존께서 제도시키셨으며,
한 번 설법을 듣고는 출가하여 도를 증득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섭부처님[迦葉佛] 때 어떤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재산이 풍부하여 수없이 많은 부인과 채녀(婇女) 5백 명을 두었었다.
그의 성품은 질투와 악으로 차 있어 좀체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부인과 채녀들은 부처님을 친견하러 가고자 하였으나 끝내 이룰 수가 없었다.
뒷날 그 나라 왕이 대신들을 불러 궁전에서 하루 종일 연회를 베풀었다.
그때 부인과 채녀들은 그 장자가 그 연회에 들어간 틈을 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잠깐 앉아 설법을 듣고는 제각기 발원하였다.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세상에서도 나쁜 사람과 서로 함께하지 않고 나는 곳마다 언제나 도덕이 있는 성인을 만나게 하소서.
또 저희들은 미래세상에 석가문(釋迦文)이라 하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어른을 만나면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그 가르침을 받들어 지니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때 그 부인과 채녀 5백 명은 바로 지금 이 5백 비구이니라.
이들의 본래 소원이 간절했고 측은하여 지금 제도할 수 있었으므로 지금 마땅히 내가 가서 제도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그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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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어로는 Ana-apāna 이며 5정심관(停心觀) 중 하나이다.
안나반나(安那般那)의 준말로서 수식관(數息觀)을 말함.
안나(安那)는 내쉬는 숨이고,
반나(般那)는 들이쉬는 숨으로 내쉬고 들이쉬는 숨을 헤아려 마음의 동요를 막는 것이다.
2 고려대장경에는 이 「호계품」도 앞의 「교학품」과 함께 제2로 되어 있어 두 번째 품이 두 가지가 된다.
그런데 송(宋)ㆍ원(元)ㆍ명(明) 세 본에는 이 「호계품」 제2 항목은 빠져 있다.
여기에서는 고려대장경에 의거하여 두 번째 품으로 그냥 넣어둔다.
3 화도(火塗:
지옥)ㆍ혈도(血塗:
축생)ㆍ도도(刀塗:
아귀)의 3도(塗)와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정법을 듣지 못하는 재지옥난(在地獄難)ㆍ재축생난(在畜生難)ㆍ재아귀난(在餓鬼難)ㆍ재장수천난(在長壽天難)ㆍ재북울단월주난(在北鬱單越洲難)ㆍ농맹음아 (聾盲瘖瘂)ㆍ세지변총(世智辯聰)ㆍ불전불후(佛前佛後) 등의 8난(難)을 말함.
8난 가운데 처음 셋은 고통이 너무 심해서 법을 들을 수 없고,
다음 둘은 즐거움이 너무 많아서 법을 듣지 못하고,
세지변총은 세상의 지혜가 너무 뛰어난 탓으로 분주하여 법을 듣지 못한다고 함.
4 3도(塗)라고 함.
화도(火塗)ㆍ도도(刀塗)ㆍ혈도(血塗)이니,
지옥ㆍ아귀ㆍ축생을 말함.
○ [pt op tr]
◈Lab value 불기2564/0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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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ed--법구비유경_K1020_T0211.txt ☞법구비유 sfd8--불교단상_2564_04.txt ☞◆vxiz1354 불기2564-04-18 θθ |
■ 선물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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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에서 적문의 부처인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하신 석존(釋尊)께서 『법화경』 이전에 말씀하신 3승교(乘敎)는 방편교(方便敎)라 하고,
『법화경』만을 일승진실교(一乘眞實敎)로 여겨서 가르침을 활짝 열어 이에 들어가게 하는 것을 가리킨 것.
개삼현일(開三顯一)ㆍ개권현실(開權顯實)과 같음.
답 후보
적문개현(迹門開顯)
전법륜(轉法輪)
전식(轉識)
절대(絶待)
점교(漸敎)
정각(正覺)
정명(正命)
ॐ मणि पद्मे हूँ
○ [pt op tr]
K1020_T0211
ॐ मणि पद्मे 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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